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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이 마법서는 드래곤 레어에서 입수한 수만 권의 책 중 한 권으로,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8천 권의 마법서 중 한 권이었다.
드래곤이라서 그런지 마법서가 많았는데, 월계수 엘프부족의 케르킨 엘프 부족장이 가지고 있던 2천 권의 마법서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었다.
대충 책을 분류하던 중 진귀하고 아주 수준이 높으면서도 처음 접해보는 마법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들만 따로 분류해보니 모두 9권이었다.
보통의 마법서는 몇 서클인지 알 수 있었지만, 이 9권의 마법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보아서는 9서클을 넘어 신으로 접어든다는 10서클의 마법으로, 창조마법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어디보자, 어디에 있더라? 아, 여기 있구나.”
준이 마법서를 넘기면서 찾아낸 것은 강력한 힘을 가진 생명체를 창조하는 이론이었다.
검은 액체 상태인 아벨도 그런 종류라 할 수 있는데, 약간의 실수로 탄생한 생명체였다.
어떤 것이 좋을까 생각하면서 책을 꼼꼼하게 살펴보다가 좋은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일단 무엇을 만들지 결정되자 종이에 그에 필요한 마법수식을 적고 필요한 물품들도 적었다.
책상 위에 필요한 물품을 순서대로 놓았다.
마법약물도 준비되었고, 이번에는 미스릴도 준비되었다.
바 형태로 되어 있는 미스릴은 순도 100%의 미스릴로, 최상품이었다.
미스릴 바에 마법약물로 각종 도형과 룬문자를 꼼꼼하게 새겨 넣었다.
“핵심적인 것은 준비가 된 것 같고…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볼까?”
준은 아주 세심하게 각종 마법재료를 섞고는 마법주문을 중얼거렸다.
치이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김이 피어올랐다.
스스스스.
72가지의 각종 마법재료를 섞었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피도 몇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거무스름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검은 액체가 살아 꿈틀거리면서 2m의 높이로 솟아올랐다.
검은 액체는 인간 형태로 변했다.
스윽.
준은 책상 위에 놓아둔 미스릴 바를 공중으로 들어 올린 뒤 검은 액체의 가슴에 집어넣었다.
우우웅.
강력한 마법적인 기운이 변화를 보이면서 대기가 요동쳤다.
번쩍!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의 강렬한 빛이 뻗어 나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간 사라져버렸다.
두 개의 손과 두 개의 발이 있는 인간 형태의 검은 물질로 된 생명체가 창조되었다.
특이하게 두 눈이 뻥 뚫려 있었는데, 붉은색이었다. 코와 입을 비롯해 귀도 없었다.
“후후후, 드디어 창조되었군. 앞으로 너를 섀도(Shadow)라 부르겠다.”
섀도는 고개를 숙여 준에게 복종의 의미를 담은 인사를 했다.
섀도는 그늘이나 그림자를 뜻하는 말이므로, 가장 적당한 이름이라 생각되었다.
“다시 부르면 나오너라.”
-…….
섀도는 준의 말을 알아듣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언제든 준이 부르면 바로 나타날 든든한 가디언이었다.
섀도를 창조한다고 많은 시간이 흘러 벌써 아침이 밝아왔다.
준은 벤겔미르를 찾아 북쪽으로 향해야 했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기에 빠르게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보다 먼저 신의 선물부터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였다.
식탁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준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에게 할 말이 있어.”
“뭔데? 말해봐.”
“말씀해보십시오.”
글리아나와 헌트의 말에 준이 입을 열었다.
“내가 한동안 연구할 것이 있어서 당분간은 이곳에서 야영을 하면서 보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해?”
준의 말에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들도 특별하게 목표를 정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준이 가는 대로 따라가는 중이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글리아나였다. 그녀는 월계수 엘프부족의 케르킨 엘프 부족장에게서 벤겔미르를 찾아오라는 명을 받았다. 북쪽으로 가면 찾을 수 있다는 말에 지금까지 이동했지만 당분간 이곳에서 머문다고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준의 말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나는 준의 뜻에 따라 당분간 이곳에 머물게.”
“글리아나는 찬성이고, 헌트와 하그리는 어떻게 생각해?”
준의 말에 헌트는 하그리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저는 찬성입니다. 하그리, 넌?”
“저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하하, 고마워. 그럼 야영지를 약간 옮겨서 결계를 더 강력한 것으로 설치하도록 할게.”
게르 밖으로 나온 준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현재 게르를 설치한 곳은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마법사가 지나가게 되면 눈치를 챌 수도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침 적당한 야영지를 발견했다.
개울이 흐르는 건너편으로, 인적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게르를 거두고 즉시 그곳으로 이동한 이들은 준이 봐두었던 곳에 다시 게르를 설치했다. 알람마법이 새겨져 있는 아티팩트도 땅에 꽂고 강력한 결계도 설치했다.
결계가 설치된 야영지가 요새처럼 변하자 안심이 되었다.
‘후후, 이제는 신의 선물을 획득하기 위한 준비만 하면 되겠군. 좋았어!’
준은 골렘을 만들기 위해 마법서에 나와 있는 방법대로 주먹 정도 크기의 화강암을 준비했다.
원래 드래곤이 만든 골렘은 마법사들이 만든 골렘보다 규모도 훨씬 크고 위력도 강했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았다.
그러한 단점을 제거하고 새로운 신개념의 골렘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다.
