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61화 (6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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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투사 거리가 2km까지 미칠 수 있도록 라이트 마법진을 약간 개조했는데 제대로 만들어진 건지 모르겠군.”

나무 창문을 열고는 어두운 야산을 향해 그것을 작동시키자 원거리의 물체까지도 환하게 잘 보였다.

즉시 그것을 끄고 다시 문을 닫았다. 혹시 이 물건으로 어떤 오해라도 생기면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잠깐 해보았지만 이상 없이 잘 작동하는군. 다른 이름을 짓기는 힘드니까 그냥 서치라이트(searchlight)라고 해버리자.”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아티팩트가 완성되었다.

짹짹짹.

산새 두 마리가 날아와 아침을 알렸다.

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천왕대심공을 운용 중이었다.

번쩍!

눈을 뜨자 푸르스름한 안광이 뻗어 나왔다. 보통의 사람이 마주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이 강한 눈빛이었다.

준은 도시 올가에 들어온 뒤로 식사 시간과 약간의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은 온통 아티팩트를 개발하고 만드는 일에 몰두하였다.

그래도 심법으로 기운을 다스렸기에 몸이 날아갈듯 상쾌하면서도 가벼웠다.

가부좌를 풀고 일어나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굳어져 있던 몸을 풀었다. 그런 후 다시 책상으로 걸어가서는 의자에 앉았다.

“룰루, 아침이 밝았군. 벌써 도시 올가에 들어온 지 7일째구나. 오늘은 어떤 걸 만들어보나?”

마케리안 대륙의 남부에 있는 오이란트 왕국이라서 그런지 봄이 짧고 여름이 길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35도는 족히 될 것 같았다.

갑자기 무덥다고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래, 에어컨을 만들어보는 거야. 원래 에어컨은 전기로 회전 날개를 돌리는 것이지만 나에게는 마법이 있으니 전기장치는 필요 없어. 마법으로 냉기가 뿜어지게 하고, 그 차가운 냉기를 회전 날개로 이용해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도록 하면 되니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 만들어보자.”

준은 에어컨을 생각하다가 그냥 거실에 세워놓는 스탠드형으로 만들기로 했다. 에어컨의 모형으로는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대장간에 들러서 직사각형 형태의 틀을 만들었다.

그렇게 두껍게 만들 필요가 없었기에 얇은 철판을 덧대어 가로 70cm에 높이 1.8m, 앞과 뒤의 두께는 30cm 정도로 만들었다.

옆면에서 열 수 있도록 했으며, 앞면에는 냉풍구를 만들었다.

기술적인 면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실패를 우려해서 똑같은 것으로 4개를 주문했더니 한나절 만에 배달되었다.

글리아나는 준이 또 무엇을 만드는지 궁금했지만 방문이 잠겨 있었기에 들어오지 못하였다.

준이 만들려고 하는 에어컨은 기존 에어컨과는 조금 달랐다.

우선 틀의 밑 부분의 뒷면에는 공기 흡입구를 만들고 안에는 회전 날개를 달았다. 그러고는 회전 날개의 약 30cm 앞에는 마법진으로 만든 금속판을 끼웠다.

금속판에 벌집처럼 구멍을 많이 뚫어야 회전 날개에서 발생한 바람이 그 구멍 사이로 빠져 나갈 수 있다.

금속판에는 마법으로 형성한 차가운 냉기가 흐른다. 자연히 바람이 그 구멍을 통과하면서 차가워진다. 그리고 그냥 하나만 만들기보다는 약 10c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두 개를 끼운다. 그러면 확실하게 각 구멍을 통과한 바람은 냉기를 머금었기에 차가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위로 솟아 올라가면서 다시 전면의 냉풍구로 바람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냥 단순하게 바람을 차갑게 만들면 기술이 아니다. 온도와 바람의 강도를 조절하는 다이얼식으로 된 조절기를 부착하는 것이다.

그리 어렵지 않았기에 금방 완성시킬 수 있었다.

휘이이이.

다이얼을 돌리자 생각한 대로 차가운 바람이 냉풍구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후후, 생각한대로 잘 만들어진 것 같기는 한데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조잡한 면도 있는 것 같아.”

