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47화 (4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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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스윽.

손짓에 검집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준은 기이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작은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내뿜어지더니 책상에서 떨어져 나와서는 스르르 공중으로 떠올라 검집에 흡수되었다. 그와 함께 푸른빛도 사라졌다.

스르르.

검집은 다시 책상에 내려왔다.

준은 이번에는 단검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더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큰 마법진이 책상에서 떨어져 나와 단검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이내 푸른빛이 강하게 내뿜어지다가 20초 정도가 지나자 빛이 사라지면서 스르르 책상으로 내려왔다.

“후후후, 드디어 완성되었어. 이 매직애로우(Magic arrow)라면 대량의 적들을 상대할 때 아주 유용할 거야.”

1서클의 마법인 매직애로우는 일명 마법의 화살이었다. 하지만 준이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든 매직애로우 아티팩트는 좀 더 특별했다.

우선 한 번 시전하면 100개의 마법화살이 생성된다. 그런데 투명화 마법이 걸려 있기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매직미사일처럼 유도기능도 첨가했다. 더욱 매력적인 점은 한 번에 100발을 쏠 수 있으며, 연속으로 100회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더구나 급속충전을 위해 검집에는 마나를 강제로 끌어 모으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보통은 10번 정도 연속으로 사용 가능하고, 충전시간도 3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이건 한 번에 100발을 쏠 수 있고, 연속으로 100회까지 가능하면서 그 충전시간도 2시간 만에 이루어진다.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남다른 사고와, 7서클 마스터에 오른 마법실력 덕분이었다.

“자, 이번에는 용병들이나 상단의 일꾼들에게 팔아먹을 수 있는 아티팩트를 만들어야지.”

아공간 속에서 붉은 도끼 마적단의 추격대를 죽이고 수거한 무기들 중 화살이 들어 있는 화살통을 꺼내었다. 화살통 속에는 화살이 100개나 들어 있었다.

“흐음, 이거면 적당하겠어.”

스윽.

준의 손짓에 따라 화살 100개가 세숫대야에 모두 빠지자, 공기방울이 일어나면서 불순물을 깨끗하게 제거하였다. 준은 다시 염력으로 화살을 꺼내어 책상에 내려놓았다.

준은 한참동안 기이한 주문을 중얼거렸다.

우우우웅!

공중에 마나가 뭉쳐지면서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츠츠츠.

마나가 빛을 내면서 오각형의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그 속에는 룬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스윽.

준의 손짓에 책상에 놓여 있던 100개의 화살이 공중으로 떠올라 오각형의 빛의 마법진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는데, 마법진에서 나는 빛과 똑같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으음, 이제 마지막 작업만 남았군.”

깃털펜을 들어 마법약물을 찍은 다음 다시 그것으로 빛을 내뿜고 있는 화살에 한 번씩 콕 찍었다. 마법약물이 묻은 화살은 더욱 환한 빛을 내뿜더니 5초 정도가 지나자 빛이 사라져 책상으로 내려왔다.

100개나 되는 화살에 모두 마법약물을 찍은 후에야 작업은 끝이 났다.

“휴, 제법 정신력을 요구하는 작업이었어.”

준은 마법약물이 들어 있는 유리병의 뚜껑을 다시 닫고는 나머지 것들도 정리하여 아공간 속에다 집어넣었다.

100개의 화살을 제외한 아티팩트는 전부 일단 마법주머니 속에다 집어넣었다.

보호막 밖을 바라보니 글리아나와 패트릭, 세브리노는 바위에 상체를 기대면서 붉은 도끼 마적단이 쳐들어왔던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 특별한 일은 없었던 모양이구나.’

츠파파팟!

거울 보호막이 소멸되어 준의 모습이 드러나자 동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글리아나, 내가 여기 얼마나 있었지?”

“2시간 정도.”

“그리 오래 있지는 않았구나.”

“이번엔 그 속에서 무엇을 만들었어?”

“어,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이 사용할 무구를 만들었어.”

“인원수가 제법 많은데 그걸 다 만들었어?”

“간단한 마법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어. 그리고 그들에게는 공짜로 주지 않고 돈을 받고 팔 거야.”

“뭐? 얼마나 받을 건데?”

“마법이 새겨진 아티팩트인데 1골드 정도는 받아야지.”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패트릭이 끼어들었다.

“준 님, 도대체 어떤 아티팩트이기에 그렇게 싼 것입니까?”

“마법사들이 만든 아티팩트는 보통 얼마나 하지?”

