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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대지야, 지금 보는 99기의 대지의 골렘들이 바로 네 수하들이다. 어떠냐?”
-마음에 듭니다, 주인님.
“그럴 줄 알았다. 수하들을 네 몸속에 흡수해두거라.”
-예, 주인님.
대지 골렘이 99기의 대지의 골렘들을 빨아들이자, 모두 순식간에 흡수되었다.
“수고했다, 대지. 그만 들어가도 좋다.”
-예, 주인님.
파팟.
대지 골렘이 자신의 공간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후후, 자아를 가진 스톤과 대지를 비롯해 수하들까지 생겼으니 안심이 되는군.”
배신할 우려가 전혀 없는 골렘을 무려 200기나 보유했기에 자심감이 충만해졌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시간이 있을 때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기로 하고는 마법서를 뒤적이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벌써 어둠이 밀려오는군. 오늘밤 생각해놨다가 내일 다시 시작해야겠어.”
준은 뒤돌아 게르 속으로 들어갔다.
브라이언 자작의 영주성.
순간이동 마법으로 되돌아온 마스터와 칼리는 미스릴을 회수했기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영주의 집무실로 들어왔더니 브라이언 자작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도 물건을 찾아온 마스터와 칼리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께서 결국 물건을 찾아오셨군요.”
“흐흐, 놈은 이미 도주한 상태였는데, 침대 밑에 상자를 놓고 떠났더군.”
“그것 참 이상하군요.”
“이상하다니?”
“겁을 먹고 놈이 이미 도망쳤다고 하셨는데, 칼리에게 부상까지 입힌 놈이 가장 중요한 상자를 그냥 놓고 갔을까요?”
“…….”
마스터와 칼리는 브라이언 자작의 말을 듣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즉시 철상자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에는 미스릴 바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제야 브라이언 자작도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각하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손으로 미스릴을 집어보았다.
마스터는 그저 지켜보았다.
결국 브라이언 자작의 손짓은 허공을 저으며 실패로 끝났다. 미스릴 바는 실체가 아닌 허상이기 때문이다.
“으아아, 놈에게 완벽하게 속았군.”
“매직 이미지로 속이다니 잔머리 하나는 대단한 놈이로군요.”
“흐흐, 나를 속이고 물건을 빼앗은 이상 놈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마스터의 눈에서 푸르스름한 안광이 뻗어 나왔다.
그의 제자인 브라이언 자작도 뒷골이 서늘할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마스터께서 단단히 화가 나셨군.’
“흐흐흐, 감히 나에게 잔머리를 굴리다니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나오너라, 크로우(Crow)야.”
츠으, 츠츠츠.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온몸이 검은 까마귀 한 마리가 나타났다. 까마귀는 날개를 퍼덕이면서 마스터가 내민 팔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붉은 두 눈이 귀기(鬼氣)를 내뿜는 까마귀로, 마스터와는 영혼이 이어져 있었기에 자세한 설명 없이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흐흐흐… 크로우, 놈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라.”
까악.
까마귀는 기분 나쁜 울음소리를 내더니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칼리가 열어준 창문으로 나가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마스터의 크로우가 날아갔으니 놈이 곧 잡힐 것이다.’
마스터는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크로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브라이언 자작을 쳐다보았다.
“그건 그렇고… 브라이언, 노예는 준비가 되었나?”
“지하 감옥 속에 20대의 건장한 남자 노예 90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며칠만 있으면 노예상인들이 오니까 10명을 더 확보하면 100명을 채울 수 있을 겁니다.”
“흐흐흐, 좋아. 암흑 군대의 보병으로 만들 자들이니 빨리 인원을 맞추어서 보내다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스터. 한두 번 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흐흐흐, 그건 그렇군. 조만간 암흑군대 사단이 또 하나 편성된다.”
“그럼, 암흑군대의 사단이 모두 4개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 대업을 이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브라이언.”
“마스터, 1개의 사단이 1만 명이니 모두 4만 명이로군요.”
