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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깨어난 글리아나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 너무 멋져…….’
스윽.
그때 준이 고개를 숙이자 글리아나의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술이 포개어졌다.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자 준이 말했다.
“잘 잤어?”
“응, 너무 달콤하게 잤어.”
“오늘은 물고기를 잡아서 요리해줄까?”
“물고기 요리?”
“응. 여러 가지 요리를 할 수 있어.”
“음… 그럼 몇 마리만 잡아서 요리해줘.”
“알았어. 큰 놈으로 잡을게.”
준은 고깃덩어리를 몇 토막으로 자르더니 감각을 집중했다.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의 파동이 느껴졌다.
“후후, 물고기가 많이 있었군. 큰 놈으로 낚아야지.”
휘휘휙.
토막 낸 고깃덩이를 호수에 집어던졌다.
그러자 고기의 냄새를 맡고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서로 고깃덩이를 먹으려고 야단일 때 준의 마법이 캐스팅되었다.
“간단하게 기절만 시켜야 되겠군. 일렉트릭 스파크(Electric spark)!”
파지지직.
전기의 불꽃이 물에 작렬하자 순식간에 감전된 물고기들이 떼로 기절해서 수면 위로 둥둥 떠올랐다.
언젠가 민물고기를 대량으로 잡기 위해 배터리를 이용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다. 비록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스윽.
수면 위에 떠 있는 물고기가 모두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준의 손짓에 따라 이동되어 한쪽에 놓여졌다.
오염이 안 되고 먹이가 풍부해서인지 물고기가 보통 1m는 넘었다. 개중에는 2m에 육박하는 물고기도 3마리나 보였다.
그렇게 한 번에 모두 34마리나 되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한쪽에서 열심히 검술 연습을 하던 헌트와 하그리가 어느새 물고기 옆으로 달려와 있었다.
“우와…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한 번에 많은 물고기를 잡는 건 처음 봅니다.”
“하하, 그런가? 오늘은 잡은 물고기로 요리를 해먹을 거야.”
“아주 맛있겠습니다.”
준은 저절로 경각심이 일었다.
아름다운 호수라고 아무것도 모르고 물속에 뛰어들었다면 저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세계는 호수의 물고기까지 이렇게 크구나.’
잡은 물고기를 살펴보았더니 3가지 종류였다. 모두 독이 없는 것들로,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물고기였다.
그래서 종류가 다른 것들 중에서 가장 살이 연하고 맛있다는 패삭이라는 물고기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급속냉동시킨 후 아공간 속에 넣어두었다.
한 마리의 물고기도 매우 컸기에 비늘을 먼저 제거하고 내장과 피를 빼내어 호수 속으로 던졌다.
뼈를 제거하고 칼집을 넣어 소금을 뿌려 구이로 만들고, 일부는 냄비에 물을 붓고 탕을 만들어 먹기로 결정했다.
한쪽 냄비에는 쌀밥을 지었다.
따끈한 쌀밥에 생선구이를 먹으면 아주 맛있기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아, 김치 생각이 간절해지는구나. 언제 시간이 나면 김치 재료가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석쇠에 생선살을 놓고 숯불에 굽기 시작했고, 한쪽에서는 맑은 탕과 매운탕을 만들었다.
4명이서 1.3m나 되는 물고기 한 마리를 먹기에는 많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지글지글.
석쇠에서 익어가는 소리가 더욱 먹음직스러웠다.
보글보글.
그 옆에는 냄비 속에서 매운탕과 맑은 생선탕이 맛있게 끓고 있었다.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자 모두 아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아주 여유롭게 요리를 만들어 먹으면서 이 상황을 즐겼다.
하늘에는 붉은 달인 레드 문이 떠 있었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든 밤이었다.
레드 문은 6일 동안 뜨고 지는데 이런 시기에는 몬스터가 흉폭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여행자들이나 상단에서도 되도록이면 이동을 자체한다. 어쩔 수 없이 이동을 해야 할 때에는 평소보다 많은 용병들을 고용하여 각별히 주의하면서 이동한다.
