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90화 (9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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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계속 헛소리만 할 거야? 그만 가거라,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의지로 표현하는 9서클의 절대마법이었다.

유효 거리 내에 있는 어떤 종류의 생명체도 죽어버린다.

마스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절대마법에 눈이 커질 대로 커졌지만 방어하기에는 이미 늦은 후였다.

“끄아아아아… 내가 이…이게…….”

그는 입에서 분수 같은 피를 내뿜으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때였다.

땅에 서 있던 칼리가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떨어지는 마스터를 받으며 텔레포트 마법을 펼쳤다.

츠파파팟.

“언젠간 이 빚을 꼭 갚을 것이다. 두고 보자.”

8서클 마스터에 이른 그라 쉽게 죽지는 않겠지만 당장 치료를 하지 못하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스르르, 처척.

땅으로 준이 내려서자 결계 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글리아나가 결계 밖으로 달려 나왔다.

헌트와 하그리도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대로 서 있었다.

글리아나가 품에 안기자 준이 꼭 안으면서 빙글빙글 돌았다.

“걱정했어.”

“알아, 적들을 물리쳤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응, 알았어.”

준은 글리아나를 가슴에 안고 결계 안으로 들어왔다.

헌트와 하그리는 말없이 준을 쳐다보았다.

준이 말했다.

“대충 정리해서 이곳을 떠난다. 준비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헌트가 대답하자 하그리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뒤돌아서 헌트의 뒤를 따라 게르 속으로 사라졌다.

얼마 후, 게르가 철거되면서 이들은 다시 북쪽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되었다.

한편, 칼리는 마스터를 안고 자신들의 은거지로 돌아왔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마스터는 깨어나지 못했다.

칼리는 마스터를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즉시 핏물이 가득한 욕조에 마스터를 눕혔다.

츠츠츠츠.

신기하게도 마스터는 모공으로 피를 빨아들였다.

몇 시간이 지나자 마스터가 힘겹게 눈을 떴다.

“칼리, 거기 있느냐?”

“예, 마스터.”

“내가 얼마나 기절하고 있었지?”

“몇 시간 되었습니다.”

“으…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너무 부상이 심하다. 당장 암흑의 기운이 들어 있는 동굴에 넣어다오.”

“그렇게 되면 대업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알고 있다. 지금의 상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나는 그 속에 들어가 수련을 할 것이니라.”

“…알겠습니다.”

“한 번 들어가면 몇 년 동안은 밖으로 못 나오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너에게 그때그때 지시를 내릴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예, 마스터.”

“으… 시간이 없다. 당장 암흑의 동굴에 넣어다오.”

“알겠습니다, 마스터.”

칼리는 마스터를 안아서 암흑의 동굴로 이동했다.

철문으로 막혀있는 동굴은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어둠에 익숙해서 그런지 당황하지 않았다.

그그그긍.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철문이 열었다.

역시 동굴 속은 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무척 어두웠다.

“내려다오. 내가 직접 걸어 들어가겠다.”

“예, 마스터.”

칼리가 마스터를 내려주자 부들부들 떨면서 힘겹게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칼리에게 등을 보이면서 말했다.

“이제 철문을 닫고 나가거라. 하루에 한 번 날 찾아와 보고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럼 철문을 닫아다오.”

“예.”

그그그긍.

다시 철문이 닫히자 마스터는 힘겹게 계속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흐흐, 여기로 들어올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들어오게 되었구나.’

준은 노페르슈롱을 타고 여유롭게 북쪽으로 이동했다.

아직 신의 선물이 생성되려면 한참 남았기에 벤겔미르를 찾아서 계속 북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헌트와 하그리, 저 언덕에 있는 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

“예, 알겠습니다.”

“준 님, 점심에는 고기를 구워 먹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그리의 말에 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모처럼 돌에 고기를 구워 먹어 보는 것도 좋겠군.”

“돌에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합니까?”

요리에 관심이 많은 하그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몰랐나 보구나? 돌을 깨끗하게 씻어서 그 위에 고기를 구워 먹으면 고기 속에 있던 기름이 빠져나와서 느끼하지도 않고 아주 맛있지.”

“그렇습니까?”

“오늘 한번 먹어보면 알게 될 거야.”

“예, 오늘 또 한 가지 배우는군요.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시는지… 대단하십니다.”

언덕 위에 도착한 이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통 평지인 주변보다 약간 높은 언덕 위라서 그런지 주위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주변이 한눈에 보여.”

글리아나의 말을 듣고 있던 준이 한마디 했다.

“그렇군. 정말 좋다.”

준은 아공간을 열어서 점심식사에 필요한 것들을 꺼냈다.

작은 돌을 둥글게 놓고 그 안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폈다.

불은 금방 활활 타올랐다.

얇지만 넓은 돌판을 물에 넣고 잘 씻어서 양쪽의 작은 돌에 잘 걸쳤다.

돌판 밑에는 장작불이 타오르고 있었기에 금방 돌판이 불에 달구어졌다.

“자, 준비는 다 되었으니 고기를 구워볼까?”

치이이이.

고기 익는 소리가 나면서 구워지기 시작하자 소금을 약간 뿌렸다.

몇 번 준 때문에 고기를 구워 먹어보았기에 모두의 입안에 침이 고였다.

지글지글.

깨끗하게 씻은 돌판에 올린 고기가 익자 모두들 포크로 찍어 먹기 시작했다.

“쩝쩝… 아, 맛있어!”

