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59화 (5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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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다가닥 다가닥.

일행들은 성문을 바로 통과해 올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올가는 25만이 살고 있는 곳으로 광산업이 매우 발달된 곳이었다. 인근에는 금광, 철광석 광산, 암염 광산이 있었기에 다른 곳보다는 훨씬 풍요로웠다.

이들은 서둘러 말을 몰아서 도시 올가에 있는 파블로 상단의 뒤뜰에 들어왔다.

츠츠츠츠.

준은 아공간을 열어서 그 안에 보관해놓았던 짐마차를 꺼내어 놓았다.

살아 있는 동물은 들어가지 못하기에 짐마차만 있었지만 물건은 가득했다.

비록 힘든 여정이었지만 짐이라도 강탈당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기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여기까지 온다고 모두들 수고했습니다.”

“기사님이 안 계셨다면 여기까지 살아서 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요.”

“오늘밤은 저희 집에서 묵고 가십시오.”

“고맙습니다. 그럼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신세라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쉬십시오.”

루이 파블로 상단주가 직접 준 일행을 방으로 안내했다. 글리아나가 묵을 방과 준이 묵을 방, 패트릭과 세브리노가 묵을 방을 따로 마련해주었다.

모두들 각자의 방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물로 목욕을 했다.

특히, 글리아나와 준은 향기로운 장미향이 나는 비누로 목욕을 했기에 몸에서 향기로운 장미향까지 풍기게 되었다.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준이 집사를 따라간 곳은 귀빈관이었다. 파블로 상단에 찾아오는 귀족들이나 귀빈들이 식사하는 곳으로, 크고 긴 테이블이 놓여 있고 천장에는 샹드리에가 환하게 빛나는 호화로운 곳이었다.

글리아나를 비롯해 패트릭과 세브리노가 먼저 와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준이 자리에 앉으니 잠시 후 루이 파블로 상단주가 들어왔다.

그도 목욕을 해서인지 깔끔해 보였다.

“기사님과 일행 분들,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우리도 조금 전에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식사를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루이 파블로 상단주가 집사를 쳐다보자 집사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다시 열리면서 하녀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들을 가져와 테이블에 차렸다.

갓 구운 빵과 스프, 삶은 고기를 비롯해 10여 개의 은접시에는 각종 고기류가 가득했으며, 6~7가지의 각종 과일도 바구니에 가득했다.

글리아나는 엘프라 예전에는 거의 육류를 피하였지만 준을 따라다니면서 이제는 육류에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먼저 빵을 집어 스프에 찍어먹더니 은접시에 놓인 고기류도 덜어서 접시에 놓고는 나이프로 잘게 잘라서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맛있게 잘 먹는 그녀의 모습을 힐끔거리면서 준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루이 파블로 상단주를 비롯해 모두들 많이 시장했기에 한동안 먹는 데만 집중했다.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지자 그제야 루이 파블로 상단주가 준에게 말을 걸었다.

“기사님, 올가에서는 얼마나 머무실 겁니까?”

“글쎄요… 계획된 것은 없지만 10일 정도는 머문 뒤 떠나려고 합니다.”

“그러시다면 이곳에서 묵고 가십시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저와 모두의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신세를 좀 지다가 떠나겠습니다.”

“신세라니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오히려 이곳에 머물다가 가시는 게 저에게는 영광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곳에서 묵겠습니다.”

“저, 그리고 이건 이번에 제가 약속했던 금액과 목숨을 구해주신 대가입니다.”

루이 파블로 상단주는 테이블 밑에 놓아두었던 작은 철상자를 하나 들어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철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아…아니 이것은?”

“예, 골드화입니다. 모두 1,000골드이니 받아주십시오.”

“이건 약속했던 것보다 많은데요?”

“알고 있습니다만, 제 성의이니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받지요. 대신 저도 매직 애로우 아티팩트를 10개 드리겠습니다.”

준은 아공간을 열어서 그곳에 들어 있는 매직 애로우 아티팩트 10개를 꺼내어 루이 파블로 상단주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는 환해진 얼굴로 아티팩트를 받았다.

