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69화 (6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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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한편, 아놀드는 드디어 아이스랜드의 경계지점을 넘었다.

이계로 건너온 후 얼음과 눈만 보면서 지내왔는데, 처음으로 땅을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으핫핫핫핫! 땅이야, 땅!”

가슴속이 뻥 뚫린 것처럼 기분이 아주 상쾌해졌다.

여기에서부터는 마케리안 대륙의 북부 제국인 모르칸 제국령이었다. 아이스랜드와의 경계에 있는 땅이기에 모르칸 제국령에서는 오지라 할 수 있었다.

연중 내내 혹독한 추위뿐인 곳이라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일 것 같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아놀드가 있는 곳에서 반나절 거리에는 150년 전부터 귀족들에게서 도망쳐온 유민들이 모여서 마을을 형성했다. 사람들은 그곳을 가리켜 ‘방랑자’라는 뜻을 가진 웬디(Wendy)마을이라 불렀다. 제이런 백작령에 속해 있었지만 치안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150m 정도 되는 깎아지는 거대한 바위 덩이가 솟아 있으며, 크게 다섯 곳으로 나눈다.

초창기의 사람들은 거대한 바위를 깎아서 집을 만들어 생활했다. 그들은 모두 혈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초창기에는 한 가족이 12명이었다. 그들은 근친혼을 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에는 약 72명이 사는 웬디 마을의 지도층이 되었다.

두 번째는 원주민 다음으로 흘러들어와 살게 된 유민들로, 그들은 바위 덩이 앞에 자리를 잡고 마을을 형성했다. 마을 바깥은 돌로 높은 벽을 쌓고 몬스터가 쳐들어와도 넘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지금은 420명이 되었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웬디 마을이 형성된 후 50년이 지난 후인 지금으로 부터 약 100년 전에 흘러들어와 살게 된 유민들이다. 이들 역시 마을을 형성하는 한편 높은 돌로 벽을 쌓아서 살았다. 이들의 수는 600명이 약간 넘었다.

네 번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유민들이 흘러들어와 자연스럽게 마을을 형성하면서 돌로 벽을 쌓았다. 800명이 조금 넘게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마을은 40년 전에 형성되었고, 550명 정도가 살고 있었으며, 3년 전에는 유민 120명 정도가 흘러 들어와 살게 되었다. 여섯 번째 마을을 만들고 있으며, 돌벽도 쌓고 있었다.

이렇게 웬디 마을은 현재 2,500명이 약간 넘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제이런 백작이 15년 전에 무장한 1,200명의 영지병을 데리고 웬디 마을을 공격했지만 크게 패하고 물러났다. 손쉽게 점령할 줄 알았던 제이런 백작은 당황했다.

1,200명 중 돌아온 영지병들은 겨우 300여 명에 그쳤고, 900여 명이 전사해버렸다.

4년 전에도 두 번째 침공이 있었는데, 예전에 패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두 번째 침공 때에는 중장기병 500명과 보병 3,000명을 데리고 공격했지만 역시나 대패하였다.

그 후론 제이런 백작은 아예 이곳 웬디 마을을 자치 마을로 규정짓고 암묵적으로 인정해버리면서 신경 쓰지 않았다.

혹독한 추위라 농사를 짓지도 못하고, 광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돈 될 만한 것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그런 곳을 자존심만으로 공격하기에는 실효성이 전혀 없었기에 포기해버린 것이다. 만약 웬디 마을이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었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휘리리릭.

공중제비를 시전하면서 아놀드가 높은 나무 위에 가볍게 내려섰다.

웬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나무 위였다.

“헉헉, 허허헉.”

누군가가 거친 숨을 내쉬면서 두꺼운 털가죽 코트를 입고 눈밭을 도망치고 있었다.

웬디 마을 쪽에서 뛰어오는 것인데 그자의 200m 뒤에는 두 마리의 사냥개와 역시 회색 털가죽 옷을 입은 5명의 무리가 쫓아오고 있었다.

아놀드는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이 사실을 백작님께 알려야해.”

