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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2시간 정도를 더 나아가자 붉은 도끼 마적단이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멈춰라.”
“무슨 일인데 길을 막고 있는 것이오?”
“여기는 붉은 도끼 마적단의 구역이다. 그러니 통행료를 지불해야만 이곳을 지나갈 수 있다.”
“…얼마입니까?”
“1인단 1실버이며, 짐마차는 한 대당 5실버다.”
“그럼 우리 상단은 인원이 110명이고, 짐마차가 4대이니까 1골드 30실버를 지불하면 되는 것이오?”
“그렇다. 하지만 너희들은 114명이니 4실버를 더 내어 놓아야 한다.”
“아, 후미에 있는 4명은 우리 상단의 사람이 아니오. 다만 뒤에서 우리를 따라 온 것이니 별도로 받으시오.”
“그래? 그럼 너희들은 1골드 30실버를 내고 지나가라.”
“알겠소. 여기 1골드 30실버가 있으니 확인해보시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자.”
“그러시오.”
“너희들은 인원이 제법 많은데 왜 짐마차가 겨우 4대인가?”
“처음에는 300명이 넘는 인원에 짐마차도 70대나 되었으나, 여기로 오는 도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에게 습격을 당해 대부분 빼앗기고 이렇게 되었소.”
“그래? 어떤 놈들이 우리도 모르게 습격한 거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소.”
“알았다. 너희들은 통과해도 좋다. 가라.”
“알았소. 출발하라!”
쿠르르.
파블로 상단이 다시 출발하자 준 일행만 남게 되었다.
“너희들도 이곳을 통과하려면 통행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어서 내놓아라.”
“나는 기사다.”
준이 마적을 노려보면서 말하자 기가 죽은 마적은 말투가 약간 달라졌다.
“기사라고 해도 예외는 없소.”
“좋다. 그럼 얼마냐?”
“4명이니까 4실버요.”
“좋다. 그 정도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주겠다.”
스윽.
준은 품에서 4실버를 내밀었다.
“이제 지나가도 되나?”
“그렇소. 통과하시… 잠깐!”
그자는 통과시키려고 하다가 후드를 눌러쓴 글리아나의 얼굴 일부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일부분이었지만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후드를 벗어보시오.”
“왜?”
“일단 후드를 벗어야 하오.”
준의 눈빛을 받은 글리아나는 후드를 벗어보였다.
“이럴 수가!”
“허억, 저게 사람의 얼굴이냐?!”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 봐!”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글리아나는 그 아름다움만 놓고 본다면 온갖 미사어구를 동원해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숙녀만 남기고 당신들은 통과해도 좋소.”
“뭐라? 우리만 통과라니?”
“흐흐, 싫어? 그럼 죽던가. 여자만 남기고 이놈을 죽여라.”
“킬킬킬, 고통 없이 보내주마.”
무장한 마적들이 준에게로 다가왔지만 그는 전혀 걱정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살이를 보는 듯한 눈빛을 했다.
“후후후, 가소로운 것들. 화를 자초하는구나.”
퍼억!
“크!”
준의 앞에 있는 마적이 그가 내지른 발길질에 6m가량을 날아가 떨어졌다. 부르르 떨던 그 마적은 절명해버렸다.
“허엇, 저놈이 제키를 죽였어! 저놈을 죽여라!”
순식간에 사방에서 마적들이 접근했다.
글리아나는 등 뒤에 메어놓았던 보우를 꺼내 화살을 쏘았고, 패트릭은 허리에 메어놓았던 롱소드를 꺼내 휘둘렀다. 세브리노는 즉시 마법을 캐스팅했다.
“불의 뜨거움이여, 놈들에게 너의 뜨거움을 보여주어라. 파이어버스트(Fire burst)!”
화르르르!
강력한 불꽃의 구가 형성되었다. 구는 준의 손짓에 따라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콰앙!
“커억!”
“으악! 살려줘!”
강력한 불꽃의 구가 폭발하면서 주위에 휩쓸자 마적들이 쓰러졌다. 일부는 옷에 붙은 불을 끄려고 땅에 뒹굴었다.
