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56화 (5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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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이방인

퍼퍼퍼퍽!

“아악!”

“커억!”

파블로 상단의 일꾼과 용병들은 등에 화살을 맞으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순식간에 30명이 화살에 당한 것이다.

이들이 돌아보았을 때에는 이미 마적들이 접근한 상태였다. 그 일부는 제차 보우를 겨누며 화살을 쏘고 있었다.

“마…마적들이다.”

“매직애로우, 10발 발사!”

“10발 발사, 발사!”

슈슈슈슝!

글리아나는 보우로 마적들을 죽였다. 너무 가까이 접근한 마적은 롱소드를 휘둘러 베어버렸다.

패트릭도 허리에 메어놓았던 롱소드를 꺼내들고 달려오는 마적들을 베었다.

짐마차를 타고 이동하던 일꾼들은 접근하는 마적들을 향해서 매직애로우를 처음부터 아예 10발씩 쏘아버렸다.

한 마적은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다가 눈이 커졌다. 매직애로우가 무려 10발이나 날아왔기 때문이다.

퍼퍼퍽!

“끄으으, 이렇게 허무하게…….”

제법 용감하고 잘 싸우는 마적들이었지만 매직애로우 아티팩트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이들 1명을 상대하려면 30명씩 달라붙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일정한 거리만 제대로 주어진다면 100명 정도는 문제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이들의 무력이 아티팩트 때문에 급격하게 강해졌던 것이다.

마적들은 전멸하였지만 기습공격을 해왔기에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도 피해를 제법 많이 입었다.

용병대장 마일로는 죽은 용병들과 일꾼들을 파악했다. 무려 46명이나 되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상단주와 상단의 일꾼 23명, 용병대장과 용병 24명, 글리아나와 패트릭, 세브리노를 포함해서 전부 52명이었다.

얼굴이 굳어져 있던 세브리노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겨우 52명 남았지만, 어제 이곳을 지나간 마적들의 수는 1,000명 정도 되었으니 아직도 700~800명 정도가 남았을 거요. 만약 이대로 가게 되면 틀림없이 마적들에게 모두 전멸하고 말 것이오.”

“그럼 어찌하자는 말입니까?”

루이 파블로 상단주가 세브리노에게 물었다.

“주위를 보면 아시겠지만 온통 평지이다 보니 피할 곳이 없습니다. 더구나 조금 전의 싸움으로 마적들이 이곳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어요.”

“뭐라고요? 그…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소. 그들이 탄 말의 발굽에 땅이 요동치고 있어요.”

“아, 이젠 끝장이야…….”

“일단 모두들 말에서 내려 횡대로 서서 달려오는 마적들이 더 이상 접근하기 전에 매직애로우를 퍼붓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마적 놈들에게 거리를 주지 말자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것만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도 세브리노의 말에 호응했다.

싸움을 많이 해본 마적들과 맞서 싸우기란 힘들지만 자신들에게는 매직애로우 아티팩트가 있지 않은가?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두두두두.

지평선 끝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붉은 도끼 마적단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마적들이 이곳까지 돌격해올 겁니다. 우선 주변에 죽어 있는 마적들에게서 손방패와 검을 수거해 가지시오. 만약 매직애로우가 떨어지면 바로 그것으로 싸워야 할 테니 말이오.”

“아! 모두들 마적들이 오기 전에 손방패와 검을 챙기시오, 어서!”

이들은 서둘러서 죽은 마적들에게서 손방패와 검을 찾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말과 짐마차를 한쪽에 잘 묶어둔 뒤 약간 이동해서 자리를 잡았다.

병풍이 펼쳐진 것처럼 대열을 갖추고 마적들을 향해 매직애로우를 겨누었다.

굉음과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마적들의 모습은 심한 압박감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어차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세브리노는 조금이라도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쳤다.

“오늘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마음은 버리시오! 저 마적들을 죽이지 않고서는 절대 살아서 도시 올가로 갈 수 없어요! 죽기를 각오하고 싸웁시다!”

“와아아아!”

이들은 크게 함성을 질렀다.

달려오던 마적들은 상단이 이미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내 달리던 속도를 줄이면서 멈추었다.

붉은 도끼 마적단과 3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주보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음을 느꼈다.

겨우 52명으로 750여 명이나 되는 마적들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뒤로 물러설 수 없었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는 길이 없었다.

스윽.

붉은 도끼 마적단의 코비가 공격신호를 내렸다.

“와아아아!”

두두두두.

200명의 마적들이 먼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함성을 질렀다. 말발굽 소리가 엄청나게 울려 퍼졌기에 그 기세가 대단했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다시 200명의 마적들이 달려 나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예 한 번에 끝장을 보려는 듯 나머지 350명의 마적들도 움직였다.

“마적들아, 죽어라! 매직애로우 10발 발사!”

“죽어라! 10발 발사!”

슈슈슈슝!

압축된 공기의 마법 화살이 100여 발이나 날아갔다.

이미 붉은 도끼 마적단은 매직애로우의 위력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그에 대한 준비를 했다.

등에는 원형 방패를 메었고, 한쪽 팔에도 원형 손방패를 착용했다. 또한 너무 밀집되어 있으면 동료들에 의해 피해를 입는다는 판단 하에 평지의 이점을 살려 최대한 횡대를 만들어서 달려왔다.

“매직애로우가 날아온다! 조심해!”

