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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11화 (11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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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창을 들고 있는 10명의 경비대원 앞으로 롱소드를 허리에 찬 기사가 말했다.

“어디에서 오시는 분들입니까?”

“나는 동부 해안의 베일레 자작령에서 오는 길이다.”

“그렇습니까? 신분패를 보여주십시오.”

스윽.

“그러지. 여기 있다.”

준이 내민 신분패를 확인한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왕성에서 이미 잘 모시라는 특별지시가 내려와 있었기에 그는 바로 알아보았다.

‘으음… 이분인 모양이군. 베일레 자작의 아들인 프리맨이라 했던가?’

“예, 확인되었습니다. 뒤쪽에 계시는 분들은 영지 기병들입니까?”

“그렇다. 이제 들어가도 되나?”

“예, 들어가셔도 됩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를 지나쳐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기병들이 따랐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던 그는 경비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준은 호든 기병대장을 따라 호텔이 모여 있는 상업지역으로 향했다.

지금은 오후였기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오전에 왕성으로 가야 했다.

고급에 속하는 아젤리아 호텔에 도착하자 출입문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던 소년이 벌떡 일어나더니 달려와 말고삐를 잡아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에서 내렸다.

호든 기병대장과 5명의 기병들이 말에서 내려 준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는 말을 이끌고 마굿간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안에는 제법 많은 술손님이 모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준과 그 일행이 들어서자 한 번씩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술을 마셨다.

바(Bar)로 다가가자 천으로 술잔을 닦고 있던 주인이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일행이 모두 50명인데, 묵을 방이 있나?”

“예, 있습니다. 어떤 방으로 드릴까요?”

“6인실로 10개 주게. 하나는 나 혼자서 쓸 건데, 가능한가?”

“예, 침대를 하나만 두고 나머지는 치워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식사와 목욕물도 준비해줘.”

“예, 당장 준비해드릴 수 있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되나?”

“기본적으로 빵과 스프, 과일이 나옵니다. 특제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스테이크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좋아, 51인분을 준비해주게. 말 51마리를 먹이고 목욕시키는 데 모두 얼마인가?”

“음… 제법 많군요? 6인실 10개는 30실버이고, 저녁과 내일 아침식사는 17실버, 일행 분들이 목욕물을 사용하시니 3실버에, 말의 먹이와 말 목욕비가 2실버니까… 모두해서 52실버인데 말의 먹이와 말 목욕비 2실버는 깎아드리겠습니다.”

“알았네, 받게.”

“예, 잔돈입니다.”

스윽.

잔돈을 받아든 준은 안내인의 뒤를 따라 룸으로 이동했다.

준이 룸에 들어가 살펴보고 있을 때, 김이 피어오르는 물통을 들고 들어온 근육질의 노예들이 목욕물을 목간통에 붓고는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게 된 준은 옷을 벗고 목간통에 들어가 깨끗하게 씻었다.

그동안 간단하게 세수만 했지 목욕은 하지 못했다가 이제야 제대로 씻을 수 있었다.

먼지를 깨끗하게 씻고 나오자 개운했다.

준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나면서 안내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사 가져왔습니다.”

“문을 잠그지 않았으니 들어와.”

준의 대답에 문을 열고 들어와 가져온 것을 내려놓았다.

“식사하신 후 빈 그릇은 문밖에 내놓으시면 치워드리겠습니다.”

“알았다.”

안내인이 나가자 준은 테이블에 차려진 것을 보았다.

아젤리아 호텔에서 내온 식사는 제법 맛있어 보였다.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준은 빈 그릇을 문밖에 내다놓고는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천왕대심공을 운용했다.

요즘 이것에 푹 빠져 있었는데, 대주천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맑아지고 기억하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비록 단편적인 것이었지만 말이다.

천왕대심공을 운용하여 대주천을 하고나자 머릿속에 무엇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대를 가지면서 더욱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찬물을 끼얹듯 누군가 노크를 하면서 외쳤다.

그것 때문에 떠오르려고 하던 기억이 흩어져버렸다.

‘젠장.’

“프리맨 님, 프리맨 님!”

“호든, 무슨 일이냐?”

“프리맨 님, 왕성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왕성에서? 이 밤에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음… 무슨 일이지? 알았네.”

준은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문밖에는 흰옷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40대의 중년인이 서 있었다.

그는 준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말했다.

“왕성에서 나온 시종 테드라 합니다.”

“내가 수도 까브에 들어온 게 벌써 왕성에까지 알려진 것이오?”

“예, 이미 전하께서는 보고를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온 것입니다.”

“안 그래도 내일 오전에 왕성으로 가려고 했소.”

“물론 그러실 것입니다만, 전하께서는 내일 오후에 귀족들과 만나시기 전에 먼저 만나보시고 싶어 하십니다.”

“으음… 지금 말이오?”

“그렇습니다, 프리맨님.”

“음… 알겠소.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 잠시 밖에서 기다려주시오.”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타시고 갈 마차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준은 왕성으로 들어가면 입으려고 했던 옷으로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아젤리아 호텔 정문 앞에는 고급마차와 함께 30명의 호위병들이 대기해 있었다.

걱정이 되는지 호든 기병대장과 기병 몇 명이 따라나서려고 했지만 준이 말렸다.

