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52화 (5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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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저…저저…….”

‘이제 내 마음을 알겠어?’

“단장님, 보십시오. 저렇게 무서운 자입니다.”

보노가 옆에서 말하자 클리프 단장은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자였어.”

“허억, 다…단장님, 저놈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뭐? 이…이런 젠장!”

준이 펼친 플레어 마법은 15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기에 아직 10분 정도는 더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냥 소멸시키기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적진으로 돌격해갔다.

마적들은 클리프 단장의 눈치를 보며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후퇴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조금 전 동료 500명이 불길에 불타는 걸 똑똑히 본 상황이라 그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머리는 명령을 기다리라고 하는데 몸은 너무 정직해서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클리프 단장도 눈이 있으니 당연히 그것을 보았다. 하지만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수하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크으! 어쩔 수 없군.’

“후퇴하라!”

클리프 단장의 후퇴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적들은 말머리를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벌써 후미에서는 준이 50m나 되는 거대한 불길을 마구 휘두르면서 설치고 있었다.

마적들은 처음으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미친 듯이 말 엉덩이에 채찍을 휘두르면서 다그쳤고, 말은 최대의 속도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벌써 200명이 넘는 마적들이 불타고 있었다.

“사…살려줘… 살려줘!”

“불이… 커억!”

이히힝!

너무 밀집되어 달리다 보니 서로 부딪히면서 말이 곳곳에서 한꺼번에 우르르 넘어졌다. 이는 마적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말발굽에 채이거나 깔려 죽는 마적들이 많았다. 후미에 있는 마적들의 고통스러운 비명과 아우성은 앞에서 달리던 마적들을 더욱 오싹하게 하였다.

머릿속에는 오직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으아! 달려라, 달려!”

“늦으면 불에 타 죽는다. 달려!”

두두두두.

온통 달리는 말발굽 소리만 들렸으며, 흙먼지가 주위에 자욱하게 일어났다.

붉은 도끼 마적단 중 살아서 빠져나간 자들은 3천 명 정도였다. 이미 여러 번 공격을 당하여 많은 피해를 입었지 않은가? 이번에만 해도 천 명은 족히 불에 타면서 죽거나 심한 부상을 입었다.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은 준의 엄청난 마법실력을 보고는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침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용병과 상단의 일꾼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 준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음, 일단은 마적들이 겁을 먹고 도망쳤지만 곧 재정비하여 공격해올 것이다. 나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나는 저 마적들을 추격하겠다는 뜻이다. 너희들은 말머리를 돌려 일행이 가고 있는 도시 올가로 달려가라.”

“그…그래도 저희들만 어떻게…….”

“너희들은 그동안 잘 싸워주었다. 하지만 아티팩트가 거의 소모되었을 것이다.”

“그…그건 그렇습니다.”

“너희들 15명으로는 매직애로우 아티팩트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보면 저 마적들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고 금방 죽을 것이다.”

“…….”

준의 말이 맞았기에 이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였다.

준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난 마법사라 마음껏 마적들을 공격하고, 위급하면 바로 후퇴할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예…….”

“내가 허락한 이상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을 것이니 이제는 너희들 먼저 돌아가거라.”

“…….”

이들은 서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다가닥 다가닥.

말없이 멀어지는 이들을 잠시 바라보던 준은 자신도 말 등에 다시 올라 도망친 마적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붉은 도끼 마적단은 미친 듯이 달리다가 이제야 제법 멀리 도망쳐 왔다고 생각하고는 말의 속도를 늦추었다.

그때 저 언덕 위에 점이 하나 나타났다.

클리프 단장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쳐다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저…저놈이 추격해오다니!’

클리프 단장의 놀란 얼굴에 보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것을 확인하고는 눈이 커졌다.

“저…저저…….”

후미에서 따라오던 마적이 우연히 뒤로 고개를 돌렸다가 빠르게 말을 타고 접근하는 준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면서 외쳤다.

“으아! 저 악마 같은 놈이 추격해온다.”

겁에 질린 그는 말채를 휘두르며 앞으로 빠르게 튀어나갔다.

두두두두.

그자가 무섭도록 말채를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가자 자연스럽게 후미에 있던 마적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자식, 왜 저래?”

“악마 같은 놈이 추격해온다고 하던데?”

“뭐?”

그들은 이제야 그 말뜻을 알게 되었다.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한 그들은 정말 준이 달려오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으아! 진짜 악마 놈이 쫓아온다!”

겁에 질린 후미에 있던 마적들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무섭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또다시 공포가 확산된 마적들은 말채를 휘두르면서 말을 재촉했다.

말들도 이제는 좀 쉬나 했더니 무섭게 엉덩이를 때리자 그 아픔에 미친 듯이 달렸다.

두두두두.

워낙 많은 마적들이 말을 몰아 달리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준은 투덜거리며 목에 두른 천으로 입을 가리면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매직미사일(Magic Missile)!”

스스스.

50발의 매직미사일이 준의 머리 위에 생성되었고, 그의 손짓에 매직미사일이 발사되었다.

“으아! 놈이 마법을 사용했어.”

“이…이런 젠장, 피해!”

