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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하지만 신의 선물을 획득하여 연구하거나, 신의 아티팩트를 입수하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신마대전이 일어나 주신이 차원의 결계를 펼치기 전에 신의 물건을 중간계에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신의 힘 일부가 들어 있는 물건이라 이것을 잘만 흡수하게 되면 신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은 방대하고 차원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분명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천 년 후면 자신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기간이면 신의 아티팩트를 하나 정도는 입수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절대 헛된 망상이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충분했다.
“으핫핫핫, 내 일생에 가장 중요한 유희가 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구나.”
유희를 떠나기에 앞서 준비해둘 것들이 있었다.
먼저 가디언으로 삼았던 오우거와 그를 따르는 몬스터 100마리, 스톤 골렘 10기와 아이언 골렘 3기로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아 자신의 보물창고와 황금으로 만든 잠자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강력한 결계를 설치했다. 그런 뒤 다시 아이언 골렘을 10기로 늘려 최후의 관문에 배치했다.
두 번째 관문은 스톤 골렘 20기가 지키게 했으며, 레어의 입구는 오우거와 몬스터 100마리로 하여금 지키도록 조치한 뒤 유희를 떠났다.
이번 유희는 좀 특별한 것이었기에 보통 1백 년씩 하던 유희를 5백 년으로 잡게 되었다고 가디언들에게 일러두었다.
드라비아 왕국령의 우디 숲.
오늘도 준은 헬 바바 3세를 동원하여 오크들을 공격했다.
이제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시기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준은 헬 바바 3세로 하여금 오크들의 수를 줄이려고 했지만 이 방법은 실패였다.
비록 헬 바바 3세들이 오크들을 공격해 잡아먹고는 있었지만 헬 바바 3세들도 오크들에게 많이 죽었다.
오크는 1백 마리씩 부대로 무리를 이루면서 마법을 사용하는 오크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헬 바바 3세들의 피해가 큰 것이다.
물론 스톤 골렘과 아이언 골렘을 동원하면 훨씬 더 오크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아직 그것을 사용할 시기는 아니라는 판단 하에 그냥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이다.
“후후, 이번에는 편법을 조금 동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아티팩트를 꺼냈다.
매직미사일이 새겨져 있는 아티팩트와 파이어 애로우가 새겨진 것이었다.
각각 1백 개씩 헬 바바 3세에게 나누어주었다.
헬 바바 3세들은 하늘을 날면서 매직미사일 아티팩트와 파이어 애로우 아티팩트를 동시에 사용했다.
투투투퉁!
슈슈슈슝!
하늘을 온통 수놓은 매직미사일과 파이어 애로우는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 오크전사들에게 격중되었다.
유도기능이 있어 피해도 다시 공격해왔기에 결국 격중되고 만 것이다.
오크전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우수수 쓰러졌다.
헬 바바 3세들이 마법으로 공격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그 피해가 엄청났다.
“후후, 좀 더 도와줘야겠어. 블레이즈(Blades)!”
휘리리릭.
거대한 회전하는 칼날을 3개나 생성시켜 오크전사들에게 날려 보냈다.
갑자기 거대하며 고속으로 회전하는 칼날이 날아오자 오크전사들의 눈이 커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일었기 때문이다.
콰콰콰콰!
앞을 가로막는 오크전사들은 모두 몸의 일부가 잘리면서 우수수 쓰러졌다.
막강하던 오크 무리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 뒤로는 순식간이었다.
수백 마리의 오크전사를 작살내던 회전하는 칼날이 모두 소멸되어버렸다. 그제야 오크전사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토록 두렵게 느껴지던 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 확실하게 오크들의 수를 줄이지 못하면 앞으로 고전할게 뻔하니 8서클의 강력한 공격마법을 펼쳐야겠군. 플레임 레인(Flame rain)!”
플레임 레인은 공중으로부터 고열의 화염의 비를 내리게 하는 마법으로, 광범위한 것이 장점이다. 대량살상을 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화염계 공격마법이었다.