준이 손을 휘젓자 아공간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들은 준의 아공간을 이미 몇 번이나 보았지만 그때마다 무척 신기해했다.

스윽.

준은 철상자 속에 들어 있는 골드화 중 500골드를 꺼내어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고는 철상자를 세브리노에게 내밀었다.

이걸 왜 나에게 주냐는 듯 그가 쳐다보았다.

“패트릭과 세브리노도 수고 했으니 여행경비에 보태세요.”

“500골드… 이렇게나 많이 주시는 겁니까?”

“먼 곳을 여행하는데 그 돈이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아서 주는 것이니 받아주시오.”

“감사합니다, 준 님.”

세브리노는 허리춤에 메어둔 마법주머니 속에 골드화가 들어 있는 철상자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준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사색에 잠기었다.

천왕대심공의 수준도 9성이나 되었으며, 마법도 이 정도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번에 마적들과 싸우면서 아티팩트가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는 걸 느꼈다.

아티팩트는 이런 도시에서는 팔 수도 있었기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미 파블로 상단을 상대로 제법 짭짤하게 수익을 올렸지 않은가?

“음… 내일은 도시를 구경하면서 아티팩트의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봐야겠어. 마법약물도 많이 만들어둬야겠군.”

월계수 엘프부족의 케르킨 부족장이 말한 신의 아티팩트 5개를 찾으려고 떠나온 것이지만 현재는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다만 벤겔미르라는 아티팩트는 대륙의 북쪽으로 가면 있다고 했으니 무작정 북쪽을 향해서 가보는 거였다.

급할 것도 없었기에 도시 올가에서 10일 정도 머물면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서 다시 길을 떠나려는 것이었다.

와글와글.

도시 올가는 25만 명이나 살고 있는 곳이었기에 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각종 물건들이 넘쳐났다. 식료품부터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있었기에 그걸 구입하려고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준도 물건을 구입하려고 이곳으로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곡물상점에 들러 100명이 6개월은 먹을 수 있는 양을 구입해 파블로 상단으로 배달해주도록 하고는 상점을 나왔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대장간과 무기점이었다.

그곳에서는 100개의 화살이 들어 있는 화살통을 100통이나 구입했다. 또한 단검류와 대거 같은 것들도 구입했으며, 원형 손방패도 100개 정도 구입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야영에 필요한 물품인 담요를 비롯해 천막, 냄비, 나이프와 포크, 접시와 금속 컵 등을 구입했다. 50명이 야영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 상점을 나와 들른 곳은 양장점이었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30벌과, 여행용 회색 로브도 5벌이나 구입했다.

마법 상점에 들어간 준은 마법 약물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각종 재료들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보통 마법무구나 아티팩트가 비싸지 각종 마법에 쓰이는 재료들은 대체적으로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 고급재료들은 비싸지만 준에게 필요한 재료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기에 상관없었다.

준이 파블로 상단으로 돌아오자 구입해두었던 물건들이 속속 도착했다.

평민들은 신기한 능력을 보이는 마법사들을 아주 두려워했다.

이 때문에 준은 물건을 구입한 곳에서 아공간을 열지 못하였다. 그래서 번거롭지만 이렇게 파블로 상단으로 구입했던 물건들을 배달시켰던 것이다.

제법 많은 물건들이 모이자 준은 집사에게 부탁해 홀을 잠시 빌렸다.

그곳에서 아공간 속에 들어 있던 것들을 전부 끄집어내놓고는 잘 분류해서 다시 아공간 속에다 차곡차곡 잘 쌓아 넣었다.

마적들에게서 입수한 무구들과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다시 수레에 실어서 무구상점으로 가져가 팔았다.

마적들에게서 입수한 것이 워낙 많아서인지 전부 9,000골드가 조금 넘었다.

그 돈 중에서 700골드는 중급의 롱소드와 바스타드소드를 100개씩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이번에 향한 곳은 서점이었다.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살펴보았지만 읽어 보지 못한 책은 20여 권 정도뿐이었다. 책의 원재료인 종이는 아직까지 대량생산품이 아닌 수공예품이기에 고가였다.

