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79화 (7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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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준은 책상과 의자를 꺼내어 자리에 앉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획득한 두 개의 반지를 꺼내어 보았다.

하나는 드래곤의 레어에서 우연히 획득한 수정 반지로, 빌헤임이라 새겨져 있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진 신의 아티팩트로 추정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자신과 같이 이곳으로 건너온 중국인의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앗은 것으로, 사파이어 반지였다. 자세하게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대단히 중요한 물건일 것으로 생각했다. 마나에 아주 민감한 준이기에 그렇게 느낀 것이다.

준은 먼저 ‘빌헤임’이라 새겨진 수정 반지부터 살펴보았다.

링은 금 80%, 20%의 동을 합금 처리한 것으로, 1캐럿 정도 되는 수정이 박힌 평범하게 보이는 반지였다. 그리고 링 안쪽에 빌헤임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것이 전부였다.

“고급스럽거나 특이한 것도 없는 단순한 수정 반지인데 마나가 농축된 것 같은 느낌이 느껴져. 정말 이상한 반지야.”

빌헤임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사파이어 반지를 들어 살펴보았다.

이것도 링 안쪽에 ‘벤뵤르그’라고 새겨져 있었다. 1캐럿 정도 되는 사파이어가 박힌 것 말고는 빌헤임과 다른 점이 없었다.

“정말 모르겠군. 어떠한 특이점도 없어.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방법을 모르니 답답하군. 일단 두 개 다 끼고 있자. 나중에 기회가 오면 알게 되겠지.”

준은 두 개의 반지를 깨끗하게 세척한 후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는 벤뵤르그 사파이어 반지를, 새끼손가락에는 빌헤임 수정 반지를 꼈다. 사파이어와 수정을 바깥이 아닌 손바닥을 향하도록 했다. 남들 눈에는 평범한 반지로 보일 것이다.

이번에는 유리병을 꺼내었다.

유리병 속에는 기이한 생명체인 아벨이 봉인되어 있었다.

“아벨,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준이 아벨에게 말하자 아벨에게서 텔레파시가 전달되어 왔다.

[그게 뭔지 말해봐라.]

“넌 혹시 다른 생명체에 들어가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거냐?”

[그렇다. 혼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일단 다른 생명체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평소보다 약 2배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난 드래곤을 제외하고는 가장 마나를 많이 끌어 모을 수 있기에 기생하게 된 생명체에 그걸 불어넣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만 완전히 동화되기까지는 약 1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이 되기 전에는 생명체를 일시적으로 조종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힘을 다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패트릭이 정신없이 움직인 건가?”

[그렇다. 10일이 지나서 나와 완벽하게 동화가 되었다면 오우거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트롤과 같은 회복력도 생긴다. 거기에다가 막대한 마나를 보유할 수 있기에 검사나 마법사였다면 전체적으로 약 3배 정도의 능력이 향상된다.]

“음… 대단하군. 그럼 부작용은 없나?”

[부작용이라고 하면 이전의 생명체 의식은 완전히 사라지고 나 아벨이 그 생명체를 대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완전히 동화되면 이전의 사람은 죽는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다.]

“너의 힘이 가장 약할 때가 그 액체 상태인가?”

[그렇다. 일단 생명체 속으로 기생해 들어가 살면 안전해지지만 몸 밖으로 나오면 가장 약한 상태가 된다.]

“2천 년이 넘게 던전 속에서 살았다고 했는데, 너는 얼마의 수명을 가지고 있지?”

[나는 직접적인 물리력으로 소멸되지 않는 한 불멸에 가깝게 살 수 있다.]

“후후, 정말 부럽군.”

[나는 네가 부럽다. 강력한 네 가지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네 가지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다.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바람의 기운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연의 마나를 농축해 배와 심장에 저장해놓고 있군.]

‘음… 천왕대심공을 수련했기에 당연히 하단전에는 기가 뭉쳐 있고, 마법을 수련했으니 심장에도 당연히 마나고리를 형성해 마나를 저장해놓았다. 하지만 눈과 얼음의 기운과 바람의 기운이라니… 두 개의 반지 때문인가?’

