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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도시 올가에는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하는 음유시인들이 제법 많았기에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음유시인을 찾은 것은 공예품과 음유시인들의 연주가 필요해서였는데, 바로 오르골(orgel)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후후… 이곳에는 아직 오르골이라는 물건이 없었어. 돈벌이가 되겠어.”
오르골은 태엽을 이용하여 자동적으로 간단한 음악이 연주되도록 하는 장치를 한 상자나 장난감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장치를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기에 준은 자신이 있었다.
10명으로 이루어진 음유시인 단체를 발견하고는 잠시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악기 연주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저 정도 실력이면 충분해.”
짝짝짝짝.
음유시인의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동전을 그들의 앞에 던져주었다.
음유시인 단체 중 한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끌어 모았다.
준이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하자,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
잠시 후 준은 음유시인 단체를 이끌고 파블로 상단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집사에게 말해 상단 뒤쪽에 마련되어 있는 별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파티를 할 수 있는 작은 홀이었다.
이윽고 하녀들이 빵과 스프를 비롯해 여러 가지의 음식을 가져와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음식들을 차렸다.
“자, 일단 식사부터 하십시오. 그 후에 듣기로 하겠습니다.”
배가 고팠던 음유시인들은 차려진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식사는 끝이 났다.
준이 소파에 앉았다.
음유시인들은 자리를 잡고 서더니 먼저 경음악을 연주하였다.
수십 곡을 들려주더니 이번에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음유시인의 노래가 이어졌다.
그렇게 3시간 동안 수십 곡의 노래와 경음악이 연주되었다.
준은 수정구를 통해 그들이 연주하는 경음악과 노래를 모두 마법으로 저장했다.
음유시인 단체의 공연이 끝나자 준은 그들에게 공연비를 지불했다.
이들은 깜짝 놀랐다.
하루 종일 거리에서 연주하고, 노래하여도 10실버를 벌기 어려운데, 준은 3시간 동안 공연을 듣고 무려 10골드나 지불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너무 많습니다.”
“괜찮으니 가져가세요. 멋진 공연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잘들 가시오.”
음유시인 단체가 물러가자 준은 수정구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후후… 멋진 노래와 경음악이었어.”
준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자 글리아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방에서 준이 만든 동화책을 읽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패트릭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직 검술수련에 매진했다.
그의 스승인 세브리노도 소비한 마력을 끌어 모으는 한편으로 준이 만든 아티팩트에 자극을 받아서 자신도 공격마법을 새겨 넣은 아티팩트 제작에 들어갔다.
마법약물을 만들 충분한 재료를 확보한 준은 그것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형 그릇에 각종 재료를 잘 배합한 후 주문을 중얼거리자 액체 속에서 기이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황금색에 가까운 액체가 만들어졌다.
“후후후, 제법 까다로운 작업이었지만 잘 만들어졌군.”
준비되어 있는 200mL짜리 유리병에 마법약물을 조심스럽게 부었다. 전부 20병이나 되었다.
그래도 조금 남자 아티팩트를 만든다고 쓰고 재고로 남아 있던 유리병에 나머지를 채웠다.
마법약물 1병으로도 수백 개의 아티팩트를 만들었는데, 무려 20병의 마법약물을 만들어두었으니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도 마법약물이 부족하지는 않게 되었다.
“후후, 마법약물이 만들어졌으니 이젠 낮에 구입했던 공예품으로 오르골을 만들어볼까?”
스윽.
준은 반 주먹 크기의 보석함을 하나 꺼내 귀여운 요정의 모습을 한 목각 공예품을 그 속에 넣고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크기는 잘 맞는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만들어볼까?”
원래 오르골은 태엽을 이용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귀여운 요정 모습을 한 목각 공예품이 빙글빙글 잘 돌아가면 되기 때문이었다.
얇은 금속판에 깃털펜으로 마법약물을 찍어서 도형과 룬문자를 새겨 넣었다. 정밀한 작업이라서 그런지 무척 조심스러웠다.
30분 정도 지나자 마법진이 전부 새겨졌다.
