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85화 (8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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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프리맨

왼손으로는 막대한 내력을 끌어 모으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진 빌헤임과 바람의 기운 벤뵤르그에서 막대한 마나가 뭉쳐졌던 것이다.

투아아앙!

마치 소총을 발사한 것 같은 굉음이 터지면서 엄청난 기운을 머금은 장력이 칼리에게 날아갔다.

눈이 커진 칼리는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퍼억!

옆구리 쪽으로 장력이 격중되었다.

쩌저적.

살이 움푹 파이면서 얼더니 마치 면도칼로 난자한 것처럼 수십 개의 줄로 갈라졌다.

“이…이게… 크아아악!”

칼리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옆구리를 바라보고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퍼엉!

등 쪽의 살과 피가 터지면서 주먹이 들어갈 정도의 큰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

가가각.

어느새 다가온 준이 대거를 휘둘렀다.

이에 자신의 몸이 두 동강나게 생겼기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칼리는 본능적으로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가로막았다.

어지간한 물리력으로는 칼리의 약물로 단련된 팔을 자르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잘려버렸다.

“내…내 팔… 두고 보자!”

츠파파팟.

칼리는 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라고 느끼고는 재빨리 암흑의 기운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렸다.

“후후, 역시 아직은 풋내기에 불과한 놈이었어.”

바닥에 떨어진 칼리의 팔을 바라보던 준은 약지에 끼고 있던 해골 모양의 반지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이내 공중에 둥둥 떠 그림자가 생길 틈도 없이 빠르게 경공술로 이동해 제르의 아침으로 되돌아 왔다.

글리아나는 준과 칼리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가 준이 날아오자 비켜주었다. 그리고 준이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자 재빨리 창문을 닫아버렸다.

칼리와 준은 오래 싸운 것 같지만 사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준은 해골 모양의 반지를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추적마법이 걸려 있는 아티팩트였군.”

푸스스스.

그는 강력한 내력으로 해골 반지를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조금 전 그놈보다 훨씬 강력한 자의 기운이 느껴져.”

“그…그게 정말이야?”

“그래. 상대하기 까다로운 자 같아. 아침에 주인에게 빵을 건네받은 뒤 빨리 이곳 벨리카를 떠나는 게 좋겠어.”

“그래…….”

글리아나가 불안에 떨자 준은 그녀를 껴안아주면서 달래었다.

여행자의 숙소 ‘제르의 아침’의 주방.

주방장과 주방 식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까지 직접 주방에 나와서 일을 지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특별주문을 받은 빵이라 정성스럽게 구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빵을 화덕에서 꺼내어 한쪽에 놓고 잘 식혔다. 모두 500개로, 상당히 많은 양이었기에 밤을 새워서 만들어야 했다.

헌트와 하그리가 이른 새벽부터 찾아와 빵을 가져갔다.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나?’

그때까지만 해도 주인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준 일행은 즉시 돈을 지불하고는 제르의 아침에서 떠나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영지병들이 들이닥쳤다.

백인대장인 글라우스는 주인을 찾았다.

주인이 주방에서 나오다가 그를 보았다.

글라우스와 제르의 아침 주인과는 안면이 있었다.

“어제 남문으로 들어온 여행자 4명이 여기에 묵었다고 하던데… 여자 1명에 남자 3명이야.”

“그런 사람이 묵은 것은 맞습니다만, 새벽에 떠났는데요?”

“어디로 간다는 말은 없었나?”

“글쎄요. 서문을 통해서 북쪽으로 간다는 것밖에는 모르겠습니다. 빵도 500개나 특별주문해서 가져갔습니다.”

“틀림없군. 가자!”

글라우스와 영지병들이 말에 올라 서문을 향해 사라지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인데 이른 아침부터 영지병들이 몰려온 거지?”

