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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마적들의 200m 앞까지 도달한 클루니는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화살을 앞으로 내뻗으면서 외쳤다.
“매직애로우 10발 발사!”
쇄에에엑!
바람 소리를 일으키면서 빠른 속도로 마법의 화살 10발이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허억, 공격해온다! 조심해!”
그러나 이런 경고성에도 불구하고 한 발 늦었다. 이미 마법의 화살 10발은 그들에게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커억!”
“으악! 살려줘!”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10명의 마적들이 쓰러졌다.
이에 클루니는 신이 나서 다시 연발했다.
“저놈을 공격해.”
“크로스 보우의 퀘럴로 놈을 잡아라. 어서!”
투투퉁!
적들이 대응사격을 하자 클루니는 크게 외쳤다.
“방어막!”
스스스
투명한 방어막이 형성되자 퀘럴은 모두 튕겨버렸다.
“하하하, 이젠 내 차례지? 10발 발사!”
투투투퉁!
매직애로우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약간만 방어가 늦으면 맞고 쓰러졌다.
마적단은 정신을 차리고 날아오는 것을 원형 손방패로 막았다. 하지만 위력이 강해 맞은 곳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금이 가버렸다.
클루니는 신이 나서 마구 매직애로우를 발사 했더니 어느새 200발을 다 소비해버렸다.
‘쩝, 벌써 다 써버렸어?’
어쩔 수 없이 클루니는 말머리를 돌려 되돌아왔다.
“뭐…뭐야 저놈은?”
“이…이런 제기랄!”
“저놈에게 완전히 농락당했어.”
마적들은 멀어지는 클루니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완전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짝짝짝.
“하하하! 클루니, 정말 잘했다!”
“상단주님, 정말 신났습니다!”
“잘했다. 정말 속 시원히 잘했어!”
클루니는 상단주에게 매직애로우 아티팩트를 되돌려주었다.
주위에 있던 상단의 일꾼들은 클루니에게 한마디씩 칭찬을 해주었다.
“클루니, 정말 잘했다.”
“너, 활약이 대단하더라.”
“정말 시원했어.”
“이젠 마적들이 무섭지 않아요. 상단주님께서 주신 매직애로우 아티팩트 하나를 가지고 있으니까 든든해요.”
“그래 맞다. 나도 이게 있으니까 마음이 든든해.”
“나도 그랬어.”
“나도 나도!”
여기저기에서 동조해주자 클루니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렇게 이들은 클루니로 인해서 사기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반면 붉은 도끼 마적단은 이번에 이들로 인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었다.
두두두두.
굉음을 울리는 말발굽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려왔다.
지평선 끝에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더니 검은 점이 나타났다.
파도가 밀려오듯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몰려왔다. 그들은 바로 붉은 도끼 마적단이었다.
단장인 클리프는 5천 명의 수하들을 이끌고 직접 달려왔다. 아지트에는 겨우 천여 명의 마적들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 소리는 뭐…뭐야?”
“허억! 마…마적들이 몰려온다.”
잠시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거리던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을 지나 벌써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상단주는 옆에 있는 용병대장을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마일로 대장, 붉은 도끼 마적단이 엄청나게 몰려왔네. 어찌해야 하는가?”
“저렇게까지 몰려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지금 도망친다고 해도 저들이 말을 타고 추격하는 이상 얼마 가지고 못하고 포위될 것입니다.”
“올가까지 가려면 이틀 반이나 되는 거리가 남았는데 어쩌지?”
“기사님께 의논하는 것은 어떨까요?”
“하긴, 머리가 좋은 마법사이며 기사이시니 무슨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가보세.”
“예, 일단은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준에게 다가온 루이 파블로 상단주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기사님, 붉은 도끼 마적단이 저렇게 대거 몰려왔는데,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조금 힘든 상황이 되었지만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시오.”
“말씀해보십시오.”
“먼저, 도망치지 않고 여기에서 마적들과 직접 마주보고 싸우는 방법이 있소. 두 번째는 당장 이곳을 떠나 도시 올가로 향하면서 추격하는 마적들을 아티팩트로 공격하면서 가는 방법이고… 마지막은 두 가지 방법의 중간으로, 일부가 여기에 남아 마적들을 저지하면서 시간을 끌 동안에 본진은 최대한 빠르게 도시 올가까지 가는 거요.”
“으음,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하기 힘들군요.”
“남아서 싸운다면 아마 전멸할 것이오. 그렇다고 전부 떠나도록 마적들이 놓아두지도 않을 것이고, 그러니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일부가 남아서 시간을 끌 동안에 본진은 최대한 멀리 달아나는 것이라 할 수 있소. 일단,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을 모아놓고 결정하는 것으로 합시다.”
이렇게 해서 용병들과 파블로 상단의 일꾼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어느새 이곳의 결정권자는 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동안 그의 활약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저기에 보이는 바와 같이 마적들이 수천 명이나 몰려왔다. 그래서 일부는 남아서 여기를 지키면서 시간을 끌 동안에 나머지 사람들은 도시 올가까지 최대한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 올가까지는 이틀 반 정도의 거리이니 밤에도 쉬지 않고 달린다면 이틀이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님, 일부가 남는다고 하셨는데… 그럼 누가 남는 것입니까?”
“그것을 지금부터 말해주겠다. 일단 나는 이곳에 남아서 마적들을 상대할 것이다. 용병들 중에서 10명을 뽑고, 파블로 상단의 일꾼들 중에서도 역시 5명을 뽑을 것이다. 그러기에 앞서서 자진해서 남을 자부터 손을 머리 위로 들어보아라.”
