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83화 (8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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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촤라라락!

게르가 거두어지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경쾌했다.

야영 장비를 거두고 떠날 준비가 끝나자 준은 그들을 철장 속에서 꺼내었다.

그들은 ‘이제 우리들을 풀어주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순순히 그들을 풀어줄 준이 아니었다.

준은 옷과 신발만 남겨두고 이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소지품을 빼앗았다.

그런 후 점혈 수법을 다시 펼쳤다.

1시간 정도 지나면 점혈이 풀리도록 조치한 것이지만 이들은 전혀 그런 것을 몰랐다.

어깨높이까지 땅속에 파묻었는데, 여기에는 여자인 엘린까지 포함되었다.

30명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수거하자 골드화와 각종 무기, 마법지팡이까지 다양했다.

특히 30마리의 말안장에는 각종 귀중품도 있었다.

그것까지 깨끗하게 수거해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준은 조금 번거로웠지만 30마리의 말들을 모두 연결해 몰고 그곳에서 사라졌다.

기병들과 엘린이 뭐라고 소리쳤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엘린의 저주 서린 외침에 헌트는 은근히 걱정되는지 준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준 님, 저렇게 두고 떠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아. 조금만 있으면 땅속에서 나올 수 있어.”

“아아, 그럼 다행입니다.”

“어젯밤에 하던 짓을 생각하면 좀 더 괴롭혀야 하지만 많이 참은 거야.”

“목숨을 살려준 것으로도 감지덕지해야죠.”

“하하하, 맞아.”

그렇게 준 일행은 그곳에서 떠나갔다.

두두두두.

말발굽이 힘차게 메마른 땅을 찍으면서 달려 나가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오후였다.

준과 그 일행들은 브라이언 자작의 영주성이 있는 벨리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잠시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봉우리가 있는 곳에는 브라이언 자작의 영주성이 있었으며, 그 밑으로는 시가지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헌트가 알려준 대로 2만여 명이 살만해보였다.

높은 성벽 밖으로도 평민들의 주거단지가 잘 나뉘어져 있고, 성안보다 훨씬 집들이 많았다.

성벽 밖에 약 5만여 명의 평민들과 농노들이 뒤섞여 살고 있다고 하더니 그게 맞는 모양이다.

“헌트, 저곳이 벨리카인가?”

“예, 그렇습니다. 브라이언 자작령에서는 가장 번성한 곳입니다.”

“그렇군. 오면서 보았던 농노들의 마을과는 확연하게 달라 보여.”

“겨우 수백 명이 살고 있는 마을과 벨리카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곳입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서 저 남문으로 들어가 말들을 팔고 쉴 만한 곳을 찾아보자고. 가지!”

“예, 알겠습니다. 이랴!”

헌트는 짐마차를 몰아 준의 뒤를 따라갔고, 얼마 후 벨리카의 남문에 도착했다.

성문 위와 앞에는 무장한 영지병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고, 남문을 나가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20여 명 정도 되었다.

준과 그 일행은 순서를 기다리면서 조금씩 이동하였다.

검문하는 영지병에게 기사의 신분패를 내밀어 간단하게 통과했다.

헌트와 하그리는 용병 신분패를 내밀어 통과했지만 문제는 글리아나였다. 다행히 그녀도 손쉽게 통과했다.

준이 이곳으로 오면서 글리아나에게 기사 신분패를 만들어 주었기에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먼저 마시장으로 이동해서 30마리의 말을 750골드에 팔아버렸다.

날이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서둘러서 상업지역으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식량과 각종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했고, 소고기와 양고기를 포함해 돼지고기와 닭고기까지 충분하게 사들였다.

또한 각종 과일을 파는 상인에게는 아예 짐수레에 진열되어 있는 과일을 무려 5대 분이나 사버렸다.

그렇게 엄청나게 구입한 것들을 간단하게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헌트의 조언대로 고급숙소인 ‘제르의 아침’ 이라는 곳에 묵게 되었다.

와인과 여러 종류의 술도 구입하고 식수통에 식수도 채웠다. 그렇게 언제든지 바로 떠날 준비를 끝내고서야 저녁 식사를 하였다.

준이 이곳으로 오면서 말과 소지품을 빼앗은 자들이 내일 오후에는 벨리카에 들어올 수도 있었기에 그리 조취를 취한 것이다.

벨리카의 브라이언 자작의 영주성.

스스슷!

밤이라 유등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지만 불빛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는 복도 끝에 텔레포트 마법으로 두 사람이 순간이동해 왔다.

이들은 회색 로브를 입고 후드를 눌러 쓰고 있었기에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발소리도 내지 않고 복도를 걸어 이동한 곳은 브라이언 자작의 집무실 앞이었다.

똑똑.

가볍게 노크 소리를 내자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집사인 로도스였다.

“어서 오십시오. 자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크크, 알았네.”

“뒤에 서 있는 분은 누구신지?”

“크크, 나의 제자 칼리라네.”

“마스터께서 또 제자 분을 두셨군요? 그럼 제자 분이 모두 6명으로 늘어난 겁니까?”

“크크, 그렇다네.”