“우왁, 뜨거워! 불 좀 꺼줘!”
준은 매직미사일이 새겨져 있는 아티팩트 지팡이를 꺼내어 마적들에게 쏘았다.
투투퉁!
“살려줘!”
“커억!”
열 발의 매직미사일이 적들에게 날아가 격중되었다. 마적들의 몸에 큰 구멍이 뚫리면서 쓰러졌다.
준은 한 번 더 매직미사일을 발사하고, 다시 파이어 애로우를 날렸다. 그리고 다른 지팡이로는 회전하는 칼날과 번개공격을 퍼부었다.
이렇게 4명이 마음껏 공격을 퍼붓자 100여 명이나 되던 붉은 도끼 마적단의 마적들이 2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으아! 악마 같은 놈들이다! 도망쳐!”
“사, 살려줘…….”
글리아나는 흩어져 달아나는 놈들의 등에 화살을 꽂아주었다.
준은 피식 웃었다.
“후후, 저런 놈들에겐 매직미사일이 제격이지.”
투투퉁!
또다시 아티팩트 지팡이에서 매직미사일이 발사되었고,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 마적들에게 격중되었다.
“커억!”
“으악! 살려줘!”
털썩.
백여 명 중 붉은 도끼 마적단은 결국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였다.
“글리아나,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런 일이 생겼어.”
“흥, 아름다운 것도 피곤해.”
“이제 알았어? 아름다운 것도 죄야, 죄.”
준의 말도 안 되는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아버렸다.
너무 아름다운 것은 분명히 죄였다.
루이 파블로 상단주와 용병대장 마일로가 준의 곁으로 말을 타고 다가왔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상단주가 말하였다.
“붉은 도끼 마적들을 전부 죽여 버렸으니 이젠 어찌합니까?”
“어쩔 수 없지. 일단은 나 혼자 가장 뒤에서 따라 갈 테니 글리아나와 여러분들은 먼저 이곳을 떠나시오.”
“혼자서 마적단을 상대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놈들을 상대할 동안에 최대한 멀리까지 가시오. 난 마법으로 언제든 따라갈 수 있으니.”
“아…알겠습니다.”
“동료들의 무력이 뛰어나니, 가는 중에 다른 마적들이나 도적 떼가 나타나더라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오. 위급상황이 되더라도 내게 마법통신을 넣으면 즉시 이동해 도와드리겠소.”
“그렇다면 안심이 됩니다. 그럼 저희들 먼저 떠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글리아나와 패트릭, 세브리노는 파블로 상단과 함께 먼저 떠나갔다.
잠시 멀어지는 그들을 바라보던 준은 염력을 이용해 죽은 마적들을 한곳에 모았다.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무기들도 한곳에 모은 뒤 그들의 소지품을 수거했다.
인원이 많다 보니 가지고 있던 실버화나 골드화가 제법 되었고, 무기는 비록 피가 묻었거나 날이 빠진 것도 있었지만 녹여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스윽, 슥슥.
준은 깨끗한 천으로 무기를 잘 닦았다. 그런 다음 무기는 아공간 속에 넣고, 수거한 돈은 마법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붉은 도끼 마적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놈들, 아직 모르나? 직접 찾아야지 안 되겠군.”
준은 근처에 있는 바위에 앉아서 거울 보호막을 펼쳤다.
츠츠츠.
“마적 놈들을 찾아볼까? 마법사의 눈(Wiward Eye)!”
츠으, 츠츠츠.
전방에 실제 눈과 같은 크기의 투명한 눈이 만들어졌다. 이 눈을 통해 보는 것은 직접 보는 것과 같았다.
마법사의 눈은 스르르 공중으로 떠올라 이동했다.
이것의 단점은 단단한 물체를 뚫고 지나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마법사로부터 70m 이상은 벗어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4서클의 마법이기 때문이다. 서클이 높을수록 좀 더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었는데, 준은 7서클 마스터라 유효거리가 좀 더 길어 1km까지 벗어날 수 있었다.
