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87화 (8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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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후후, 역시 자아를 가진 스톤이라서 그런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명령만 내리면 아주 잘 따르는군. 마음에 들어.”

드래곤들도 자신의 레어를 지킬 골렘을 몇 기 만들기는 하지만 준처럼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준은 신의 선물을 반드시 획득하기 위해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었다.

“으음, 정신력을 너무 많이 소모했군.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다시 대지의 골렘을 만들어야겠어.”

게르 안으로 들어온 준은 자신의 침대로 걸어가면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밤이 깊었기에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 있었다.

‘후후, 글리아나는 잠자는 모습도 너무 아름다워.’

준은 잠시 글리아나를 쳐다보다가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정신력을 많이 소모했기에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머리까지도 무거웠다.

호흡을 고르면서 천왕대심공을 운용하여 하단전의 기를 움직여 일주천시켰다.

한 번만 일주천시켜도 몸이 가벼워졌지만 몸의 피로도를 생각해서 계속 운용했다.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정신력을 많이 소모해서 일에 몰두한 적이 없었지만 신의 선물을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철저하게 대비를 한 것이다.

그런데 천왕대심공을 운용하면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손가락에 끼고 있는 신의 아티팩트 중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진 빌헤임과 바람의 기운을 가진 벤뵤르그에서 두 가지의 강력한 기운이 일어난 것이다. 그 기운은 손가락을 통해서 하단전으로 스르르 이동해왔다.

‘어? 이…이 기운은?’

생각지도 못했던 두 개의 반지에서 흘러나온 기운으로 인해당황하자 천왕대심공을 운용 중이던 기운이 불안전해졌다.

순간 정신을 차린 준은 정신을 집중하여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괜히 불안해졌다.

‘이… 이러다가 잘못되는 것 아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천왕대심공을 운용 중에 강제로 중지하게 되면 몸에 큰 무리가 따르기에 중도에서 멈출 수가 없었다.

준이 이 세계로 건너왔을 때부터 자신이 살던 세상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기가 공기에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나와 기는 이름만 다를 뿐 거의 같은 기운이었다.

그렇기에 별다른 무리 없이 천왕대심공을 운용하면서 기를 하단전에 흡수할 수 있었으며,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과정을 거치면서 준에게 새로운 몸과 막대한 힘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준이 미처 모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차원을 넘어오면서 혼돈의 기운까지 일부 몸속에 흡수되어 심장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준이 흡수한 하단전의 기에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마법을 익혀 심장 부근에 마나고리를 형성하게 되면서 혼돈의 기운이 지켜보게 되었다.

천왕대심공을 운용하면서 마나고리가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혼돈의 기운과 흡수한 마나가 서로 충돌하면서 뒤섞였었다. 그러다 보니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던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마나고리가 9개였지만 서로 붙어서 마치 두꺼운 하나의 마나고리가 된 것처럼 휘돌게 되었다. 그래서 실제로 9개의 마나고리를 가진 것보다는 모든 면에서 제대로 그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늘 뜻하지 않게 신의 아티팩트 2개에서 흘러나온 기운과 충돌하게 된 것이다. 이는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만약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큰일인 것이다.

하지만 잘 혼합되기만 한다면 인간의 경지를 단번에 벗어나게 될 것이었다.

‘으으… 어쩌지? 지금으로선 통제를 할 수 없게 되었어. 젠장!’

벌써부터 몸에 무리가 오고 있었다.

인간의 연약한 몸으로 이런 강한 기운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엔 무리였지만 그렇다고 중도에서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으… 이젠 어쩔 수 없어. 모험을 한번 해볼 수밖에…….”

힘이 봉인되어 있던 빌헤임과 벤뵤르그는 엄청난 기운이 준의 몸에 뭉쳐 있음을 느끼고는 그 힘의 일부가 뻗어 나왔다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빨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깜짝 놀란 두 가지의 기운이 되돌아가려 했지만 이미 혼돈의 기운이 빨아들이고 있었기에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그렇게 힘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흡수되었다.

우우우웅.