영지병들이 서문으로 향할 때, 준과 그 일행은 이미 서문을 빠져나가 북쪽을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서문에서 2km 정도 떨어진 언덕에 오르자 서문 쪽에서 말을 탄 기병 100명이 튀어나와 추격해왔다.

글리아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 어쩌지?”

“걱정 마, 글리아나. 기병 100명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문제는 이후의 추격대들이야.”

짐마차를 몰고 있던 헌트가 한마디 했다.

“기병들이 추격해오는 상황이니 곧 포위될 것 같습니다.”

“일단은 마법으로 저들을 따돌리는 게 좋겠군. 길 가장자리로 모여.”

준의 곁으로 글리아나와 짐마차가 모였다.

기병들이 접근하자 준은 마력을 일으켜 보호막을 펼쳐 밖에서는 자신들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스스스.

준이 마법을 펼친 것 같기는 한데 변화된 것이 없자 헌트는 불안한 모양인지 준에게 물어보았다.

“그냥 이렇게 길가에 서 있기만 해도 되겠습니까?”

“걱정하지 마. 마법을 펼쳤기에 기병들이 나타나도 우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어.”

“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콰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면서 기병들이 나타났지만 그들은 준 일행을 발견하지 못하고 빠르게 지나쳐 가버렸다.

기병들이 모두 저쪽으로 사라지자 준은 그제야 펼쳤던 마력을 거두었다. 그리고 안심하라는 듯 글리아나를 쳐다보았다.

“글리아나, 일단 기병들이 지나쳤으니 시간을 번 것 같아.”

“이제 어떡하지?”

“앞으로도 계속 추격대가 올 것이니 안전에 대비해둬야 해. 모두들 별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있지?”

“여기 가슴 한쪽에 잘 달아두었어. 걱정 마.”

“위험에 처하면 자동으로 보호막이 펼쳐지면서 몸을 보호해 주는 아티팩트이니 하나씩 더 달아.”

준은 별 모양의 브로치를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에게 내밀었다. 그들은 그것을 가슴 부분의 옷에 잘 달았다.

“좋아, 이렇게 하면 기병들이 기습적으로 화살을 쏘더라도 안심이야. 가자!”

“예, 감사합니다.”

헌트와 하그리는 준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짐마차를 다시 몰아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뒤를 준과 글리아나가 말을 타고 뒤따라갔다.

브라이언 자작의 영주성.

스스스.

집무실 밖 복도.

칼리가 암흑의 기운을 이용해서 순간이동 마법으로 이동해왔다.

“크으… 마스터…….”

칼리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면서 고꾸라졌다.

그제야 소리를 들은 로도스 집사가 문을 열고 튀어나왔다.

“아…아니, 이…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크으… 나를 어서 마스터께…….”

“도와드리겠습니다. 어깨에 기대십시오.”

칼리는 로도스 집사의 어깨에 기댄 채 힘겹게 브라이언 자작의 집무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브라이언 자작과 마스터는 그런 칼리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으음… 마스터의 제자인데도 불구하고 저런 큰 부상을 입을 정도로 놈이 강했나?’

‘놈을 얕보다가 당했군.’

브라이언 자작과 마스터는 각각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마스터가 칼리를 쳐다보면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칼리, 어떻게 된 일이냐?”

“죄…죄송합니다, 마스터. 놈이 너무나 강했습니다.”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가 아닌 다음에야 칼리 너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상대는 없을 텐데?”

“저…저도 처음 보는 수법으로 당하고 말았습니다, 마스터.”

“으음… 왼팔이 잘렸군. 어지간한 검으로는 이렇게 자르지 못할 텐데…….”

“죄…죄송합니다, 마스터.”

“쯔쯧… 멍청한 놈. 이리 오너라.”

칼리가 힘겹게 마스터에게 다다가자 마스터는 칼리의 왼쪽 어깨 밑을 잡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암흑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츠츠츠츠.

신기하게도 잘렸던 팔 끝에서 팔이 재생되고 있었다.