“축하드립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알았네. 따라오너라.”

“예, 마스터.”

소파에 앉아 있던 브라이언 자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중앙의 자리를 마스터라는 자에게 양보했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크크. 오랜만이구나, 브라이언.”

“2년 만인 것 같습니다, 마스터.”

“칼리야, 인사하거라. 세 번째 사형이다.”

마스터의 말에 뒤에 서 있던 칼리가 브라이언 자작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인사드립니다. 칼리라 합니다, 사형.”

“반갑다. 너를 오늘 처음보지만 마스터께 너를 제자로 받아 들였다는 말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앞으로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그러마. 마스터, 연구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직접 오셨습니까?”

“네 딸인 엘린이 오늘 벨리카로 들어오면 그 물건을 받아서 가려고 직접 오게 되었다. 아울러 너의 얼굴도 한번 보고 말이다.”

“그렇습니까? 안 그래도 어제 오후에 마법통신을 했는데, 지금쯤은 남문으로 들어왔을 겁니다.”

“그런가? 오랜만에 왔으니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싶구나.”

“엘린이 오려면 좀 더 기다리셔야 하니 먼저 식사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거라.”

“로도스 집사, 식사를 준비해주게.”

“예, 자작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로도스 집사가 밖으로 나가자 브라이언이 마스터에게 말하였다.

“마스터, 다섯째 사제는 아직도 검술수련 중입니까?”

“크크, 그렇다. 올해 안으로 검술수련이 끝나면 대단할 거야.”

“얼마 전에 듣기로는 소드 익스퍼트 상급을 넘어 소드마스터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그래, 곧 암흑의 힘을 깨닫고 소드마스터에 오를 것이다.”

“그러면 내년에는 멋진 활약을 기대해도 되겠군요?”

“나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여섯째 사제는 거구로군요?”

브라이언 자작은 칼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2m의 큰 키에 130kg이나 되는 칼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정도였다. 그가 후드를 벗자 얼굴에는 사선으로 길게 칼자국이 나 있었다.

또한 눈빛이 날카로운 게 더욱 강인하기도 하면서 무섭게 보였다.

“마스터, 제가 보기에 몇 년 만 더 수련한다면 큰일을 할 수 있겠습니다.”

“잘 보았다. 칼리는 제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날이 경지가 높아지고 있으니 몇 년 후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때 브라이언 자작의 집무실 문이 열리면서 로도스 집사가 들어왔다.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알았네. 마스터, 식사를 하러 가시죠.”

“크크, 그러지. 칼리야, 가자!”

“예, 마스터!”

긴 테이블에는 수십 가지의 요리가 잘 차려져 있었다.

마스터와 칼리, 브라이언 자작은 식사를 시작했다.

로도스 집사는 브라이언 자작의 뒤에 서 있었다.

1시간이 넘어서야 식사가 모두 끝났다.

하녀들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차를 가져와 내려놓고 나갔다.

“마스터, 말드리안 차이니 드셔보십시오.”

“호오, 내가 좋아하는 귀한 차를 가지고 있었구나.”

“그렇습니다. 준비해두었으니 가실 때 드리겠습니다.”

“크크, 고맙다. 잘 마시도록 하마.”

“으음, 그건 그렇고 엘린이 늦어지고 있으니 죄송합니다.”

“아니다. 곧 도착할 테니 조금 더 기다려보마.”

“너무 이른 나이에 4서클 마스터에 올라 있다 보니 아직 세상 무서운 것 모르는 철부지입니다.”

“아직 18살이지만 벌써 4서클 마스터에 오른 실력이면 천재야, 천재!”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

“나는 딸이 없지만 엘린을 보면 너무 귀엽고 부러워.”

“하하, 감사합니다. 마스터, 5서클 유저인 로니가 곁에서 엘린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많은 지도를 하고 있으니 내년에는 5서클에 오를 것 같습니다.”

“크크, 그렇다면 내가 5서클 마법서를 주고 가야겠군.”

“아, 그렇게만 된다면 아주 좋아할 겁니다.”

이들은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엘린에게서 연락이 없자 브라이언 자작은 초조해졌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품속에서 마법통신구를 꺼내었다.

주문을 외웠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엘린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마스터는 브라이언 자작을 쳐다보았다.

“엘린과의 통신이 되지 않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닌가?”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당장 기병들을 보내 알아보는 게 좋겠는데?”

“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로도스 집사, 당장 볼스크 단장에게 가서 200명의 기병들을 차출해 엘린이 오고 있는 곳으로 보내도록 하게.”

“예, 당장 가서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로도스 집사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잠시 로도스 집사가 나가는 걸 쳐다보던 브라이언 자작은 다시 고개를 돌려 마스터를 쳐다보았다.

“음… 엘린이 마법 통신으로 연락한 곳이 하루 정도의 거리에 불과한데, 사고가 일어나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혹시 몬스터라도 나타나서 싸우느라 그런 게 아닐까?”

“지금의 상황으로는 그게 가장 유력하지만 정확한 것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그 물건을 온전하게 가져와야 할 텐데 걱정이군.”

마스터의 말에 브라이언 자작은 더욱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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