“호위병들이 있으니 걱정 마. 혼자 다녀오겠다.”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시종 테드가 마차의 문을 열어주자 준을 먼저 태운 뒤 그가 타면서 문을 닫았다.

쿠르르르.

호위병들의 경호 속에 마차는 왕성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마차를 바라보던 호든 기병대장과 기병들은 뒤돌아 방으로 돌아갔다.

왕성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는 시종인 테드와 준뿐이었다.

시종 테드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기에 먼저 말을 걸기가 힘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자 이윽고 내성 앞에 도착했다.

그그그긍.

쇠 소리가 나면서 천천히 내성 문이 내려왔고, 마차와 호위병들은 검문 없이 바로 통과했다.

내성에서도 왕성으로 가려면 30분 정도 더 걸렸다.

고위 귀족들의 저택이 길 양쪽에 이어졌다.

길을 가로막는 게 없었기에 얼마 후 내성 속의 내성이라는, 왕족들의 저택이 있는 곳인 성벽에 도착했다.

곳곳에 무장한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경비 상태가 최상이었다.

이곳만 통과하면 언덕이 나오면서 왕족들의 저택이 이어질 것이고, 그 끝은 왕성이었다.

이미 연락을 받은 것인지 마차가 성벽으로 다가가자 성문이 스르르 내려왔다.

마차와 호위병이 바로 성문을 통과하자 다시 문이 올라가면서 닫혔다.

고위 귀족들의 저택도 크고 호화롭게 보였지만 왕족들의 저택은 더 크고 화려했다.

그렇게 마차는 길을 따라 이동해 결국 왕성 앞에 도착했다.

왕성은 왕이 살고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거대하고 화려해 보였다.

성벽 곳곳에는 마법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야경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준이 방문하기 때문인지 성문이 내려와 있었다.

마차가 성문 안으로 들어가 광장에 멈추자 준과 시종 테드가 마차에서 내렸다.

‘음… 드디어 왕성으로 들어온 것인가?’

이 밤에 국왕을 대면할 생각을 하니 약간은 긴장되었다.

긴 복도였다. 시종 테드가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서 김준이 걸어갔다.

복도에는 마법등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려 있어 제법 환했는데, 벽면에는 대형 그림이나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음… 역시 왕성이라서 그런지 화려하구나.’

꺾어지는 복도 앞에는 시종 테드와 같은 형식이지만 약간 더 화려한 옷을 입은 중년인이 서 있었다. 시종 테드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 멈추더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마 그가 시종 테드보다 더 높은 자인가보다.

“어서 오십시오. 프리맨 님, 저는 시종장 휴버트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거라.”

시종 테드는 시종장인 휴버트에게 인사하고는 뒤돌아 사라졌다. 그 뒤 김준은 시종장 휴버트의 뒤를 따라 계속 복도를 걸어갔는데, 얼마 후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국왕친위대 백여 명이 배치되어 있는 곳이 나왔다.

국왕친위대원이 문을 열어주었고, 시종장 휴버트와 김준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소연회실로 국왕인 찬드란트가 앉아 있었으며, 그의 등 뒤에는 무장한 국왕친위대원 20명과 친위대장인 해롤드가 서 있었다.

“전하, 프리맨을 데려 왔사옵니다.”

“휴버트 시종장, 수고했네.”

휴버트 시종장이 한쪽으로 물러나자 김준이 예를 갖춰 앞으로 나서면서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자 찬드란트 국왕은 김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자네가 프리맨인가?”

“예, 그렇사옵니다. 전하.”

“프리맨은 고개를 들어라.”

“예, 전하.”

찬드란트 국왕의 명으로 김준은 고개를 들었다.

‘음… 프리맨은 뮤란 대륙인이었구나.’

“그대의 양부가 베일레 자작인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내가 듣기로는 자네가 베일레 자작령에서 천일염인가 뭔가 하는 것을 생산해 상단에 팔고 있다는데 그것이 맞는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소문으로는 그게 바다에서 생산하는 소금이라던데 그게 가능한가?”

“바다에서 생산하는 게 맞고, 가능하옵니다. 전하.”

“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군. 아직까지 누구도 그 방법에 성공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연구를 하다가 우연히 개발하게 된 것이옵니다. 전하.”

“그래? 사실이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걸 개발하였어.”

“황공하옵니다. 전하.”

“그런데 말이야. 천일염에 대해 귀족들의 불만이 많다는 걸 알고 있나?”

의미심장한 국왕의 말에 김준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사옵니다.”

“천일염을 너무 싸게 판매를 하니 암염 판매가 되지 않아.”

“그거야 제가 신경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옵니다.”

“그건 무슨 소리지?”

“천일염은 바다에서 생산하는 것이고, 암염은 말 그대로 광산에서 채취해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그건 그렇지.”

“이렇게 엄연히 생산하는 곳이 다르고, 가격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생각해 보시옵소서. 생산원가에 적당한 이윤을 붙여서 팔아야지 무지막지하게 폭리를 취하는 게 좋겠사옵니까?”

“으음… 그건 그렇군.”

“또한 귀족들의 불만이 많다고 하셨사온데, 그것도 제가 생각하기엔 기가 막히옵니다. 자신들이 그동안 폭리를 취하다가 암염의 판매가 조금 떨어졌다고 불만을 표시하면 되겠사옵니까. 아니 그렇사옵니까, 전하?”

그의 말에 국왕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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