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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슈슈슈슝!
빛의 매직미사일 100여 발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와 마적들에게 명중되었다.
매직미사일에 맞은 마적들은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몇몇은 날아오는 매직미사일을 막아보고자 방패를 들어 막았지만 그 방패마저 박살나면서 마적의 가슴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으으, 보십시오. 저 검은머리 악마는 저렇게 무섭습니다.”
“클리프 단장님께는 뭐라 보고한단 말이냐?”
“보고가 문제입니까? 당장 죽게 생겼는데…….”
“으음, 다 잡은 먹이였는데 이걸 두고 도망쳐야 하다니. 제길!”
“대장님, 저 먼저 가겠습니다.”
두두두두.
자신의 옆에서 조언을 해주던 마적이 도망치자 코비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머리를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발 늦은 뒤였다.
이미 준이 코앞까지 접근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노페르슈롱을 타고 접근해오던 준은 말고삐를 놓고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빨리 달려라, 달려!”
“살고 싶으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두두두두.
붉은 도끼 마적단의 마적들은 말채를 사정없이 휘둘러 속도를 더욱 높였다.
준의 머리 위 허공에는 이글거리는 화염 덩어리가 생성되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해지고 있었다.
츠츠츠.
보기에는 파이어 볼 같았지만 뭔가 더 강력한 게 느껴지는 것이 파이어 볼은 아닌 것 같았다.
그 키기가 20m 정도 되었기에 주위에서 이것을 본 사람들은 눈이 커지거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달아나면서 뒤돌아보던 마적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태어나서 저렇게 큰 불덩이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놀라운 일인데 마력을 더욱 증폭시켰기에 더 커졌다.
“으아! 저저…….”
“검은머리 악마가 저걸 우리에게 던지려는 모양이야. 최고 속도로 도망쳐야 살 수 있어. 달려야 해!”
두두두두.
준은 처음에는 그냥 마적들에게 던질 파이어 볼을 생성시키려 했다. 그러다 이왕이면 좀 더 큰 게 위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력을 더 불어넣었더니 30m가 넘는 거대한 불덩이가 되어버렸다. 자신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결국 막대한 마력을 불어넣어서 지름이 35m나 되는 거대한 불덩이가 만들어졌다.
“후후후, 맛 좀 봐라!”
슈아아앙!
지름이 35m나 되는 거대한 불덩이가 달아나고 있는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불덩이가 날아온다. 피해!”
“사…살려줘!”
콰쾅!
불덩이가 땅에 떨어져 폭발하면서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폭발에 휩싸인 마적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중으로 부웅 떠오르더니 내동댕이쳐졌다.
드드드드!
지름이 100여 미터나 되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불덩이가 폭발하면서 반경 300m 정도가 폐허가 되어버린 것이다.
살아서 도망친 마적들은 채 100명도 안 될 것이다.
‘헤어진 지 하루밖에 안 되었는데, 그는 훨씬 더 강해져서 돌아왔어.’
글리아나는 종족이 다른 준에게 급격한 호감이 일었다. 강한 것을 매력으로 생각하던 그녀였기에 준의 강인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버린 것이다.
준의 곁으로 패트릭이 다가왔다.
“준 님, 돌아오셨군요?”
“내가 좀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아…아닙니다. 이제라도 와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죽고 겨우 12명이 살아남은 겁니까?”
“만약 준 님이 10분만 늦게 왔다면 저희들은 모두 죽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패트릭이 준과 이야기 하고 있을 때 그들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기사님, 돌아오셔서 정말 반갑습니다.”
“오히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군요.”
“아…아닙니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속히 주변을 정리한 후 이곳을 떠나죠.”
“예!”
이렇게 해서 이들은 서둘러 죽은 동료들을 한곳에 모았다.
준은 아공간 속에서 장작을 꺼내어 잘 쌓고는 그 위에 죽은 동료들을 눕혔다. 화장을 시키려는 것이었다.
활활활.
불길이 거세게 타올라 시신을 태우기 시작했다. 연기와 냄새가 많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준은 죽은 마적들까지 전부 한곳으로 끌어 모았다. 그리고 그들의 무기와 소지품을 수거한 뒤 그냥 화염계 마법을 일으켜 시신에 불을 붙였다.
활활활.
마적들의 시신도 거센 불길에 잘 타기 시작했다. 워낙 인원이 많아서 죽은 동료들보다 10배 정도나 불길이 넓고 거세었다.
근처에서 화장이 잘 되고 있는지 지켜보면서 휴식 아닌 휴식을 취하였다.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약해지고 이젠 숯불만 남았다.
츠츠츠.
준은 공기 중에 들어 있는 수분을 마법으로 끌어당겨 모았다. 거대한 물방울이 만들어지자 그것을 이동시켜 숯불에 부었다.
치이이이.
김이 피어오르더니 공중에서 흩어졌다.
“저런 것을 어떻게!”
“우와! 대단하시다!”
스윽.
준의 손짓에 뼈들이 스르르 공중으로 떠올랐다. 양 손바닥을 비비자 엄청난 압력에 뼈들이 전부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기사님.”
“휴우, 마법으로 간단하게 처리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이제 여기 일도 처리가 된 것 같으니 도시 올가로 떠납시다.”
“예, 기사님.”
다가닥 다가닥.
준과 그 일행이 천천히 말을 몰아서 도시 올가를 향해 나아가다가 얼마 후 지평선에서 사라졌다.
스스스.
공중의 한곳이 이지러지면서 검은 로브를 입은 자가 나타났다. 그는 공중에 뜬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중얼거렸다.
“키키키, 놈이 무슨 의도로 많은 실험 재료를 그냥 불태워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이러면 곤란한데. 하지만 놈에게선 지독한 피 냄새가 나. 물론 다른 사람들의 피 냄새겠지만.”
