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91화 (9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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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두두두두.

이번에는 30명의 기병들이 달려 나오면서 화살을 쏘았다.

슈슈슝!

화살은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준이 나섰다.

마력으로 지름이 10m나 되는 거대한 마법의 손을 형성시켜 날아오는 화살을 모두 튕겨버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거대한 손이 달려오는 기병들에게 떨어졌다.

기병들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면서 기마술로 각자 알아서 피해보려고 옆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나 손이 워낙 빠르게 움직였기에 미처 피하지 못한 자들은 그대로 말과 함께 손바닥에 깔려버렸다.

그들은 죽지는 않았지만 심한 부상을 입고 신음했다.

마법의 손바닥을 피한 12명의 기병들 중에는 창을 던지는 자가 있는가 하면 화살을 쏘는 자도 있었다.

준의 눈에는 그런 공격이 어린아이의 장난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 했으면 그만두었어야지. 꼭 당하고 후회한다니까. 매직미사일!”

츄츄츄츙.

12발의 매직미사일이 생성되어 기병들에게 빠르게 날아갔다.

기병들은 날아오는 매직미사일을 피해보려고 했지만 유도기능이 있는 데다 준의 의지에 따라 허공에서 자유자제로 기이하게 움직이는 매직미사일을 피하지는 못했다.

퍼퍼퍽!

“아악!”

“커억!”

이히힝!

기병들의 비명과 말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기병들이 우수수 말에서 떨어졌다. 일부는 말과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이 정도면 전혀 상대가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도 불구하고 남은 50명의 기병들이 속도를 내면서 달려왔다.

“무모한 자들이군.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지. 어스 쉐이크!”

드드드드.

대지를 흔드는 마법, 즉 지진을 일으켰다.

“우왁! 지…지진이다!”

기병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말과 함께 모두 쓰러졌다.

준이 화염계 마법이나 회전하는 칼날을 형성하여 날렸더라면 기병들이 전부 즉사했을 테지만 굳이 저들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진을 일으키는 마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다가닥 다가닥.

준과 그 일행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기병들의 옆을 지나쳤다.

그때였다.

쓰러져 있는 기병 중 한 명이 창을 집어 들자 살기를 머금은 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모한 짓은 하지 마라. 죽는다.”

“으으… 젠장.”

정신은 그렇지 않은데 몸은 살기에 겁을 집어 먹고 떨리고 있었기에 그 기병은 창을 던지지 못하고 다시 내려놓았다.

준 일행은 그렇게 기병들을 지나쳐 목적지인 데카 호수를 향해 나아갔다.

쓰러져 있던 기병들은 부상자들을 살펴보고 상처를 치료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마법통신구를 가지고 있던 자는 품속에서 꺼내어서 보고했다.

보고가 끝난 그는 고개를 돌려 준 일행이 사라진 쪽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어.”

밤이 되자 준 일행은 적당한 곳에 게르를 설치해서 야영했다.

강력한 결계와 알람마법을 설치해두었기에 안심하고 저녁식사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 저녁식사는 하그리가 준비했는데, 스테이크와 셀러드, 과일, 스프, 빵이었다.

맛있게 잘 먹은 후 글리아나는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검술연습을 했고, 헌트와 하그리도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스테이크 검법을 수련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준은 남아 있는 40개의 미스릴 바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마침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10개는 그대로 두고 30개를 마력으로 녹여서 에이형 부메랑을 만들었다.

30kg이나 나가는 미스릴로 주조한 에이형 부메랑은 제법 묵직했다.

일단 부메랑의 형태가 만들어지자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7개의 구멍을 뚫었다. 그 다음 마법약물을 이용해서 각종 도형과 룬문자를 빼곡하게 새겨 넣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정밀하게 작업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결국 해냈다.

이번에는 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를 아공간 속에서 꺼냈는데, 드래곤의 레어에 있던 보석이라서 그런지 S급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런 보석을 만진 자들은 드워프일 것이라 짐작되었다.

각 보석에도 마법약물로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이 작업까지 끝내자 부메랑 표면에 각각 보석을 올려놓고는 주문을 외웠다.

