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45화 (4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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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끄으으, 이렇게 빠르다니!”

털썩.

쉬쉬쉭, 파팟!

검술이 얼마나 빠른지 번쩍거릴 때마다 마적 한 명이 고꾸라졌다.

“으아! 막아!”

“커억!”

“으악! 살려줘!”

마적들은 막기는커녕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기 바빴다.

“안 되겠어. 도망쳐!”

공포에 질린 마적들은 사방으로 달아났지만, 준의 몸놀림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빠른지 벌써 달아나는 마적들의 앞에 나타나더니 롱소드를 휘두른 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크악!”

“으악! 살려줘!”

털썩.

준은 마지막 붉은 도끼 마적까지 쓰러뜨리고 나서야 롱소드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후후후, 워낙 약한 놈들이라 원래의 절반 정도의 속도로 검술을 펼쳤건만 한 놈도 막지 못하는군.”

이번에도 염력을 이용하여 죽어 있는 마적들을 한곳으로 모으고는 그들의 소지품과 무기를 전부 챙겼다.

“하하하, 이러니 내가 오히려 도적놈 같잖아?”

준은 회전하는 칼날에 20여 그루의 나무가 잘려 있는 걸 보고는 다시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장작을 만들었다.

“호오? 뜻하지 않게 장작이 마련되는군.”

그는 장작을 전부 아공간 속에 집어넣고는 자신의 말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노페르슈롱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준은 고삐를 쥐고 말 등에 오르더니 파블로 상단이 이동한 곳으로 달려 나갔다.

붉은 도끼 마적단은 수하들에게서 연락이 없자 즉시 이를 알아보려고 10명의 수하를 내보냈다.

얼마 후 그들에게서 온 보고는 200명이 전부 누군가에게 전멸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깜짝 놀란 보노는 즉시 단장인 클리프에게 보고했다.

“군사(軍師), 즉시 천 명의 추격대를 편성해 놈들의 뒤를 추격하라. 2차 추격대는 상황을 보면서 보낼 것이다.”

“예, 단장님.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붉은 도끼 마적단의 추격대 천 명이 말을 타고 즉시 추적에 나섰다.

준은 말을 타고 한참을 달려 일행과 조우했다.

그들은 준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안심했다.

날이 서서히 저무는 시간이 되었기에 그들은 경사진 언덕의 바위가 많은 곳으로 야영지를 정하였다.

혹시라도 마적들이 공격해올 것에 대비해 바위로 은폐하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음, 마적들의 기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일단 이곳의 지형을 살펴보는 게 좋겠군. 플라이(Fly)!”

하늘 높은 곳까지 떠오른 준은 2km 정도를 살펴보았다.

야영지에서는 대체적으로 적들이 다가온다고 해도 살펴보기 좋았지만 밤이라 주위가 어둡기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알람마법으로 일단 적들이 접근하면 알 수 있도록 해두는 게 좋겠어.”

준은 적들이 접근할 만한 곳에 알람마법을 걸어두었다. 이렇게 해두면 적이 이곳을 지날 경우 바로 준에게 경고음이 들리기 때문이다.

준이 야영지로 돌아왔다.

파블로 상단은 마적들이 곧 추격해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천막은 치지 않았다. 그렇게 언제든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두고 저녁 식사를 했다.

보노는 죽어 있는 수하들을 보고는 매우 놀랐다.

‘한사람이 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구나!’

크로스 보우에서 발사된 퀘럴에 맞아 죽은 자들도 있었으며, 공격마법에 당한 자들도 보였다. 십여 명은 검상에 의해서 죽은 자들이었다.

한 가지도 아니고 무려 세 가지 방법으로 수하들을 죽였기에 여러 명이 공격한 듯 보이지만, 주위에 있는 흔적을 보니 한사람의 소행이었다.

그것이 보노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점이었다.

죽은 수하들은 한곳에 모아놓았는데, 소지품과 무기가 없었다.

“3조와 4조, 5조는 남아서 땅에 묻어주고 쫓아와라.”

“예, 군사님.”

보노는 즉시 자신의 말에 올라 출발하였고, 그의 뒤로 수하들이 따라왔다.

