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7 / 0284 ----------------------------------------------
제4권 프리맨
자신의 임시 거처인 동굴 속으로 들어온 마르시아는 생포한 헬 바바 3세와 바실 오크 2마리를 꺼내었다.
해부 실력이 뛰어난 마르시아는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들여 결국 모든 것을 알아내었다.
“큭큭, 상당한 실력이었어. 이것으로 양측에 피해를 주면 되겠구나. 으핫핫핫!”
마르시아는 헬 바바 3세의 피와 살점, 힘줄을 한곳에 놓아두었다. 바실 오크 역시 피와 살점, 힘줄을 한곳에 잘 놓았다.
스윽.
마리시아는 아공간 속에서 검은 금속으로 된 정육면체를 꺼냈다. 그러고는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주문이 한참 동안이나 이어지자 정육면체의 표면에 황금색의 도형과 룬문자가 나타났다.
점점 주문을 빠르게 중얼거리자 황금색 도형과 룬문자도 점점 더 짙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빛이 내뿜어지면서 준비해놓았던 것에 흡수되었다. 주문도 같이 끝났다.
“주인으로서 명하노니 깨어나거라, 클론이여!”
복제 생물을 뜻하는 클론(Clone)은 마르시아의 외침에 반응했다.
스스스스.
헬 바바 3세의 피와 살점, 힘줄로 이루어진 그것이 스르르 형태를 갖추었다. 2m의 신장을 가지고 있었던 헬 바바 3세와 비슷하지만 신장이 무려 4m나 되는 생명체로 다시 생성된 것이다.
바실 오크 역시 형태를 갖추면서 3m의 신장을 가진 것으로 다시 생성되었다.
이것이 끝이라면 좋으련만 시작이었다.
츠츠츠츠.
세포분열을 하듯 헬 바바 3세와 바실 오크의 몸에서 분리된 것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끝없이 분열할 것만 같았던 두 생명체는 각각 1만 마리씩 복제를 하더니 멈추었다.
“큭큭큭, 이전보다 더욱 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너희들의 힘을 보여주어라.”
두 종류의 클론들은 말없이 두 눈을 붉게 물들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만족스러운지 마르시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허공에 손짓했다.
츠츠츠츠.
이번에는 공중에 팔각형의 황금색 상자가 생성되었다.
클론들은 순식간에 황금색 상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내일 볼 수 있겠지.”
해가 떠올라 세상을 밝게 비추었다.
우디 숲에도 어김없이 낮이 찾아왔다.
쿠퍼는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경옥 원석 앞에 앉아서 울창한 우디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취익…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날이, 취익… 이제 4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불안하군.’
어쩌면 불청객에게 신의 선물을 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초조해져만 갔다.
아직까지는 오크전사들이 잘 막아주고 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나타나 연금술로 만든 것 같은 괴 생명체를 이용해서 공격해오니 함부로 자리를 이탈할 수도 없게 되었다.
만약 이곳을 이탈하면 신의 선물을 빼앗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쿠퍼는 수하 오크전사들에게 일러 우디 숲 외곽까지 순찰을 강화하도록 조치했다.
쿵쿵쿵쿵.
갑자기 대지가 흔들리면서 무엇인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왔다.
쿠퍼는 그게 무엇인지 마법사의 눈을 통해 알아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2m의 신장을 가지고 있었던 헬 바바 3세와 비슷하지만 신장이 무려 4m나 되는 생명체와 3m의 신장을 가진 바실 오크로 보이는 것들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공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붉게 물든 눈이 특이했다.
“취익… 이…이건?”
어쩐지 불청객이 평소보다 일찍 공격해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오늘은 전혀 다른 생명체가 공격해온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는 오크전사들과 마법을 사용하는 바실 오크들이 있었기에 무난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르시아는 어제 만든 클론들이 얼마나 활약을 펼칠지가 궁금해서 하늘에 날아올라서는 투명화 마법으로 몸을 숨기면서 아래의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콰쾅!