티티팅!

파삭!

마적들 몇 명이 매직애로우를 막다가 가슴에 격중되어 말에서 떨어졌다. 대부분은 충분하게 정신을 차리면서 대비를 하였기에 날아오는 것을 잘 막았다.

매직애로우 몇 십 발은 허공을 선회하면서 다시 날아와 마적들의 등에 날아들었다. 그러나 방패를 메고 있어서 충격을 받긴 했지만 방패가 부서지지는 않았기에 막아낼 수 있었다.

“시간을 주면 안 된다. 그대로 놈들을 짓밟아버려라!”

“퀘럴이나 화살을 쏘아라!”

투투투퉁!

화살 100여 발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마적들이었다면 큰 피해를 입었겠지만 나름대로 충분한 대비를 하면서 공격해왔기에 그 피해는 미비했다.

대부분의 퀘럴이나 화살은 보호막에 가로막혀 튕겨져버렸지만 무섭게 질주해오는 말에게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돌진해와 충돌하였기에 엄청난 충격이 보호막에 전달되어 깨져버렸다.

보호막이 깨어진다는 것은 마적들이 타고 있는 말에 그대로 짓밟힌다는 말과 같았다.

“으악!”

“커어억!”

콰지지직!

마적들과 서로 충돌하면서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로 참혹했다.

글리아나는 엘프 여전사답게 보우를 등에 꽂아놓고는 롱소드를 꺼내 들고 휘둘렀다.

몸이 날쌔고 검술실력이 소드익스퍼트 중급이나 되는 그녀였기에 마적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악!”

“커억!”

가슴에서 옆구리까지 길게 사선으로 검상을 입으면서 마적들이 쓰러졌다.

채채챙!

파팍!

패트릭도 소드익스퍼트 초급을 넘어 중급에 가까이 접근한 실력이라 마적들은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마적들은 혼자가 아닌 무리였기에 패트릭은 점점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세브리노는 양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화염의 불길이여, 일어나라. 파이어 애로우(Fire arrow)!”

슈슈슝!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마법화살 10발이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화염이 이글거리는 모습 때문에 시각적인 효과가 더 큰 마법이었다.

퍼퍼퍽!

“아악!”

마법의 불화살을 맞은 마적은 몸에 불이 붙어 괴로워 하다가 쓰러졌다.

모두들 열심히 잘 싸웠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붉은 도끼 마적단에게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마적들은 매직애로우를 발사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으려고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었기에 그들이 휘두르는 칼에 맞아 쓰러지는 상단의 일꾼들이나 용병들이 많았다. 역시나 한 손이 열 손을 당할 수는 없었다.

52명이던 인원이 마적들이 휘두른 칼을 맞고 쓰러지면서 22명만이 살아남아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루이 파블로 상단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검술은 잘 몰랐기에 양손에 쥐고 있는 매직애로우를 무조건 10발씩 발사했다. 일행의 뒤쪽에서 연속적으로 발사하다 보니 접근하던 마적들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마적은 무조건 매직애로우를 맞았다.

마적들은 슬금슬금 그의 눈빛을 피하였다.

떼로 몰려드는 마적들을 맞아 지금까지는 잘 싸우고 있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 여기에서 끝장인가?’

세브리노가 뒤쪽에서 공격마법을 퍼부으면서 마적들을 공격하고 있긴 했지만 전세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조금만 더 몰아붙여라!”

“몇 명 남지 않았다! 공격해!”

“으아악!”

“커억!”

상단의 일꾼과 용병들이 마적들의 칼에 맞아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10여 명이 그렇게 쓰러지자 살아남은 사람들은 겨우 12명뿐이었다.

‘10여 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그가 왜 이렇게 보고 싶은 거지?’

글리아나는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이자 이제까지 준이 있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새삼 실감했다.

콰콰콰콰!

그때였다.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터지면서 무엇인가 뒤쪽에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3m나 되는 거대한 회전하는 칼날이 무려 10개나 날아오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속도였다.

그것을 쳐다본 마적들의 눈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 놀란 이유는 말을 타고 달려오는 자 때문이었다.

“칼날이 날아온다! 피해!”

“거…검은머리의 악마가 온다!”

“악마다! 도망쳐야 해!”

붉은 도끼 마적단에게 있어 앞으로 날아오는 칼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준이었다.

혼자서 수천 명의 마적들을 죽이는 손속이 잔인한 것으로 인식되었기에 ‘검은머리 악마’라는 별명이 생겨버렸다.

가가가각.

회전하는 칼날이 마적들을 마음껏 유린하자 마적들이 피를 흘리면서 우수수 쓰러졌다.

이건 어찌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하들은 이미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이들의 대장인 코비는 달아나는 수하들에게 외쳤다.

“놈은 혼자다! 겁먹지 마라!”

“대장님,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살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우리는 이곳에 남아서 싸운다!”

‘흥, 네놈이나 검은머리 악마를 상대해라. 난 도망치련다.’

그 외침에도 불구하고 코비의 말을 듣는 마적들은 없었다.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바다로 되돌아가듯 붉은 도끼 마적단은 말머리를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놈들! 도망치지 마라!”

“대장님,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도망쳐야 합니다!”

“흥, 너희들이나 가라! 난 여기에 남아서 싸우겠다!”

“한 번 더 생각하십시오! 저 검은머리 악마는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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