사사삭 사삭.
풀숲을 가로 지르면서 이동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데카 호수를 수색하고 있었는데, 100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데카 호수 주변으로 이렇게 100명씩 무리를 이루면서 수색하는 자들은 5개 조로, 모두 500명이나 되었다.
가죽갑옷을 입고 중무장을 한 것으로 보아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었다.
이들은 브라이언 자작의 영지병들이었다.
이들의 지휘자는 바로 엘린이었다.
그녀를 보조하는 자로는 로니가 임명되었다.
“엘린 님, 놈이 여기에서 야영하고 있을까요?”
“틀림없어요, 로니. 기병대의 보고로는 분명 데카 호수로 가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자가 왜 여기에 왔을까요?”
“여기에는 특별한 게 없으니,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
“소문으로는 그자가 아주 마법에 능하다고 했는데, 500명으로 될까요?”
“흥! 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는 500명을 상대하지 못해요. 그도 인간이니 분명히 지칠 거예요.”
“강력한 공격마법을 퍼붓는다면 피해가 클 것인데… 걱정입니다.”
“실드마법이 새겨져 있는 방패를 준비했으니,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놈은 분명 마법을 쓸 것이니 흩어져 화살공격을 퍼붓거나 석궁으로 놈을 공격한다면 우리가 유리할 것입니다.”
“저번처럼 결계를 쳐놓았을 테니 잘 살펴봐야 해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놈을 꼭 사로잡아서 내가 받은 고통을 되돌려줄 거예요.”
얼마 후, 로니는 결계의 기운을 느끼고는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내었다.
보통은 결계의 마법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데, 로니는 마법사라 침착하게 주위를 살펴보았기에 결계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 5서클 마법사는 그냥 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로니가 엘린에게 수신호로 알리자 엘린과 영지병들이 그녀 곁으로 모여들었다.
500명이 한곳으로 모이면서 소리 없이 조심하면서 서서히 앞으로 이동했다.
“로니, 결계가 어디에 있나요?”
“예, 저기 앞쪽에 100m 정도 떨어진 곳을 자세히 보시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엘린은 로니의 말대로 자세하게 살펴보자 주위와 조금 다른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저렇게 은밀하니 찾기가 쉽지 않았군요?”
“그렇습니다. 보통 결계가 아닙니다.”
“알아요. 그때도 워낙 견고한 결계라 쉽게 파괴되지 않았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엘린 님께서 다른 방법을 준비하셨을 거라 생각되는데, 제 생각이 맞는 겁니까?”
“호호, 잘 봤어요. 아빠께 이걸 받았죠.”
엘린은 품속에서 손바닥 절반 크기의 검은 상자를 꺼냈다.
로니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말했다.
“혹시 이…이게?”
“맞아요. 첼이에요.”
“아… 역시 그랬군요.”
“이것이라면 저까짓 결계는 충분히 파괴할 수 있을 거예요.”
“그…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첼(Chel)은 암흑의 연금술로 서로 다른 3개의 유전자를 융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다.
오우거의 몸에, 등에는 문어의 다리가 6개나 달려 있다. 또한 상처를 입어 몸의 일부가 뜯겨지더라도 금방 재생된다. 트롤과 같은 재생력을 가지고 있기에 무서운 생명체였다. 특이한 점은 검은 상자를 가진 주인의 명에 절대 복종한다는 것이다.
“첼이여, 저 결계를 부수어라. 어서!”
크르르르.
첼은 늑대의 것과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결계를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러나 준은 알람마법을 통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엘린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후후, 저 괴물을 믿고 있는 모양이군.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볼까?”
퍽퍽퍽.
첼이 무식하게 결계에 주먹질을 해댔지만, 그 정도의 물리력으로는 파괴될 결계가 아니었다.
