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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89화 (8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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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어차피 왕이 될 수 없다면 가장 고위귀족이라 할 수 있는 왕국의 공작에 오르려는 야망으로 브라이언 자작은 지금껏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스릴 바 100kg도 그래서 준비한 것인데, 일이 틀어져서 당황했던 것이다.

‘으음, 마스터께서 나선 이상 나는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를 잘못 선택했어. 감히 마스터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말이야.’

마스터는 400년 넘게 살아오면서 암흑학파의 마법을 완벽하게 익혔기에 8서클 마스터에 올라 있었다.

그렇기에 러셀 왕국의 궁정마법사 7서클 마스터인 슐르드도 마스터를 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날이 밝아왔다.

햇살이 게르 속으로 들어오자 준은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얼마 후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먹은 준은 게르 밖으로 나와서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숲속으로 순간이동했다.

그는 오우거와 트롤, 늑대를 기절시켜 유리병에 각각의 피를 받았다. 그리고 숲속에 있는 몬스터를 대량으로 사냥해서 공간확장마법이 걸려 있는 보석함 속에 집어넣고는 돌아왔다.

게르 속에서 마법서에 나와 있는 대로 각종 마법재료를 잘 섞어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준의 피를 와인 잔으로 한 잔 가득 부어넣고는 마법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법주문은 한 시간 동안이나 계속 이어졌다.

“주인으로서 명하노니 헬 바바여, 나의 앞에 나타나거라.”

츠츠츠츠.

준의 외침에 반응하는 것일까?

갑자기 각종 마법재료를 섞어놓은 곳에서 기이한 빛이 뿜어 지더니 걸쭉한 회색의 덩어리가 땅에 떨어졌다.

스스스슷.

회색의 액체 덩어리는 30cm 정도의 신장을 가진 근육질의 몬스터로 변했다.

비록 신장은 작았지만 강인함이 묻어났다. 근육질의 몸을 가졌지만 머리는 늑대와 비슷했다. 준의 피를 먹고 탄생한 것이기에 지능도 제법 있었다.

이마에는 황금색의 기이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는데, 바로 주인의 인장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렇다, 헬 바바여.”

-배가 고픕니다, 주인님.

“알았다. 너에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먹을 것을 주마. 이곳으로 들어가거라.”

준이 내민 것은 주먹만 한 크기의 보석함으로, 겉면에는 각종 도형과 룬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스스슷.

헬 바바는 보석함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보석함 속에는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으며, 헬 바바가 먹을 식량이 들어 있었다.

“후후후, 헬 바바가 만들어졌으니 든든해졌어.”

헬 바바(Hell baba)는 키메라를 제조하다가 실패해서 탄생한 마법의 몬스터로 아주 무서운 놈이었다.

몸속에는 암수의 능력을 다 가지고 있으며, 신장은 2m에 불과하지만 오우거의 강인한 육체에 트롤의 재생력을 가졌고, 얼굴은 늑대와 비슷했다.

두 개의 팔과는 별도로 몸통에 히드라처럼 독을 가진 촉수가 4개나 돋아나 있었다.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하며, 등에는 날개까지 있어서 하늘을 날 수도 있었다.

헬 바바의 가장 무서운 점은 무리를 이룬다는 것이다.

한 마리도 어지간한 몬스터와 싸워도 지지 않지만 상위 몬스터인 트롤이나 오우거와 직접 싸우게 되면 잡아먹힌다.

그러나 무리를 이루기에 3마리만으로도 오우거나 트롤을 이기기에 그들을 잡아먹을 수 있다.

마법으로 탄생한 몬스터이기 때문에 주인의 인식을 시켜놓으면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조금 전에 준에 의해 태어났기에 앞으로 10일간 성체가 될 때까지 먹이를 먹으며 성장하게 될 것이다.

헬 바바 1세의 수명은 500년이며, 일단 성체가 되면 바로 번식을 하게 될 것이다.

한 번에 100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두 번째 번식부터는 15일마다 새끼를 100마리씩 낳을 수 있다.