지속시간이 30분에 불과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오크들의 수를 줄이기엔 확실한 방법이었다.
쏴아아아!
“취익… 피해라, 취익!”
하늘에서 온통 화염의 비가 내렸기에 오크 백부장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피할 곳이 없었다.
오크전사들은 어디로 피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크아악!”
화염의 비 마법으로 오크전사 1만 마리 정도가 불타서 죽어버렸다.
오크들도 엄청난 마법에 정신이 멍한 상태였다.
화염의 비가 그쳤지만 오크들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그때였다.
헬 바바 3세들이 하늘을 날아서 오크들을 공격했다.
한 번 무너진 전열은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그제야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쿠퍼가 나타났다.
준은 아직은 쿠퍼와 싸울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는 즉시 헬 바바 3세들을 후퇴시켰다.
오늘 하루 동안 죽은 오크들의 수가 무려 3만 마리가 넘었다. 최근의 전투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쿠퍼는 오늘부터 신의 선물이 생성되는 곳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오크전사들이 많이 희생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콰아아아!
마르시아는 본체로 현신하여 하늘 높이 날아서 마케리안 대륙의 북부를 향해 날아갔다.
장거리 이동마법으로 단번에 날아갈 수도 있었지만 모처럼 레어 밖으로 나온 것이기에 하늘을 날아보는 것이었다.
수면기에서 깨어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아직 몸이 굳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날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신의 선물이 생성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게 이렇게 날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더 빨리 날아갈 수도 있었지만 여유롭게 날아왔기에 목적지인 우디 숲에 도착하기까지는 6일의 시간이 걸렸다.
“큭큭, 신의 선물이 생성되려면 아직도 9일이나 남았구나. 그동안 주위를 둘러봐야겠군.”
하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준의 헬 바바 3세가 오크 무리를 공격하는 상황이었다.
‘음… 저건 분명 연금술을 이용해서 만든 생명체 같은데?’
그러고 보니 오크전사들 사이에 바실 오크들도 있었다.
‘저 오크들도 보통 오크가 아니구나. 저것들도 분명 돌연변이들로, 연금술로 탄생시킨 게 분명해.’
구름 속에 숨어서 준과 쿠퍼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경옥 원석도 확인했다.
‘저것이 신의 선물을 생성하는 신물이구나.’
붉은 모래 속에도 강력한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르시아는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을 수정하기로 했다.
쿠퍼만 해도 9서클의 마법경지인 게 확인되었고, 준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적어도 9서클을 넘을 것 같았다.
‘어떻게 인간이 9서클을 넘을 수 있었지?’
자신과 비교해도 절대로 뒤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마르시아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해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를 유추할 수 있었다.
바로 쿠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이나 자신의 무력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으… 이런 일이!’
너무나 엄청난 사실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고룡인 자신에게, 특히 무력에서는 드래곤 중 최강인 레드드래곤인 자신에게 두려움이 생겼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조용히 구름 속으로 사라진 마르시아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한 야산에 내려섰다. 곧 작은 동굴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임시로 거처로 삼았다.
“신의 아티팩트를 수집하는 일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신의 선물에서부터 위기에 처했군.”
성질 급한 레드드래곤답지 않게 마르시아는 골드드래곤 못지않은 지혜와 침착함을 가지고 있었다.
“큭큭, 너희들이 먼저 연금술을 이용해 돌연변이들을 만들었으니 나도 약간의 반칙을 사용하마.”
스스스스.
마르시아는 자신의 아공간을 열었다.
그 속에서 미스릴을 대량으로 꺼내더니 마력으로 녹여 대형 미스릴판을 만들었다. 그런 후에 소환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마지막 공정으로 상급의 마나석을 무려 12개나 마법진에 박아 넣었다.
세심한 작업이라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지만 그만큼 효과가 큰 마법진이었다.
두 번째로 준비한 것은 골렘이었다.
레어를 지키는 강력한 골렘보다는 시간을 끌어만 줘도 되는 골렘을 만드는 것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보석과 중급의 마나석을 꺼내어 스톤 골렘을 200기나 만들었다.
