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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스스스.
준의 앞에 있던 이들은 즉시 보호막을 펼치며 매직애로우를 발사하였다.
슈슈슈슈슝.
빛을 머금은 마법의 화살 50발이 엄청난 빠르기로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콰앙!
용병 한 명이 보노가 펼친 파이어 볼에 정통으로 맞았다. 하지만 보호막이 보호해주었기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파이어 볼의 위력이 강해서 보호막의 일부에 금이 갔으며, 뒤로 튕겨져 넘어졌다.
보노의 근처로 접근하던 매직애로우는 그가 펼친 디스펠 매직(마법무효화)에 걸려 3분의 1 정도 소멸되었고, 나머지는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마적들은 원형 손방패로 매직애로우를 막았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마적 10여 명은 매직애로우를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붉은 도끼 마적단은 순식간에 50m 앞에까지 접근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적들이 매직애로우를 잘 막으면서 접근하자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이 오히려 당황했다.
“당황하지 마라! 일제히 매직애로우를 발사하라! 마적들보다는 말을 먼저 노려라!”
슈슈슈슈슝.
150발의 매직애로우가 일제히 마적들에게 쏘아지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한두 발도 아니고 허공을 가득 메우는 빛의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마적들은 경악했다.
“으아! 너무 많아!”
“이런 제기랄!”
“피하기엔 늦었어!”
마적들이 원형 손방패로 매직애로우를 막는 자들이 많았기에 달려오는 말을 노렸다.
이히힝!
“우왁!”
“으악!”
말의 머리가 박살나면서 말 등에 타고 있던 마적들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워낙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마적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말과 마적들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말의 머리가 박살나면서 말에 깔린 마적은 입에서 피를 내뿜으면서 죽어갔다. 어떤 자는 말에서 떨어져 뒤에서 달려오는 말에 차여 죽기도 했다.
앞쪽에서 달리던 말들이 다리에 매직애로우를 맞아 고꾸라지면서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정신없는 틈을 타 매직애로우가 무더기로 날아왔다.
퍼퍼퍼퍽!
유도 기능이 있는 매직애로우라 한 번 피하여도 허공을 선회하여 다시 날아왔기에 더욱 큰 피해를 입었다.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준은 마법을 캐스팅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화염이여, 나오너라. 화염의 벽(Wall of Fire)!”
화르르르!
전방 20m 에 높이 10m의 거대한 화염의 벽이 생성되었다.
“으앗! 뜨거워!”
“살려줘! 옷에 불이 붙었어!”
이히히힝.
마적들은 화염의 벽 때문에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였다.
“죽으면서도 말이 많은 놈들이군. 후퇴하면서 매직애로우를 퍼부어라!”
“예, 기사님!”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인명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은 준의 적절한 활약과 지휘 덕분이었다.
준의 명령에 따라 이들은 뒤로 물러서면서도 계속 매직애로우를 퍼부었다.
마적들은 앞에 뜨거운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벽 때문에 전진하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매직애로우가 날아오니 원형 손방패를 머리 위로 치켜들어 막느라 정신없었다.
800명이나 되던 붉은 도끼 마적단은 370명 정도나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은 많이 남아 있었다. 마법사 보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붉은 도끼 마적단의 클리프 단장은 일개 상단의 일꾼들과 용병들이 전부 마법의 아티팩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피해가 크다 했어.’
화염의 벽 때문에 더 이상 진격하지 못하던 보노는 수하들에게 외쳤다.
“보우나 크로스 보우로 공격하라!”
투투투퉁.
화살과 퀘럴이 화염의 벽을 뚫고 날아왔다.
티티팅!
이들은 모두 보호막으로 보호하고 있었기에 튕겨버렸다. 하지만 말은 화살과 퀘럴을 피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에 말에 타고 있던 용병 3명과 상단의 일꾼 1명이 말에서 떨어졌지만 보호막 덕분에 큰 상처는 입지 않아 바로 일어설 수 있었다.
쓰러진 말들에게는 화살과 퀘럴이 뒤섞여 꽂혀 있었는데, 10발이 넘었다.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츠츠츠.
보노가 마력을 끌어 모아서 마법 무효화를 펼쳤지만 준의 서클이 훨씬 높았기에 화염의 벽은 소멸되지 않았다.
울컥.
“으윽, 이렇게 서클이 높았다니… 오히려 내가 내상을 입고 말았어. 젠장!”
보노는 내상을 입어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이내 입으로 피를 내뿜었더니 조금 편안해졌다.
두두두두.
준과 동료들이 뒤로 물러나면서 언덕 위로 올라가버리자 그제야 활활 타오르던 화염의 벽이 소멸되었다.
“놈들을 죽여야 한다! 추격하라!”
“저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붉은 도끼 마적단이 언덕 위를 향해 힘차게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언덕 위에서 매직애로우가 150발이나 날아왔다.
하늘은 온통 빛의 마법화살로 뒤덮였다. 빛나는 화살비였다.
너무나 많이 떨어져 내렸기에 전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보노도 내상을 입어 제대로 마법을 펼치지는 못하고, 겨우 자신의 보호막만 펼쳤다.
“으악!”
이히힝!
마적들이 추풍낙엽처럼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끝장을 보려는 듯 무차별적인 매직애로우가 150발씩 날아왔다. 멈출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유도 기능 때문에 방패로 막아서 소멸시키지 못하면 계속 허공을 선회하다가 되돌아와 공격했기에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170명 정도가 살아남아서 언덕에 올라와보니 이미 준과 동료들은 300m 정도를 도망친 뒤였다.
