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82화 (8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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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나의 손에서 번개가 펼쳐지게 하소서.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파지지직.

마법지팡이를 손에든 중년 마법사인 로니의 번개공격이 시작 되었다.

준은 번개공격이 날아오자 그냥 한 손을 가슴 높이에서 앞으로 내밀었다. 단지 그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번개는 보이지 않는 기운에 막혀버렸다.

“이이…이것도 받아봐라.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슈슈슝!

5발의 매직 미사일이 10대 후반의 여자 마법사인 엘린의 손끝에서 펼쳐졌다.

매직 미사일은 유도기능이 있기에 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후후, 제법이군.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츠츠츠츠.

준의 입에서 마법무효화가 펼쳐지자 날아오던 매직 미사일 5발은 그대로 소멸되어버렸다.

4서클 마스터인 엘린은 자신이 생성시켜 발사한 매직 미사일이 소멸되는 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5서클 유저인 로니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너희들의 어설픈 공격은 잘 받았으니 이제 내가 공격해주마. 받아라!”

츄츙!

준의 손끝에서 2발의 마법 불화살이 생성되어 그들에게 날아갔다.

“흥, 파이어 애로우 따위에 우리가 당할 것 같으냐? 방어막(Shield)!”

로니와 엘린은 즉시 방어막을 생성시켜 몸을 보호하도록 했다.

2서클의 낮은 공격마법이라 속으로 비웃었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방어막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준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준은 마법을 배우고 익힐 때, 그 누구도 드래곤의 마법을 넘어설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법을 개조했고, 어느 정도는 실효성을 거두었다.

지금 날아가는 마법의 불화살만 해도 그렇다.

단순한 마법의 불화살이 아니라 3개의 마법수식과 배열이 혼합되어 있는 마법이었다.

불화살 2발이 방어막에 부딪쳤다.

콰쾅!

“커억!”

“아아악!”

불화살이 방어막에 부딪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5서클에 맞먹는 공격마법의 위력이었다.

그렇기에 로니와 엘린이 펼친 방어막은 허무하게 소멸되어 버렸다. 마법의 불화살이 폭발하면서 충격파가 전달되어 피를 토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기절해버린 것이다.

마법사 2명과 기병 28명을 간단하게 제압한 준은 그들에게 혈도를 짚었다.

무공고수들만 펼칠 수 있다는 그 점혈(點穴)수법이었다.

생소한 수법에 당한 그들은 기절에서 깨어나면 몸에 무거운 것을 매단 사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손가락 하나도 까닥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은 몸만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둔 것이다.

결계 안에서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준과 정체를 알 수없는 자들과의 한판 승부를 구경하고 있다가 상황이 끝나자 결계 밖으로 나와서 준을 도왔다.

30마리의 말과 30명을 게르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두 개의 아티팩트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게르 한쪽에다가 놓고는 마법주문을 중얼거렸다.

스스스스.

천장과 바닥, 벽면이 모두 금색으로 된 철장이 2개 생겨났다.

준의 지시로 헌트는 기병과 마법사들을 한쪽 철장에 집어넣었고, 하그리는 30마리의 말을 그 옆의 철장에 밀어 넣었다.

30명 모두 제법 심한 충격을 받았기에 약간의 내상을 입었고, 이제야 겨우 하나 둘씩 기절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기절에서 깨어난 자들은 두리번거리면서 여기가 어딘지 살폈다.

“으… 여기가 어디지?”

“으…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

“이…이게 어찌된 일이지? 몸이 말을 잘 안 들어.”

철장 속이라는 걸 알고는 한 명이 무심코 철장에 손을 대었다가 깜짝 놀라면서 손을 떼었다.

철장에 감전사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고통이 느껴지는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후후, 잘 들어라. 이 철장에는 마법무효화 마법진이 새겨져 있기에 너희들은 마법을 펼칠 수 없으니 허튼짓을 하지 않는 게 좋아. 어차피 나의 점혈수법에 당했으니 소용없지만 말이야.”

준의 말을 듣고 있던 엘린이 말하였다.

“우리들을 어떻게 하려고 가두는 거냐?”

“그거야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할 것이니 걱정은 접어두라고. 그건 그렇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자들이라서 그런지 냄새가 아주 고약하군. 어쩐다?”

그때, 글리아나가 준의 곁으로 다가와 나직하게 말하였다.

“준, 불쌍한데 봐줘.”

“그럴까?”

철장 속에 있던 30명은 글리아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심장마비가 일어날 정도로 글리아나의 미모가 눈부셨기 때문이었다.

남자들은 멍한 얼굴 표정들이었고, 같은 여자인 엘린까지 글리아나의 미모에 눈이 커졌으니 말 다한 것이다.

“헌트와 하그리는 저 말들에게 먹이라도 좀 주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준의 명령에 헌트와 하그리는 한쪽에 놓여 있는 것을 들고는 30마리의 말들이 있는 철장에 과일을 넣어주었다.

말들은 잘도 먹기 시작했다. 말들도 지치고 허기진 모양이었다.

