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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푸드득.
헬 바바 2세 100마리가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올라 오크를 찾아 나섰다.
얼마 후, 오크와 조우하게 된 헬 바바 2세들은 오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오크들보다 훨씬 힘이 강한 쿠퍼의 수하 오크들이었지만 헬 바바 2세의 상대는 아니었다.
헬 바바 2세들은 자신들의 분신인 헬 바바 3세들의 먹이를 충당하기 위하여 오크들을 공격해 잡아왔다.
땡땡땡땡!
요란하게 종소리가 울리자 무장한 오크들이 모여들었다.
헬 바바 2세들은 그래도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오크가 보이면 공격했다.
준의 앞으로 헬 바바 2세들이 잡아온 오크가 쌓이자 보석함 속으로 빨아들였다.
보석함 속에는 있는 헬 바바 3세 1만 마리는 오크가 그 속으로 던져질 때마다 마음껏 뜯어먹었다.
아직 헬 바바 3세들은 다 성장하지 못했기에 오크를 상대하긴 이르다는 생각에 보석함 밖으로 불러내지 않았다. 이제 4일 정도만 더 있으면 완전한 성체가 될 것이다.
헬 바바 3세는 얼마나 먹성이 좋은지 하루에 오크 1마리 정도는 먹어야 될 정도였다.
처음에는 헬 바바 2세들이 유리했지만, 오크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조직적으로 맞서자 쉽게 공격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역시 헬 바바 2세들은 뛰어났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오크들을 공격했기에 아직까지도 유리한 상황이었다.
헬 바바 2세 1마리는 오크 10마리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워낙 떼로 몰려드는 오크들이라 1마리씩 희생되었다.
준은 어차피 내일까지밖에 살 수 없는 헬 바바 2세들이라 그런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공격하도록 조치했다.
오크들에게 공격당한 헬 바바 2세가 사지가 뜯겨 죽자, 오크들은 서로 달려들어서 살점을 뜯어먹었다.
용사의 피를 타고난 오크들은 이런 강인한 동물의 살점을 뜯어먹으면 자신도 그렇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난리였다.
헬 바바 2세는 등에 난 촉수를 이용하여 오크들을 마구 죽였지만 워낙 수가 많았기에 결국 1마리씩 희생당했다.
얼마 후, 결국 100마리의 헬 바바 2세들이 모두 오크들에게 당하여 쓰러졌다.
오크들은 헬 바바 2세를 서로 잡아 뜯어먹었다.
오크들의 수가 워낙 많았기에 100마리의 헬 바바 2세는 얼마 되지 않아서 뼈만 남았다.
오크들은 그 뼈를 전리품이라 생각하고는 자랑스러워했다.
‘오크들도 보통이 아니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수를 줄일 필요가 있겠어.’
오크의 힘을 확인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강했다.
수도 얼마 전보다 더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헬 바바 3세를 이용해 게릴라식으로 공격해 수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후후, 일단은 헬 바바 3세들을 먹일 오크를 충분하게 확보했으니 됐어. 그만 돌아가야지.’
스스스스.
준은 텔레포트 마법으로 사라져버렸다.
오크 왕 쿠퍼가 현장에 나타나서 조사해보니 자신의 부하 오크들이 이미 공격해온 헬 바바 2세들을 전부 잡아 죽인 뒤였다. 이에 쿠퍼는 매우 흐뭇해했다.
‘취익… 흐흐, 나의 수하들이 잘하고 있구나, 취익. 곧 신의 선물이 생성되면 나는 대륙을 오크들의 세상으로 만들 것이다, 취익.’
비록 오크들이 2천 마리 정도 희생되었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하들이 무려 10만 마리에 달했기 때문이다.
쿠퍼는 수하 오크들의 배치 상태를 확인해보면서 자신의 주거지인 동굴로 돌아갔다.
스스스스.
준은 데카 호수로 돌아왔다.
우디 숲에 간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각자 롱소드를 쥐고 열심히 스네이크 검술을 연습 중이었다.
“으음, 글리아나의 스네이크 검술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군. 헌트와 하그리는 아직도 수련을 더 해야 되겠지만 말이야.”
준이 다가가자 글리아나가 한창 하던 검술 연습을 중지하고 뒤돌아섰다.
“준, 어디 갔었어?”
“응, 근처를 돌아다녀 봤어.”