두두두두.

말의 속도를 높여 올가로 가는 길목으로 나오자 백 명의 수하들이 한곳에 모아져 있었다.

‘으음, 역시 이곳에도 수하들의 소지품과 무기가 없어.’

주위에는 흔적들이 제법 많았다. 백여 명의 발자국과 짐마차의 바퀴 자국도 보였다.

“짐마차는 4대인데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아.”

발자국과 바퀴의 흔적들은 모두 도시 올가로 향하고 있었지만 반대쪽으로 향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올가로 달려갔을 테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200명의 추격조는 반대 방향으로 보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적들이 만만치 않겠어. 신호탄을 가지고 갔으니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연락이 오겠지.”

보노는 품에서 마법통신구를 꺼내어 클리프 단장과 교신했다.

스스스.

수정구에 단장 클리프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래, 어떻게 되었나?”

“단장님, 적들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길목으로 가기 전에 백 명의 수하가 당하였고, 길목에 와서도 확인해보았더니 백여 명이 지나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으음, 그럼 적들의 시신도 있던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뭐라? 한 명도 없었어?”

“예, 일단 놈들이 도시 올가로 향한 것 같지만 혹시 몰라서 반대 방향으로도 추격조를 보내었습니다. 허나 500명으로 놈들을 추격하기에는 약간 불안합니다. 1,000명을 더 동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군사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보통일이 아니군. 알았네. 바로 보내겠네.”

“감사합니다, 단장님.”

“상황을 보고 연락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스스스.

클리프 단장의 모습이 수정구에서 사라지자 그는 그것을 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수하들에게 외쳤다.

“곧 날이 저물 것이다! 놈들을 추격해야 하니 서둘러라!”

“예, 군사님!”

두두두두.

그들은 도시 올가를 향하여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말발굽이 세차게 땅을 찍으면서 나아가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한편, 야영지에서는 즐거운 저녁 식사가 한창이었다.

붉은 도끼 마적단의 추격대가 곧 올 것이란 걸 모두 알고 있었기에 특식으로 삶은 고기가 제공되었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용병들과 파블로 상단의 일꾼들은 소화를 시키면서도 눈은 길에 고정되어 있었다.

준은 야영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길가에 보통 피우던 모닥불보다 다섯 배는 큰 대형 모닥불을 피워놓았다.

활활활.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로 인해서 주위가 대낮 같이 밝았다.

마법으로 주위에 있는 나무를 충분하게 구해서 절반 정도를 피우고, 나머지 장작은 한쪽에다가 잘 쌓아놓았다.

준은 모닥불에서 30m 정도 떨어진 길가에 있는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붉은 도끼 마적단의 추격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500m 정도 앞쪽의 길가에 은밀하게 알람마법도 설치해두었다. 추격대가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알람 소리가 준의 귀에 들릴 것이다.

‘음, 추격대는 분명 말을 타고 올 것이야. 강력한 마법을 연사하는 게 좋을 것이니 메모라이즈를 해두는 게 좋겠어.’

그는 공격마법을 메모라이즈 해두고는 편안하게 나무에 등을 기대어 과일을 씹어 먹었다.

띠띠띠띠.

준의 귀에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의 눈을 펼쳐 살펴보았더니 말을 탄 붉은 도끼 마적단의 추격대가 엄청나게 몰려오고 있었다. 대략 보기에도 2,000 명 정도 되어 보였는데, 정확하게는 1,800명이었다.

“드디어 추격대가 왔구나.”

붉은 도끼 마적단의 추격대는 거세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고는 빠르게 달려왔다. 이들은 1,800명이나 되었기에 은밀하게 추격하지 않고 위세를 과시하고자 이렇게 드러나도록 큰소리를 일으키면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게 더 좋아. 음, 이제 250m 앞까지 접근했군. 100m 앞에 접근하면 공격해야지.”

두두두두.

선두에 선 보노는 마법을 시전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주위는 밤이라 어두웠지만, 30m에서 40m까지의 앞의 허공에서 좌우로 춤추듯 움직이면서 불을 밝히는 빛의 구 다섯 개로 인해 말을 타고 달리는 것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가 시전한 마법은 춤추는 빛(Dancing Lights)마법이었다.