“아벨, 혹시 내 손가락에서 눈과 얼음의 기운과 바람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냐?”

[그렇다. 손가락에서 두 가지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5개의 신의 아티팩트 중 두 개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게 확실하다는 건데, 아직은 활용할 수 없으니 안타깝군.’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유리병 속에 봉인해두었지만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할 것이다.”

[나를 풀어다오. 그럼 너에게 아주 중요한 것을 하나 알려주겠다.]

“중요한 걸 알려주겠다고? 그게 뭔지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겠다.”

[좋다. 너는 인간이니 수명이 짧다. 보통 인간은 70년 이하로 살 수 있지만 너 같이 마나를 잘 다루는 검사들이나 마법사들은 150년 정도까지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건 맞아. 나도 아마 100년은 조금 넘게 살 수 있을 거야.”

[수명이 인간보다 긴 드워프나 엘프들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자, 드래곤 정도가 되어야만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뭔 줄 알고 있나?]

“아니, 모르겠는데?”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볼 텐가?]

“좋아, 설명해봐.”

어차피 손해 볼 것이 없는 준이었기에 아벨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약 2만 년 전에 중간계에 신마대전이 일어났다. 서로 질 수없는 싸움이었기에 그만큼 치열했는데, 최강의 힘이 서로 충돌하자 우주의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주신께서 헌신하셨다. 그분께서는 천족과 마족들이 더 이상 중간계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강력한 결계를 치셨는데, 그 결계 때문에 천족과 마족은 중간계에 나타날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그 결계 때문에 자연에 분포되어 있는 마나가 농축되고 농축되어 1만 년에 한 모금 정도 생성된다는 것이다.]

“음… 그런 것이 있었어?”

[그렇다. 그것을 드래곤들은 신의 선물이라 명명했다. 그것을 복용한 생명체는 몸이 재구성되어 무조건 1만 년의 수명이 연장된다.]

“모든 생명체에게 해당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다만 드래곤들은 그것을 복용해도 수명의 변화가 없다.]

“그건 왜지?”

[그건 나도 잘 모르지만 추정하기로는… 신마대전 때 입은 상처로 인해서 드래곤들은 긴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버렸었다. 주신의 힘이 아니고선 그 어떤 것도 드래곤의 수명을 늘리지는 못한다. 신의 선물로도 말이야.]

“그렇군. 그럼 드래곤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그 신의 선물을 복용하게 되면 수명이 1만 년이나 늘어난다는 거군?”

[그렇다. 나는 다른 생명체의 몸속에 기생하여 살면 되니까 굳이 신의 선물이 필요 없지만 너에게는 아주 요긴한 물건 같은데 어떤가?]

어려서부터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다가 스승을 만나 천왕대심공을 익혀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이루어 수명이 늘어나게 되었지만, 1만 년을 더 살수 있다는 신의 선물은 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왔다.

“거부할 수 없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였어. 그런데 말이야, 아벨은 드래곤에 의해서 탄생했으며 2천 년 정도 살았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지?”

[그게 궁금할 줄 알았다. 실버드래곤 나르시스는 2천 년 전에 창조마법을 연구하다가 나를 생성시켰는데,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하고 그만 액체 상태의 자아를 가진 나, 아벨이 되었다. 그걸 보고는 너무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의 기억을 나에게 불어넣어준 일이 있었다.]

“드래곤이 창조했으면 너는 당연히 그의 소유물에 불과한데 어떻게 드래곤의 기억을 너에게 불어넣어 주었단 말인가?”

[실버드래곤 나르시스는 나를 친구로 인정해주었기에 그가 가진 기억을 나에게 불어넣어준 것이다. 자신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유희를 떠나게 되었기에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연구하다보면 반드시 어떤 방법이 있을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돌아오지 않았군.”

[그래. 그는 곧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2천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긴 세월 동안에 특별히 할일이 없었기에 나르시스가 전해준 기억을 떠올리면서 연구하는 게 일과였다.]

“음… 그래서 신의 선물도 알게 된 건가?”

[그렇다. 처음 신의 선물이 생성되기 전에는 드래곤들이 이상한 현상으로 생각하고는 농축된 마나가 완벽하게 생성되면 그걸 가지고 마법연구에 쓰려고 했는데, 우연히 오크가 그곳에서 신의 선물을 발견하고는 마셔버렸다고 했다.]