‘으, 철저하게 당했어. 이럴 수가!’
보노는 허탈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클리프 단장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대 마침 휴식을 취하고 있던 클리프 단장은 자신의 말 등에 오르면서 팔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두두두두.
붉은 도끼 마적단의 수하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일찍 지원해주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준은 말 등에 탄 상태에서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가 다시 앞으로 내뻗었다.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블레이즈(Blades)!”
휘리리릭.
3m나 되는 거대한 회전하는 칼날 두 개가 허공에 생성되어 엄청난 속도로 언덕 위로 올라선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보노는 내상을 입었기에 될 수 있는 한 무리한 마법은 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회전하는 칼날이 날아오자 어쩔 수 없이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지팡이를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약간 미는 듯한 동작을 취하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회전하는 칼날이 보이지 않는 힘에 가로막혀 방향이 휘어지면서 빗나가버렸다. 하지만 준이 다시 손짓을 하자 이내 허공을 선회하면서 마적들을 공격하였다.
이를 눈치 챈 보노가 다시 마력으로 막아보려고 했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크악!”
블레이즈는 앞쪽에서 말 등에 타고 있던 마적을 베어버리고 뒤로 날아가 다시 마적들을 공격하였다.
보노는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그때, 준의 마법이 먼저 시전되었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대지를 움직이게 하소서. 어스 쉐이크(Earth shake)!”
드드드드드.
대지가 흔들리면서 지진이 일어났다.
이히힝!
“조심해! 땅이 흔들린다!”
“도…도와줘! 크악!”
말이 중심을 못 잡고 옆으로 쓰러지자 말에 타고 있는 마적들도 같은 꼴을 면치 못하였다.
“후후후,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마그마 블래스터(Magma Blast)!”
치이이이.
마그마 블래스터는 뜨거운 고열로 뭉쳐져 있었으며 사람 상반신 정도 크기의 마그마탄이 고속으로 날아가서 폭발하는 마법이었다. 파이어 볼에 비해 파괴력이 몇 배나 강하며 관통성과 폭발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이 마법에 적중되면 순식간에 재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투아아앙!
굉음을 내면서 쏘아진 마그마탄은 앞을 가로막는 마적을 관통하면서 지나가다가 폭발해버렸다. 그 충격파에 사방 20m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또한 그 범위 밖에 있던 마적들은 마그마탄의 파편에 맞으면서 그대로 녹아버렸다.
“크!”
“커억!”
이히힝!
순간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준은 지금의 상황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마법주머니 속에서 푸른색 동전 10개를 꺼내었다.
“후후, 압축된 공기를 폭발시켜서 공격하는 마법인 에어 블라스트(Air blast)마법이 새겨진 동전이다. 이놈들, 매운 맛 좀 봐라.”
쉬쉬쉬쉭.
푸른색 동전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보노는 내상을 입어 고통스러웠지만 조금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기에 준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가 무언가를 날리는 것이 아닌가?
“으응? 꼭 동전 같은데, 아닌가?”
크기가 작아서인지 보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는 바로 알게 되었다.
콰콰쾅!
“커억!”
“으악!”
이히힝!
폭음이 터지면서 흙구덩이가 생기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워낙 큰 폭음이었기에 마적들의 비명과 말 울음소리가 제대로 안 들릴 정도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흙먼지가 심각했던 곳의 모습이 훤하게 들어났다.
“으으, 살려줘!”
“내…내팔! 으으…….”
200여 명의 마적들이 쓰러져 신음했고 말들도 여기저기 넘어져 있었다. 곳곳에는 흙구덩이가 생겼고, 마적들과 말이 흘린 피와 살점, 내장이 흩어져 있어서 현장은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참혹했다.
여러 번의 공격을 당하자 800명이나 되었던 수하들은 이제180여 명 정도만 남아 있었다.
준의 엄청난 마법공격에 마적들과 용병과 상단의 일꾼들은 경악했다.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들을 쳐다보던 준이 외쳤다.
“적들이 더 몰려올 것이니 뒤로 물러나도록 한다. 어서!”
“예, 기사님!”
정신을 차린 그들은 준을 따라 250m 정도 뒤로 물러났다.
보노와 마적들은 그때까지도 여전히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두두두.
클리프 단장이 5천의 마적들을 이끌고 언덕 위로 올라왔다. 그는 현장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으음, 이렇게 처참하게 당하다니…….”
“죄송합니다, 단장님.”
“놈들에게 서클이 높은 마법사가 있어 큰 피해를 입었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아지트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슨 소리! 우리 붉은 도끼 마적단이 저놈들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여기에서 돌아간단 말인가?”
“이런 상태라면 피해만 눈덩이처럼 늘어날 겁니다.”
“비록 저놈들이 16명이라고는 하지만 그중에서 한 놈만 위협적일 뿐 나머지 놈들은 별 것 아니야.”
“저기 앞쪽에 말을 타고 있는 자가 마법사인 것 같습니다. 그자가 나머지 15명에게 아티팩트를 나누어 준 것 같으니 쉽게 볼 일이 아닙니다.”
“으음, 그렇다고 해도 저놈들도 이미 마법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곧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안 그런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만만하게 볼 적들이 아닙니다.”
“보노 군사에게 내상을 입힐 정도니 당연히 만만치 않겠지. 일단 놈들에 대해서 알아보아야 할 테니 100명을 먼저 출동시켜 살펴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