뒤에서 달려오는 자들 중에는 조별로 깃대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자가 있었는데, 깃대 끝에 라이트 마법이 걸려 있어서 주위를 환하게 밝힐 수 있었다. 이런 자들이 18명이나 되었으며, 백 명으로 이루어진 조별로 한 명씩이었다.

그렇기에 1,800명이나 되었지만 달리는 것에 큰 지장이 없었던 거다.

“후후, 드디어 사정권 안에 들어왔구나. 매직애로우(Magic arrow)!”

츠츠츠.

압축된 공기가 마법의 영향으로 화살이 되었다. 준의 전면 허공에 백여 발이 생성되어 떠 있었다. 이것들은 그의 손짓 한 번에 일제히 쏘아질 것이었다.

슈슈슈슝!

투명한 마법의 화살은 달려오는 추격대에게 날아갔다.

퍼퍼퍼퍼퍽!

이히힝!

“크! 살려줘!”

말울음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지면서 마적은 말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선두에서 달리던 보노는 마나에 민감한 마법사이기에 공격마법이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즉시 메모라이즈를 해두었던 실드마법을 펼쳐 마법의 화살을 막아낼 수 있었다.

7서클 마스터인 준이 쏘아 보낸 마법의 화살이라 실드마법도 2, 3발 정도는 괜찮았지만, 한 번에 5발을 연속으로 맞자 보호막이 깨어져버렸다. 다행히 더 이상 날아오는 것이 없었기에 안심했다.

하지만 보노의 뒤에서 달려오던 수하들은 마법의 화살에 맞아 우수수 쓰러졌다.

“적이다. 조심해라!”

“흥, 그런다고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콘 오브 아이스(Cone of ice)!”

슈슈슈슝!

원뿔 모양의 얼음 조각 50개가 허공에 생성되어 그들에게 날아갔다. 밤인데다 투명한 얼음 조각이라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커억!”

“으악! 살려줘!”

추격대가 워낙 많았기에 정밀하게 조준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대충 쏘아도 다 맞았다.

“이번엔 공포를 느끼게 해줄 마법이야. 블레이즈(Blades)!”

휘리리릭.

고속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마법의 칼날 두 개가 생성되어 그들에게 날아갔다.

혼란한 상황이었지만 전방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칼날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허억, 흩어져!”

“칼날이 날아온다. 피해!”

길이가 3m 정도 되는 거대한 칼날이 회전하면서 날아오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를 일으켰다.

“그냥 피하게 둘 것 같으냐! 어스 쉐이크(Earth shake)!”

드드드드.

갑자기 대지를 흔드는 마법을 시전하자 주위에 지진이 일어났다.

이히힝!

말들이 놀라 울부짖으면서 말에 타고 있던 붉은 도끼 마적단의 추격대 수백 명을 떨어뜨렸다. 겨우 중심을 잡은 자들도 회전하면서 날아오는 칼날에 팔이나 몸통이 베이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두 가지의 마법은 이렇게 적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해 많은 피해를 주었다.

선두에 있던 보노는 경악했다.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말도 안 돼!”

깔끔하게 마법 몇 방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준은 이번에는 크로스 보우를 꺼내들고 겨누더니 연속으로 발사하였다.

투투투퉁!

퀘럴이 바람 소리를 내면서 빠르게 날아와 멍하게 있던 자들의 몸에 격중되었다.

“커억!”

“으악!”

1,800명이나 되는 엄청난 인원이 고작 한 명에게 농락당하면서 진열을 정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전멸 당하겠어. 후퇴하라, 후퇴!”

“후퇴하라!”

후퇴 명령에 그들은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피식거리던 준은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후후, 번개 폭풍 맛도 보고 가야지. 썬더 스톰(Thunder Storm)!”

파지지직!

준의 몸을 중심으로 회오리가 생겨나더니 강력한 번개가 사방으로 뿌려져 나갔다. 7서클의 고위 마법이라 마력의 소모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만큼 강력한 공격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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