웅성웅성.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았다.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준이 말하였다.
“앉아 있는 자리를 보니 한 줄에 한 명씩 뽑는 게 좋을 것 같다. 서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남기로 한다. 파블로 상단은 앞과 뒤에 있는 사람과 가위바위보를 하도록 한다. 당장 시작하라!”
그나마 가장 공평한 방법이라 반대자는 없었고, 얼마 후 15명이 결정되었다.
“이렇게 해서 15명이 나와 같이 남아서 마적들을 이곳에 최대한 붙잡아둔다! 상단주께서는 이들에게 말 한 마리씩과 보호막을 펼칠 수 있는 매직애로우 아티팩트를 30개를 주고 떠나시오.”
“15명인데 왜 30개입니까?”
“적들이 너무 많아서 1명당 200발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1명당 2개의 아티팩트로 막아야 하기 때문이오.”
“으음… 알겠습니다. 마적들을 저지시키는 중요한 임무인데, 제가 30개의 아티팩트를 제공하겠습니다.”
“고맙소.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마적들을 막아보겠소. 준비가 되는 대로 바로 떠나시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기사님.”
루이 파블로 상단주는 1인당 두 개의 아티팩트를 주면서 말에 올라 떠났다.
용병대장 마일로는 그들에게 각각 말의 고삐를 쥐어주었다.
“자네들에게 미안하다. 부디 최선을 다해서 마적들을 저지해주게.”
“예, 대장님. 걱정하지 마시고 떠나십시오.”
용병들이 씩씩하게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인 마일로 대장은 뒤돌아 자신의 말에 올라 떠나갔다.
글리아나와 패트릭, 세브리노는 준에게 다가왔다.
“우리도 이곳에 남을까?”
“아니, 먼저 올가에 가 있어. 내가 찾아갈 테니까.”
“알았어. 꼭 와야 해.”
“난 텔레포트 마법으로 탈출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멀리 가도록해. 알았지?”
“응, 알았어.”
글리아나가 뒤돌아 말에 오르자, 이번에는 패트릭과 세브리노가 말하였다.
“기사님, 먼저 가 있겠습니다.”
“그래. 곧 뒤따라 갈 테니 걱정 마.”
“예, 그럼.”
패트리과 세브리노도 떠나갔다.
준은 잠시 멀어지는 그들과 파블로 상단, 용병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일단 우리도 말에 올라서 마적들을 상대한다.”
그렇게 준은 5명으로 이루어진 조를 3개 만들었다. 1조와 2조는 용병으로 3조는 상단의 일꾼들로 편성되었다.
“저렇게 많은 마적들 속에는 틀림없이 마법사도 있을 것이다. 너무 무리하게 접근하게 되면 포위되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니 최대한 저들과 거리를 벌리면서 싸워야 할 것이다. 알겠나?”
“예, 기사님.”
“좋아, 혼자서 움직이기보다는 무조건 조별로 움직여라. 일단 나의 명령을 잘 듣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만 죽지 않을 수 있다. 명심하라!”
“예. 기사님!”
“좋아. 그럼 모두들 매직애로우 아티팩트를 꺼내들고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어라. 곧 나의 공격명령이 있을 것이다!”
“예!”
한편, 붉은 도끼 마적단의 클리프 단장은 보노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200명이 넘게 피해를 입었고, 나머지 800명 정도가 대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잠시 주위를 정비하는 동안에 상단이 도망치는 것을 발견하였다.
“놈들이 우리를 보고는 도망치는군.”
“놈들이 가는 곳은 뻔합니다. 도시 올가.”
“그래. 이틀 반은 걸릴 거야.”
“그렇습니다.”
“우리는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잠시 휴식을 취하여야 한다. 허나 놈들이 도망치니 너희들의 일부는 저기에 남아 있는 놈들을 상대하고, 나머지는 놈들을 추격하라.”
“예, 단장님. 도열하라!”
말에 탄 마적들은 열을 맞추면서 공격준비를 서둘렀다.
가장 앞에 선 보노는 우측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더니 가슴 앞으로 내뻗었다.
“공격신호가 떨어졌다! 공격하라!”
두두두두.
굉음을 터뜨리면서 말들이 앞으로 세차게 달려가자 거센 말발굽에 흙덩이가 튀어 올랐다. 금방 주위가 흙먼지로 자욱해졌다.
굴꺽.
마주보고 있는 이들은 긴장되는지 침을 삼켰다.
준은 빠르게 달려오는 마적들을 보고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마적들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라. 내가 먼저 보여줄 것이다. 매직미사일(Magic Missile)!”
스스스.
준의 손끝에 매직미사일이 50발이나 생성되었다.
슈슈슈슝!
매직 미사일은 허공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보노는 마법지팡이를 치켜들면서 메모라이즈 해놓았던 것을 시전하였다.
“흥, 이번에는 안 당한다.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츠츠츠.
보노의 마법지팡이 끝에서 기이한 빛이 솟아나 주위로 퍼졌다. 마법 무효화가 펼쳐지자 그의 사방 20m 안으로 들어온 매직미사일이 소멸되어버렸지만 효과 범위를 벗어난 것들은 그대로 마적들을 격중시켰다.
“크억!”
“으악! 살려줘!”
매직미사일에 격중된 마적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화가 치민 보노는 즉시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이놈! 용서하지 않겠다! 파이어 볼(Fire Ball)!”
슈아앙.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계 마법이 펼쳐졌다. 주먹만 한 크기의 불의 구가 마법지팡이 끝에 생성되어 날아갔다.
“파이어 볼이 날아온다! 즉시 보호막을 펼치고, 매직애로우를 퍼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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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휴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