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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옷은 상하가 붙은 것으로 어깨부분과 몸통을 지나 무릎 바로 밑까지 오는 길이였다. 하의는 마치 7부 바지를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모자가 없는 반팔의 쫄쫄이 같은 옷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마법이 들어간 로브이니라. 단순한 검은 로브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흰색이나 회색, 갈색, 푸른색 등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게 할 수 있으며,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주는 기능도 있다. 또한 무기에 베거나 해서 로브가 떨어지더라도 걱정 없다. 스스로 알아서 바로 원상 복구되는 것이니 말이다.”
“정말 대단한 로브로군요?”
“그렇다. 마지막으로 이 바스타드소드는 앞으로 네가 사용할 무기로, 불, 물, 바람계열의 마법이 각각 3가지씩 새겨져 있다. 앞으로 네가 검술을 익힌 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알겠느냐?”
“예, 마스터.”
“좋아. 오늘의 선물은 여기까지다. 이미 넌 내가 준 회색 팔찌의 마력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었다. 그걸 몸속에 흡수시켰기에 앞으로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원천이 된 것이다.”
“그럼 그 회색 팔찌가? 마스터, 회색 팔찌는 저에게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까?”
“앞으로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상태를 말한다면 오우거의 파워와 트롤의 재생능력이 생겼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 수련의 정도에 따라 소드마스터급에 필적하는 무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소드마스터라구요?”
“그렇다.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 수련을 열심히 한다면 2~3년 안에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아…알겠습니다, 마스터.”
스르르.
검은 로브를 입은 자는 다시 땅으로 내려서면서 말하였다.
“칼리야, 이젠 내가 머무는 곳으로 같이 가자꾸나. 이리 와서 내 옆에 서거라.”
“예, 마스터.”
칼리가 검은 로브를 입은 마스터의 곁으로 다가서자 그는 즉시 마법 시동어를 외쳤다.
“텔레포트(Teleport)!”
츠파파팟!
검은 로브를 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와 칼리는 온몸이 빛에 휩싸이면서 사라져버렸다.
준과 일행은 천천히 말을 몰아서 도시 올가로 향하고 있었다.
현재 살아남은 12명은 이렇다.
준의 일행인 글리아나와 패트릭, 세브리노는 모두 무사했으며, 루이 파블로 상단주, 용병대장 마일로, 용병 2명, 일꾼은 클루니가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또한 요리사 사이먼과 주방보조 3명도 살아남았다.
이렇게 모두 준을 포함해서 13명이었다.
루이 파블로 상단주가 준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예, 기사님. 다름이 아니라, 곧 제퍼슨 마적단이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그 제퍼슨 마적단은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알려지기로는 1,600명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아예 박살을 내놓겠습니다.”
“기사님만 믿겠습니다.”
“상단주님, 마적들이 나타나면 다시 싸워야 하니 이들에게 아티팩트를 좀 지원해주십시오.”
“안 그래도 이번에도 2개씩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사용해도 하루면 충전이 되니 하자는 없습니다.”
“기사님께서 만들어주신 아티팩트를 이번에 아주 요긴하게 썼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만약 다음에라도 상행을 하게 되시면 이 아티팩트가 아주 유용할 겁니다.”
“그래서 일부만 팔 것입니다.”
“잘 생각하신 겁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전방에 제퍼슨 마적단이 길을 막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려 300명이나 되었다.
“기사님, 제퍼슨 마적단입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300명 정도는 화염계 마법 한 방이면 됩니다.”
두두두두.
준이 노페르슈롱을 몰아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일행보다 약 50m 정도 앞으로 나와서 달렸다.
그 모습을 본 제퍼슨 마적단의 마적들이 외쳤다.
“멈춰라!”
하지만 준은 이를 무시하고 즉시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는 화염의 구가 생성되더니 순식간에 커졌다.
마적들은 깜짝 놀랐다.
“마…마법사다! 조심해!”
그들은 무기를 꺼내들고 대비하였다.
하지만 준이 보기에는 한없이 허접하기만 했다.
“후후,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화염의 구가 공중으로 좀 더 높이 떠오르면서 10m 정도로 커졌다.
마적들은 경악했다.
꿀꺽.
어떤 마적은 입안이 마르는지 침을 삼켰다.
슈아아앙!
허공을 가로질러 화염의 구가 제퍼슨 마적단의 마적들에게 날아왔다.
“허엇, 피해라!”
“피…피할 곳이 없어, 젠장!”
화염의 구는 땅에 떨어지기 전 공중에서 폭발해버렸다.
콰쾅!
엄청난 폭음이 터지자 반경 100m 안에 있던 마적들은 거의 전멸해버렸다.
살아남은 자들은 불과 10명도 안 돼 보였다. 그들도 심각한 중상을 입어 신음 중이었다. 그러니 사실상 전멸이나 마찬가지였다.
준은 양손을 허리를 얹으며 약간 건방진 말투로 외쳤다.
“또 나설 놈 있나? 없어? 없으면 말구.”
혼자서 그렇게 외치고는 그곳을 지나쳐버렸다.
일행도 속도를 높여 지나갔다.
약 1km 정도를 지나가자 뒤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기사님, 제퍼슨 마적단입니다.”
“하하하, 저놈들 나를 귀찮게 하네요? 마법 한 방 더 먹여줘야겠군요.”
준은 불길이 이글거리는 거대한 화염의 구를 다시 머리 위 공중에 생성시킨 후 그것을 달려오고 있는 제퍼슨 마적단에게 집어던졌다.
