소설리스트

허리케인-114화 (11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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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김준은 카디프를 한번 쳐다보고는 그의 경지를 알아보았다.

‘후후… 제자가 망신을 당했으니 그 스승이 나선다? 이거 재미있군, 재미있어!’

“애송아, 나와 한번 검술을 겨루어 보겠느냐?”

“후후후… 척 보니 소드익스퍼트 상급인 것 같은데 그걸 믿고 나서는가 보군요?”

김준이 한눈에 자신의 경지를 알아보자 약간 놀랐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흥, 어디에서 나의 명성을 들었는가보군?’

“나와 한번 겨루어 볼 의향이 있느냐?”

“전하, 겨루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김준이 찬드란트 국왕에게 의향을 묻자 약간 당황스러웠다. 국왕은 카디프의 검술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김준이 걱정되었다.

다비든은 운이 좋아서 이겼지만 카디프는 다비든과는 차원이 다른 검술의 고수였다. 그런 그와 검술 대련을 한다고 하니 찬드란트 국왕은 당황했지만 결국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기에 대련을 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으음… 대련을 허락하노라.”

“감사하옵니다. 전하, 이제 마음대로 공격해 보시오.”

“이…이놈이 정말 겁이 너무 없구나. 오늘 따끔하게 교훈을 내려주마!”

우우웅!

롱소드에 마나를 주입하자 검이 잔떨림을 보였다. 또한 검신에 푸르스름한 검기가 맺혔다. 처음부터 검기를 주입해 검술을 펼치려는 것이다. 그러나 김준은 롱소드를 검집에서 뽑지도 않았다.

이런 김준의 무모한 행동에 귀족들은 혀를 차거나, 아님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1초식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더욱 황당한 건 김준이 아예 양손을 허리 뒤로 하면서 깔보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쉬이잇, 파파팟!

카디프의 검술은 날카롭고 빨랐다. 그러나 김준은 일정한 방위를 움직여 카디프의 공격을 피하였는데, 바로 능파미보(凌波迷步)라는 보법이었다.

카디프는 열심히 롱소드를 휘둘렀지만 김준은 이렇게 한 박자 빠르게 몸을 피하였기에 헛칼질만 했다.

“이…이놈! 피하기만 할 것이냐?”

“후후… 내가 공격하면 막을 수나 있겠소?”

“뭐라고? 이놈이 정말…….”

바닥을 미끄러지듯이 그렇게 김준은 순식간에 카디프와 10미터의 거리를 벌렸다.

주우욱!

늘어난 고무줄이 다시 줄어들듯 그렇게 김준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자 당황한 카디프는 롱소드를 마구 휘둘렀다. 그러나 그런 허접한 공격에 당할 김준이 아니었다.

김준은 최상승의 경신법을 써 몸을 활처럼 휘게 해서 그 탄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이동했다. 궁신탄영(弓身彈影)이었다.

퍼억!

김준이 내리친 검집을 카디프가 롱소드를 들어 막으려고 했지만 반 박자 빠르게 김준의 검집이 먼저 카디프의 왼쪽 어깨를 내리친 후였다.

“끄으으…….”

어깨뼈에 금이 간 그는 고통스러워 얼굴을 찡그리면서 상체를 약간 숙였다.

그때 김준아 자신의 어깨로 그를 받아 버렸다.

푸화확!

카디프는 입에서 피를 내뿜으면서 튕기듯 6~7미터를 날아가 떨어졌다. 그로 인해 중상을 입었지만 기절하지는 않았다.

“아! 저…저럴 수가?”

“마…말도 안 돼, 어떻게?”

“대단하다.”

귀족들은 경악했고, 자신들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왕국에서 검술실력이 10위 안에 들어가는 카디프가 김준에게 처참하게 당한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김준이 다비든의 검술을 보고 형편없다고 한 게 이해가 되었다.

“자, 이번에는 어떤 분이 나에게 도전할 것이오?”

김준이 말했다. 그러나 귀족들이나 기사들은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서 카디프보다 검술실력이 뛰어난 자는 국왕친위대장인 버너스가 유일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소드마스터는 되지 못하고, 소드익스퍼트 상급에 머물러 있었다.