이번에는 수정구를 꺼내었다. 그리고 마법으로 저장해두었던 경음악과 노래 중 귀여운 요정과 잘 맞는 것을 찾아내 금속판에 저장했다. 그런 다음 금속판을 보석함 속에 잘 끼워 넣은 뒤 그 위에 귀여운 요정을 올려놓았다.
보석함의 뚜껑을 닫은 뒤 주문을 외우자 보석함에서 갑자기 환한 빛이 확 하고 내뿜어지더니 사라져버렸다.
“후후, 이로써 첫 오르골이 탄생됐군. 어떨지 한번 볼까?”
딸깍.
보석함의 뚜껑을 열었다.
라랄라라라라.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마치 귀여운 요정이 음악에 맞추어 춤이라도 추는 듯 움직였다.
뚜껑을 닫자 멜로디가 멈추었고, 다시 열자 귀여운 목각 요정이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다.
“하하하, 성공이군. 좋았어!”
준은 오르골이 성공적으로 완성되자 이번에는 음악상자, 즉 저장된 음악을 재생시켜주는 것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경음악과 음유시인의 노래가 저장되어 다시 재생시킬 수 있도록 은으로 된 보석함의 안쪽 면과 뚜껑 안쪽에까지 도형과 룬문자를 빼곡하게 새겨 넣었다. 그런 후 보석함의 가운데에 마법진을 새겨 넣은 금속판을 끼워 넣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금속판 가운데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다음 마법약물을 다이아몬드에 떨어뜨렸다.
스스스.
신기하게도 마법약물이 흡수되었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준은 물 한 모금 정도의 양을 떨어뜨린 후 멈추었다.
스윽.
이번에는 음유시인의 경음악과 노래가 저장되어 있는 수정구를 꺼내더니 재생시켰다. 경음악과 노래로 크게 분류하고는 다시 빠른 음악과 느린 음악, 슬픈 노래와 기쁜 노래 등으로 세분화해서 재생시켰다.
준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츠으, 츠츠츠.
보석함에서 기이한 빛이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도록 주문을 외우자 기이한 빛도 계속 짙어졌다.
갑자기 방 안을 대낮처럼 밝히던 환한 빛이 사라져버렸다.
“이제 다 되었어.”
보석함 안에 빼곡하게 새겼던 도형과 룬문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직 다이아몬드 하나만 덩그러니 들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다이아몬드 속에는 기이한 빛의 덩어리가 빛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깨알만 했기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꼼꼼하게 살펴보던 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석함의 뚜껑을 닫았다.
번쩍.
보석함 전체에서 기이한 빛이 일더니 순간 사라져버렸다.
뚜껑을 열자 아름다운 경음악이 흘러나왔다.
“소리는 좋은데, 기억된 순서대로만 나오니 약간 보정해야겠어. 볼륨을 높일 수 있는 장치도 있어야겠어.”
가장 중요한 볼륨장치와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는 장치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준은 얇은 금속판에 경음악 20개와 노래 20곡에 번호를 지정해 목록에 새겨 넣었다. 또한 조작하는 장치를 만들어 작동하는 사람이 번호를 임의대로 조작해 듣는 방법과 한 곡만 계속 듣는 방법으로 나눴다.
다음으로 소리를 크게 증폭시켜 들을 수 있도록 확성기를 부착했다.
처음에는 그냥 고깔로 만들려고 하다가 축음기의 나팔꽃 모양이 떠올리고는 미적으로도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만들었다.
나팔꽃 모양의 확성기를 꽂은 후 돌리는 조작기기를 이용해서 10단계로 볼륨을 세분화했다.
이것저것 생각해서 만들다보니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제법 복잡했다.
보석함의 뚜껑을 닫고 다시 마법을 걸고는 뚜껑을 열었다.
경음악이 깨끗하게 잘 흘러나오자 이번에는 나팔꽃 모양의 확성기를 끼우고는 소리버튼을 왼쪽 끝에서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보았다. 소리가 두 배로 커졌다. 소리버튼을 오른쪽으로 다시 이동시키자 소리는 더 커졌다.