고통이 심한 모양인지 칼리는 입술을 깨물어 신음을 삼키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약 1분 동안 마스터가 암흑의 기운을 칼리에게 불어넣어주자 왼팔이 완전히 재생되었다.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마스터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제자의 능력을 믿고 맡겼더니 역시나 실패했군.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해야겠다. 칼리야, 앞장서거라!”

“마스터께서 직접 가시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진작 나서서 처리해야 했는데, 잘못 판단했어.”

“그런 일에 마스터께서 직접 나서시다니… 죄송합니다.”

“아니다.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내가 나서야 돼. 가자.”

“예, 마스터.”

칼리는 준과 싸운 곳에 다시 나타났지만 그때에는 이미 준 일행이 떠나고 난 뒤였다.

그것을 모르고 마스터와 칼리는 주위를 정찰했다.

설마 준 일행이 그렇게 신속하게 떠났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칼리야, 놈의 기운이 느껴지느냐?”

“이상하게도 놈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놈이 보통이 아니구나.”

“마스터께서 계시는 한 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꼭 그 물건을 되찾아야만 하는데…….”

그때였다.

마스터는 미스릴 바가 들어 있었던 철상자에 물건 위치 파악 마법이 걸려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아차, 내 정신 좀 보게. 철상자에 물건 위치 파악 마법이 걸려 있는 걸 깜빡했다.”

“즉시 위치를 추격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칼리와 마스터는 암흑의 기운을 일으켜 물건의 위치를 추격했다. 그 결과, 제르의 아침이라는 곳을 찾아내었다.

주인의 안내로 203호실로 들어간 그들은 침대 밑에서 철상자를 찾을 수 있었다.

마스터와 칼리는 철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미스릴 바를 확인하고는 득의의 웃음을 지었다.

‘흐흐, 다행히 놈이 도망치느라 이것을 가져가지 못했군.’

“마스터, 저…정말 다행입니다.”

“그렇구나. 그만 돌아가자.”

“예, 마스터.”

마스터와 칼리는 영주성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이들은 준이 미스릴 바를 전부 가져가버리고, 매직 이미지를 걸어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매직 이미지는 직접 손을 대보지 않는 한 허상과 실체를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칼리와 마스터는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만져보지 않았다.

준 일행은 북쪽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앞서간 100명의 기병들은 어디까지 달려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반나절 넘게 달린 준 일행은 길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게르를 설치해서 야영을 했다.

혹시라도 들킬 것에 대비해서 마법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 번거로운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서둘러서 식사를 마친 준은 우연히 얻게 된 미스릴로 무엇을 만들까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을 해냈다.

‘그래, 그것을 만드는 게 좋겠군.’

신의 선물을 획득하려면 오크부족을 막아야 하고, 또한 붉은 모래 속에서 살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까지 상대해야만 했다.

‘후후, 오직 내 명령만 듣고 움직이는 군대가 필요해. 나에겐 충분한 무공이 있지만 또한 그것에 뒤지지 않는 힘인 마법도 있지.’

“준, 무슨 생각해?”

“아…아니,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말이야.”

“무슨 생각?”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이 공격해온 것은 잘 물리쳤는데, 아직 그놈의 뒤에 있는 더 강한 자는 만나지 못했어.”

“그럼 그자가 곧 추격해오니 만날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럴 것 같아.”

“어제 그자도 내가 상대한다면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던데, 그자보다 더 강한자라면 얼마나 강할까?”

“후후, 많이 강할 거야.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거든.”

“호호, 맞아. 준을 누가 당하겠어? 설사 위대한 분이 온다고 해도 겁나지 않아.”

“글리아나, 준비할 게 있으니 혼자 있게 해줘.”

“아…알았어. 방해하지 않을게.”

“고마워.”

혼자 남게 되자 준은 아공간 속에서 마법서를 한 권 꺼내었다. 무게가 엄청난 마법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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