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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 마법사의 경지로는 불가능하다는 9서클에 오르려는 현상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점점 마나고리가 뚜렷해지더니 이윽고 완벽하게 생성이 되면서 모두 9개의 마나고리가 완성되어 세차게 휘돌았다.
‘으하하하하, 이런 일도 있구나.’
여기에서 끝이 났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중단전을 가득 채운 기운은 이번에는 머리로 올라갔다.
뇌는 뇌수(腦髓)가 바다 같이 모이는 곳이라 하여 수해(髓海)라 하며,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천궁(天宮) 또는 현관(玄關)을 상단전이라 한다.
상단전의 체표부위는 양미간의 정 가운데가 되는 곳으로 장기(臟器)의 부고(府庫)가 되는 곳이다.
상단전에는 머리의 정수리 니환궁(泥丸宮)을 중심으로 아홉 개의 신궁(神宮)이 자리 잡고 있어 이를 구신궁(九神宮)이라 한다. 구신궁의 작용이 상단전의 작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신궁을 쉽게 표현하자면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오관 감각기능의 중추, 호흡을 관장하는 호흡중추, 생활의 지혜를 나타내는 지각중추, 활동을 관장하는 운동중추, 내장의 기능을 다스리는 내장감각 중추, 근육의 긴장도를 느끼는 고유 감각의 중추, 중력의 방향을 자각하는 평형중추, 기억 중추 등과 사고력, 창의력, 집중력, 직관력 등 현재의 능력과 예지력, 투시력, 염력, 영능력(靈能力) 등 인간의 잠재능력을 관장하는 작용을 말한다.
준이 이렇게 상단전을 완전히 터득하게 된다면 바로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 신의 반열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복이 있으면 화도 있다고 했던가?
갑자기 막대한 양의 기운이 머리로 올라가자 심장부근에 가만히 있던 혼돈의 기운이 스르르 움직이더니 상단전을 가로 막으면서 그 기운들을 흡수해버렸다.
환희에 젖어 있던 준은 마치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기분이 되면서 행복했던 기분까지 깨어져버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기운 때문에 상단전이 닫혀버렸구나. 너무 아쉬워.’
모공을 통해서 막대하게 흡수하던 자연의 기운이 엄청 났지만 이제는 모공이 스르르 닫히고 있었다.
모공이 완전히 닫히면서 더 이상 자연의 막대한 기운은 흡수되지 못하였고, 중단전을 가득 채웠던 기운도 3분의 2 정도만 남게 되었다. 나머지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모두 흡수해버렸고,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면서 9개의 마나고리를 휘감았다. 그러자 한 번도 본적도 이룬 적도 없는 이상한 작용이 일어났다.
9개의 마나고리는 그 기운의 영향으로 스르르 서로 붙어버렸다.
‘이…이게 뭐야?’
마나고리는 하나로 합쳐진 것이 아니라 분명 9개였지만, 옆으로 나란히 붙어버려 마치 링을 옆으로 붙인 것 같은 형상이 되어버렸다. 마치 팔찌처럼 두껍게 붙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기운은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9서클의 경지에 올랐나 했더니 어째 이런 일이?’
기분을 하늘로 띄우더니 바로 추락시켜버리는 꼴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준은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허탈해하다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가슴속을 활활 태울 정도였다.
“으아! 도저히 못 참겠어!”
플라이 마법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의지만으로 몸이 결계를 단숨에 벗어나 하늘 높이 치솟았다. 대략 1,000m 정도의 허공으로 치솟은 것 같았다.
사람이라면 절대 불가능할 텐데도 물리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멈추었다.
스윽.
준은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기운을 끌어 모았다.
자신이 지금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화가 치밀어 분출하고픈 생각뿐이었다.
우우우웅.
엄청난 기운이 한곳으로 모이자 대기가 요동칠 정도였다.
투명하던 기운이 구의 형태로 생성되면서 시리도록 푸른빛의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그 기운의 덩어리가 얼마나 큰지 지름이 20m에 이르렀다.
“에잇, 신경질 나!”
콰아아아!
준은 엄청난 기운의 덩어리를 그냥 북쪽으로 던져버렸다. 덩어리는 밤하늘을 유성처럼 날아가더니 결국 보이지 않았다.
스스스스.
그제야 화가 조금 풀린 준은 점차 마음이 진정되어 땅으로 내려왔다.
결계 안으로 스며든 준은 깔아두었던 모포를 펼치고 누웠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잠이 오지 않는 게 정상인데, 어찌된 일인지 스르르 두 눈이 감기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쿨쿨쿨.