헬 바바의 2세들은 10일 만에 성체가 된 후 모두 새끼를 낳으니 1만 마리의 새끼가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헬 바바 2세들은 10일 안으로 모두 죽어버린다.

헬 바바의 3세들도 10일 만에 성체가 되지만 번식은 할 수 없으며, 한 달까지 살다가 죽는다. 수명이 불과 한 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점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절대로 번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영하의 날씨에서는 잠에 빠져버린다.

그렇지만 번식력을 조절할 수 있으며, 마음먹은 대로 통제가 가능하게 되기에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생명체였다.

준은 헬 바바로 신의 선물을 지키고 있는 오크부족을 습격하려는 계획을 짰다. 또한 스톤 골렘과 대지의 골렘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신의 선물을 획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후후후, 이로써 준비는 다 되었군.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어.”

게르 밖으로 걸어 나온 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응? 기분 나쁘게 까마귀가 있네?”

까마귀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결계 때문에 밖에서는 절대로 안을 볼 수가 없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준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 마리의 까마귀였기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눈이 붉은 게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죽여 버릴까? 매직미사일!”

츄웅.

준의 손끝에 생성된 매직미사일 한 발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까마귀에게로 날아갔다.

푸드득.

까마귀는 날아오는 매직미사일을 피하기 위하여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유도기능이 있는 매직미사일은 계속 추격했다.

퍼억!

하늘을 선회하면서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피하지 못하고 격중되었다.

평범한 까마귀는 산산조각이 나야 정상인데 그 까마귀는 이상하게도 검은 연기가 피어나면서 소멸되어 버렸다.

“으음, 역시 누군가 보낸 까마귀였군.”

우우우웅.

갑자기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회색 로브를 입은 두 명이 공중에 나타났다.

그들은 플라이 마법으로 그대로 공중에 뜬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준은 결계 안에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한 명은 얼마 전에 자신에게 팔을 잘린 자였다.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노인으로, 한쪽 얼굴이 심하게 화상을 입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칼리와 마스터였다.

지난 3일 동안 준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브라이언 자작은 인근 영지에 연락해 수배령을 내려놓았으며, 병사들을 풀어 지금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금 전에 크로우가 준을 찾아낸 것이다.

준의 매직미사일에 소멸되어버렸지만 위치가 마스터에게 알려졌기에 이렇게 순간이동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흐흐흐… 칼리야, 저놈이냐?”

“그렇습니다. 제가 먼저 공격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거라.”

“믿어주십시오, 마스터.”

슈아아앙!

칼리는 준에게로 날아오면서 바스타드소드를 꺼내 휘둘렀다.

터텅!

하지만 강력한 결계에 가로막혀 튕겨버렸다.

당황한 칼리는 다시 바스타드소드를 휘둘렀지만 이번에도 역시 결계를 파괴하지는 못했다.

준은 피식거리면서 우측 손바닥에 내공을 끌어 모아서는 장력을 날렸다.

퍼억!

칼리는 결계만 파괴하려는 생각에 준이 공격하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기에 일장을 가슴에 맞고는 뒤로 날아가 떨어졌다.

울컥.

“크으으, 젠장.”

칼리가 피를 한 사발이나 내뿜고는 다시 일어나 공격하려고 했으나 마스터가 말렸다.

“칼리야, 네 상대가 아니니 물러나거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흐흐, 이번에는 내가 상대해보마. 파이어 볼!”

지름이 2m나 되는 거대한 불덩이가 마스터의 앞에 생성되더니 빠르게 결계를 향해 날아왔다.

콰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파이어 볼이 폭발했지만 결계는 깨어지지 않았다.

충격흡수마법이 걸려 있었기에 어지간한 공격마법으로는 절대로 파괴하지 못하는 강력한 결계였다.

“으, 이렇게 강력한 결계는 처음 보는구나. 그럼 이것도 한번 막아봐라. 마그마 블래스터!”

츄웅.