800m 정도 떨어진 야산에서 붉은 도끼 마적단 백여 명이 이곳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가 먼저 선재공격을 하는 게 좋겠어.’
준은 마법사의 눈을 거둔 후 아티팩트 지팡이를 로브의 안쪽에 잘 꽂았다. 그러고는 마법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크로스 보우를 꺼내었다. 배에는 대거를 사선으로 꽂았으며, 롱소드는 등 뒤에 메었다.
부우웅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떠오른 그는 마적들이 달려오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300m 정도를 날아가다가 마침 적당한 저격 장소를 찾았다. 20m 정도 되는 나무 위에 가볍게 내려선 준은 크로스 보우를 겨누었다.
투웅!
퀘럴 한 발이 소리 없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퍼억!
“아악!”
퀘럴은 마주 오는 한 마적의 이마를 꿰뚫었다.
그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튕기듯 뒤로 3m 정도 날아가 떨어졌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붉은 도끼 마적들은 놀라 눈이 커졌다.
그 짧은 순간에 또다시 날아온 퀘럴에 가슴을 맞은 자는 몸이 붕 뜨더니 뒤에 있던 나무와 충돌했다. 퀘럴은 그 나무 깊숙하게 박혔고, 그자는 고꾸라졌다.
“끄으으…….”
“허억, 조심해!”
“엎드려!”
근처에 있던 자들이 소리쳤지만 또다시 허공을 가르고 날아온 퀘럴이 마적들을 사냥했다. 얼마나 빠르고 위력적인지 미처 몸을 피하지도 못하고 죽은 자들이 벌써 5명이나 되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야?”
“나무 위에서 쏜 것 같습니다.”
그제야 몇 명이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쳐다보았고, 그런 자들은 이마에 구멍이 뚫리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슈슈슈슝!
마적들이 몸을 엎드리거나 은폐하자 준이 즉시 크로스 보우 대신에 매직미사일을 발사하였던 것이다.
유도기능이 있는 매직미사일은 엎드려 있거나 몸을 은폐하고 있는 마적들이라 해도 피할 수 없었다.
“크악!”
“커억!”
빛의 매직미사일은 마적들에겐 공포로 다가왔다. 퀘럴의 위력에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되겠다. 우리도 보우를 쏘아라. 어서!”
“보우로 나무 위를 쏘아라.”
투투투퉁!
20여 발의 화살이 마구 날아왔지만 준은 거울 보호막으로 위장하고 있었기에 전혀 보이지도 않았지 않았다. 설사 화살에 맞더라도 보호막에 가로막혀 튕겨버릴 것이었다.
콰콰콰콰.
굉음을 내면서 빠르게 회전하는 두 개의 칼날이 앞을 가로막는 나무를 그대로 잘라버리면서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마적들은 무시무시한 광경에 놀라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들을 그냥 놓아둘 준이 아니었다.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매직미사일(Magic Missile)!”
준의 앞 허공에 50발의 매직미사일이 생성되었다.
스윽.
그의 손짓에 매직미사일이 붉은 도끼 마적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슈슈슈슈슝!
도망치던 마적들의 뒤로 매직미사일이 날아오자 그들은 겁에 질려 외쳤다.
“으악! 도망쳐!”
“사…살려줘! 살려줘!”
7서클 마스터의 마법사가 시전한 매직미사일이라 그 위력은 엄청났다. 일단 매직미사일에 격중된 마적들은 그 한 방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였다. 백여 명이나 되던 붉은 도끼 마적들은 이제 10명 정도만 남았다.
스르르.
땅에 내려선 준은 등 뒤에 메어놓았던 롱소드를 꺼내 쥐었다.
“허엇, 놈이다!”
“놈을 죽이자!”
마적들은 준을 향해 달려왔다.
마주 달려 나간 그는 롱소드를 휘둘렀다.
번쩍.
눈으로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검술이 펼쳐졌다. 이 검술이 바로 대륙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3대 검술의 하나인 번개의 검술이었다.
마적들은 미처 검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화끈거리는 가슴을 느껴야 했다.
주르륵.
가슴이 갈라지면서 뜨거운 피가 몸 밖으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