“마법사가 만든 아티팩트라면 간단한 기능만 있어도 최하 50골드는 줘야 구입할 수 있는데, 알고 계셨습니까?”

“으음… 그렇게 비싼 줄은 몰랐어. 그래도 이들에게 너무 비싸게 팔 수는 없잖아?”

“어떤 마법의 아티팩트입니까?”

“매직애로우가 새겨진 아티팩트인데, 조금 더 보강된 거야.”

“그게 어떤 겁니까?”

“한 번에 1발에서 10발까지 원하는 수만큼 발사할 수 있으며, 연속으로 200발까지 쏠 수 있어. 또한 매직미사일처럼 유도기능도 있고, 하루만 지나면 다시 마력이 충전돼. 마력충전은 100회까지 가능한 물건이야.”

“그 정도라면 100골드 정도는 받을 수 있겠는데요?”

“이게 그렇게나 많이 받을 수 있는 거야?”

“예, 이것보다 못한 아티팩트도 그 정도 하는 걸 본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10골드에 팔아야겠군.”

“어떤 것인지 볼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뭐 어려울 것 있나? 여기.”

준은 매직애로우가 새겨진 화살 아티팩트를 꺼내어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패트릭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보기엔 그냥 단순한 화살 같은데 자세히 보니 마력이 느껴지는군요.”

“마법의 아티팩트이니 당연한 거야. 안 그래?”

“그렇습니다. 이건 어떻게 발사하는 겁니까?”

“간단해. 화살을 자세히 보면 눈동자 무늬가 있을 거야.”

“아, 여기 있네요.”

“그걸 엄지손가락으로 누른 후 ‘발사!’라고 시동어만 외치면 돼.”

“아주 간단하게 작동하는군요?”

“그래. 만약 한 번에 2발을 쏘려면 ‘2발 발사!’라고 하면 되고, 10발이면 ‘10발 발사!’라고 하면 돼. 아주 간단하지?”

“그렇군요. 특별히 조준하는 것도 필요 없으니 초보자들에게도 유용하겠습니다.”

“손쉽게 사용하라고 내가 직접 만든 거야. 이제 이것들을 팔러 나가볼까?”

준은 루이 파블로 상단주와 용병대장 마일로를 비롯해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까지 전부 한곳으로 끌어 모았다.

그런 후 자신이 만든 매직애로우가 새겨진 아티팩트를 꺼내 보이면서 장사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하고 모였던 사람들은 준의 자세한 설명에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2천 명이나 되는 엄청난 수의 마적들을 혼자서 전부 죽여 버렸으니 얼마나 마법실력이 좋은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그가 조금 전에 직접 만든 마법의 아티팩트라고 하니 자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 모든 설명을 들었으니 직접 내가 시범을 보여주겠다. 잘 보아라.”

투웅!

매직애로우 아티팩트에서 빛이 일어나면서 화살이 빠르게 쏘아졌다. 빛으로 된 마법 화살이었다.

퍼억!

전방에 있는 나무에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뚫려버렸다.

이번에는 주먹 절반 정도 되는 돌멩이를 바위 위에 올려놓고는 쏘았다.

퍼억!

이번에는 돌멩이가 세 조각으로 부서졌다.

짝짝짝짝!

단단한 돌멩이가 부서질 정도이니 사람이 만약 맞는다면 큰 부상을 입는다는 것은 능히 알 수 있었다.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아니라면 이 매직애로우의 위력에 큰 부상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러니 위력에 관해서는 불신하지 마라. 내가 보증한다.”

준이 카리스마 있게 말하자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그러자 준은 이번에는 다른 시범을 보여주었다.

“자, 이번에는 뒤돌아서서 쏘고, 한 번에 아예 10발을 쏘아 보겠다. 잘 보아라. 10발 발사!”

슈슈슈슝!

마법으로 생성된 빛의 화살 10발이 쏘아지자, 전방으로 날아가던 화살이 허공을 선회하더니 뒤쪽으로 빠르게 날아가 나무에 명중되었다.

그 나무는 무려 10발의 마법화살을 맞고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두 동강 나버렸다.

“우와아아!”

짝짝짝짝!

이들은 열광하면서 소리치더니 박수까지 마구 크게 쳤다.

“중요한 점은 언제나 시전자의 시선을 따라가니까 그것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곳을 쳐다보게 되면 마법 화살이 그곳으로 날아갈 것이다. 알겠나?”

“예, 기사님.”