그냥 준 혼자서 쓰기엔 적당하다 생각되었지만 아무래도 기회가 되면 판매도 해야 하기에 외형이 고급스러운 게 좋을 것 같았다.

“음… 일단은 기술의 유출을 막는 게 급선무니 아예 함부로 열지 못하도록 에어컨 외관 전체를 용접해버리는 게 좋겠어.”

핵심기술인 빙계 마법이 새겨진 금속판이 끼워진 곳에서 빠지거나 분리된다면 순식간에 마법진의 도형과 룬문자가 녹아버리도록 특별히 조건부 화염계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또한 마법진에는 소비한 마나를 자동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에어컨의 틀 안에는 마법으로 스캔하거나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마법 외곡진도 추가로 설치해두었다.

에어컨의 내부가 이렇게 완벽하게 처리되자 이번에는 외형에 신경 썼다.

고급스럽게 하기 위해 마법의 힘으로 은색 틀은 광택이 나도록 했으며, 건축이나 공예에서 테두리를 장식하는 방법인 몰딩(moulding])기법을 도입했다. 황금을 얇게 장식한 것이다. 그리고 송풍구 밑면에는 다이아몬드 무늬에 루비 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마지막으로 사인처럼 큰 글씨에 파란색으로 ‘에어컨(Aircon)’이라 그려 넣었다.

에어컨은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하하하, 내가 생각해도 멋진 작품이야. 이왕 만든 것 이번에는 온풍기를 만들어둬야겠어. 아무래도 추운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에어컨보다 히터처럼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게 좋지 않겠어?”

준은 에어컨과 같은 형식으로 만든 뒤 따뜻한 바람이 나오도록 화염계 마법을 약간 변형시켰다. 금속판이 뜨거워지도록 만든 것이다. 화염계 마법진을 새겨 넣은 금속판이 일정한 온도를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열에 녹아버리거나 불이 날 테니 말이다.

시험을 해보니 온풍구에서 따뜻한 바람이 솔솔 나왔다.

역시 고급스럽게 만들기 위해 황금으로 몰딩처리를 했으며, 전면은 하트 무늬로 장식한 뒤 황금색 글씨로 ‘히터(Heater)’그려 넣었다.

“하하하, 역시 성공이야! 여행할 때 요긴하게 쓰이겠어.”

두 개의 여분이 있기에 에어컨과 히터를 하나씩 더 만들었다.

스스스슷.

그것들을 전부 아공간 속에다가 잘 넣어두고 이번에는 그 속에서 에이형 부메랑을 세 개 꺼내었다.

츠파파팟.

아공간이 다시 닫히면서 허공에서 사라져버렸다.

마법약물을 이용하여 부메랑에 여러 가지의 마법을 새겨 넣었다. 어떤 마법을 새기는지 세심하면서도 제법 오래 걸렸다. 제법 서클이 높은 마법을 새기는 모양이었다.

한참이 걸려서야 세 개의 부메랑에 전부 똑같은 마법을 새길 수 있었다.

스스스.

아공간이 다시 공중에 나타나면서 문이 열리자 그 속에 세 개의 부메랑을 집어넣었더니 아공간이 사라졌다.

“후후후, 이제는 부메랑이 강력한 마법의 아티팩트가 되었어.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해야지.”

방 안을 둘러보니 아티팩트를 만든다고 각종 재료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마법을 사용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래, 무조건 마법을 쓰기보다는 이럴 때에는 그냥 하녀에게 청소를 부탁하는 게 좋겠어.”

준은 밖으로 나와서 하녀들에게 청소를 부탁했다.

정원으로 걸어 나왔더니 한쪽에서는 패트릭이 한창 검술연습에 빠져 있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군. 하지만 저렇게 목검만 마냥 휘두르는 것이 능사는 아닌데… 조언을 좀 해줘야겠군.”

“이얍! 햐앗!”

패트릭은 기합을 넣으면서 목검을 휘둘렀다. 준이 다가오자 그는 휘두르던 목검을 멈추면서 말하였다.

“오랜만입니다.”

“그렇군.”

“7일 만인데… 그동안 방 안에서만 계셨죠?”

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했다.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십니까?”