화기 치민 첼은 두 눈을 붉게 물들이면서 손에서 검은 연기를 만들어냈다. 연기는 스르르 뭉치더니 이내 몽둥이로 변했다. 검은 연기의 정체는 바로 암흑의 기운이었다.
쾅쾅쾅!
첼의 주먹질보다는 몇 배나 강력한 몽둥이 공격이었기에 결계가 많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잘 버텨주고 있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결국 파괴되겠군. 내가 나서야겠어.”
준은 왼손에 내력을 끌어 모은 뒤 가볍게 일장을 날렸다.
퍼억!
첼은 가슴에 일장을 맞고 뒤로 날아가 떨어졌다.
가슴에는 손도장이 찍혀 있었다. 손 모양대로 약간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 수 있었다.
스스스스.
트롤의 재생력을 가진 첼이기에 충격을 받았던 곳이 금방 원상복구되었다.
스윽.
다시 일어난 첼은 결계를 향해 달려왔지만 또다시 날아온 일장을 맞고 뒤로 튕겨져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상체를 일어났다.
“호오? 그걸 맞고도 일어나네? 그럼 이것도 한번 받아 보거라. 매직미사일!”
슈슈슈슝.
10발의 매직미사일이 준의 손끝에서 생성되어 첼에게로 날아가 격중되었다.
퍼퍼퍼퍽!
맞을 때마다 흔들리는 상체는 매직미사일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크르르르!
첼이 괴로운 비명을 질렀지만 상처는 금세 회복되었다.
불길이 이글거리는 파이어 볼이 결계 안에서 날아왔다.
첼은 오우거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허공으로 도약하면서 피해버렸다.
뒤쪽에 은신하면서 지켜보던 영지병들에게 파이어 볼이 날아와 폭발했다.
콰쾅!
“으악!”
“커억…….”
예상치 못하고 있던 영지병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꼴이었다.
“이익, 놈에게 들켜버렸다! 공격해!”
“공격하라!”
“와아아아!”
엘린의 명령에 영지병들이 결계를 향해 달려왔다.
그 수가 500이나 되었기에,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보석함을 꺼내었다.
“후후후, 너희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그에 맞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구나. 헬 바바여, 나오너라.”
스스슷.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포식할 기회가 찾아왔다. 가서 저것들을 잡아먹어 버려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헬 바바가 텔레파시로 분신들을 부르자 보석함 속에서 100마리의 헬 바바 2세들이 튀어나왔다.
푸드득.
날개를 가지고 있는 헬 바바였기에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공격해오는 영지병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괴…괴물이 나타났다!”
“윽… 살려줘!”
헬 바바는 독을 가진 4개의 촉수로 영지병들을 휘감아서 잡아먹기 시작했다.
첼도 제법 강한 마법의 몬스터였지만 헬 바바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헬 바바 2세들이 3마리나 달려들어 공격하자 첼은 연신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결국 첼은 헬 바바 2세들에게 잡아먹혀 버렸다.
제법 무장한 영지병들이라고는 하나 헬 바바의 상대는 아니었다.
“아악!”
“크억!”
너무나 일방적인 상황에 겁을 집어먹은 영지병들은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헬 바바는 날개를 가지고 있었기에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도망치는 영지병들을 잡아먹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엘린과 로니는 즉시 화염계 마법인 파이어 볼을 생성하여 헬 바바에게 던졌다.
콰쾅!
키에엑!
파이어 볼에 맞은 헬 바바 2세 2마리가 추락했지만 상처가 금방 아물면서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익, 매직미사일!”
슈슈슝.
5발의 매직미사일이 발사되어 하늘을 날고 있는 헬 바바 2세를 맞추었지만, 땅으로 추락한 헬 바바 2세는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엘린과 로니를 보고는 달려왔다.
“죽어, 괴물아! 블레이즈!”
회전하는 칼날 2개가 생성되어 달려오는 헬 바바 2세에게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