공명음이 준의 몸 내부에서 일어나면서 혼돈의 기운과 눈과 얼음의 기운, 바람의 기운, 천왕대심공으로 흡수한 기, 심장부근에 있는 마나를 흡수한 마나고리까지 서로 뒤섞이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비록 준의 몸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완벽하게 혼합되었고, 전혀 다른 기운으로 변해버렸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나고리부터 그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미 준은 통제를 벗어난 힘에 어쩔 수 없이 관조하는 입장이 되어 가만히 지켜보았다.

9개의 마나고리가 서로 붙어서 휘돌고 있었는데, 이번에 전혀 새로운 기운으로 변한 그 기운이 마나고리에 들어가면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서로 붙어 있던 마나고리 9개가 농축되어 절반 정도의 크기로 변하는 듯하더니 결국 커다란 마나고리 하나로 변하게 되었다.

마나고리 하나는 스펙트럼 현상처럼 서로 다른 색으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준은 그 신기한 현상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이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날 줄이야!’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콰쾅!

심장 부근에 머물러 있던 그 신비로운 기운이 갑자기 폭발을 하면서 전신으로 흩어졌다.

엄청난 충격에 몸이 약하게 떨렸다.

뜨거움이 일어나다가 다시 청량함으로 변하더니 이번에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고통은 다시 기쁨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온갖 감정이 일어나면서 준의 몸에 변화가 생겨났다.

바로 또 한 번의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과정이었다.

몸이 스르르 공중으로 떠올랐다.

몸속에 있던 노폐물이 먼저 땀구멍을 통해서 빠져나오더니 뼈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장기에서도 온갖 불순물이 빠져나왔으며, 계속 몸 전체로 확산되었다.

머리카락과 몸에 나 있던 털들도 전부 빠지더니 새로 났는데, 검은 머리카락이 아닌 금발이었다.

얼굴에도 변화를 보였다. 광대뼈가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서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인상에 잘생긴 얼굴로 변했다.

쩌쩌쩍.

환골탈태의 마지막 과정으로, 이전의 피부가 갈라지면서 탈피를 했다.

준은 이렇게 새로운 몸으로 성장하면서 변화를 보였다.

몸 전체에서 기이한 빛이 흘러나오다가 스르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내 몸이 침대로 천천히 내려왔다.

번쩍!

준이 눈을 뜨자 안광이 뻗어 나왔다가 사라져버렸다.

‘후후, 이런 엄청난 기연을 겪게 될 줄이야!’

준은 몸속에 들어 있는 기운이 이전보다 무려 3배 정도는 더 강력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힘이 충만하다 못해 넘치는구나. 자신감도 증가하고 말이야.’

스윽.

고개를 돌려 글리아나를 쳐다보았더니 그녀뿐만 아니라 헌트와 하그리까지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다.

준은 뱀이 탈피한 듯한 자신의 허물을 바라보다가 단지 의지만으로 그것들을 소멸시켜버렸다.

‘후후후, 마나고리가 하나로 변화되었으니 이제는 서클 개념이 무의미해졌어. 드래곤의 용언마법처럼 나도 단지 의지만으로 마법을 펼칠 수 있게 된 거야.’

준은 그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심장부근에 있는 마나고리 하나가 마치 드래곤하트와 유사한 기능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평범하던 신체에서 벗어났기에 수명이 많이 늘어났는데, 정확하게 얼마나 늘어난 것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수백 년은 살지 않을까 하는 짐작만 했다.

게르의 공기구멍으로 햇살이 들어오자 글리아나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준은 최상의 컨디션이었기에 더 누워 있을 필요가 없었지만 글리아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기에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글리아나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는 준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다가 금발로 변한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어머, 준의 머리카락이 금발로 변했어. 그러고 보니 얼굴도 이전보다 더 잘생겨진 것 같은데?”

준의 자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기에 글리아나는 그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준은 순간 양손으로 글리아나의 목을 끌어안았다.

“어머, 일어난 거야?”

“응.”