“나도 데려가지.”
“미안, 다음에는 데리고 갈게. 그건 그렇고, 이제는 글리아나가 스네이크 검술을 상당하던데?”
“저…정말?”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대지의 검술을 익혀보는 게 어때?”
“대지의 검술이라고 하면 대륙의 3대 검술 중 하나잖아?”
“그래 맞아. 스네이크 검술도 대륙의 3대 검술 중 하나이지만 대지의 검술도 그렇지.”
“그럼 나에게 알려줘.”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자, 대지의 검술이야.”
준은 대지의 검술서를 글리아나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글리아나는 책을 펼쳐보았다.
“글리아나, 대지의 검술은 네스란 남작이 창안한 검술이야. 파워를 앞세운 검술이라 단순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그와 상대해서 이긴 자는 전무했어.”
“대지의 검술이 그 정도였어?”
“그럼. 일단 내가 시범을 보여줄 테니 잘 봐.”
“응.”
쉬쉬쉭, 파팟.
준이 롱소드로 대지의 검술을 펼쳤다. 아주 부드럽고 유연했다. 하지만 힘을 앞세운 검술이라서 그런지 아주 위력적이었다.
“아… 대단해.”
“그렇지? 대지의 검술을 어느 정도 터득하게 되면 번개의 검술도 가르쳐줄게.”
“그럼 준은 대륙의 3대 검술을 모두 알고 있었던 거야?”
“이것보다 더 뛰어난 검술도 알고 있으니 가르쳐줄게.”
“대륙의 3대 검술보다 더 뛰어난 검술도 있어?”
“당연하지. 일단 대륙의 3대 검술을 다 익히면 알려줄게. 기대해.”
“알았어. 헌트와 하그리에게도 알려줄 거지?”
“아직 안 돼. 스네이크 검술을 제대로 익히면 알려줄 거야.”
“그럼 그렇게 해.”
“글리아나, 데카 호수에서 두 달 정도 더 보낸 후 길을 떠날 건데, 괜찮지?”
“응, 알아서해. 난 이곳에 머물 동안 검술을 익힐 거야.”
“고마워, 글리아나.”
쉬이잇, 파팟!
글리아나는 준이 시범으로 보여준 대지의 검술을 수련했고, 준은 옆에서 지켜보았다.
스스스스.
준은 헬 바바 3세들의 먹이를 조달하기 위하여 우디 숲으로 텔레포트했다.
스윽.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헬 바바가 들어 있는 보석함을 꺼내었다.
“나오너라, 헬 바바 3세들이여!”
츠츠츠츠.
준의 명령에 의해서 헬 바바 3세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무려 1만 마리나 되었다.
“너희들의 먹이가 숲속에 있다. 마음껏 잡아먹어라. 가랏!”
준의 손짓에 헬 바바 3세들이 우디 숲으로 달려갔다. 일부는 날아갔다.
헬 바바 3세들은 태어난 지 8일밖에 안 되었기에 성체가 되려면 2일이나 더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헬 바바의 먹이를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오크들을 잡아먹도록 한 것이다.
오크들과 싸우게 되면 헬 바바 3세들의 수도 줄어들고 살아남은 것들은 포식하게 되는 것이니 일석이조의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며칠 있으면 헬 바바 1세가 다시 100마리의 2세를 낳을 것이고, 그들이 10일이 지나면 1만 마리의 3세를 낳을 것이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우디 숲에는 오크들의 수가 너무 많았기에 그들의 수를 줄이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이다.
땡땡땡.
우디 숲속에서 종소리가 크게 울렸다.
오크마을에서 헬 바바의 습격 사실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준은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 높은 곳으로 떠오른 뒤 투명화 마법을 펼쳤다. 그러자 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준은 높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헬 바바 3세들과 오크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오크들의 무장 수준이 높고 용맹했지만 아직까지는 헬 바바 3세들에게 밀리는 상황이었다.
완전하게 성체가 되면 더욱 강해질 헬 바바 3세였지만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허기진 헬 바바 3세들은 오크를 공격해 쓰러뜨린 후 그 자리에서 오크를 뜯어먹었다.
오크들의 수도 많았지만 헬 바바 3세들이 무려 1만 마리나 되었기에 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 동굴 속에 있던 오크 왕 쿠퍼가 등장했다.
쿠퍼는 등장함과 동시에 마법을 캐스팅하더니 파이어 볼을 날렸다.