그러니 자연히 귀족들의 전유물이 된 것이다.

가장 싼 책 한 권이 1골드 정도했으며, 내용이 좋은 것은 5골드까지 했다.

특히 마법에 관한 책이 가장 비쌌는데, 최소 5골드부터 수십 골드하는 책도 있었기에 평민들은 쉽게 구입하지 못하였다.

그런 책을 준은 26골드나 주고 20권을 구입했다.

“저, 책을 쓰려고 하는데 양장 책이 있습니까?”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한 권에 얼마나 합니까?”

“20실버는 주셔야 합니다.”

“그럼 500권을 구입하면 얼마에 줄 수 있습니까?”

“그…그렇게나 많이 필요하십니까?”

“예, 좀 넉넉하게 구입하려고요.”

“그렇다면 100골드인데, 90골드에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1,000권은 얼마에 줄 수 있습니까?”

“그렇게 많이 구입하신다면 160골드까지 해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1,000권을 구입하겠습니다.”

“손님, 1,000권의 물량은 지금 맞추지 못합니다. 3일간은 기다려주셔야 합니다.”

“그럼 3일 후까지 파블로 상단으로 보내주십시오.”

“예, 그러죠.”

이렇게 해서 준은 서점 주인에게 50골드를 먼저 지급하고 물건을 수취하는 대로 나머지 110골드를 주기로 한 뒤 그곳을 나왔다.

준은 파블로 상단으로 향하던 중 한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공예품을 보게 되었다.

목각 공예품과 금속으로 된 공예품들이었는데, 솜씨가 좋았다. 갑자기 공예품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일단 그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20대 초반의 귀여운 외모를 가진 아가씨가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공예품을 구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합니까?”

“그러세요? 여기에 진열된 목각 공예품은 1~3실버까지 하고, 이쪽에 진열된 것은 솜씨가 좋은 장인이 만든 거라 5~15실버까지 해요.”

“음…이쪽 것은 제법 비싸군요.”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든 거라 그래요.”

“이쪽에 있는 금속 공예품은 어떻게 합니까?”

“예, 그쪽에 있는 금속 공예품은 2~5실버까지 하고, 그 위쪽에 진열된 것은 5~20실버까지 합니다.”

“이쪽에 있는 것이 비싼 걸로 보아서 장인이 만든 건가요?”

“예, 정교하게 만든 거라 좀 더 비싼 거예요.”

“그렇군요. 혹시 주문하는 것도 만들어주나요?”

“예, 얼마든지요.”

준은 조잡한 공예품은 그대로 두고 장인들이 만든 목각 공예품과 금속 공예품을 전부 다 사버렸다.

그런 후 이미 생각해두었던 것을 그려서 내밀었다.

그것을 잠시 살펴보던 여자가 말하였다.

“제법 정교한 작품이네요?”

“그럴 겁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주시고요. 기사와 공주, 여신 등 하나씩만 돌아가도록 하면 되지만 동물은 하나부터 여러 가지 동물이 함께 뛰어 노는 듯하게 만들어주세요.”

“예, 무슨 의도인지 잘 알겠어요. 제법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에 한 개당 20실버는 주셔야 합니다.”

“좋습니다. 몇 개나 가능하겠습니까?”

“하루에 150개까지는 가능해요.”

“좋습니다. 그럼 1,000개만 만들어주세요.”

“1,000개면 200골드인데 190골드에 해드릴게요.”

“좋습니다. 그럼 계약금으로 10골드를 드리고, 나머지는 물건이 배달되는 대로 지불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물건은 어디로 배달해드리면 될까요?”

“파블로 상단 아시죠?”

“예, 잘 알아요.”

“그럼 그리로 보내주세요.”

“잘 만들어서 안전하게 배달해드릴게요.”

“그럼 믿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공예품 상점을 나온 준은 보석 상점으로 들어가 주먹 크기의 보석 상자를 수십 개나 구입하였다. 또한 은으로 된 보석 상자를 특별 주문했다.

왜 이런 것을 구입하는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준은 이번에는 시장의 한쪽에서 보았던 음유시인을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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