이자는 의욕만 앞섰지 몸은 그렇지가 못하였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빨리 움직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추격해오는 자들은 발에 넓은 것을 끼우고 있었는데 설피였다. 그것으로 인해서 잘 미끄러지지도 않고 눈길을 잘 걷을 수 있었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자 추격자들 중 하나가 보우를 겨누었다.

투웅!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화살이 날아왔다.

퍼억!

“크으윽!”

왼쪽 어깨에 화살이 박히면서 피가 흘러 나왔지만 지체할 수 없어서 그자는 계속 도망쳤고 숲속으로 피할 수 있었다.

“지독한 놈! 반드시 잡아야 한다!”

투투퉁!

세 발의 화살이 다시 쏘아졌지만 나무들 때문에 모두 빗나갔다.

커컹컹.

사냥개 두 마리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도망치다가 뒤돌아본 그자는 눈이 커졌다. 사냥개들이 얼마나 사나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옆구리에 꽂아두었던 대거를 꺼내어 뒤돌아섰다.

사냥개 두 마리는 도약해 단숨에 그자의 목을 물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두 발의 화살이 날아와 사냥개의 목에 박혔다.

캐캥, 컹.

개들은 눈길에 머리를 처박은 채 부르르 떨다 잠잠해졌다.

5명의 추격자들은 부챗살이 펼쳐지듯 퍼지면서 롱소드를 꺼내 들고는 주위를 살폈다.

눈길에 발자국과 핏방울이 떨어져 있는 것을 추격자들 중 한 명이 발견하고 외쳤다.

“이쪽이야, 이쪽!”

“흐흐, 놈이 멀리 도망치지 못했어. 잡아서 죽여야 해.”

슈슝.

갑자기 두 발의 화살이 날아와 추격자들 중 두 명이 가슴에 꽂혔다. 그들은 고꾸라졌다.

“어엇? 조…조심해!”

경고성을 보냈지만 이번에도 두 명이 나무 위에서 몸을 날리면서 칼을 휘둘렀다.

“크윽!”

두 명의 추격자가 칼에 베이면서 쓰러졌다. 혼자 남은 추격자는 당황하면서 뒷걸음질 쳤다. 정체를 알 수없는 4명이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는 그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뒤쪽에도 거리를 좁혀오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추격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춤거렸다.

뒤쪽에서 접근하던 자들이 칼을 휘둘렀다.

“크으윽!”

등을 베인 추격자는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사사사삭.

순식간에 한곳으로 모인 이들은 제이런 백작의 레인저들로, 20명이었다.

도망자는 숨을 고르면서 레인저들에게 말하였다.

“데니스 님, 마법통신구가 있습니까?”

그러자 레인저들 중에서 대장인 데니스가 품속에서 마법통신구를 꺼내어 내밀었다.

“롤링스, 정말 밝혀낸 것이냐?”

“예, 웬디 마을에는 던전이 있었습니다.”

“그럼 원주민들이 백작님을 속이고 비밀리에 던전을 발굴하고 있었던 거군.”

“그렇습니다. 저도 최근에서야 겨우 알아낸 사실입니다.”

“으음, 수고했다. 당장 백작님께 보고해라.”

“예, 데니스 님.”

스스스스.

롤링스는 마법통신구를 이용해서 제이런 백작과의 통신을 시도했다. 백작의 얼굴이 통신구에 나타났다.

“오, 롤링스가 아니냐?”

“백작님, 긴급하게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거라.”

“웬디 마을 원주민들이 은밀하게 던전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뭐라? 그…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저도 안으로 들어가 본적이 있는데, 그들은 대마법사의 비밀 던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드래곤의 비밀 던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라? 드래곤의 던전!?”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지하 비밀 던전의 규모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또한 던전 발굴 현장에 한번 들어가 보았다가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롤링스는 품속에서 꺼낸 것은 기이한 도형과 룬문자가 새겨진 정사각형의 금속이었다.

그 물건은 크기가 사람 손바닥 절반 정도로 작은 편이며, 전체가 은색에 도형과 룬문자는 금색이었다.