나름대로 준비를 끝마친 마르시아는 준과 쿠퍼의 싸움을 구경하기로 했다. 자신은 기회를 보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신의 선물을 가로채기로 한 것이다.
드라비아 왕국령의 우디 숲 외곽.
스스스스.
준은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왔다.
스윽.
마법주머니 속에서 헬 바바가 들어 있는 보석함을 꺼내었다.
오늘은 우디 숲 외곽에서 공격하기보다는 붉은 모래가 있는 곳에 남아 있는 헬 바바 3세 4천 마리를 풀어보려고 했다.
‘후후, 비록 4천 마리의 헬 바바 3세가 전부 다 죽게 되더라도 걱정 없다. 성체가 된 헬 바바 3세 1만 마리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기온을 낮추어 전부 잠을 자도록 해두었기에 아직까지 수명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헬 바바 2세가 낳은 1만 마리의 3세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것들은 이제 3일만 있으면 성체가 된다.
신의 선물이 생성되려면 아직도 5일은 있어야 했다.
부우웅.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던 준은 붉은 모래가 내려다보이는 하늘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보석함에서 헬 바바 3세를 소환했다.
“헬 바바 3세들이여, 오크들을 잡아먹어라. 가랏!”
푸드드득.
헬 바바 3세 4천 마리는 하늘을 온통 수놓으면서 하강했다.
경옥 원석 앞에 자리를 마련하고 앉아 있던 쿠퍼는 감았던 눈을 뜨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취익… 또 놈이 나타났구나, 취익… 내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것 같으냐? 취익… 앱솔루트 배리어!”
츠츠츠츠.
투명하지만 절대적인 방벽이 펼쳐졌다.
헬 바바 3세는 앱솔루트 배리어를 뚫지 못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주위에 있는 오크전사들을 공격했다.
오크전사들이 많이 죽으면서 쓰러졌다.
헬 바바 3세들도 하나 둘씩 하늘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거나 오크전사들에게 목이 잘리면서 죽었다.
이미 수십 번이나 계속된 치열한 싸움으로 인해 서로의 약점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마르시아는 구름 속에 숨어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후후, 흥미롭군.”
연금술로 탄생한 헬 바바도 아주 강력했고, 오크들도 다른 곳의 오크들과는 확연하게 다를 정도로 강했다. 특히 오크전사들 중에 섞여 있는 바실 오크들은 오우거와 비슷할 정도의 무력이었다.
“저것들을 한 마리씩 사로잡아서 연구해봐야겠군.”
4천 마리에서 겨우 몇 백 마리로 확 줄어든 헬 바바 3세를 내려다보던 준의 마음은 쓰라렸다.
그때였다.
기회만 보고 있던 쿠퍼가 즉시 공격마법을 캐스팅했다.
“취익… 죽어라, 이놈! 매직미사일!”
슈슈슈슝.
무려 20발의 매직미사일이 생성되어 준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더블 캐스팅으로 파이어 볼도 생성하여 시간차 공격으로 날려 보냈다.
갑자기 매직미사일이 날아오자 준은 경공술을 이용하여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9서클의 경지에 올라 있는 쿠퍼의 마법이었기에 디스펠 마법을 펼치더라도 마법무효화를 시킬 수 없었다. 상대보다 월등한 마법 실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후퇴해야겠군, 제기랄!”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면서 방향을 몇 번이나 바꾸어보았지만 매직미사일은 여전히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더 이상 피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준은 즉시 텔레포트 마법으로 사라져버렸다.
목표물을 잃어버린 매직미사일과 파이어 볼은 공중에서 소멸되어버렸다.
그때, 기회만 보고 있던 마르시아는 즉시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을 숨긴 채 전장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헬 바바 3세 2마리와 바실 오크 2마리를 생포하여 은밀하게 사라졌다.
그것도 모른 채 계속 싸우고 있는 헬 바바 3세와 오크전사들…….
싸움은 결국 오늘도 오크전사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