검은 로브를 입은 자는 그냥 텔레포트 마법으로 사라지려고 하다가 강렬한 염원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이게 어디에서 흘러나오는 거지?”
스르르.
그는 공중을 가로 질러 날아가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10여 마리의 말이 죽어 있는 곳에서 강렬한 염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키키키, 이런 곳에서 귀중한 보물을 찾았구나.”
스윽.
그의 손짓 한 번에 죽은 말들이 옆으로 5~6m 정도를 날아가 떨어졌다.
그곳에는 하늘을 보고 누운 채 다 죽어가는 마적이 있었다. 팔과 다리가 평소와 반대로 꺾어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부러진 모양이었다.
부러진 칼날이 박힌 옆구리에서는 아직도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출혈과다로 쇼크사 할 것이다.
19살 정도로 어렸으며, 금발에 제법 귀엽게 생긴 얼굴이었다. 신장은 180cm 정도였고, 영양상태가 부실했는지 깡말라 있었다.
쿨럭쿨럭.
기침을 하자 침에 피가 섞여 나왔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너무 억울해.”
‘키키키, 이런 곳에 내 제자가 될 재목이 숨어 있었구나.’
“키키키! 아이야, 살고 싶으냐?”
“누…누구세요?”
“넌 상처를 심하게 입어서 곧 죽게 될 것이다. 난 너를 다시 살릴 수도 있는데…….”
“저…정말 날 살릴 수 있어요?”
“키키, 그렇단다. 왜, 못 믿겠느냐?”
“난 상처가 너무 심해서 살 수 없어요.”
“키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난 분명히 살릴 수 있단다.”
“정말요?”
“그렇단다. 하지만 조건이 있지.”
“그…그게 뭔가요?”
“나를 사부님으로 뫼시고, 나의 제자가 되면 된다. 어떠냐?”
“저…정말 그것이면 돼요?”
“그래. 하지만 나에게 배움을 얻는 한동안은 고달플 것이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나아요.”
“키키, 그거야 그렇지.”
“좋아요. 날 살려주세요.”
“좋아. 살려주마. 단, 먼저 내가 주는 이 팔찌를 팔에 채워야만 한다.”
스윽.
검은 로브를 입은 자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 팔찌를 앞으로 내밀었다. 팔찌는 스르르 공중을 날아서 다 죽어가는 소년에게로 날아왔다.
팔찌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회색 금속으로 되어 있었으며, 아무런 문양이나 장식 없이 밋밋했다.
소년은 기운이 없어 곧 죽을 것 같았지만 남은 힘을 짜내 팔찌를 부러진 팔목에 채웠다.
츠츠츠.
회색 팔찌에서 나온 회색빛이 소년의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악! 날 속였어. 너무 아파!”
“키키, 속인 것은 아니다. 다만 처음에는 조금 아프다는 걸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정말이죠?”
“키키, 앞으로 내 제자가 될 아이인데 내가 왜 이득도 없는 거짓말을 하겠느냐?”
듣고 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다 죽어가는 자신을 구해준다지 않는가? 영혼이라도 팔라면 팔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회색 팔찌는 잠시 후 소년의 살 속으로 완전히 파고들면서 사라졌다. 상처도 빛을 내면서 스스로 치유가 되어버렸다.
우우우웅.
소년의 몸에서 공명음이 일어나면서 스르르 공중으로 떠올랐다.
약 1m 정도를 떠오르다가 멈추자 소년의 몸속에서 회색빛이 내뿜어지면서 막이 형성되었다.
회색 막이라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회색 막 속에서는 소년이 급격한 몸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빛도 수시로 번쩍거리는 게 회색 막 속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스스.
약 두 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회색 막이 엷어지면서 소멸되었다.
스르르.
바닥으로 내려온 그는 이제 소년이 아니었다.
신장이 2m에 몸무게는 130kg이며, 온몸이 근육질로 되어 있었다. 마치 1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듯 성숙한 모습이었다.
“키키. 제자야, 성숙된 걸 축하한다.”
“가…감사합니다, 마스터.”
“그래그래, 앞으로 넌 날 마스터라 불러라.”
“예, 마스터.”
“내 제자가 된 기념으로 선물을 주도록 하마.”
스윽.
그의 손짓에 공중의 한곳이 쩌억 갈라지면서 아공간이 드러났다.
아공간 속은 온통 암흑이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스스스.
언제 나타난 것인지 공중에 몇 가지의 물건이 떠 있었다.
“일단 선물을 주기 전에… 앞으로는 너를 간단하게 칼리라 부르겠다.”
“예, 마스터.”
“키키, 이전에도 이름이 있었겠지만 그 이름은 이제 잊어버려라. 넌 나의 마력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칼리이니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마스터!”
“너는 앞으로 마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1,000년을 살 수 있다. 만약 내 실험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영원불멸할 수도 있느니라.”
“그…그게 정말이십니까, 마스터?”
“그렇다. 아직은 실험을 하고 있는 단계이니 확답은 못하지만, 마력이 있는 한 1,000년까지 살 수 있는 건 사실이니라.”
“아, 마스터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키키키, 좋아하긴 이르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네가 옆에서 보조만 잘해준다면 영원불멸할 수도 있느니라.”
“예,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머리가 좋은 건지, 내 말을 잘 알아들어서 좋구나, 칼리야.”
“…….”
“이제 이 선물들에 대해 설명해주마. 먼저 몸에 착 달라붙는 이 옷은 대방어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물건이기에 5서클의 마법공격에도 끄떡없다. 또한 물리적인 충격도 거의 분산시켜버리기에 큰 충격은 받지 않는다. 일단은 이걸 입어라.”
“예, 마스터!”
칼리는 그의 말대로 옷을 받아서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