골렘은 핵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이 핵을 좀 특별하게 만들었다.
먼저 미스릴 바 10개를 녹여 오각형으로 만들었다.
그런 후에 마나를 흡수하는 마법진을 새기고, 골렘의 마법적인 수식과 도형, 룬문자를 빼곡하게 새겨 넣었다.
1캐럿의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도 준비해서 마법약물로 역시 마나를 흡수하는 마법진을 새긴 후 오각형의 미스릴 속에 넣었다.
상급의 마나석도 무려 5개나 박아 넣었다.
마지막으로 준의 피를 그곳에 떨어뜨리자 순식간에 피를 흡수해버렸다.
스톤 골렘의 기본이 되는 것이 준비되자 이번에는 화강암과 오각형의 미스릴을 놓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얼마 후 스르르 오각형의 미스릴이 움직이면서 화강암 속에 흡수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화강암 겉면에 마법약물로 대방어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이것만 해도 충분한데, 여기에다가 다시 보호막을 새겨 넣은 아티팩트를 무려 2개나 박아 넣었다.
골렘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은 준이 처음이었다.
드래곤들이 골렘을 만들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골렘의 핵이 완벽하게 보호되면서 만들어지자 이번에는 강력한 골렘의 몸체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것도 이미 준비해두었다.
아공간의 문을 열어서 그 속에서 수십 톤이나 되는 거대한 화강암을 꺼낸 뒤 내려놓았다.
화강암 속에는 이미 대방어 마법진과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헤이스트 마법진, 또한 충격에 대비해 충격흡수 마법진도 새겼다. 그냥 화강암에 그린 것이 아니라 미스릴 바에 직접 새겨 넣었기에 방어력 면에서는 최강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군. 이제는 스톤 골렘(Stone golem)의 자아만 형성시켜주면 완성인가?”
준은 스톤 골렘의 핵을 거대한 화강암 위에 올려놓고는 마법서에 쓰인 대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문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우우우웅.
갑자기 진동을 전달하는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파지직.
이번에는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더욱 심하게 공명음이 울렸다.
그래도 준은 주문을 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서 거대한 화강암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마치 모래가 부서지듯이 가루가 되었다.
그 가루가 다시 뭉쳐지고 있었다.
길고 힘들었던 주문이 끝나자 화강암은 신장 10m의 거대한 인간 형태로 변화되어 있었다.
“스톤 골렘이여, 너의 주인이 명하노니 눈을 뜨거라.”
번쩍!
갑자기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의 환한 빛이 화강암에서 내뿜어지더니 순간 사라져버렸다.
-나를 깨운 분이십니까?
“그렇다, 나의 가디언이여.”
-주인님, 제 인사를 받아주십시오.
스톤 골렘은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준에게 인사했다.
신장 10m의 거대한 스톤 골렘은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위용을 내뿜었다.
“앞으로 너를 스톤이라 부르겠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언제든 저를 필요로 하시면 불러주십시오.
“알았다. 스톤, 들어가 있어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쩌어억.
공중의 한곳이 아공간의 입구처럼 갈라지자 스톤 골렘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스톤 골렘을 삼킨 아공간은 공중에서 사라졌다.
“후후, 스톤이 완성되었으니 그의 부하가 될 스톤 골렘도 준비해야겠군.”
준은 다시 마법서를 보면서 드래곤이 레어를 지킬 때 만드는 스톤 골렘을 참고했다.
그는 드래곤의 레어에서 획득한 상급의 마나석을 준비한 후 다시 보석도 꺼내었다. 먼저 마법약물로 보석에 마법진을 새긴 후 다시 상급의 마나석에도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주인을 인식시키고 교감이 이루어지도록 자신의 피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톤 골렘의 핵이 하나 만들어지자 역시 같은 방법으로 계속 핵을 만들었다. 그러자 마침내 99개가 만들어졌다.
주먹만 한 크기의 화강암이 99개 준비되자 하나씩 마법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준이 골렘을 만드는 것을 근처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자신들이 나서서 도와줄 게 없었기 때문이다.
7서클인 글리아나도 아직 골렘을 만들지 못했기에 준이 골렘을 만드는 게 무척 신기한 모양인지 끝까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침부터 시작한 스톤 골렘을 만드는 작업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99기의 스톤 골렘이 준의 앞에 서 있었는데, 신장이 4m나 되었다.
앞서 만든 스톤처럼 대화가 가능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게 무력을 보여줄 수 있기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하하하, 드디어 스톤 골렘 99기가 만들어졌어. 이들을 지휘할 스톤도 이미 창조해두었으니 모두 100기나 되는군. 아주 든든해. 나오너라, 스톤.”
스스스스.
준이 부르자 스톤이 보습을 보였다.
4m나 되는 스톤 골렘들도 대단했지만 10m나 되는 거대한 스톤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스톤아, 네 수하들이다. 어떠냐?”
-마음에 듭니다, 주인님.
“그럴 줄 알았다. 일단 수하들을 네 몸속에 흡수해두거라.”
-예, 주인님.
스톤이 양팔을 옆으로 벌리면서 가슴을 내밀자 스톤 골렘들이 블랙홀에 빨려들듯 순식간에 스톤에게 흡수되었다. 언제든 준이 부르면 다시 나올 것이었다.
“수고했다, 스톤. 그만 들어가 있거라.”
-예, 주인님.
츠파파팟.
스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