스르르.

마력과 마법주문을 중얼거렸기에 보석이 부메랑 표면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마력이 아니고서는 다루기 힘든 게 미스릴이었지만 준은 비교적 손쉽게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미스릴로 주조된 부메랑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우웅.

부메랑이 작은 떨림을 보이면서 마력을 빨아들였다.

번쩍!

부메랑에서 빛이 내뿜어졌다가 순간 사라졌다.

“후후후, 드디어 내가 원하던 부메랑을 만들었어. 보기엔 단순한 부메랑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화염계 마법이 5가지, 바람과 공기의 마법이 3가지, 2가지의 전격계 마법 등 모두 10가지의 강력한 공격마법이 새겨져 있으며, 막대한 마나를 끌어 모으는 마법진도 새겨 넣었기에 엄청난 위력을 보일거야.”

은과 유사한 색의 부메랑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손으로 쓰다듬어보던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 부메랑을 집어넣었다.

뽀로로롱.

아름다운 새소리가 울려 퍼졌다.

멀리서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청각을 가지고 있는 준은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 있다가 눈을 떴다.

“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오늘 아침은 내가 특별식을 만들어야겠구나.”

준은 먼저 아공간 속에서 소갈비와 양지머리를 꺼내어 찬물에 담가두었다.

핏물을 빼려고 하는 것이다.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먼저 샤워부터 하고 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런 뒤 잠시 생각을 하던 준은 소갈비를 물에서 꺼내어 칼집을 냈다. 그러고는 토막 내어 냄비에 넣고 푹 삶았다.

시원한 국물을 내기 위해 무와 비슷한 채소를 함께 넣었다. 다른 쪽의 냄비에는 밥을 지었다.

시간이 지나 갈비가 잘 삶아졌기에 건져내어서 갖은 양념으로 골고루 무쳤다. 양지머리는 수육으로 먹기 위해서 먹기 좋게 썰었다.

준이 한창 요리를 준비하고 있을 때 깨어난 글리아나가 등 뒤로 다가와 껴안았다.

“오늘 아침은 뭐야?”

“갈비탕과 수육이야.”

“갈비탕과 수육?”

“먹어보면 알겠지만 아주 맛있어.”

“응, 알았어. 그럼 먼저 샤워부터 하고 올게.”

글리아나는 엘프라 마법으로 매일 씻었는데, 이제는 물로 직접 샤워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향긋한 비누 냄새와 그 느낌이 좋아서 매일 샤워했던 것이다.

헌트와 하그리도 침대에서 일어나 씻으러 갔다.

원래는 헌트와 하그리가 준과 글리아나를 챙겨야 하지만 준의 스스럼없는 행동에 적응되어 이렇게 행동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모두 테이블에 모이자 밥과 갈비탕, 수육이 차려졌다. 거기에 과일과 셀러드, 빵도 준비되어 풍성한 식탁이 되었다.

“모두 나머지 요리는 알 테니 처음 보는 요리만 설명할게. 이것이 갈비탕이라는 건데 소고기의 갈비를 푹 삶아서 시원한 국물과 함께 먹는 요리이고, 이것은 수육이라는 것으로 살코기를 푹 삶은 거야.”

“준, 맛있겠다.”

“먹음직스럽습니다.”

“먹어봐. 아참! 갈비탕은 조금 싱거울 수 있으니까 소금으로 간을 하면 돼.”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갈비탕을 먼저 먹어보았다. 그리고 이내 수육도 간장에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질 좋은 양지머리로 삶은 수육이기에 맛이 좋았다.

갈비탕도 국물에 간을 맞추고 먹으니 맛있었기에 밥을 말아서 먹었다.

이렇게 그들은 배부르게 아주 잘 먹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하그리가 준에게 말했다.

“준 님, 처음 먹어보는 요리들인데 아주 맛있었습니다.”

“푹 삶았기에 소화도 잘될 거야.”

“그럴 것 같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준이 차를 내왔다.

글리아나는 엘프라 차를 좋아했지만 헌트와 하그리는 처음에는 차를 잘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준의 영향으로 자꾸만 차를 마시다 보니 차가 왜 좋은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차를 마시곤 했다.