최고 속도로 달려오던 제퍼슨 마적단은 날아오는 화염의 구를 보고는 눈이 커졌다.
“으아! 피해라!”
“마법이야, 피해!”
콰쾅!
엄청난 폭음이 터지면서 제퍼슨 마적단은 몰살해버렸다.
준과 그 일행은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도시 올가를 향해서 달릴 뿐이었다.
한편, 제퍼슨 마적단의 본거지에서는 길목을 지키던 300명의 수하들이 죽자 추가로 500명을 보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몇 명을 보내 알아보았더니 마법에 몰살당한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이…이럴 수가!”
이로써 제퍼슨 마적단은 세력이 절반으로 줄어버렸지만 어디에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신나게 말을 타고 달렸다.
이들은 준과 그 일행으로 한참을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의 속도를 늦추더니 아예 말을 멈추고 서버렸다.
약 800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의 길목에 칼리 마적단이 지키고 있었다.
칼리 마적단의 마적들도 준 일행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칼리 마적단은 붉은 도끼 마적단과 제퍼슨 마적단이 당했다는 것을 마법통신구로 전해들은 상태였다.
그들은 긴장하면서 아예 처음부터 2,400명의 수하를 전부 이끌고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그중 일부인 200명만 길가에 보이도록 서 있었고 나머지는 주위에 은신해 있었다.
“으음, 또 마적이군요.”
“그렇습니다, 기사님. 저들은 칼리 마적단이라고 하는데 2,400명의 마적을 보유하고 있는 놈들입니다.”
“저기에 보이는 마적들은 200명 정도이지만 그 주위에 숨어 있는 자들이 엄청납니다.”
“그럼 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군요?”
“제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어찌하는 게 좋겠습니까?”
“저렇게 흩어져 있으면 공격하기가 까다로우니 아예 매직애로우 아티팩트를 사용할 준비를 해주십시오. 일단은 내가 먼저 공격해보겠습니다.”
“예.”
“내가 저들을 휘저으면 놈들의 일부가 이곳까지 공격해올 겁니다. 사정거리에 들면 무조건 일제히 매직애로우를 발사해서 죽여야 합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준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머리 위 공중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구를 생성시켜 약 10m 정도로 크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칼리 마적단은 눈이 커졌다.
공격마법을 여러 번 본 그들이지만 준이 생성시킨 화염의 구보다는 단연코 절반의 크기도 안 되었다. 그러니 저토록 큰 화염의 구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상상이 안 될 정도였다.
슈아아앙.
불길이 이글거리는 10m 크기의 화염의 구가 칼리 마적단이 많이 숨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이들은 처음에 길목을 지키고 있는 200명에게로 날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자신들에게로 날아오자 경악했다.
콰쾅!
폭음이 터지면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거대한 흙구덩이가 생겨났으며, 주위가 흙먼지로 자욱했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어림짐작으로도 약 800명 정도의 마적들이 죽었을 것이다.
그만큼 화염의 구는 위력적이었다.
이 마법 한 방으로 칼리 마적단은 전의를 상실하고 사방으로 도망쳤다.
슈아아앙!
도망치는 그들의 머리 위로 이전과 비슷한 크기의 화염의 구가 날아와 폭발하였다.
이번에는 300명 정도만 죽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후후후, 마법 두 방에 겁을 먹고 도망치니 간단하구만?”
준의 곁으로 일행이 기분 좋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기사님, 수고하셨습니다.”
“하하하! 마법 두 방을 먹였더니 저렇게 도망쳐버렸어요.”
“다행입니다.”
“그런가요? 이제 도시 올가를 향해 가기만 하면 되겠군요.”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앞길을 막는 것은 없습니다.”
“휴우, 정말 올가 한번 가기 힘들군요.”
“저도 이렇게 힘든 상행은 처음이었습니다.”
“자, 빨리 달려서 오늘 저녁은 도시 올가에서 먹고 싶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석양이 세상을 온통 불게 물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런 석양을 바라보면서 말을 타고 이들은 도시 올가를 향해 달려 나갔다.
13명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도시 올가의 성문 앞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석양이 지고 있었기에 곧 성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가기 위해서 그러는 모양이었다.
“멈추시오.”
성문 앞에 서 있던 10명의 병사들 중 한 명이 외쳤다.
준과 그 일행들은 병사의 말을 듣고 말의 속도를 줄이다가 이윽고 멈추었다.
스피어를 겨누던 병사는 루이 파블로 상단주를 알아보고는 아는 척을 해왔다.
“아…아니, 루이 파블로 상단주가 아니십니까?”
“자넨 디노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상단주님. 헌데 상단의 일꾼들을 다 어디 가고 이뿐입니까?”
“이곳으로 오다가 마적들에게 당했네.”
“역시… 그럴 것이라 짐작은 했습니다만, 너무 피해가 큰 것 같습니다.”
루이 파블로 상단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디노라는 병사는 3년 전에만 해도 파블로 상단에서 용병으로 일하였다. 그러다가 결혼하게 되면서 상단을 떠나 이곳 도시 올가에서 병사가 되어 가정을 이룬 사람이었다. 그러니 루이 파블로를 알아보는 게 당연했다.
“이분들은?”
“아… 이분은 켈리온 자작님의 기사이신 준 님이고, 뒤에 있는 분들은 이분을 따라 다니는 일행들이시네.”
“죄송합니다. 기사님이셨군요.”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도시 안으로 들어가고 싶네.”
“아, 제가 잠시 정신이 없었습니다. 신분이 확실한 분들이시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고맙네, 내일 상단에 한번 들르게나.”
“감사합니다, 상단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