준은 눈을 뜨면서 글리아나의 입술에 키스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교감을 나누면서 하는 키스는 그 행위만으로도 큰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순간이 끝나면서 아쉽게도 입술이 서로 떨어졌다.

준은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키더니 글리아나의 손을 잡고 게르 밖으로 걸어 나왔다.

싱그러운 아침이라서 그런지 주위 풍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글리아나, 이곳의 풍경이 아름답지 않아?”

“정말 아름다워. 준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

“그건 나도 그래.”

준은 글리아나를 등 뒤에서 껴안은 채 한동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둘은 행복했다.

하그리가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부터 한 뒤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준은 당분간 이곳에 머물면서 연구를 하여야 했기에 이미 거대한 냉장고와 냉동고를 아공간 속에서 꺼내어두었다. 또한 각종 식재료와 빵, 식수와 요리에 필요한 채소와 과일까지 전부 꺼내어두었다.

그렇기에 하그리는 편하게 요리할 수 있었다.

헌트는 준의 노페르슈롱을 비롯해 글리아나의 말과 짐마차를 끄는 2마리의 말까지 전부 목욕시킨 뒤 먹이까지 챙겨주었다.

아침식사를 끝마친 준은 대지의 골렘(Earth golem)을 창조 하려고 게르 밖으로 나왔다.

먼저 테이블을 놓고, 채에 거른 고운 흙 한 주먹 정도를 준비해서 테이블 위에 잘 놓았다.

그러고는 각종 재료를 꺼내어 대지의 골렘 창조에 들어갔다.

어제처럼 신경 써서 작업해야 했기에 정신력이 많이 소비되었지만 환골탈태를 겪었기에 그렇게 많이 피곤해지지는 않았다.

미스릴 바에 마법진을 새기고 보석과 마나석에도 섬세하게 마법진을 새겼다. 마지막으로 주인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피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스톤 골렘의 스톤처럼 이번에는 자아를 가진 대지의 골렘을 위한 핵이 만들어지자 마법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우우웅.

대기가 요동치면서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파지지직.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더욱 심하게 공명음이 울렸으며, 마법주문이 점점 빨라졌다.

스스스슷.

고운 가루의 흙이 뭉쳐지더니 스톤처럼 역시 신장 10m의 거대한 인간 형태로 변화되었다.

“대지의 골렘이여, 너의 주인이 명하노니 눈을 뜨거라.”

번쩍!

준의 외침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환한 빛이 대지의 골렘의 두 눈에서 내뿜어지더니 순간 사라져버렸다.

-나를 창조한 분이십니까?

“그렇다, 나의 가디언이여.”

-제가 소멸될 때까지 주인님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인사를 받아주십시오.

대지의 골렘은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준에게 인사했다.

“앞으로 너를 대지라 부르겠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너에게 나의 가디언을 대면시켜 주겠다. 스톤이여, 나오너라.”

스스스스.

-저를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렇다. 스톤, 앞으로 나의 명을 받을 대지라 한다.”

스톤과 대지는 같은 10m의 신장이라 마주보았다. 그러고는 텔레파시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마음이 아주 든든하구나. 스톤과 대지는 그만 들어가 있거라.”

-예, 주인님.

-언제든 필요하시면 저, 대지를 불러주십시오, 주인님.

“알았다.”

스스스슷.

스톤과 대지가 자신만의 공간으로 사라지자 준은 대지를 보필하게 될 수하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채에 거른 고운 흙으로 대지의 골렘을 99기 만드는 일은 제법 시간과 노력이 요하는 일이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미스릴 바가 많이 사용되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서야 대지의 골렘 99기가 만들어졌다.

어제 스톤 골렘 99기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기에 어제보다는 조금 빨리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99기의 대지의 골렘이 준의 앞에 서 있었는데, 스톤 골렘처럼 신장이 4m였다.

대지의 골렘 99기도 충분하게 무력을 보여줄 수 있었기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하하하, 대지의 골렘 99기도 만들어졌어. 나오너라, 대지.”

스스스스.

준이 부르자 자아를 가진 대지 골렘이 보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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