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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퍼퍽!
헬 바바 2세의 옆구리와 한쪽 팔이 잘려 떨어졌다. 중상이었다. 그러나 그 광경은 곧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스스스슷.
옆구리에 입었던 상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아물고 있었으며, 잘린 팔도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엘린 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 도망쳐야 합니다.”
“영지병들은 어쩌구요?”
“그들을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저 괴물들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어서요.”
엘린은 이번에도 복수가 실패로 끝나자 너무 분했다.
입술을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피가 흘렀지만 패배의 아픔이 더 컸다.
스윽.
엘린은 품속에서 마법의 스크롤을 꺼낸 뒤 찢었다.
번쩍!
빛과 함께 엘린과 로니가 사라져버렸다.
얼마 후 500명이나 되던 영지병들이 모두 헬 바바의 식사가 되어 사라졌다.
준이 보석함을 치켜들자 헬 바바 2세 100마리가 모두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헬 바바 1세는 준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가장 늦게 보석함 속으로 들어갔다.
“후후, 역시 헬 바바는 대단하구나. 곧 헬 바바 3세 1만 마리가 태어나게 된다. 그럼 오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군.”
브라이언 자작의 영지병 500명이 모두 헬 바바에게 잡아먹히자 무기와 갑옷은 그대로 남았기에 수거해서 아공간 속에 넣어두었다.
다음날 준은 게르를 회수해서는 야영지를 이동했다.
이곳은 이미 적들에게 들켜버렸기 때문에 일행들도 반대는 없었다.
두 번째로 자리 잡은 야영지는 크지는 않지만 폭포가 있는 곳이었다. 외부에서 보면 잘 드러나지 않도록 나무가 많은 곳에 게르를 설치한 뒤 결계도 설치했다. 나무덕분에 더욱 결계를 발견하기 힘들었다.
“후후, 이 정도로 나무에 위장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면 지난번처럼 쉽게 들키지는 않겠어.”
야영지를 옮기고 난 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헌트와 하그리는 특별히 식사준비를 하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기에 자유시간이 많아서 검술수련에 몰두했다.
준에게서 받은 스네이크 검법서로 수련하면서 준에게서 하루에 한 번씩 개인지도를 받았기 때문에 드디어 소드익스퍼트 초급에 들 수 있었다.
준은 헌트와 하그리에게 천왕대심공을 가르쳐줄 수는 없었기에 간단한 내공심법을 창안했다. 그리고 그것을 내공심법서로 만들어 그들에게 주었다.
“준 님, 이것이 무엇입니까?”
“헌트와 하그리는 이제야 겨우 마나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되었어. 게다가 아직 검술이 미흡해. 물론 스네이크 검술을 계속 수련해서 초식은 나아졌다. 하지만 그것을 펼칠 수 있는 마나가 너무 부족하기에 이것을 주는 것이다.”
“그럼 이게 마나를 몸속에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이군요?”
“그렇다. 이것의 이름은 마나심법이라 명명했다.”
“마나심법이라고요?”
“그래. 이것은 호흡을 통해 자연에 있는 마나를 몸속으로 끌어 모을 수 있는 비법이야. 아침과 저녁에 내가 하는 것처럼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하게 되면 하루가 다르게 마나를 몸속에 끌어 모을 수 있게 되지. 열심히 하면 소드마스터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될 거야.”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 분명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어.”
준은 헌트와 하그리에게 반나절 동안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통해 마나를 하단전에 끌어 모으는 법을 가르쳤다.
이들은 마나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기에 빠른 진척을 보였다. 그들은 겨우 반나절 만에 내공심법을 운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후후, 재능이 있군. 조만간 소드마스터를 볼 수 있겠는데?”
헌트와 하그리는 마나심법에 심취해서 열심히 수련에 임했다.
준은 이번에는 글리아나에게 마나심법을 가르쳤다.
이미 글리아나는 소드익스퍼트 상급 수준이었기에 준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금방 이해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나심법을 운용하자 금방 하단전에 막대한 마나가 모여 들었다. 이미 글리아나는 심장 부근에 마나고리가 7개나 있었지만, 몸 전체에 퍼져 있던 마나가 더 많았다. 마나심법으로 인해 그것들이 하단전에 빠르게 모여 들었다.