“준 님, 정말 맛있습니다!”

“최고입니다, 최고!”

모두들 맛있다고 하니 준의 마음도 즐거웠다.

준도 고기 한 점을 먹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준비한 것이지만 정말 연하고 맛있었다.

‘여긴 바다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물고기 구경하기가 힘들어. 가끔이지만 생선 구이나 회를 먹고 싶어.’

“준, 뭘 생각해?”

“잠시 바다를 생각했어. 헌트, 혹시 가까운 곳에 호수 같은 건 없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3일 정도만 가면 데카(Deca)라는 호수가 나옵니다.”

“정말이야?”

“예, 틀림없습니다.”

“호수가 큰가?”

“수 킬로미터는 되니까 작은 것은 아닙니다.”

“좋았어. 모처럼 호수를 구경할 수 있겠어.”

점심식사를 마친 준과 그 일행은 다시 이동했다.

얼마 후 갈림길이 나왔다.

헌트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왼쪽 길로 가야만 데카 호수가 나옵니다.”

“그런가? 오른쪽 길로 가면 무엇이 나오는 거지?”

“예, 오른쪽으로 하루 정도만 더 가면 레이크 남작령이 나옵니다.”

“그렇군. 그럼 왼쪽 길로 가자고.”

준의 결정으로 일행은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

주위에는 낮은 언덕이 드문드문 있을 뿐 대부분 평지였다.

지평선 끝에서 말을 탄 무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접근해왔다.

준은 보통 사람들의 육체를 벗어난 능력자이기에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똑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죽갑옷을 입고 팔에는 손방패까지 착용한 기병들로, 모두 100명이나 되었다.

‘음…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꼭 싸움이 일어날 것 같군.’

얼마 후, 기병들이 200m 정도까지 접근하자 말고삐를 잡아당겨 멈추었다.

천천히 이동 중이던 준과 그 일행도 그 자리에 멈추면서 기병들을 쳐다보았다.

기병 중 한 명이 수정구를 꺼내들고는 누군가와 마법통신을 하고 있었지만 준은 그대로 두었다.

스윽.

선두에 선 자가 손을 치켜들자 10명의 기병들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이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바로 공격해왔다.

준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옆에 있던 글리아나가 나섰다.

“준, 이번에는 내가 마법을 펼쳐볼게.”

“조심해.”

“걱정 마. 나도 7서클 마법실력을 가졌어.”

“알아, 그래도 조심해.”

글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엘프어로 중얼거리더니 양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츄츄츙.

그녀의 양손 끝에서 화살촉 모양의 마법화살이 생성되었다.

10발의 빛의 마법화살이 빠르게 기병들에게 날아갔다.

마주보고 달려오던 기병들은 한쪽 팔에 착용했던 손방패를 들어 몸을 보호했다.

티티티팅.

마법화살은 모두 튕겨버렸는데, 가죽을 덧댄 손방패가 아니었다. 철로 주조되어 있었으며 실드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그렇기에 글리아나의 마법화살을 모두 튕겨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모처럼 마법으로 실력 발휘를 해보려던 글리아나는 체면이 구겨지자 파이어 볼을 생성시켜 달려오는 기병들에게 날렸다.

퍼억!

화르르.

“아아악!”

지름이 1m 정도 되는 제법 큰 파이어 볼이라 기병들도 기마술로 피하려고 했지만 한 명이 그대로 파이어 볼에 맞으면서 온몸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나머지 기병들은 달려오면서 말의 옆구리에 꽂아두었던 단창을 던졌다.

슈슈슝!

제법 위력적인 투창 실력이었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글리아나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날아오는 창을 전부 피해버렸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롱소드를 휘두르면서 기병들의 다리나 허벅지에 상처를 입혔다.

“크윽!”

“아아악!”

상처를 입은 기병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말 위에 타고 있는 자들도 정신이 없었다.

글리아나가 언제 접근했는지 그들을 공격해 결국 모두 말에서 떨어뜨렸다.

기병들은 죽지는 않았지만 부상을 입어 신음 중이었다.

준은 글리아나의 활약상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과 몸매가 예쁘니까 검술도 춤사위처럼 아름다워 보이는군.”

글리아나는 혼자서 10명의 기병들을 간단하게 처리하고 돌아왔다.

“수고했어, 글리아나.”

“오랜만에 펼친 마법과 검술이라서 그런지 어색했어.”

“아니야, 그 정도면 아주 잘한 거야. 멋있었어.”

“정말?”

“그럼, 정말이지. 다만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걸 보니 오늘부터 시간 나는 대로 검술연습을 조금씩이라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응, 나도 그러려고 했어.”

두두두두.

이번에도 10명의 기병들이 달려왔다.

“글리아나, 이번에는 내가 처리할게.”

“그래, 놈들을 혼내줘.”

“글리아나의 부탁인데 혼내줘야지.”

달려오던 기병들은 말의 옆구리에 꽂아두었던 창을 손에 들고 준을 향해 던졌다.

스윽.

준이 가볍게 손을 들어 마치 파리를 쫓듯이 손을 휘저은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날아오던 창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한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기병들은 눈이 커졌다.

이런 광경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준이 손장난을 하듯이 손바닥을 휘저었을 뿐인데 달려오던 기병들이 뒤로 날아가 떨어졌으며, 말들도 옆으로 넘어졌다.

“크악!”

이히힝!

모르는 사람들이 보았다면 장난치는 것 같겠지만 분명히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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