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7 / 0284 ----------------------------------------------
제3권 이방인
‘아이언 골렘만 돌파하면 레어의 중심에 도달할 수 있겠군. 하지만 강력한 파워를 가진 아이언 골렘을 쉽게 뚫지는 못하겠어.’
아놀드는 은신법으로 소리 없이 은밀하게 통로로 접근해보았다. 그랬더니 뒤에 서 있던 아이언 골렘의 두 눈이 붉게 물들면서 고개를 돌려 아놀드를 쳐다보았다.
‘허억, 저놈이 나의 은신법을 눈치 챘어. 어쩌지?’
싸움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웬디 마을의 원주민들에게 자신이 노출되기에 일단 뒤로 물러났다.
아놀드가 뒤로 물러나자 아이언 골렘의 눈빛이 조금 약해졌다.
아놀드는 일단 웬디 마을의 원주민들과 아이언 골렘이 싸우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츠츠츠츠.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무엇인가 나타났다.
파파파팟.
라이트 마법이 걸린 구에서 빛이 들어오면서 밝아졌다.
지름이 수백 미터나 되고, 천장의 높이도 백여 미터가 넘는 거대한 공동이었다.
드래곤의 레어 안이었다.
그곳에 준이 장거리 이동마법진으로 이동해왔던 것이다.
“아… 이런 엄청난 공동이 있었다니. 드래곤의 레어 같은데?”
마력을 내뿜어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드래곤이 수면기에 들어갈 때 엎드려서 자는 거대한 황금바닥이 중앙에 자리했다.
황금바닥의 황금만 해도 수천 톤은 될 것 같았다.
“우와, 엄청난 황금이군.”
사방의 벽면에는 거대한 문이 6개 있었다. 그중 한곳을 염력으로 간단하게 열어보았더니 거대한 석실이었다.
골드화와 실버화를 비롯해 금괴, 각종 보석들이 가득했다.
“이 정도의 보물이라면 왕국보다도 더 많은 것 같아. 어쩐지 오고 싶더라니!”
쩌어억.
준은 아공간을 열어 간단하게 보물을 전부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그 많았던 보물들이 전부 아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곳의 문을 열어 보니 이번에는 도서관을 옮겨 놓은 듯 엄청난 책이 꽂혀 있었다.
“후후, 어떤 드래곤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데? 내가 잘 가져갈게.”
수만 권은 될 것 같은 책들도 간단하게 아공간 속에 집어넣고는 다른 문도 열어 보았다.
이번에는 각종 무기류와 방어구가 가득한 석실이었다.
플레이트 아머를 비롯해 검과 창, 방패, 도끼 등 각종 무기가 가득했다.
“이 정도라면 만 명을 무장시켜도 되겠어.”
이번의 석실에는 각종 마법재료가 가득했다.
그것들도 간단하게 싹쓸이하고는, 다른 곳을 열었더니 각종 식자재가 가득한 석실이었다.
“이것들은 나에게 그리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냥 두자.”
식자재는 포기하기로 했다.
마지막 남은 곳을 열었더니 분류되지 않은 각종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그냥 포기 하려고 하던 찰나 수정 반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으응? 저곳에서 막대한 마나가 느껴지다니 이상한데?”
수정 반지를 들어 살펴보았다.
금으로 된 링에 수정이 박힌 단순한 반지였지만 막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자세하게 살펴보니 링의 안쪽에 빌헤임(Bilhem)이라고 쓰여 있었다.
“설마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진 그 빌헤임(Bilhem)은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케르킨 엘프 부족장이 말해주었던 5개의 신의 아티팩트 중 하나가 바로 빌헤임으로,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졌다고 했었다. 또한 수정 반지 형태라고 했는데, 이것도 분명 수정 반지였다.
“좀 더 자세하게 조사해보아야 하겠지만… 평범하게 보이는 수정 반지이지만 특별한 물건인 건 분명해.”