“좋아, 이것은 한 번에 10발까지 연속으로 200발을 쏠 수 있으며, 사정거리는 250m나 된다. 하루가 지나면 마력이 충전되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100회까지 충전이 가능하니까 모두 2만 발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사님, 그것을 얼마에 팔 것 입니까?”

“좋은 질문을 했다. 나중에 도시 올가에 가서 마법상점에 들러 다른 마법사들이 만든 아티팩트가 어느 정도 가격에 판매가 되는지 확인해보면 알 것이지만, 최소 50골드는 줘야 이것보다 떨어지는 아티팩트를 하나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단돈 10골드에 팔겠다.”

“기사님, 정말 그것을 10골드에 팔 것입니까?”

“그렇다. 생각해보아라. 당장 몇 시간 후에 마적단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일단 이것만 하나 가지고 있으면 200명은 문제없이 죽일 수 있다. 그럼 그만큼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사님, 하나 구입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위급할 때 한 번만 사용해보면 이것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또 구입할 사람은 없나?”

“기사님, 제가 하나 구입하겠습니다.”

“저도요! 저요!”

처음에는 망설이더니 상단주와 용병대장이 각각 2개씩 구입하자 너도 나도 구입하였고, 결국 100개 전부 팔려버렸다. 이들은 전부 110명이나 되었는데, 30명 정도가 구입하지 못하였다. 2개씩 구입하는 자들 때문이었다.

‘쩝, 좀 더 만들걸 그랬나?’

준이 이런 생각을 할 때 아티팩트를 구입한 자들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마적들을 죽이고, 준처럼 소지품을 수거하여 올가까지 살아서 가면 마법상점에 비싼 가격에 되팔겠다는 것이었다.

준의 지시에 따라 야영지가 약간 변화를 보였다.

먼저 염력을 이용하여 큰 바위를 몇 개 앞으로 배치해 그 뒤에 몸을 은폐할 수 있도록 한 후 용병들을 10명씩 조를 이루어 배치했다. 파블로 상단의 일꾼들은 용병들보다는 싸움에 있어서 열약했기에 뒤쪽에 배치했다.

그러나 그들도 준이 판매한 매직애로우 아티팩트로 인해서 마음이 든든해졌다.

마지막으로 4대의 짐마차와 말들이 달아나지 않도록 고삐를 잘 묶어두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자 약간 불편하지만 밤을 지세우기로 했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바로 떠날 수 있도록 해두었다.

붉은 도끼 마적단은 처음에 무작정 달려오다가 전멸을 당하다시피 했기에, 이번에는 소리 없이 은밀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걸 예상한 준은 500m 전방에 알람마법을 설치해두었다.

준은 이번에는 자신이 혼자 나서서 처리하기보다는 야영지에 머물면서 이들이 스스로 마적들에 맞서 싸우기를 원하였다.

스윽, 슥슥.

길을 중심으로 좌우의 풀밭을 최대한 소리를 죽이면서 붉은 도끼 마적단의 2개 조가 접근해왔다. 1개 조가 100명으로 이루어졌기에 200명이었다.

이들과 5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2개 조가 상체를 숙이면서 조용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이들과 3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나머지 600명이 대기하면서 모두 땅바닥에 엎드려 선봉조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 쳐들어왔던 길가에는 장작을 더 넣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거대한 모닥불이 있었고, 야영지에는 일체 불을 피우지 않았기에 어두웠다.

띠띠띠띠.

준이 알람마법을 설치해 놓은 곳에서 신호가 왔다. 그는 나직하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모닥불 있는 곳에 마적들이 나타났다. 모두 무기를 들고 대비하라.”

“마적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모두 조심해라.”

용병들과 파블로 상단의 일꾼들은 긴장하면서도 전방을 주시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눈빛만큼은 모두들 강렬했다.

이들은 이미 어둠에 적응하여 익숙해졌기에 비록 전방이 어두운 편이라고 해도 무언가 움직이는 것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붉은 도끼 마적단의 2개 조는 상체를 최대한으로 낮추면서 조금씩 접근해오고 있었다.

‘후후, 멍청한 마적놈들. 훤히 다 보이는데도 저렇게 접근하다니…….’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도 처음에는 무척 긴장했다. 하지만 전부 파악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멍청한 마적들이 기어서 오는 걸 보고는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붉은 도끼 마적단이 점점 가까이 접근했지만 준이 야영지에 있는 이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직 적들이 멀리 있다. 조금만 더 접근하면 공격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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