“내가 보기에는 자네의 검술연습이 약간 잘못된 것 같아서 말이지.”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큰 성취도 없이 목검만 휘두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이렇게 매일 연습을 해두면 실전에서 아주 유용합니다.”

“물론 수천, 수만 번 휘두른다면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지만 효율적인 면에서 보면 단순하게 목검을 휘두르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이 있어. 내가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줄까?”

“가르쳐주십시오.”

“처음 검술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자네의 그런 방법이 유용 하겠지만 어느 정도 검술을 배운 사람이라면 마나를 다루는 검술을 펼치는 게 좋아.”

“저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라서 마나를 다룰 수는 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만 스네이크 검법 같은 것을 펼치는 게 좋아.”

“스네이크 검법이라면 저도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펼쳐보겠나?”

“예, 그럼 한번 펼쳐보겠습니다.”

패트릭이 목검으로 스네이크 검법을 펼치기 시작하자 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음… 저 정도 스네이크 검법이라면 5성 수준이라고 할 만하겠어.’

“제가 펼친 스네이크 검법이 어떻습니까?”

“사실대로 평가한다면 한참 멀었네.”

“예? 저는 배운 대로 검술을 펼친 것 같은데요?”

“그럼 내가 스네이크 검법을 펼쳐 보일 테니 잘 보고 자네가 펼친 것과 어떻게 다른지 분석해보게.”

“예, 알겠습니다.”

준은 목검으로 스네이크 검법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쉬쉬쉭, 파팟!

패트릭이 펼쳐 보인 스네이크 검법보다 준이 펼치는 스네이크 검법이 훨씬 빠르면서 날카롭고, 힘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검술도 아주 자연스럽고 매끈했다.

“어떤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제가 펼친 것보다는 확실하게 틀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럴 것이네. 내가 펼친 검술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보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자네의 검술과 다른 점은 이런 것이네.”

슈가가각.

얼마나 목검을 빠르게 휘둘렀는지 잔상이 남을 정도였다.

스르르, 쿠쿵!

준의 등 뒤 5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나무가 사선으로 베어지면서 쓰러졌다. 굵기가 40~50cm 정도 되어 보였다.

“허억! 목검으로 생나무를 잘랐어.”

“어떤가, 좀 신기한 것 같나?”

“어…어떻게 생나무를 목검으로 자를 수 있었던 겁니까?”

“그거야 마나를 세심하게 다를 수 있으니까 이런 것이 가능한 것 아니겠나?”

“눈으로 보고서도 잘 믿기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처음 보면 다들 그럴 거야. 자네도 부지런히 노력한다면 이런 것을 손쉽게 펼쳐 보일 수 있어.”

“저…정말 저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요?”

“난 자네가 꼭 할 수 있을 거라 믿네.”

“어떻게 한 것인지 비결 좀 알려주십시오.”

“그거야 간단하네. 어떤 검술을 펼치더라도 마나를 불어넣지 않고는 힘드네. 그러니 자네가 펼치는 오른손 끝까지, 아니 검까지 마나를 세심하게 불어넣을 수 있으면 가능해.”

“저도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라서 검에는 마나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 그럼 목검에도 쉽게 그렇게 할 수 있겠군.”

“그…그건… 어렵습니다.”

“그건 왜 그런가?”

“저도 몇 번이나 연습해보았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을 더 집중하여 자네의 의지를 진검이던 목검이던 간에 불어넣어보게.”

“마나가 아니라 의지를요?”

“일단 정신집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다음이 그 의지를 검끝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마지막이 마나를 보내는 것이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을 좀 더 하도록 하고, 다음에는 의지가 검끝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일단 그렇게까지 되면 마나를 검끝에 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예,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곳에 앉아서 멀리 떨어진 대상을 하나 고른 뒤 그것만 뚫어지게 쳐다보다 보면 어느새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네.”

“그렇다면 당장 연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준이 그곳에서 떠나버린 후 패트릭은 혼자 남아서 20m 정도 떨어진 나뭇잎을 하나 선택하여 그것만 계속 쳐다보았다. 그런데 자세가 불량한 것인지 불과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으, 허리야.”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패트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푼 다음 다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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