정신을 잃은 것 같은 모습으로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은 무술을 수련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화가 치밀어서 미처 육체와 정신적인 피로도를 느끼지 못하다가 막대한 기운을 끌어 모아서 날려버리고 돌아왔을 때에야 극심한 피로도를 느끼고 잠이 든 것이다.
그러나 준은 조금 전 화가 치밀어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서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예상도 생각도 전혀 하지 못하였다.
콰아아아!
대륙의 북쪽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자연의 기운 덩어리가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마나에 민감한 드래곤들이 깜짝 놀라면서 그것을 주시하였다.
고룡급에 이른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기운 덩어리를 생성시킬 수는 없었다.
드래곤 전체 로드 4세인 아바브라이트 에델린토리 바렌 그라니아(Avabright Edelinetori Valen Grania)도 차를 마시다가 깜짝 놀라면서 찻잔을 떨어뜨릴 정도였다.
2만 년 전에 드래곤들은 종족과 수도 많았지만 중간계에서 신마대전이 일어나면서 자연이 급격하게 황폐화되어버렸다. 그때까지도 신계와 마계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우세하다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드래곤들이 이 신마대전에 끼어들면서 전쟁의 양상이 급격하게 변하였다.
중간계에서는 최강의 종족이라는 드래곤들이라 신계와 마계의 전사들과 겨루어도 힘에서 그리 밀리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서로 최강의 힘으로 충돌하게 되었고, 그 결과 우주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신은 이런 일에 개입하거나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국 주신이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주신의 헌신으로 인해 신계와 마계, 중간계의 드래곤들이 그 혼돈의 힘에 휘말려 소멸을 당하였다.
신계와 마계는 도저히 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었기에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 버렸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드래곤들도 주신에게 따질 수는 없었기에 중간계로 돌아와 버렸다.
주신은 원래 모든 일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간계를 불쌍히 여겨 신계와 마계에서 중간계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원의 결계를 직접 생성시켰다. 그 이후 신계와 마계는 힘을 회복하고서도 중간계로 두 번 다시 들어가지 못하였다.
한편, 중간계로 돌아온 드래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0여 종족이었던 드래곤들이 이제는 골드, 레드, 실버, 블루, 블랙, 이렇게 다섯 종족만 살아남아 있었다.
살아남았다고 해봐야 각 종족 당 15마리씩 75마리뿐이었다. 이들이 가장 강력했다. 그러나 신마대전으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드래곤들은 긴급회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모두 모여 종족의 앞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였다. 각 종족별로 로드를 지정하고, 다시 드래곤 전체의 로드를 선출하였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레어로 돌아가 입었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오랜 수면에 들어갔다.
보통은 500년 정도 수면을 하면 몸집도 커지고 어지간한 상처는 나아버린다.
이때까지만 해도 드래곤들은 신급에 버금가는 경지에 올라 있었기에 스스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수명이 다할 때까지인 10만 년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신마대전에서 입은 치명적인 상처에 부작용이 생기면서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9천 년이 한계가 되어버렸다.
심각한 부작용이란, 드래곤하트가 9천 년이 되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어쩔 수 없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드래곤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전체 회의 때 전체 로드를 선출하면서 75마리의 드래곤들이 드래곤하트에 들어 있는 기운을 조금씩 꺼내어 한곳에 모았다.
초대 드래곤 전체 로드인 엘사(Elsa)는 그 엄청난 기운을 절반으로 나누어 흡수하였고, 나머지 절반을 다섯 조각으로 나누었다. 그것을 다섯 종족의 로드에게 나누어주었다.
그 이후 드래곤들은 전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수면에 들어갔으나, 500년이 지나도 상처는 반도 낫지 않고 여전히 깊었다.
그들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다시 수면에 들어갔다.
천 년의 세월이 지나자 드래곤들이 수면에서 깨어났다. 그제야 모든 상처가 나은 것이다.
수면에서 깨어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종족의 개체수를 늘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부작용의 영향으로 겨우 하나의 알만 낳을 수 있었다. 드래곤들로서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온갖 방법이 동원되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유전자에 각인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뒤였기에 되돌릴 수도 없었다.
일반 드래곤들은 수면 중 드래곤하트가 부서지면서 강제적으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버렸다.
75마리의 드래곤들 중 오직 6마리만 살아남아서 25개의 알을 부화시켰다. 그리고 해츨링에게 지식을 전수해주었다. 그러나 해츨링을 안전하게 키우기에는 그들의 수명이 너무 짧았다. 천 년 정도 되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들이 명을 다할 때 초대 회의 때처럼 자식들의 드래곤하트에 자신의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그 후 혼자 남은 드래곤 전체 로드인 엘사는 25마리의 해츨링들을 한곳에 모아 교육시켰다.