석실에 있는 각종 분류되지 않은 물건들로 가득한 것들을 전부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특히 수정 반지인 빌헤임을 얻게 된 것은 큰 기연이라 할 만했다.
6개의 보물창고 중에서 식자재 창고 하나만 남겨두고 5개의 보물창고 속에 들어 있던 보물을 전부 아공간 속에 집어넣은 준은 드래곤의 황금바닥을 보고는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었다.
“후후, 바닥에 깔려 있는 황금만 해도 엄청나군. 싹쓸이해야겠어.”
역시 이번에도 아공간을 열어 간단하게 황금바닥을 집어넣었다.
준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고는 장거리 이동마법진이 그려진 곳으로 향하였다.
비록 이곳이 누구의 드래곤 레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황만으로도 짐작은 되었다.
드래곤들은 유희를 하는 종족이니까 분명 그 던전은 인간 마법사로 변신해 활동하다가 만든 것이 분명할 것이다.
“후후, 던전은 이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 자, 그만 돌아가 볼까?”
콰쾅!
갑자기 레어의 한쪽 벽면이 박살나면서 누군가가 침입했다.
휘리리릭, 처척.
공중제비를 선보이면서 간단하게 바닥에 내려선 그는 아놀드였다.
준과 아놀드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깜짝 놀랐다.
“허엇, 나보다 이곳에 먼저 들어온 자가 있었다니?”
“엇? 중국인?”
아놀드는 전형적인 중국 사람의 얼굴이었다.
머리카락은 뒤로 올백으로 넘겨 꽈배기처럼 꼬아 놓은 스타일이었으며, 목을 휘감아 놓았다. 나이는 30대 후반으로 보였으며, 얼굴에 팔자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두 눈으로, 검은색 눈동자가 깊고 맑았다. 그리고 무인 같은 강인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얼굴은 대륙을 통틀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아놀드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머리카락이 단발머리였지만 분명 자신과 같은 중원의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넌 누구냐?”
“그러는 넌 누군데?”
“이…이놈이?”
한 번도 무시를 당해보지 않았던 아놀드는 준의 도발적인 말에 화가 치밀었다.
스스스.
보법인 미허신보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아놀드는 준의 목을 잡으려고 했지만 너무 방심했다.
아놀드의 왼손 넷째 손가락인 약지에는 푸른빛의 사파이어 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바람의 기운을 가진 벤뵤르그(Venbjorg)였다.
준은 오른손으로 아놀드의 손을 잡아 꺾으면서 왼쪽 어깨로 받아버렸다.
퍼억!
“크으윽!”
내력이 실린 강력한 공격이었기에 아놀드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튕기듯 6m 정도를 날아가 떨어졌다.
바로 벌떡 일어났지만 입가에는 가는 피가 흘렀다. 약간의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준의 오른손에는 벤뵤르그가 쥐어져 있었다.
아놀드가 공격해올 때 푸른빛의 사파이어 반지가 보통 물건이 아닐 것 같아서 공격하면서 그걸 뺀 것이다.
그제야 사파이어 반지를 빼앗긴 걸 알아챈 아놀드는 분노에 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이미 준은 마법진 위에 서 있었다.
“후후후, 나와 같이 이계로 넘어온 자가 있었다니. 이 반지는 내가 가져간다. 이동!”
번쩍!
환한 빛이 내뿜어지면서 준이 마법진에서 사라지자 바닥에 수정구 같은 것이 떨어졌다.
보법을 이용해 준을 잡으려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수정구를 보고는 뒤로 몸을 날렸다.
쾅!
엄청난 폭음이 터지면서 레어의 천장 일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놀드는 이상한 것을 느끼고 물러났기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으아아아… 이놈, 반드시 죽여 버릴 것이다.”
화를 참지 못하고 몸속에 있던 막대한 내력을 내뿜자 지진을 만난 듯 심하게 흔들리면서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웬디 마을의 원주민들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한 아놀드는 이득도 없는 싸움이 될 것 같아서 그냥 피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은신법을 펼쳐 그곳에서 사라져버렸다.