마나심법에 심취해 있던 헌트와 하그리가 가부좌를 풀고 일어나 준에게 다가오자 준은 글리아나의 수련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조용히 그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글리아나는 마나가 하단전에 모여들자 묘한 희열을 느끼면서 푹 빠져버렸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잊은 채 오직 마나심법을 운용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벌써 하루가 지나갔지만 글리아나는 깊은 명상에 들어 있었다.
글리아나가 걱정되는지 헌트가 준에게 나직이 말했다.
“준 님, 저렇게 두어도 괜찮을까요?”
“후후, 걱정 마. 너희들도 훗날 열심히 마나심법을 수련하면 글리아나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명상에서 깨어나면 소드마스터가 될 것이다.”
“아… 그럼 저렇게 있는 것이 소드마스터에 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글리아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는 것이지.”
그제야 헌트는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글리아나는 갑자기 심장부근에 있던 마나고리가 힘차게 휘돌자 그것을 지켜보았다.
츠츠츠츠.
빛이 일어나면서 마나고리가 하나 더 생성되기 시작했다.
‘아! 마나고리가 하나 더 생성되려고 한다!’
잠시 후, 마나고리가 완전히 생성되면서 힘차게 휘돌았다. 8개의 마나고리가 생성되면서 이제는 8서클의 경지에 든 것이다.
‘드디어 8서클에 올랐어. 이는 분명 마나심법의 영향인 것 같아.’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하단전에 있던 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몰랐지만 그대로 관조하기로 했다.
스르르.
갑자기 글리아나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주위의 대기가 요동쳤다.
준은 글리아나 곁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글리아나, 드디어 환골탈태의 과정에 들었구나.”
글리아나는 이제까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을 8서클에 오르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곧 검술에도 적용되어 마나심법도 깨달았다.
쩌쩌쩍.
피부가 갈라지면서 솜털과 머리카락까지 일시에 빠져버리더니, 몸이 최상의 신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두둑, 우둑.
뼈가 어긋나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몸의 내부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더니 피부 속에서 불순물이 흘러나왔다. 그 과정이 모두 끝나자 이번에는 피부가 벗겨지고 새로운 피부가 돋아났다. 머리카락도 새로 자라났다.
환골탈태의 과정은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다.
몇 시간이나 계속되던 환골탈태의 과정이 모두 끝나자 글리아나의 몸은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글리아나가 감았던 두 눈을 뜨자 안광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눈빛이 더욱 그윽하고 아름다워졌다. 깨달음을 얻었기에 기쁨의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예전에도 눈부신 미모를 자랑했지만 이젠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준은 그제야 글리아나에게 다가가서 나체의 몸을 옷으로 덮어주었다.
“수고했어, 글리아나.”
“준, 내가 어떻게 된 거지?”
“깨달음을 얻어서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선 거야.”
“정말 그런 것 같아. 마나고리가 8개가 되어 이젠 8서클이 되었어. 또한 준이 가르쳐준 하단전이라는 곳에도 막대한 마나가 모여 있어.”
“그럴 거야. 중요한 것은 글리아나가 환골탈태 과정을 겪었다는 거야.”
“환골탈태 과정?”
“응, 쉽게 말하면 최상의 신체로 재구성되었다고 보면 돼. 이전의 피부가 벗겨지고 머리카락도 빠졌지만 모든 것이 새로 자라났거든.”
그제야 글리아나는 자신이 옷을 벗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피부가 더욱 매끄럽고 좋아졌으며, 머리카락도 너무 좋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 혹시 내 얼굴도 변한 거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더욱 아름다워졌어.”
“정말이야?”
“그래, 거울을 보면 알거야.”
준이 내민 거울을 받아든 글리아나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눈이 커졌다. 훨씬 더 아름다운 얼굴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아름다워졌다니, 놀라워.”
“이제 소드마스터에 오른 것 같으니 오러 블레이드를 한번 펼쳐봐.”
“정말이야?”