호승심이 일어난 버너스 대장이 나섰다.

“전하, 제가 한번 겨루어 보고 싶습니다.”

“버너스 경이 말인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카디프 경을 이긴 고수이니 제가 한번 겨루어 보고 싶습니다.”

찬드란트 국왕이 망설이자 김준이 먼저 대답했다.

“전하,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프리맨 경, 무슨 말인지 말해보라.”

“제가 보기엔 버너스 경은 카디프 경보다는 검술실력이 높지만 소드마스터는 아닙니다. 저와 겨루어도 이기지 못합니다.”

“아…아니 프리맨 경, 그게 무슨 말인가?”

“전하, 이것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래? 프리맨 경, 무엇인지 보여다오.”

김준은 롱소드를 검집에서 뽑은 후 내공을 검에 주입했다.

츠츠츠츠!

선명한 녹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1미터나 롱소드의 검 끝에서 튀어 나왔다.

“허억, 오…오러 블레이드!”

“저…저럴 수가?”

“오오! 오러 블레이드야, 오러 블레이드!”

찬드란트 국왕과 버너스, 카디프, 다비든과 모든 귀족들이 놀라면서 충격에 빠졌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인 김준이 어떻게 소드마스터가 되었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대륙을 통틀어도 15명이 넘지 않는다는 전설의 소드마스터였다.

“프리맨 경, 소드마스터였는가?”

“그렇지만 그렇사옵니다. 전하.”

“허허허… 소드마스터 앞에서 검술 실력이 뛰어나다면서 자랑을 하고, 도발했으니 얼마나 가소로웠는지 이해가 가는구나.”

바렌 왕국에는 아직까지 소드마스터는 한 명도 없었는데, 오늘 한 명 탄생했다. 그것이 너무 기쁜 찬드란트 국왕이었다.

“허허허… 이러면 프리맨 경의 작위는 수정해야겠어.”

보통 소드마스터 정도 되면 최소한의 작위가 백작이었다. 그런 그에게 남작을 수여할 수는 없었다.

“경들은 들어라. 나 찬드란트는 프리맨 경에게 후작의 작위를 내리노라.”

찬드란트 국왕의 폭탄 발언에 귀족들은 놀랐지만 그렇다고 반대를 할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귀족들이 당연히 후작 정도의 작위는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화가 치밀어 오른 사람은 차일 후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 귀족이었다. 그가 먼저 앞으로 나서면서 외쳤다.

“전하, 참으로 현명한 결정이시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전하.”

차일 후작의 말에 국왕파의 월리엄 공작이 찬성하고 나섰다.

일이 이렇게 되자 나머지 귀족들도 모두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찬드란트 국왕은 즉시 김준의 작위식을 시작해 버렸다.

짝짝짝짝!

그랜드 홀에 있는 모든 귀족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그렇게 길고 긴 작위식이 끝나고, 김준에게는 후작패와 양피지에 쓰인 후작 작위 증명서를 받았다. 또한 최상급의 롱소드 한 자루도 수여받았다. 그러나 영지는 하사받지 못했다.

작위식이 끝이 난 후 찬드란트 국왕은 수도 까브에서 베일레 자작령까지의 도로를 정비할 것이라 발표했다.

귀족들은 비용문제를 들어 반대하였지만 베일레 자작령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이라고 말하자 더 이상 반대를 하는 이는 없었다.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차일 후작의 음모는 오히려 김준에게 막대한 이익만 안겨주고 끝나 버렸다. 이에 차일 후작은 돌아가면서 이를 부득 갈았다.

‘으… 프리맨, 이놈 두고 보자!’

그날 저녁 찬드란트 국왕은 김준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제나 왕비와 왕자, 공주까지 참석한 식사였는데, 제1공주인 쥴리아가 김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 김준과 쥴리아 공주를 바라보는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는 흐뭇한 표정이었다.

‘으음… 이건 잘못하다가는 국왕에게 엮이겠는데?’