후미에서 달리던 마적들은 매직미사일에 맞으면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살고 싶어 좌우로 벌어져버렸다.

유도기능이 있는 매직미사일이었기에 그들을 추격해야 했지만 준은 그냥 날아가도록 유도했다.

후미의 약간 앞쪽에서 달리던 마적들이 등에 매직미사일을 맞고는 피를 토하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뜨거운 화염이여, 적들에게 불의 위대함을 보여주어라. 파이어버스트(Fire burst)!”

화르르르!

준이 오른손바닥을 움켜쥐는 듯한 동작을 펼치자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구 5개가 그 위에 생성되었다.

“선물이니 받아라.”

슈슈슝!

부챗살이 퍼지듯이 그렇게 화염의 구가 날아가다가 마적들이 밀집되어 달리는 곳에서 폭발해버렸다. 강력한 불꽃의 구가 폭발하면서 주위에 타격을 주었기에 피해가 제법 많았다.

한 마리 사자가 얼룩말 무리에 뛰어들어 마음껏 휘젓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적들은 공포에 질려서 사방으로 도망쳤다.

준은 신경 쓰지 않고 앞쪽으로 달리면서 또다시 마법을 캐스팅했다.

“오늘 확실히 박살내버리겠어. 블레이즈(Blades)!”

휘리리릭.

3m나 되는 회전하는 칼날 두 개가 생성되어 앞에서 도망치고 있는 마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으아! 저 악마 같은 놈이 마법을 이용해 칼날을 날렸어.”

“도망쳐야 돼!”

마적들은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직 살겠다는 일념으로 앞으로 달려 나갈 뿐이었다.

회전하는 칼날이 빠르게 날아왔기에 그것에 격중되려던 자가 소리쳤다.

“난 죽고 싶지 않아! 크! 살려줘!”

가가가각.

그자의 몸통을 잘라낸 칼날은 소멸되지 않고 계속 앞에서 달리는 마적들을 노렸다.

땅이 고르지 못한 길을 미친 듯이 달리다 보니 중심을 잃고서 말이 넘어지는 자들도 부지기수였다.

대부분 빠르게 달리는 말에서 떨어지거나 하면 큰 부상을 면치 못하게 된다. 또한 말과 함께 넘어진 자들의 뒤에서 달려오던 자들은 그것이 장애물이 되어 넘어지기가 쉽다. 게다가 곳곳에서 말이 넘어졌기에 그걸 전부 피하면서 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준의 마법에 죽는 자들보다는 이렇게 자기들끼리 사고가 나서 죽는 자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준은 그런 것을 상관할 필요가 없었다.

“받아라. 매직미사일(Magic Missile)!”

스스스.

준은 다시 생성된 50개의 매직미사일을 마적들에게 발사하였다. 1서클의 마법이라 마력도 그리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안심하고 마음껏 마적들에게 퍼부었다. 게다가 롱소드까지 빼들고 달리면서 좌우에서 달리던 마적들을 베어버렸다.

가가각!

“아악!”

“크아악!”

털썩.

칼에 베인 마적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준의 뒤쪽에서 달리던 마적들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어 화살을 날렸지만 투명한 보호막에 가로막혀 튕겨져 버렸다.

화살 따위로는 준에게 작은 상처조차 입힐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게 되었다. 그 점이 그들에게 더욱 절망적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후미에서 달리던 마적들은 아예 본진에 합류하지 않고서 그대로 사방으로 달아나 버렸다.

“저놈을 막아라!”

일선 조장들이 수하들에게 명령하자 그들은 준의 곁으로 붙으면서 진로를 방해하거나, 앞에서 속도를 늦추면서 저지시켰다.

어쩔 수 없이 준의 추격 속도가 떨어졌다. 허공을 날았다면 아무런 장애가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말 등에 올라타고 있었기에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놈들이 이젠 육탄으로 저지하네?’

마적들은 인해전술로 준을 가로막았기에, 선두에서 달리던 클리프 단장과 지휘부는 거리를 더욱 벌리면서 안전해졌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기에 말채를 휘두르면서 빨리 달리자고 말을 채근(採根)했다.

스스스스.

허공의 한곳이 갑자기 불안정해지면서 이지러지자 검은 로브를 입은 자가 빛과 함께 허공에 나타났다.

그자의 아래에는 수천 명의 마적들과 말의 사채가 쓰러져 있었다.

“흐흐흐, 역시 마음에 드는 놈이야. 이번에도 마음껏 실험할 재료가 넘쳐나는구나.”

그는 허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사지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 마적의 시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그 시신이 스르르 허공으로 떠올랐다.

츠츠츠.

허공의 한곳에 틈이 벌어지면서 아공간이 나타났다.

스윽.

그자의 손짓에 시신이 아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쓰레기장에서 분리수거를 하듯이 온전한 시신을 골라서 수집했다. 일부 큰 부상을 입고 신음하는 자들까지 아공간 속에 넣었다.

원래 아공간 속에는 공기가 없었기에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었다. 부상을 입은 자들을 살려줄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그런 자들까지 아공간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아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 자들은 낮은 온도와 공기가 없는 곳에서 몇 분 뒤 죽어버렸다.

“흐흐흐, 오늘은 운이 좋은지 872명이나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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