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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마르시아는 즉시 뒤로 튕기듯 물러나면서 용언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흥! 이것도 막아낼 수 있는지 보자.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죽음의 절대 언령마법이 펼쳐졌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기운이 크라켄에게 밀려들었다.
퍼퍼퍽!
끼아아악!
크라켄이 고통스러워 괴성을 질렀다.
몸 전체에서 격중음이 터지면서 살점과 피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워낙 커진 몸 때문인지 그 정도로는 치명상을 입힐 수 없었다.
크라켄은 화가 나서 8개의 다리를 전부 내뻗어 마르시아를 휘감으려 했다.
그러나 그런 어설픈 공격에 당한 그가 아니었다.
하늘을 지그재그로 날아다니면서 크라켄의 내뻗은 다리 공격을 전부 피했다.
“역시 금지된 마법을 사용하여 만든 괴물이니 이 정도로는 죽일 수 없구나.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타임 스톱(Time stop)!”
츠츠츠츠.
마르시아의 용언마법이 영향을 미치는 주위 일대의 시간이 정지되어 버렸다. 그 영향으로 모든 것이 멈춘 것이다.
“큭큭, 됐어. 블레이즈(Blades)!”
마르시아의 전방에 회전하는 거대한 마법의 칼날이 무려 5개나 형성되었다.
콰콰콰콰!
마르시아의 손짓에 의해 그것들이 공중을 가로질러 크라켄에게 날아가 격중되었다.
크라켄의 두꺼워진 피부도 마법의 칼날에는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었다.
쩌억.
피부가 갈라지면서 피와 살점이 후두둑 땅으로 떨어졌다.
크라켄의 몸 곳곳에 깊은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지만 워낙 거대해진 몸이라서 그런지 그 정도는 그리 큰 상처로 보이지 않았다.
“흥!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면 이것도 있다! 마그마 블래스터(Magma blast)!”
슈슈슝.
고열로 뭉쳐진 사람 상반신 정도 크기의 마그마탄이 무려 3개나 형성되어 고속으로 날아가서 크라켄에게 격중되었다.
콰콰쾅!
파이어 볼에 비해 파괴력이 몇 배나 강하며 관통성과 폭발성을 동시에 갖춘 뛰어난 공격마법이기에 충격이 엄청났다.
시간이 멈춘 상태이기에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타임 스톱 마법이 해제되려면 1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끝장을 내버리겠다는 생각에 즉시 화염계 마법 중 가장 위력적인 마법을 시전했다.
“큭큭, 금지된 마법까지 사용하여 괴물이 되었지만 여기까지다! 헬 파이어(Hell fire)!”
투아앙!
지옥의 불길이라는 헬 파이어가 날아가 크라켄의 몸에 격중되자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면서 그렇게 크라켄의 몸 일부가 재가 되어 휘날렸다.
그때 타임 스톱 마법이 해제되었다.
키아아아악!
그러자 엄청나게 충격을 입은 크라켄이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면서 마구 몸부림쳤다.
마르시아의 엄청나게 위력적인 용언마법에 이미 여러 번 당했기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했다.
쿠콰콰쾅!
폭음이 터지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심하게 요동쳤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잠시 후, 자욱했던 흙먼지가 가라 앉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부들부들.
크라켄은 잔떨림을 보이면서 괴로워하더니 곧 잠잠해졌다.
드디어 괴물 크라켄이 죽은 것이다.
츠츠츠츠!
크라켄의 몸이 기이한 빛에 휩싸이면서 몸이 가루가 되어 부서지더니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치 드래곤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취익… 나의 크라켄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취익.”
쿠퍼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금지된 마법까지 사용했는데 역시 드래곤과의 싸움에는 무리였다.
스테프를 손에 들고 있던 쿠퍼가 마법을 시전하려고 할 때였다.
마르시아는 절대마법을 연달아서 너무 많이 사용했기에 지쳐 있었다. 이에 자신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아 보이는 쿠퍼라 어쩔 수 없이 오늘은 후퇴하기로 했다.