제이런 백작도 그런 것은 처음 보았다.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군. 마법사들의 던전은 그렇게 클 필요가 없는데 컸다면 드래곤 던전이라는 말에 일리가 있어.”

“원주민들의 말로는 던전의 2/3는 진입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서두르셔야겠습니다.”

“롤링스, 정말 수고했다. 당장 레인저들과 함께 돌아와라.”

“추격자들을 죽였기에 돌아가는 길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백작님께서 레인저들과 무장한 기병들을 더 보내주십시오.”

“당장 보낼 테니 레인저들과 최대한 빨리 돌아와라.”

“예!”

스스스.

마법통신구의 제이런 백작 모습이 사라지자 롤링스는 그것을 데니스에게 내밀었다.

“데니스 님, 최대한 빨리 돌아가야겠습니다. 곧 대대적인 추격대가 쫓아올 겁니다.”

“알았네. 일단 추격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 3명의 레인저를 남겨 흔적을 지우고 다른 방향으로 도주하도록 하겠네.”

“저도 그러는 편이 좋겠습니다.”

데니스는 레인저들 중에서 3명을 뽑아서 지시를 하고는 롤링스와 함께 이동을 시작했다. 현장에 남겨진 3명의 레인저들은 주변의 흔적을 지우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나무 위에서 이를 전부 지켜보았던 아놀드는 어찌해야 할지잠시 고민했다.

‘이거, 이상한 일에 엮기는 건 아닐까?’

아놀드는 롤링스와 레인저 17명이 달아난 곳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높은 나무 위를 원숭이처럼 민첩하면서도 재빠르게 튕기듯 날아갔다.

속도를 높이기보다는 소리 없이 은밀하게 뒤를 추격했다. 곧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는 눈이 그쳤지만 눈이 많이 내렸기에 이동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나마 이들은 설피를 신고 있었기에 이렇게나마 이동할 수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서 잠시 이동하는 자들을 살펴보던 아놀드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피리리릭.

무엇인가 날아오는 소리에 레인저들이 뒤돌아보았다.

퍼억!

“끄으으!”

그들 중 한 명의 이마에 그것이 박히면서 고꾸라졌다. 별모양의 표창이었다.

레인저들은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놀드가 다시 세 개의 별모양 표창을 날렸기 때문이다.

“허엇, 피해라!”

레인저들의 대장인 데니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한발 늦고 말았다.

사각을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날아든 표창은 세 명의 레인저들을 쓰러뜨렸다.

데니스의 손짓에 레인저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은신하였다. 이들은 아직 아놀드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놀드는 다시 표창 세 개를 손가락에 끼우고 내공을 불어넣어서 날렸다.

쉐에에엑.

레인저들이 날아오는 표창을 보고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그만큼 표창이 날아오는 속도가 엄청났던 거다.

퍼퍼퍽!

“크악!”

“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레인저 세 명이 쓰러졌다.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날아온 표창에 레인저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자 남아 있는 자들은 공포에 젖어들었다.

투투퉁!

레인저들은 마냥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적이 있을 만한 곳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그 화살들은 아놀드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나무에 박히거나 땅에 떨어졌다.

‘후후, 이 정도면 중원의 3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군.’

아놀드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도를 하나 꺼내 레인저에게 날렸다.

“어엇, 놈이다! 쏘아라!”

슈슈슝!

신속하게 화살을 쏘았지만 아놀드는 몸을 비틀면서 화살을 피하였다. 일부는 도를 휘둘러 튕겨버렸다.

레인저들이 아놀드의 신기에 가까운 검술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슈가가각.

“크아악!”

아놀드가 엄청난 빠르기로 도를 휘둘러 앞에 있는 레인저를 베어버리면서 이동했기에 가슴을 베인 레인저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슈가각.

“아악!”

“커억!”

아놀드의 도가 한 번씩 휘둘러질 때마다 레인저들은 허무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이건 아예 대결이 아니라 학살 수준이었다.

결국 레인저들이 다 죽고 데니스와 롤링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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