쿠콰쾅!
폭음이 터지면서 파이어 볼이 흩어져 주위에 있던 헬 바바 3세들을 덮쳤다. 이에 수십 마리의 헬 바바 3세들이 충격을 받아 큰 부상을 입고 쓰러졌지만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다.
당황한 쿠퍼는 눈을 치뜨며 수하들에게 공격을 지시했다.
오크들은 상처를 입은 헬 바바 3세를 공격해 목을 자르면서 확실하게 죽여 버렸다.
“괴물의 약점은 목이다, 취익. 목을 공격하라, 취익.”
쿠퍼의 말에 오크들은 뒤로 밀리면서도 헬 바바 3세의 목을 공격해 쓰러뜨렸다.
처음보다는 확실히 승기를 잡게 되자 오크들도 점점 사기가 올라갔다.
‘역시 쿠퍼는 지능이 있어서 지휘를 잘하는군. 헬 바바 3세들의 피해가 제법 크니 오늘은 여기에서 멈춰야겠어.’
준은 하늘을 날아서 숲속에 내려선 뒤에 헬 바바 3세들을 불러 모았다.
헬 바바 3세들이 하늘을 날아서 후퇴하자 오크들도 더 이상 추격하지 않았다.
준은 헬 바바 3세들을 보석함 속으로 빨아들인 후 그곳에서 사라져버렸다.
쿠퍼는 당황했다.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두 번씩이나 처음 보는 괴물이 공격해오자 수하들의 피해가 커졌다.
“취익… 나의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괴물로 인해서, 취익… 1만 2천 마리나 희생되었군, 취익.”
보통의 오크들은 1년이면 성체가 되며, 암컷은 1번에 새끼를 10마리씩 낳는다. 1년에 3번까지 임신이 가능하며, 먹이만 충분하다면 금방 수를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에는 신의 선물이 생성되니 그게 문제였다.
그때까지만 수하들이 잘 막아준다면 다시 1만 년이라는 시간이 자신에게 주어지기에 얼마든지 오크 왕국을 개국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일이 틀어진다면 오크들의 앞날은 암울함만이 가득할 것이기에 그것이 걱정스러웠다.
쿠퍼는 자신의 거주지인 동굴로 향했다.
원래는 그리 크지 않은 동굴이었지만 화염계 마법을 이용하여 바위를 녹여서 땅속 100m까지 파고 드래곤 레어처럼 큰 공동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자신의 마법 실험실로 만들었다.
쿠퍼가 생각하는 오크들은 지능이 떨어지며 공격적이다. 또한 손쉽게 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쿠퍼가 신의 선물을 복용하고 수명이 무려 1만 년이나 늘어났기에 오크 중에서는 가장 오래 산 것이 바로 쿠퍼였다.
보통 오크들은 수명이 20년 정도 되지만 대부분 다른 몬스터나 인간족에게 학살당하기에 제대로 수명을 채우는 오크는 드물었다. 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배우고 익힌 마법을 이용하게 되었다.
연금술을 이용해서 우수한 오크들을 탄생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100년을 조금 넘겼다.
건강한 암컷 오크를 100마리나 준비해서 자신의 정액으로 일단 수정시킨 다음 마법의 연금술을 이용해 일종의 돌연변이 오크를 낳도록 만들었다.
마법의 연금술을 이용해서 탄생한 오크들은 보통의 오크들보다 두 배나 힘이 세고 지능도 훨씬 높았지만 쿠퍼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한참이나 떨어졌다.
쿠퍼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실험을 하게 되었다.
수백 번의 실험을 통해서 5년 전에 드디어 원하던 오크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무려 100년 만에 큰 결실을 거두게 된 것이다.
원래 오크들은 약간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주 단순했다. 하지만 자신이 마법의 연금술을 이용해 낳은 자식들은 모두 보통의 오크들보다 5배 정도 힘이 강하며, 트롤의 재생력도 가지고 있었기에 어지간한 상처는 바로 아물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지능도 인간족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졌으며, 수명도 300년으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렇게 탄생한 오크들을 쿠퍼는 ‘바실(Basil) 오크’라 불렀다. 위엄 있는 오크라는 뜻이었다.
인간족과 비슷한 지능을 가졌기에 보통의 오크들처럼 미개한 몬스터가 아니라 당연히 ‘위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