고열로 뭉쳐진 사람 상반신 정도의 마그마탄이 고속으로 결계를 향해 날아가 격중되면서 폭발했다.

쾅!

파이어 볼에 비해 파괴력이 몇 배나 강하며 관통성과 폭발성을 동시에 갖춘 뛰어난 공격마법이었다.

결계가 출렁거렸지만 이번에도 파괴되지 않았다.

마스터도 이번만큼은 눈이 커졌다.

6서클의 강력한 화염계 마법으로도 파괴되지 않는 결계는 그도 처음 보았다.

“이…이런 결계가 존재할 줄이야!”

자신이 아는 한 드래곤이 아니면 이렇게 강력한 결계를 칠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그는 8서클 마스터에 올라 있었다.

마탑에 있는 탑주와 2명의 부탑주가 같은 8서클 마스터이기에 그들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자신을 능가하는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혹시… 드래곤일까? 아니야. 예전에 한 번 마주친 드래곤과는 느낌이 달라. 이건 인간이야. 분명해.’

휘리리릭.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순간적으로 마스터의 곁으로 회전하는 칼날이 두 개나 날아왔다.

“흥, 그까짓 블레이즈 마법으로 날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에어 실드!”

츠츠츠.

압축된 공기로 전방에 공기의 방패를 형성하여 날아오는 칼날을 막았다.

푸스스스.

8서클 마스터가 펼치는 공기의 방패라 아주 강력한 것이었지만 믿을 수 없게도 소멸되어버렸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회전하는 칼날은 소멸되지 않고 그에게 날아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이게…….”

마스터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있다가는 회전하는 칼날에 부상을 입을 것이기에 재빨리 방어마법을 펼쳤다.

“블링크(Blink)!”

스스슷.

그는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20m 정도 떨어진 공중에 다시 나타났다.

회전하는 칼날은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허공을 선회하면서 다시 마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마스터는 단순하게 블레이즈 마법이라 생각했는데, 매직미사일처럼 유도기능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믿을 수 없군. 응용마법이 대단해.”

스윽.

마스터는 품속에서 지름이 3cm 정도 되는 검은색 구슬을 꺼내더니 손가락으로 튕겼다.

슈우웅.

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서 재빨리 회전하는 칼날과 부딪히도록 했다.

콰쾅!

폭음이 터지면서 검은 연기가 주위로 흩어졌지만 계속 결계를 향해 날아왔다.

“흥,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파지지직.

준의 손끝에서 번개가 생성되어 검은 연기를 향해 날아갔다.

암흑의 독이 스며들어 있는 연기가 체인 라이트닝으로 인해 소멸되어버렸다.

“이것을 막아내다니 대단하구나. 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내는지 보자. 프라이스메틱 스프레이(Prismatic spray)!”

마스터의 손에서 7가지 색으로 빛나는 광선이 쏘아졌다.

콰콰쾅!

요란한 폭음이 터지면서 결계가 충격을 받아 금이 가버렸다.

7서클의 마법에 암흑의 기운을 불어넣었기에 더 강력했지만, 이 마법으로도 한 번에는 결계를 파괴하지 못했다.

그만큼 준이 펼쳐놓은 결계가 강력했던 것이다.

마스터의 강력한 7서클의 공격마법을 본 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후후, 얼마 전의 나였다면 아주 고전했겠어. 하지만 난 성장했다. 비록 저 노인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내 상대는 아니야.’

마스터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으, 7서클의 공격마법으로도 저 결계를 파괴하지 못하다니 믿을 수 없어.”

준은 결계 밖으로 경공술을 발휘해서 순식간에 나오더니 공중으로 도약했다.

마스터와 같은 높이로 떠오른 준은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다.

“너는 누구냐?”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당신은 누구지?”

“흐흐흐, 이제야 알겠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넌 내 상대가 아니었는데, 오늘 보니 엄청나게 성장했구나. 내 맞수로 인정하마.”

“무슨 헛소리야?”

“흐흐, 넌 날 모르지만 난 널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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