“큭큭, 오크야, 내일보자. 텔레포트!”
스스스스.
마르시아가 도망쳐버리자 쿠퍼는 허탈해졌다.
주위는 온통 폐허를 방불케 했다.
화산마법인 볼케이노 마법도 유효시간이 다 되어 화산이 다시 땅으로 꺼져버렸다.
다만 아직까지 남아서 싸우고 있는 수십의 스켈레톤들은 오크전사들에게 하나 둘씩 박살나고 있었다.
오크들이 얼마 후 전장을 수습했다.
엄청나게 많은 오크전사들이 이번의 싸움으로 죽어버렸기에 이제 남은 오크전사들은 불과 5만 마리 정도뿐이었다.
‘취익… 역시 드래곤과 직접 부딪히는 건 무리였나?’
시퍼런 새벽의 달만의 쿠퍼를 비추고 있었다.
심각하게 굳어진 얼굴이 된 쿠퍼는 곧 날이 밝아오는 것과 동시에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시간이 2일밖에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막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쿠퍼는 오크전사들에게 명령해서 죽은 오크들을 한곳에 모으도록 조치했으며, 죽어 있는 각종 몬스터의 사채는 먹고 힘을 내도록 지시했다.
오크들은 잡식성이라 비록 일시적이지만 풍족해진 먹이에 환호하면서 몬스터의 사채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쿠퍼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취익… 나의 수하들이지만 정말 한심하구나, 취익… 오늘은 또 어떻게 막아낼지 걱정이구나, 취익.’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 저편으로 서서히 어둠이 물러가고 있었다.
날이 서서히 밝아 오고 있었던 것이다.
준은 새벽부터 게르 밖으로 나와서 평상에 앉아 저 멀리 호수 끝을 바라보았다.
이른 시간이지만 서서히 어둠이 물러가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일찍부터 새들은 벌써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와 호숫가에 내려앉아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준의 등 뒤로 소리 없이 누군가 다가왔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글리아나의 향기로운 체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윽.
양손으로 준의 목을 감으면서 얼굴을 귀 옆에다 붙였다.
“준, 뭐하고 있었어?”
“응,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어. 너무 아름답지 않아?”
“아름다워. 너무 평화롭고 좋아 보여.”
“그렇지? 나도 이런 시간의 호수가 보기 좋았어, 글리아나.”
“오늘도 혼자서 갈 거야?”
“응. 글리아나는 어제도 대지의 검술 연습했어?”
“응, 이젠 제법 익숙해졌어.”
“그럴 줄 알았어. 글리아나의 재능이 워낙 뛰어나서 말이야.”
“정말?”
“그럼. 우리, 며칠 후에는 이곳을 떠나자.”
“응, 알았어.”
“헌트와 하그리는 일어났어?”
“응, 내가 일어나서 깨워줬어.”
“그랬구나. 잘했어.”
“그럴 줄 알았어. 지금은 하그리가 아침식사 준비하고 있을 거야.”
“아직 식사시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대련 한번 할까?”
“준, 정말 그렇게 해줄 거야?”
“그럼, 정말이지.”
“좋아, 오늘은 마음껏 검술을 펼칠 수 있겠어.”
글리아나와 준은 서로 마주보면서 롱소드를 쥐고 있었다.
쉬쉬쉭.
바람 소리를 내는 글리아나의 선공으로 대련이 시작되었다.
준은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여유롭게 글리아나의 공격을 피했다.
주로 공격하는 쪽은 글리아나였고, 준은 방어에 주력했지만 간혹 가다가 공격도 펼쳤다.
‘흐음, 글리아나가 그동안 열심히 수련했구나.’
글리아나는 엘프라 선천적으로 빠른 몸놀림을 가지고 있었지만 얼마 전에 환골탈태의 과정을 겪으면서 놀라울 정도의 성취력을 보이고 있었다.
스네이크 검법의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졌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준은 여유롭게 날카로운 공격을 피했다.