퍼퍼퍽!
“크왁!”
“아아악!”
오크전사들이 두 클론들의 활약에 조금씩 뒤로 밀렸지만, 드워프가 만든 무기를 휘두르면서 용감하게 싸웠기에 얼마 후 더 이상 진격은 힘들게 되었다.
3m의 신장을 가진 바실 오크 클론도 잘 싸우지만 4m의 신장을 가진 헬 바바 3세의 클론이 무력면에서는 월등했다.
그러나 오크전사들도 워낙 잘 싸우고 있었기에 인식을 달리하게 되었다.
‘으음, 미개한 오크들이 저렇게나 잘 싸우다니… 역시 지능이 뛰어난 오크 한 마리가 왕으로 있으니 다르긴 많이 달라졌구나.’
오크전사들은 클론 1마리에 무려 10마리씩 달라붙은 채 무기를 휘둘러 쓰러뜨렸다.
일단 클론이 휘두르는 팔에 맞으면 날아가 떨어졌지만, 클론이 쓰러지면 집단으로 달려들어 목을 잘라버렸다.
재생력이 우수한 클론이라고 해도 치명적인 급소를 당했기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채채챙!
파팍!
전투는 오크전사들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클론들의 공격으로 숫자가 자꾸만 줄어들었다.
‘취익… 이러다가는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날에는 오크전사가 남아나지 않겠어, 취익… 소환마법으로 도와줘야겠군, 취익.’
쿠퍼가 소환마법을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무엇인가 나타났다.
붕붕붕붕.
하늘에서 1m나 되는 거대한 말벌 떼가 나타나더니 클론들을 공격했다.
꼬리에 있는 독침으로 찌르거나 튼튼한 턱으로 클론을 물어뜯었다.
클론들도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벌 몬스터의 독은 매우 강력해 순식간에 몸에 독이 퍼지면서 일부는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렸다.
말벌 몬스터의 독침에 맞은 클론들은 비틀거렸다.
이를 기회라 생각한 오크전사들은 가지고 있던 무기를 휘둘러 클론을 쓰러뜨렸다.
이렇게 오크전사들이 겁을 먹지 않은 이유는 말벌 몬스터가 오크전사들은 전혀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중에 숨어서 이를 지켜보던 마르시아는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만족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클론들의 활약이 높았기 때문이다.
2만 마리 클론은 얼마 후 오크전사들과 말벌 몬스터에 의해 전멸해버렸다.
말벌 몬스터는 모두 쿠퍼의 명으로 되돌아와 벌어진 공간속으로 사라졌다.
오크전사들은 죽은 클론의 사체를 뜯어먹었다.
모처럼의 풍성한 먹이였기에 매우 좋아했다.
전장이 정리가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준이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왔다.
스스슷.
잠시 주위를 살펴보자 왠지 어제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느껴졌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헬 바바 3세를 보석함에서 불러내었다.
“헬 바바 3세들이여, 오크들을 죽여라!”
준의 명령에 헬 바바 3세들은 오크전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쿠퍼는 불청객인 준이 나타날 시간인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즉시 말벌 몬스터를 소환했다.
츠츠츠츠.
허공의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말벌 떼가 나타나더니 헬 바바 3세를 향해 날아갔다.
오크전사들은 이미 헬 바바 3세들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력한 클론을 상대해보았기에 2m의 작은 신장을 가진 헬 바바 3세들을 상대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시작부터 어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자 준은 놀랐다.
초반부터 헬 바바 3세들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오크 측에서 말벌 떼를 소환해 공격해왔기에 그만큼 오크들의 수를 줄이기는 힘들었다.
‘으음…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이거였어.’