이렇게 1~10의 숫자가 새겨진 곳에 소리버튼을 이동시켰더니 정상적으로 잘 작동했다.
“후후후, 잘 되는군. 성공이야. 이제는 이것의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그래, 음악을 듣는 것이니 뮤직폰(Musicphone)이 좋겠어.”
뮤직폰의 뚜껑을 닫자 음악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스윽.
아공간 속에 뮤직폰과 오르골을 집어넣었다.
준은 뮤직폰을 만들면서 소리를 증폭시키는 장치인 나팔꽃 모양의 확성기를 덕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고깔 모양의 메가폰(Megaphone)이었다.
은을 마법의 힘으로 녹여 고깔 모양으로 만들었다. 손잡이도 만들어 전체가 일체형이 되도록 했다.
그냥 모양만 만들면 밋밋한 것 같아서 줄기식물 같은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겼더니 훨씬 좋았다.
일단 메가폰의 형태가 만들어지자 이번에는 소리를 증폭시켜줄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은으로 오각형 형태로 만든 뒤에 그곳에 마법약물로 마법진을 새겼다. 원래 메가폰처럼 건전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메가폰에 그냥 입을 대고 말하면 소리가 증폭되어 크게 들리도록 했으며, 고깔 모양의 앞쪽에 볼륨조절장치를 달았다.
뮤직폰보다는 훨씬 소리가 크게 나야 많은 사람들에게 말해도 전부 전달될 수 있었기에 뮤직폰의 약 100배까지 크게 들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아, 마이크 시험 중. 아아.”
메가폰을 시험해보니 생각한대로 잘 만들어졌다.
“후후, 진짜 잘 만들어졌구나. 이걸 메가폰(Megaphone)이 라고 불러야겠군.”
작업을 하느라 제법 주위가 지저분해졌기에 서둘러서 정리하고는 전부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사님,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지금 나가겠다.”
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와 집사의 뒤를 따라갔다.
상단주와 글리아나, 패트릭과 세브리노는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준도 한쪽에 앉아서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쩝쩝, 후루룩.
배가 고파서인지 주방장의 요리 실력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요리는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 향긋한 차를 마셨다.
소화도 시킬 겸해서 정원으로 나왔는데, 마법등이 정원 세 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제법 환했다. 이에 반해 정원 너머는 무척 어두웠다.
“음… 이곳에는 전기가 없으니까 밤에는 멀리 보지 못하는군. 만일 도시가 아닌 야산이었다면 더욱 어두웠겠지?”
그때 갑자기 랜턴과 손전등이 생각났다.
“나야 마법을 펼칠 수 있으니 괜찮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니까 마법을 이용한 아티팩트를 만드는 것도 좋겠어. 돈도 되고 말이야.”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자 즉시 방으로 돌아갔다.
랜턴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금속 공예품을 그대로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아기자기하며 귀여운 동물 모양의 금속 공예품에다가 1서클의 라이트 마법진을 잘 새겨 넣었다.
그런 후 천막 안에 걸어두면서 사용하기 위하여 고리를 끼우고는 작동 버튼도 붙였다.
랜턴은 아티팩트라고 말하기도 뭐했지만 어쨌든 이 작은 금속 공예품 하나로 20평 정도의 공간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동물 모양의 랜턴은 만들어졌고… 이제는 손전등인가?”
단순한 손전등이 아니라 광선 줄기를 집중시킬 수 있도록 반사경이 높은 서치라이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형태를 만들었는데, 끝은 지름 3cm 정도로 하고 앞쪽 끝의 지름은 20cm로 크게 만들었다. 서치라이트 길이도 30cm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만들었다.
안에는 라이트 마법이 새겨진 금속판을 만들고, 빛이 한곳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약간 개조했다. 가운데에는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었다. 앞쪽 끝에는 은을 녹여 판으로 만든 뒤에 거울처럼 광택을 내도록 했다. 그런 후 겉에는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을 만드는 것으로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