채채챙, 파팍!
생각한 대로 잘 되지 않았기에 글리아나는 약이 올랐다.
그래서인지 검술이 약간의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을 준이 잘 파고들었다.
그동안은 글리아나가 유리하게 공격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어 도리어 준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도 버거워졌다.
준은 공중으로 도약하면서도 검술을 펼쳤는데, 얼마나 빠르고 날카로운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채채챙.
그래도 기본기가 탄탄한 글리아나는 잘 막아내고 있었다.
준의 검술은 이제 더욱 많은 변화를 보이면서 현란하기까지 했기에 더욱 막아내기가 어려워졌다.
한 번 찔렀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다섯 개의 검끝이 찌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준의 검술이 빠르면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따따땅, 챙그랑.
롱소드가 서로 부딪힐 때 불꽃이 튀었지만 결국 글리아나가 준의 검술에 롱소드를 놓으면서 승부가 끝났다.
“아… 준, 내가 졌어.”
“그래도 글리아나의 검술실력이 정말 대단했어.”
“고마워. 그런데 조금 전에 보여주었던 수법은 처음 보는데, 정말 대단했어.”
“아, 이거? 실전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수법이니 알려줄게.”
준은 롱소드를 손가락으로 휘돌리면서 자유자재로 휘두르거나 찔렀다. 마치 손가락에 롱소드가 붙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드릴처럼 옆으로 휘돌면서 앞으로 내지르다가 다시 회수했다.
“글리아나, 롱소드를 자신의 분신처럼 다룰 수 있어야만 싸우더라도 유리해. 마나를 세심하게 다를 줄 알게 되면 이렇게 앞으로 찌르다가도 금방 회수할 수 있는 거야.”
“그럼 마나로 그렇게 한 거란 말이야?”
“응.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글리아나도 할 수 있어.”
글리아나는 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준은 글리아나 옆에서 구분동작으로 시범을 보여주면서 검술을 가르쳐주었다.
얼마 후, 글리아나가 가르쳐준 대로 잘 따라하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준은 신의 선물이 있는 우디 숲으로 텔레포트했다.
우디 숲에 있던 어둠이 물러가고 다시 해가 하늘에 떠올랐다.
쿠퍼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취익… 정체를 알 수 없는 그자와, 취익… 드래곤을 혼자서 상대해야 하다니, 취익.”
하나만 해도 쉽게 막아내기 힘든데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만 하니 버거울 것이 분명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상대는 자신과 비교해도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2 대 1의 승부이니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취익… 내가 죽더라도 나의 분신들인, 취익… 바실 오크들은 오크를 부흥시켜야 하는 사명이 있으니, 취익… 그들을 모두 이동마법진으로 대륙으로 흩어지도록 해둬야겠군, 취익.”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쿠퍼는 즉시 바실 오크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바실 오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레오니스가 대표로 말했다.
“취익… 저희들을 부르셨습니까, 왕이시여. 취익.”
“그렇다, 취익… 나의 자식들아, 취익… 너희들은 대륙으로 나가 오크들을 규합해서 왕국을 건국하거라, 취익.”
“취익… 오크 왕국을 말입니까?”
“그렇다, 취익… 레오니스와 너희들은 당장 이동마법진으로 대륙으로 흩어질 것이다, 취익… 각자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오크들을 규합해, 취익… 오크 왕국을 건설하라, 취익.”
“취익… 적들이 쳐들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취익… 왕이시여!”
“취익… 그건 내가 맡을 테니 너희들은 당장 이곳을 떠나거라, 취익.”
지능이 높은 바실 오크들이라 쿠퍼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았다.
그들은 이번 싸움에서 큰 힘이 되기보다는 무의미한 피해만 입을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로 자신들을 이동마법진으로 대륙에 흩어놓으려는 것이었다.
비록 시간이 제법 걸리겠지만 바실 오크들이 많으니 손쉽게 오크들을 규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바실 오크들은 쿠퍼의 명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즉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