조심스러운 자리였기에 김준은 정신을 차려 식사했고, 아무런 일 없이 영빈관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김준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양부인 베일레 자작에게 마법통신을 시도했다.

“프리맨이냐?”

“예, 아버님, 프리맨입니다.”

“그래, 일은 잘 돌아가고 있느냐?”

“예, 생각한 것보다 더 잘 풀렸습니다.”

“허허… 그것 참 다행이구나. 어디 자세하게 말해보거라.”

“일이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 이렇게 되었습니다.”

“허허허! 정말 잘 되었구나. 후작이 된 것을 축하한다. 아들아!”

“이제 이곳의 일을 전부 처리했으니 내일 오전에는 영지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네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으마!”

스스스스!

마법통신구를 끄고 김준은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낮에 되찾은 기억을 살펴보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이 밝아 오도록 기억을 정리했다.

새벽녘, 약간 몸이 무거워짐을 느끼자 천왕대심공을 운용해 대주천을 한번 시전하자 피로감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스윽!

침대에서 일어난 김준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광장의 한쪽에는 왕성경비대원들이 모여 열심히 훈련받고 있었다.

‘후후후… 이번 왕성행은 아주 성공적이었어. 영지로 돌아가는 대로 급한 것부터 처리해야겠어.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도 보고 싶지만 당분간은 참아야겠지?’

똑똑.

갑자기 들려온 노크소리에 김준의 고개가 문 쪽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누가?’

“프리맨 후작님, 일어나셨습니까?”

“휴버트 시종장이 아침부터 무슨 일입니까?”

“일어나셨군요. 전하께서 아침식사를 같이 하고픈데 어쩌시겠느냐 여쭙고 오라 하셨사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찬드란트 국왕이 그렇게 말했다는데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아직 식사를 하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김준은 서둘러 목욕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영빈관을 나섰다.

휴버트 시종장은 바쁜 일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시종 테드가 대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종 테드는 처음부터 김준의 강력한 기운에 약간 주눅이 들어 있어서 어려워했는데, 이젠 소드마스터라는 게 알려지고 또한 작위가 후작이 되었다는 걸 알았기에 더욱 어려워했다.

요리가 차려진 곳에는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 1왕자인 앤드류, 조르단 2왕자와 제1공주인 쥴리아, 제2공주인 베로니카까지 앉아 있었다. 국왕의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었기에 김준도 조심스러웠다.

국왕과 가족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김준을 힐끔거렸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소드마스터. 작위는 후작. 거기에다가 천일염을 개발한 뛰어난 머리와 자금력, 어느 것 하나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바렌 왕국에서 이만한 신랑감도 없었다. 그렇기에 찬드란트 국왕과 제나 왕비는 김준을 더욱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었다.

눈빛이 너무 따가워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김준은 애써 모른 체하면서 계속 식사를 했다.

“프리맨 경은 오늘 영지로 돌아가는가?”

“예, 전하. 수도 까브에서는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기에 그만 영지로 돌아가려고 하옵니다.”

“그렇군. 프리맨 경,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나?”

돌발적인 찬드란트 국왕의 말에 김준은 거절하지 못했다.

“부탁이라니요. 전하, 하명해 주십시오.”

“프리맨 경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영지로 돌아가는 길에 한 사람을 동행시켜주게.”

“전하, 그분이 누구입니까?”

“저예요.”

김준의 옆에 앉아 있던 제1공주인 쥴리아의 말에 그녀를 쳐다보았다.

“공주님께서 저희 영지로 가신다고요?”

“그래요. 프리맨 경, 이번에 베일레 자작령을 구경하려고 해요. 이왕 가는 김에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라는 곳도 구경할 거예요.”

‘으음… 이 철부지 공주 아가씨의 계략이었구나.’

“알겠사옵니다. 공주님.”

이렇게 해서 영지로 되돌아가는 길에 쥴리아 공주가 동행하게 되었다.

쥴리아 공주는 시녀 5명과 하인 10명, 호위병 100명을 대동하게 되었고, 김준의 영지 기병들은 아젤리아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곳에 들러 같이 영지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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