준은 퐁듀로 식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기로 하고는 우선 마법주머니 속에서 뮤직폰을 꺼내었다.

철장 속에 있던 엘린은 준이 보석함을 꺼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이 뮤직폰의 뚜껑을 열고는 나팔꽃 모양의 확성기를 끼운 뒤 작동 버튼을 누르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엘린은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물건에 눈이 커졌다.

‘보석함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다니 정말 신기해.’

게르 안은 아름다운 음유시인의 노래와 멜로디로 인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준은 유리그릇에다가 과일을 깎아놓고, 와인을 가져와 테이블에 앉았다.

글리아나와 술 한잔하려는 것이다.

글리아나는 흰 드레스를 입고 있었기에 더욱 눈이 부셨다.

보통은 푸른색 옷이나 편한 여행복 차림인데, 준을 사랑하고부터는 은근하게 이런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자주 입었다.

쪼르르르.

유리잔에 붉은 와인을 붓고 잔을 살짝 부딪쳤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준이 과일을 포크로 찍어서 내밀었다.

너무 다정한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음악에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을 나누어 마시자 분위기가 아주 로맨틱했다.

자신들의 처지도 잊은 채 철장 속에 갇혀 있는 자들은 부러움과 질투의 눈빛을 동시에 내뿜었다.

그러나 준은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듯 전혀 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에는 글리아나와 포옹하면서 음악에 맞추어 천천히 춤을 추었다. 블루스(blues)였다.

글리아나는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밤이 깊어지자 뮤직폰을 끄고 글리아나를 안아서 침대에 눕혀주면서 이마에 뽀뽀해주었다.

“글리아나, 잘 자.”

“응, 준도 내 꿈 꿔야 돼.”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침대로 돌아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천왕대심공을 운용하자 술기운이 한곳으로 뭉치더니 이윽고 몸 밖으로 배출되어버렸다.

술이 깨고 몸의 피로도 말끔하게 사라졌기에 잠을 자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래도 약간은 잠을 자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침대에 누웠다.

마법사인 로니와 엘린이 마법을 써보려고 했지만 철장에는 마법무효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기에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기병들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몸이 마음먹은 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일단 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힘을 비축하기로 하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짹짹짹.

하늘을 날아가면서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준은 목욕부터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제야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가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일어났다.

30명의 포로들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후후, 좀 놀려주는 게 좋겠군.’

아침은 준이 준비했다.

식탁에는 샐러드와 각종 과일이 놓였고, 메인 요리로는 꽃등심 숯불구이였다.

두툼한 꽃등심에 약간의 소금과 향신료를 뿌리고는 석쇠에 올렸다.

치이이이.

소리만으로도 군침이 넘어갈 정도였다. 거기에 숯불에서 익어가는 냄새까지 더해지자 허기진 포로들에게는 고문이 아닐 수 없었다.

이들은 아침 식사를 준비할 때 깨어났다. 준을 이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로들은 야영을 하면서 저렇게 요리를 만들어먹는 게 아주 신기하게 느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일이었다.

숯불에 익어가는 고기를 보자 더욱 배가 고파왔다.

쩝쩝쩝.

“고기가 연한 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습니다.”

“많이들 먹어. 고기는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야. 글리아나도 고기 좀 먹어봐.”

준이 고기를 포크로 찍어서 내밀자 글리아나가 받아 맛있게 먹었다.

“고소하고 연한 게 정말 맛있어.”

“그렇지? 여기에는 향신료를 뿌렸기에 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나지 않아서 더 맛있었던 거야. 어때?”

“응, 정말 그래.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

준은 이렇게 포로들을 아예 신경 쓰지도 않고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맛있게 아침 식사를 했다.

엘린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준에게 소리쳤다.

“우리에게도 식사를 다오.”

“왜?”

“왜라니?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데 식사도 안 줄 거야?”

“나는 아쉬울 게 없는데 왜 그래야 하지?”

“그…그건… 그래도 우리에게 식사를 줘.”

이런 일을 한 번도 당해보지 않았던 엘린이라 말문이 막혔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준에게 식사를 요구했다.

“너희들의 정체가 뭐야?”

“그…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넌 누구지?”

“하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너희들은 포로야. 내 말에 고분고분한 자만 맛있는 식사를 주지. 누가 말해볼 텐가?”

28명의 기병들은 너무 배가 고팠지만 엘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브라이언 자작의 딸이었고, 벨리카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호기심에 준을 도발하게 된 것이었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자 준은 약간의 협박을 하기로 했다.

“너희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먼저 너희들이 날 공격했다가 당했으니, 원망은 자신들에게 해라. 난 너희 모두 땅에 묻어버리고 갈 것이다.”

“뭐라고? 우리를 죽이겠다는 말이냐?”

“너, 말하는 게 아주 거슬려. 보아하니 귀족 같은데, 그래서 그렇게 큰 소리를 치는 것이냐?”

“…….”

엘린은 자존심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치만으로도 그녀가 귀족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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