“흐흐, 앞으로 몇 년 만 더 있으면 암흑군대는 5개 사단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때 우리의 대업도 시작된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 5개 사단은 되어야 켈로 왕국군의 30만 대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아쉽지만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군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암흑군대가 5개 사단만 된다면 그까짓 켈로 왕국군은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마스터, 제가 암흑군대 보병 1명과 정규군 수준에 있는 10명과 싸우도록 해보았더니 암흑군대의 보병이 승리하더군요.”
“그럴 것이야. 15명과 싸우더라도 밀리지 않을 정도이지만 기사들과 싸운다면 2명이 한계다.”
“그건 그렇지만 기사단과 싸우는 게 아니라 정규군과 대규모로 싸울 것이니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모르는 소리. 전쟁이 일단 일어나면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이 일어나게 된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지금 내가 보유한 암흑군대 병력이라면 당장 켈로 왕국군의 30만 대군과 싸워도 승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 뒤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승리하겠지만 나의 암흑군대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때 이웃 왕국인 페드린 왕국과 러셀 왕국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겠느냐?”
“아, 그렇군요. 미처 그것까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암흑군대로 기습공격을 하면 초반에는 내가 승기를 잡게 되겠지만 변수가 생기거나 장기전으로 들어가게 되면, 주변 왕국인 페드린 왕국과 러셀 왕국에서 켈로 왕국에 지원군을 파병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더욱 어려워지는 거야.”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저희 제자들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렇다. 모든 것을 예상해본 결과 최소 암흑군대 5개 사단이 준비되어야만 대업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 대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넓게 보고 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현존하는 왕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국을 출범시키는 대업이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알겠느냐?”
“잘 알겠습니다, 마스터.”
브라이언 자작의 집무실 문이 열리면서 엘린이 들어왔다. 그런데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깔끔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약간은 시건방진 엘린이, 땅에 파묻혀 있다가 탈출하여 오직 복수의 일념으로 말을 타고 영주성으로 돌아왔기에 미처 목욕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아…아니! 엘린아, 꼴이 그게 뭐냐?”
“으, 놈에게 철저하게 당했어요. 아빠, 그건 그렇고 물건은 어찌 되었어요?”
“음… 그게 말이다…….”
브라이언 자작은 눈짓으로 마스터를 힐끔거렸다.
그러자 자연히 엘린의 얼굴도 마스터를 향했다.
“아, 마스터께서도 계셨네요?”
“흐흐… 엘린, 오랜만이구나.”
“물건은 회수하셨어요?”
“철상자는 회수했지만 놈이 영악하게도 매직 이미지로 날 속였더구나.”
“예? 그…그게 정말이에요?”
그때 브라이언 자작이 두 사람 사이를 끼어들었다.
“그렇다. 엘린아, 마스터께서 크로우를 보냈으니 곧 놈이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크로우라면, 그 기분 나쁜 새 말인가요?”
“그래, 하지만 추격하는 것만큼은 최고지.”
“그…그건 그래요.”
“그건 그렇고 놈에게 어떻게 당하게 된 것이냐?”
“그…그건 말이에요…….”
엘린이 처음부터 준과 싸우게 된 것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마스터도 놀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제가 놈의 이상한 수법에 당해 마법을 쓸 수 없게 된 거예요.”
“엘린, 그것 참 이상하구나. 네 몸을 살펴보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그럴 리가요?”
엘린은 마력을 일으켜보았다. 그러자 정말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안도하는 한편, 분노가 치밀었다.
“놈에게 철저하게 당했어! 꼭 복수하고 말겠어!”
“걱정하지 말거라. 추격대를 보냈으니 곧 연락이 올 것이다.”
“얼마나 영악한 놈들인지 몰라요. 쉽게 잡힐 놈들이 아니에요. 당장 이웃영지에 협조를 구하고 대대적인 추격대를 보내야 놈을 잡을 수 있어요.”
“마스터, 엘린이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보통 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흐흐, 그건 나도 인정한다. 놈이 나까지 철저하게 속였어. 일단은 크로우가 추격에 나섰으니, 아침까지만 기다려보자.”
“알겠습니다. 아무리 놈이 빨리 도망쳤더라도 이웃 영지까지는 며칠의 여유가 있으니 말입니다.”