“그래. 롱소드를 줄 테니 한번 해봐.”
“알았어. 정말 내가 소드마스터가 된 것일까?”
반신반의하던 글리아나는 준이 내민 롱소드를 받아들고는 검신에 내공을 주입해보았다.
츠츠츠츠.
준의 말대로 롱소드의 검신을 푸른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감싸면서 1m나 늘어났다.
“아… 정말 내가 오러 블레이드를 펼쳤어.”
“거봐, 이젠 글리아나는 소드마스터가 된 거야. 축하해!”
“고마워. 이 모든 게 준 덕분이야.”
“아니야, 글리아나의 노력이지.”
“그렇게 말해도 난 알아.”
글리아나가 눈을 감으면서 입술을 내밀자 그녀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는 준은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키스였기에 더욱 감미롭고 황홀했다.
푸드득.
데카 호수 물에서 헤엄치던 새들 수십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치 이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듯했다.
쉬쉬쉭, 파팟.
헌트와 하그리는 롱소드를 손에 쥐고 스네이크 검법을 열심히 수련하고 있었다.
글리아나가 소드마스터가 된 것을 분명히 보았기에 자극을 받아서 이렇게 열심히 검술 수련에 임하고 있는 것이었다. 비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네이크 검법서를 보고는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기에 좀 더 검술을 수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는 1만 마리의 헬 바바 3세가 태어났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격계 마법을 이용해 데카 호수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수백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것을 헬 바바 3세의 먹이로 넣어주자 수가 많아서인지 금방 다 먹어버렸다.
“음… 헬 바바 3세의 먹이가 부족하겠어.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겠는데?”
준은 이윽고 마법주문으로 페밀리어(Familiar)를 생성했다.
심부름시키기에는 안성맞춤인 마법의 생명체였다.
붕붕, 부우웅.
작은 곤충으로 생성된 페밀리어 10마리는 준의 명을 받고 사방으로 날아갔다.
얼마 후, 페밀리어가 찾아낸 것은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오크 마을이었다.
오크 800마리가 살고 있는 마을이었는데, 헬 바바 2세 100마리를 풀어놓았더니 금방 전멸 당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페밀리어가 찾아낸 곳에서는 수백 마리의 야생소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헬 바바 2세들이 하늘을 날아서 공격해 야생소 떼를 전멸시켰다. 전부 3세의 먹이가 된 것이다.
페밀리어가 또 찾아낸 곳에는 하위 몬스터인 고블린이 살고 있었다. 2천여 마리나 됐지만 헬 바바 2세의 상대는 아니었다.
이렇게 헬 바바 2세들이 사냥한 곳에는 하위 몬스터와 동물들의 씨가 마를 정도였다.
헬 바바 3세들은 날로 성장해갔지만, 그와는 반대로 헬 바바 2세 100마리는 수명은 다되어 갔다.
‘으음… 헬 바바 2세들의 수명이 다되었구나. 이들을 그냥 죽게 내버려두기보다는 마지막으로 써먹어야 해. 신의 선물이 있는 곳으로 가봐야겠군.’
게르 밖으로 나왔더니 한쪽에서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가 각각 검술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준은 잠시 그들을 지켜보다가 이윽고 순간이동 마법을 캐스팅했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텔레포트!”
스스스스.
우디 숲에는 오크 왕인 쿠퍼가 살고 있었다.
오크들은 신의 선물을 차지하기 위하여 경옥 원석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자리를 잡고 오크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아직 신의 선물이 생성되려면 60일 정도가 남았지만 벌써부터 쿠퍼는 수하 오크들에게 철저하게 일러 이곳을 지키도록 해두었다.
그는 하루하루 다가오는 신의 선물을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스스스스.
준이 텔레포트해 왔다.
마력을 이용해서 주위를 살펴보았더니 30일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으음, 쿠퍼라는 오크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잘되었어. 헬 바바 2세를 이용해 오크의 수를 줄여둬야겠군.”
스윽.
준은 보석함을 꺼내어 헬 바바 2세를 불러냈다.
“가라, 가서 마음껏 오크들을 잡아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