제이런 백작의 대군이 웬디 마을로 공격해왔다.

이에 웬디 마을에서도 그냥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각자 무기를 들고 백작의 군대와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2,500여 명의 주민이 모두 전멸해버렸다.

그러나 웬디 마을의 촌장인 니콜라스와 원주민들 71명은 한창 전투 중일 때 전장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드래곤 레어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먼저 드래곤 레어를 털어갔기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떠난 것이다.

웬디 마을의 주민들과 정이 들었지만 일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 생각하며 냉정하게 그들을 버린 것이다.

비록 많은 수의 병사가 피해를 입었지만 제이런 백작은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흐흐, 놈들이 드래곤 레어를 발굴 중이라고 했으니 그 많은 보물은 내 것이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누군가 털어갔는지 보물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으아아! 손해만 보다니! 젠장!”

제이런 백작은 그나마 웬디 마을을 접수했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주민 대부분을 죽여 버렸기에 사실상 그가 얻은 것은 땅이 전부였다.

아놀드는 어이없게도 드래곤 레어 안에서 준을 만나면서 순간의 방심으로 기습공격을 받아 약간의 내상을 입었다. 또한 사파이어 반지에 바람의 기운이 스며있는 벤뵤르그까지 어이없게 빼앗겨버렸다.

그는 절벽의 한 동굴 속에서 건곤신공을 운용해 내상을 치료하고는 대륙의 남쪽을 향해 이동했다.

‘언젠가는 그 놈을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때는 꼭 내 실력을 보여주마.’

아놀드의 뒤로 하늘은 푸르고 맑았다.

촤르르르륵.

게르가 거두어졌다.

헌트와 하그리는 짐마차의 마부석에 앉았으며, 준과 글리아나는 말에 올라 다시 북쪽을 향해 나아갔다.

어제 기병들을 혼내주었기에 추격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추격대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렇게 날이 저물면 야영한 뒤 다음날 출발하고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목적지인 데카 호수에 도착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에 둘러싸여 있는 데카 호수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전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이기에 더욱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감성이 풍부한 글리아나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야!”

“당분간 여기에서 머물다 가자.”

“정말? 그렇게 해도 되겠어?”

“안 될 것 있나? 특별하게 바쁜 일도 없으니까 한동안 머물다 떠나자.”

“좋아.”

“헌트와 하그리의 생각은 어때?”

“저희들도 좋습니다.”

헌트가 대표로 대답하자 하그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준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야영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어 그곳으로 이동했다.

호수의 가장자리에서 불과 2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게르를 설치해도 될 정도로 넓은 곳이었다.

촤라라라락.

경쾌한 소리가 나면서 게르가 순식간에 설치되었다.

준은 강력한 결계를 설치하고 알람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땅에 꽂았다. 그리고 추격대와 마주치지 않기 위하여 결계 때문에 게르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결계 안에서는 밖이 훤히 보이지만 결계 밖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편하게 누워서 쉴 수 있는 평상(平牀)을 만들기 위하여 준은 근처에 있는 산속으로 들어가서 적당한 나무를 해왔다.

가지는 땔감으로 쓰고 나무는 잘 잘라서 평상을 만들었는데, 난간도 만들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원래 제대로 된 평상을 하나 만들려면 며칠이 걸리는데, 마력을 이용해 금방 만들었다. 까칠한 표면도 마력을 이용해서 잘 다듬은 후 마지막으로 오일을 칠해서 매끄럽게 했다.

“준, 이게 뭐야?”

“응, 이건 평상이라는 건데 여기에 앉거나 누워도 돼.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거야.”

“누우면 좋을 것 같아.”

“그럼 한번 누워봐.”

준의 말에 글리아나는 평상에 누운 뒤 머리는 준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아… 편하고 좋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글리아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녀를 잠시 내려다보던 준은 고개를 숙여 이마에 키스해주었다.

기분이 좋은지 글리아나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한쪽에서는 헌트와 하그리가 목검으로 열심히 스네이크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한낮의 여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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