100년 정도가 지나자 드래곤들은 성체가 되었다. 하지만 알은 낳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드래곤들이 2천 살에 접어들면서 알을 하나씩 낳을 수 있었다.
알에서 부화한 어린 드래곤들이 그때의 성체인 드래곤들에게 마법과 각종 지식을 전수받기 시작했고, 초대 드래곤 전체 로드인 엘사는 그렇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버렸다.
엘사의 유지를 잘 알고 있었던 종족의 로드와 드래곤 전체 로드는 세월이 흐르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게 되었다.
드래곤들은 해츨링 시절을 거쳐 2천 살이 되면 첫 알을 낳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알은 4천 년, 세 번째 알은 6천 년. 그리고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드래곤들은 오직 암컷에서만 평생 한 번에 한 알씩 모두 세 번만 낳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드래곤들은 자식 사랑이 최우선이었다.
성체가 되어 첫 알을 낳을 때까지는 모든 종족을 통틀어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세의 드래곤들은 9천 살이 되면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으며, 종족의 로드는 1만 년을, 드래곤 전체 로드는 1만 2천 년을 살다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각 종족의 로드와 전체 드래곤 로드는 반드시 후계자의 드래곤하트 속에 자신의 드래곤하트의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그렇게 되면 그 후계자 드래곤의 드래곤하트는 약간의 변화를 보인다. 그것이 바로 수명을 늘려주는 방법이었다.
따라서 드래곤하트가 변한 이후에는 권능(權能), 즉 자신이 속한 종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가장 높아지게 되었다.
초대 드래곤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어 부작용이 생기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2만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몇 마리의 3세가 살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4세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드래곤의 수도 종족별로 35마리씩 모두 175마리가 전부였다. 그중에서 암컷이 7마리로 32마리가 전부였고, 나머지는 수컷이었다. 이상하게 부작용 때문인지 알을 낳을 수 있는 암컷들의 수가 잘 늘어나지 않았다.
중간계에서 가장 강한 종족이 드래곤이다 보니 이 정도의 수만 있어도 무력적인 면에서나 종족유지의 면에서나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성체가 되면 자신만의 레어를 만들어 혼자서 생활하기에 이 정도 수가 가장 적당하다고 드래곤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종족의 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드래곤 전체 로드이며, 10,212살로 전체 드래곤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암컷인 고룡 아바브라이트 에델린토리 바렌 그라니아(Avabright Edelinetori Valen Grania, 줄여서 그라니아)는 흥분하였다. 태어나서 이런 강력한 기운 덩어리는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신이 중간계에 현신하는 것인 줄 착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권능으로 느껴 그게 자연의 기운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체 드래곤들 중에서 마법이나 힘, 모든 것에서 가장 수준이 높다고 자부하는 그라니아였지만 이 기운은 자신의 모든 힘보다도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긴장했던 것이다.
어쨌든 준이 화가 치밀어 날려 보낸 기운이 대륙을 가로질러 계속 북쪽으로 날아가더니, 땅의 끝을 조금 벗어나 얼음의 땅인 아이스랜드에 떨어지면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기운이 떨어져 폭발하자 반경 50km가 폐허가 되어버렸다.
이게 만약 대륙에 떨어졌더라면 반경 50km는 초토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지 얼음의 땅인 아이스랜드에 떨어져 한 번도 녹지 않았던 빙산과 얼음이 순식간에 고열에 의해 녹아내리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되었다.
90%는 아이스랜드에 영향을 미쳤지만 나머지 10% 정도는 대륙의 땅 끝에 떨어져 지형지물이 변하게 되었다.
이 일로 인해서 폭발한 지점에서 반경 10km는 완전히 얼음이 녹아버려 두 번 다시 얼지 않았고, 나머지 지역은 며칠의 시간을 두고서 점차적으로 얼음이 다시 얼어버렸다.
자연의 엄청난 기운의 대부분이 폭발로 인해 소멸되어버렸지만, 아직도 약 20% 정도는 그대로 남아 있었기에 얼음이 다시 얼지 않았던 것이다.
그라니아와 종족의 로드들이 그곳으로 날아가서 확인해보니 그곳은 완전히 지형지물이 변화되어 있었다.
사시사철 극냉의 기운이던 그곳에 엄청난 기운이 폭발함으로써 기후까지 변화를 보이며 자리를 잡았기에 드래곤들도 그 기운을 흡수하지 못하고 되돌아가 버렸다.
그곳은 앞으로 그 기운이 소멸될 때까지는 영상 15~18도 정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