“오크가 그걸 마셨다고?”

[그렇다. 처음에는 화가 치민 드래곤이 그 오크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오크를 사로잡은 골드드래곤 그랜트는 신의 선물을 복용한 오크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기 위해 자신의 레어에 마련해둔 감옥에 가두어 연구했고,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뭐였지?”

[몸이 재구성되어 수명이 1만 년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힘도 이전보다는 2배 정도로 늘어났으며, 지능도 훨씬 좋아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음… 그거야 최상의 몸으로 재구성되었으니 당연히 그런 부수적인 능력이 생겨났을 거야. 안 그래?”

[맞다. 골드드래곤 그랜트는 그 오크를 쿠퍼라 불렀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약 3천 년 동안이나 연구했지. 그 이후에는 그랜트의 딸인 하트렛이 쿠퍼를 가디언으로 삼았는데, 역시 그녀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6천 년간 쿠퍼와 살았다. 그러니 약 9천 년을 드래곤들과 산 셈이지.]

“정말 오랜 세월을 드래곤들과 함께 했군.”

[그래. 쿠퍼는 약 6천 년을 하트렛과 살았기에 가디언으로서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습득했고, 틈틈이 마법도 익혔다. 그러나 하트렛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때, 기회라 생각하여 도망쳐버렸었지.]

“음…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어.”

[어쨌든 하트렛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그녀의 딸인 론하트가 하트렛의 레어에 왔을 때에는 쿠퍼는 이미 도망치고 없었지.]

“그럼 그 이후에는 쿠퍼를 못 찾은 건가?”

[그렇다고 하더군. 아마 쿠퍼는 오크부족으로 돌아가서 숨어 살면서 오크의 지도자가 되었을 거라 추정돼.]

“지능이 뛰어나고 드래곤에게서 마법과 지식을 습득했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야.”

[맞다. 어쨌든 신의 선물이 곧 생성될 거야.]

“그게 언제고, 어디에서 생성되는 거지?”

[그러기에 앞서 나를 풀어준다고 하면 말해주겠다. 어떤가?]

준은 잠시 고민했다.

아벨을 풀어주게 되면 앞으로 어떤 위험으로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구나.’

[나의 요구조건이 그리 힘든 것은 아닐 텐데?]

“좋다. 단, 신의 선물이라는 것이 언제 어디에서 생성되는지 듣고서 확인한 후 널 풀어주겠다.”

[좋다. 하지만 만약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나의 잘못은 아니니 날 풀어주어야 한다.]

“알았다. 그럼 신의 선물에 대하여 알려다오.”

[신의 선물은 앞으로 90일 후에 생성되며, 이곳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정확한 좌표는 내가 알고 있으니 텔레포트 마법이나 장거리 이동마법진을 이용하면 된다.]

“그럼 그곳의 좌표를 나에게 말해봐라.”

[알았다. 좌표는 북쪽이며 N-23-32-6 이다.]

준은 아벨이 불러준 좌표를 기억하며 지도를 꺼내어 그곳이 어디쯤인지 확인해보았다.

좌표상으로는 드라비아 왕국령에 속해 있는 우디(Woody)라는 숲의 중앙이었다.

드라비아 왕국의 북쪽에는 모르칸 제국이 있었고 왕국의 아래인 남쪽으로는 페드린 왕국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면 켈로 왕국이 있고, 그 다음의 왕국이 바로 러셀 왕국이었다.

‘그럼 이곳에서는 2개의 왕국을 지나야 드라비아 왕국령이고, 거기에서도 북쪽인 우디 숲에 신의 선물이 있구나.’

잠시 생각해보던 준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 좀 더 알고 싶어서 다녀와 보기로 결정했다.

책상에서 일어난 준은 게르 밖으로 나왔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텔레포트(Teleport)!”

스스스스.

준은 흩어지듯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렸다.

텔레포트 마법을 펼치려면 이동하게 될 장소를 알고 있어야 하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면 위험이 따른다. 단, 그곳에 대한 정확한 좌표를 알고 있으면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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