“아빠, 저는 먼저 나가서 목욕부터 할게요.”
“그렇게 하거라.”
엘린은 하녀들에게 목욕물을 준비하도록 지시하고는 허기진 배부터 채웠다. 빵을 뜯어먹거나 고기를 씹으면서도 오직 준의 얼굴을 생각했다.
‘사지를 잘라내어 고통을 주면서 죽일 거야. 두고 봐.’
따끈한 목욕물에 들어가자 하녀들이 목욕 시중을 들어주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목욕이 끝나고 다시 옷장에서 흰 드레스를 입으면서 거울 앞에 섰다.
“호호, 역시 난 아름다워. 화려한 게 어울려.”
목욕을 하고 드레스를 입자 끓어올랐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엘린은 침대에 누우면서 지난날을 떠올렸다.
브라이언 자작은 처음부터 이렇게 잘나가는 귀족이 아니었다.
25년 전 켈로 왕국의 몰락한 귀족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그가 검술을 수련하고자 여행 중일 때 마스터라는 자를 만나더니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에게서 5년간 훈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마을에는 이미 전염병이 돌아서 전부 죽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며 하인이었던 지금의 로도스 집사만 겨우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도 전염병에 들어 곧 죽을 것 같았는데, 브라이언이 수련한 암흑의 기운을 불어넣어 그를 다시 살려주었다.
그때부터 브라이언은 로도스와 함께 러셀 왕국으로 넘어왔다.
소드익스퍼트 중급에 머물러 있었지만 암흑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사실상 소드마스터에 버금가는 실력이었다.
그는 영지전에 참여하면서 공을 세우고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남작의 지위에 오르면서 지금의 영지를 받고 부임하게 되었는데, 이웃 영지와 영지전을 치르면서 세력이 더욱 커져 지금의 자작 영지가 되었다.
자신의 작위도 남작에서 자작이 된 것인데, 그것이 7년 전의 일이었다.
검술 실력과 모든 면에서 뛰어났기에 주위의 영주들은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생각에서 깨어난 엘린은 잠이 오는지 하품을 하고는 두 눈을 감으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밤이 깊어지자 혼자 남게 된 브라이언 자작은 잠이 오지 않았기에 소파에 앉아서 혼자 술을 마셨다. 그러면서 마스터와의 지난날을 회상했다.
마스터의 경이로운 능력에 브라이언 자작은 그의 3번째 제자가 되었다.
마스터는 브라이언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암흑의 기운을 자신의 몸에 불어넣어 주면서 처음 보는 수법으로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마스터를 배신하게 되면 암흑이 기운이 머리에서 터져 죽게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기에 절대 배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마스터는 자신의 신상에 대하여 알려주었고, 브라이언 자작은 깜짝 놀랐다.
마스터라는 자는 400년 전에 멸망한 리안 왕국의 왕자였다.
마법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마법을 익히다가 우연히 국왕의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쪽에 분류되지 않은 책들 중에서 낡은 한 권의 마법서를 입수하게 된다. 그 마법서는 바로 500년 전에 이미 멸망했던 암흑학파의 마법서였던 것이다.
호기심에 그것을 익히게 되었고, 암흑의 기운으로 날로 강해졌다.
그러던 중 켈로 공작이라는 자가 반란을 일으켜 리안 왕국을 멸망시키고 지금의 켈로 왕국을 개국하게 되었다.
그때 마스터는 암흑의 마법으로 켈로 공작의 반란군들과 싸우다가 큰 부상을 입고 도망쳤다.
멸망한 리안 왕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늙자 암흑학파의 마법서에 쓰여 있던 금단의 마법을 이용하여 수명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는 제자를 비밀리에 양성하는 한편으로 암흑군대를 은밀한 곳에서 만들고 있었다.
이제 몇 년 만 지나면 암흑군대로 켈로 왕국을 단숨에 멸망시키고 다시 왕국을 개국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이다.
‘흐흐흐, 이제 몇 년 만 더 지나면 마스터가 개국하는 왕국의 고위 귀족인 공작에 오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