그렇다고 헬 바바 3세 1만 마리를 뒤로 물리지는 않았다. 몇 마리의 오크라도 더 죽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아직 성체가 되려면 2일이나 남은 1만 마리의 헬 바바 3세들이 있었기에 지금 공격하고 있는 헬 바바 3세들은 전부 소모되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헬 바바들은 마법으로 탄생시킨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겨우 3천 마리 정도의 오크들을 죽인 1만 마리의 헬 바바 3세들은 전멸해버렸다.
오늘은 예상하지 못한 말벌 떼의 활약이 돋보였다.
‘쿠퍼가 단단히 준비했구나. 어쩔 수 없지. 내일을 기약하는 수밖에.’
스스스스.
준은 한 시간도 안 되어서 텔레포트 마법으로 다시 사라져버렸다.
마르시아는 공중에 숨어서 이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임시 거처로 돌아갔다.
붉게 물든 석양이 지면서 어둠이 밀려왔지만 하늘에는 레드문이 떠올라 오크전사들을 흥분시켰다.
레드문이 뜨는 시기에는 모든 몬스터들이 평소보다 배는 더 강해졌다. 레드문의 기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마르시아는 굳이 클론을 동원해 공격하지 않았다.
쿠퍼는 초조해졌다.
이제 날이 밝아오면 신의 선물의 생성 시기가 3일 앞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신의 선물을 차지하기 위하여 계속 오크전사들을 지원받아 왔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이제 남은 오크전사 10만 마리로 막아야 하는데, 적은 두 무리나 되었다.
느낌이지만 아침에 공격해온 것을 보니 드래곤이 개입한 것 같았다.
“취익…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취익… 신의 선물을 빼앗길 수도 있겠어, 취익.”
오늘 소환해본 말벌 떼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정도면 강했다. 게다가 공격해오는 적들을 무찌르는 데 혁혁한 전공을 올렸지 않은가?
쿠퍼는 자신이 알고 있는 소환마법진을 떠올려 보았다.
“취익… 아무래도 수가 많은 것을 소환하는 게 좋겠군, 취익.”
쿠퍼를 비롯해 마르시아, 준까지 같은 생각이었다.
날이 밝았다.
마르시아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쿠퍼가 마련한 방어력 중에서 1차 관문격인 오크전사들도 제대로 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늘은 어떤 것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먼저 클론들을 소환해 내보냈다.
쿠퍼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말벌 떼를 소환해 맞대응하도록 조치했다.
“큭큭, 그럴 줄 알았다. 오늘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스윽.
마르시아는 품속에서 미스릴로 만든 소환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물건을 꺼내었다.
“스콜피언이여, 잠에서 깨어나 나의 부름에 응하라!”
츠츠츠츠.
소환마법진에서 기이한 빛이 내뿜어지면서 공간이 이지러지자, 스콜피언 자이언트가 쏟아져 나와 오크전사들에게 돌격했다.
3m나 되는 거대한 전갈 떼로, 강력한 꼬리의 독과 튼튼한 집게 다리가 무기였다.
그러나 말벌 떼와 오크전사들이 협공하여 공격하자 압도적인 수에 스콜피언 자이언트가 뒤로 밀렸다.
이를 지켜보던 마르시아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는 다른 것을 소환했다.
“포이즌 스네이크여, 나의 부름에 응하라!”
츠츠츠츠.
강력한 독을 가진 3종류의 독사들이 소환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와 공격하기 시작했다.
보통 때 같았다면 아주 위력적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크전사들도 그동안 전투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라 독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크전사들도 보통의 오크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양측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평소보다 조금 일찍 준이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왔다.
스스스스.
준이 공중에 나타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엇, 벌써 싸움을 시작했구나. 으음… 역시 우려한 대로 드래곤이 개입했군.”
마르시아가 오른쪽에서 공격해 들어갔다면 준은 왼쪽으로 이동하여 즉시 소환마법진을 공중에 그리면서 소환주문을 중얼거렸다.
“앤트 자이언트여, 나의 소환에 응하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