웬디 마을의 원주민들이 레어 안으로 들어와 보니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다.
이들은 드래곤 레어를 살펴보았다.
막대한 드래곤의 보물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보이지 않았고, 남은 것은 식자재가 전부였다. 실로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츠츠츠츠.
준이 빛과 함께 던전의 석실로 이동해왔다.
혹시라도 아놀드가 뒤쫓아 올 것에 대비해 장거리 이동마법진을 파훼했다.
“후후, 이러면 뒤쫓아 오지는 못하겠지?”
서둘러서 던전의 석실과 석회암 통로를 빠져 나왔다.
각종 함정들은 파훼가 되었기에 되돌아 나오는 건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엇? 이…이게 어찌된 일이야?”
던전의 입구에 9명의 종들 중에서 3명이 칼에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결계 밖에도 역시나 4명의 종들이 쓰러져 있었다.
지금 결계 밖에서는 패트릭이 롱소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물리력으로는 결계를 절대로 파괴하지 못하였다.
글리아나도 칼에 베였는지 옆구리 쪽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세브리노는 등과 어깨, 옆구리와 허벅지에도 검상을 입었다.
그제야 준은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이 되었다.
패트릭에게 당한 종들이 3명이었고, 4명은 그를 결계 밖으로 유인했다가 모두 칼에 베이면서 쓰러진 것이다.
다행이 종들의 재치로 인해서 패트릭이 결계 밖으로 나간 상황이기에 지금도 공격해 들어오려고 했지만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글리아나, 이게 어찌된 거야?”
“아… 준, 패트릭이 갑자기 이상해지면서 우릴 공격했어.”
“세브리노, 괜찮은 거요?”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닙니다.”
종들의 대장인 헌트와 요리를 잘하는 하그리는 다행이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준은 글리아나와 세브리노에게 포션을 내밀었다.
“글리아나, 포션이니 바로 마시고, 상처에도 뿌려. 세브리노도 어서 마셔요.”
“응, 고마워.”
글리아나가 포션을 마시고 옆구리에 바르자 입었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세브리노도 포션으로 인해 상처가 아물었다.
준은 결계 밖에서 롱소드를 휘두르고 있는 패트릭을 쳐다보면서 세브리노에게 물었다.
“세브리노, 이게 어찌된 건지 자세하게 말해 봐요.”
“그…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절해 있던 패트릭을 업고 던전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롱소드를 꺼내 휘둘렀습니다. 그래서 글리아나 님이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고, 제가 제압을 하려 했으나 먼저 허벅지에 상처를 입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이성을 잃었는데요?”
“그럴 겁니다. 다행이 준 님의 종들이 도와주었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패트릭을 어찌하지 못했기에 3명이 쓰러졌고, 나머지 4명의 종들이 결계 밖으로 패트릭을 유인했지만 결국 모두 쓰러졌습니다.”
“내가 한번 나서보죠.”
스윽.
준이 앞으로 나서면서 패트릭을 쳐다보았다.
입에서는 침을 흘리고 있었으며,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쯔쯔쯔… 패트릭, 결국은 또 사고를 쳤구나.”
준이 오른손바닥을 펴서 가볍게 앞으로 내밀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패트릭은 갑자기 입에서 분수 같은 피를 내뿜으며 뒤로 5m 정도를 날아가 떨어졌다.
내력이 실린 장력이었기에 이런 위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패트릭이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흐음, 그럼 좀 더 강한 걸로 맛보여주지.”
퍼억!
타격음이 터지면서 패트릭이 이번에는 8m 정도를 날아가 떨어졌다.
죽었는지 미동도 없었기에 준이 결계 밖으로 걸어 나갔다.
패트릭의 3m 앞까지 다가간 준은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
“후후, 그만 일어나지?”
“…….”
“그만 일어나는 게 좋을 텐데?”
“크르르르.”
갑자기 패트릭이 괴물의 소리를 내면서 튕기듯이 일어나더니 롱소드를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