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40화 (40/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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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글리아나, 이분들도 이젠 네가 엘프란 걸 알았으니 그렇게 알고 있어.”

“그래. 알았어.”

채채챙, 파팍!

갑자기 준의 귀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응, 무슨 소리지?”

“준 님, 무슨 소리가 들립니까?”

“예,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서로 싸우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의 귀에는 안 들리는데요?”

“무슨 일인지 가보는 게 좋겠군요. 햐아!”

두두두두.

준이 옆구리를 찍자 말이 속도를 내면서 앞으로 치고 나갔다. 말발굽이 세차게 땅을 찍자 흙덩이와 먼지가 일어났다.

글리아나도 준의 뒤를 따라 달리자 패트릭과 세브리노도 말의 속도를 높였다.

10분 정도를 빠른 속도로 달리자 1km 정도 앞에서 두 무리가 치열하게 싸우는 게 보였다.

그제야 속으로 패트릭과 세브리노가 놀랐다.

‘으음, 정말 싸우고 있었어.’

‘음, 정말 대단하구나. 어떻게 그리 멀리에서도 싸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준은 갑자기 말의 속도를 현저하게 늦추었다. 그러자 글리아나도 속도를 늦추었고, 패트릭과 세브리노도 마찬가지였다.

두 무리 중 한쪽은 30여 대의 짐마차를 보호하는 용병들과 상단의 사람들로 150명은 넘는 것 같았다. 그들을 공격하는 자들은 130명 정도 되는데, 모두들 가죽갑옷에 보우와 전투용 도끼, 철퇴, 롱소드, 스피어 등 각종 무기로 무장한 채 말을 타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한쪽은 상단이고, 그들을 공격하는 자들은 마적들 같았다.

이미 두 무리는 한바탕 치열하게 싸웠는지 땅에는 온통 붉은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으며, 쓰러진 자들도 200명 가까이 되었다.

마적들도 몇 명씩 칼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지만 용병들이 배 이상으로 베이거나 맞으면서 쓰러졌다.

이런 상태라면 1시간 정도면 마적들의 승리로 끝날 듯했다.

“준 님, 저 상단을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오히려 우리가 함부로 끼어들면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저기에서 우리를 공격해오는군요.”

“아!”

마적들 중 5명이 말을 몰아 준 일행에게로 빠르게 달려왔다. 아마 준 일행이 상단을 도와줄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예 접근하기도 전에 자신들이 먼저 달려오는 것이었다.

마적들은 말을 빠르게 타고 접근해오면서도 한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달려오던 그 상태로 베어버리려고 하는 듯했다.

준은 마적들이 너무나 가소로워 피식 웃었다.

그는 어젯밤에 만들어 놓았던 아티팩트 중 매직미사일 아티팩트를 꺼내 마적들에게 겨누었다.

마적들은 준이 자신들을 작은 지팡이로 가리키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놈이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는 거지?”

“상관하지 마. 한방에 베어버리면 끝이야.”

“크크, 맞아. 그러면 끝이지?”

마적들은 준을 하루살이같이 취급하면서 방심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이었는지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후후, 그만 가거라! 매직미사일(Magic missile)!”

츄츄츄츙.

열 발의 매직미사일이 지팡이 앞에서 생성되어 빠른 속도로 마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마적들의 눈이 커졌다. 그들은 가슴이 화끈거린다는 것을 느꼈다. 가슴에는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큰 구멍이 뻥 뚫려 있었으며, 피가 분수처럼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커어억!”

“살려줘!”

털썩.

말에서 3명의 마적이 떨어지자 말들도 같이 쓰러졌다.

2명의 마적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는 상체를 말갈기에 붙이면서 매직미사일을 피하였다. 그들은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었지만 허공을 선회해 다시 뒤에서 날아온 매직미사일을 피하지 못하고 머리통이 박살나버렸다.

털썩.

두 명의 마적들도 말에서 떨어져 몸을 부르르 떨다가 잠잠해졌다. 그들의 말들도 역시 매직미사일에 맞아 쓰러졌다.

준은 매직미사일을 한 번에 열 발이나 발사해 마적 다섯 명과 그 말들까지 간단하게 처리해버렸다.

“글리아나, 놈들에게 따끔한 보우 맛을 보여줘.”

“알았어, 걱정 마.”

글리아나는 등 뒤에 걸어놓았던 보우를 꺼내 들고 화살을 쏘았다.

투웅!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간 화살은 정확하게 한 마적의 목에 박혀버렸다.

“끄으으…….”

화살을 맞은 마적은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아보려고 양손을 붙였지만 헛수고였다. 상체를 휘청거리던 그는 결국 말에서 떨어졌다.

투투퉁!

글리아나는 이번에는 연발로 화살을 쏘았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화살은 모두 마적들을 맞추어 말에서 떨어지게 만들었다.

마적들의 대장인 더스틴은 처음에는 준 일행에게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그러나 죽이라고 보낸 5명의 수하들이 모두 죽고 그쪽에서 쏜 화살에 몇 명의 수하들이 말에서 떨어지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음, 콜린은 수하들을 데리고 가서 저놈들을 죽여라.”

“예, 대장님.”

얼굴에 사선으로 칼자국이 나 있는 험악하게 생긴 콜린은 수하 30명을 이끌고 준에게로 달려갔다.

빠른 속도로 마적들이 달려오는 것을 본 준은 이번에도 매직미사일을 발사했다.

“허억, 저놈은 마법사야. 방패로 막아라!”

그들은 손방패를 들어 날아오는 매직미사일을 막았지만 엄청난 위력에 손방패가 부서져버렸다. 그러나 죽음만은 면할 수 있었다.

“후후, 제법인데? 이것도 피해봐라. 블레이즈(Blades)!”

콰콰콰콰!

허공에 회전하는 두 개의 칼날이 생성되어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2m 정도 되는 거대한 칼날이 회전하면서 날아오는 것만으로도 마적들은 공포에 빠졌다.

“허억, 흩어져!”

콜린의 말에 수하들은 부챗살이 펴지듯 좌우로 거리를 벌리면서 퍼졌다.

준이 시전한 블레이즈는 기존의 단순한 마법을 개조해 시전한 것이었기에 매직미사일처럼 유도기능이 보강된 것이었다.

두 명의 마적을 반으로 자르고 지나간 칼날이 허공을 선회해 다시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후후, 한 번으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 한 번 더 받아라. 블레이즈(Blades)!”

콰콰콰콰.

회전하는 칼날이 두 개 더 생성되어 마적들에게 날아갔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준은 만들어두었던 아티팩트를 실험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다른 것도 꺼내었다.

“이번엔 이게 좋겠군. 파이어 애로우(Fire arrow)!”

슈슈슈슝!

열 개의 마법 불화살이 마적들에게 쏘아졌다.

“한 번은 섭섭하니까 한 번 더 받아라. 파이어 애로우(Fire arrow)!”

슈슈슝!

준은 마법 불화살 열 개가 날아가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신이 나서 다른 것으로 바꾸어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번개 맛이다.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파지지직!.

“크악!”

“으악! 살려줘!”

두 명의 마적들이 마법으로 생성된 번개에 맞으면서 부르르 떨다가 말에서 떨어졌다.

마적들은 미칠 것 같았다. 그들도 간혹 마법사와 싸워보았기에 어느 정도는 마법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만 해도 그렇다.

다른 마법사가 시전하였다면 날아오는 것만 잘 보고 있다가 피하면 끝이었는데, 준이 펼친 것은 속도가 훨씬 빨라서 겨우 피하여도 허공을 선회하면서 다시 날아와 공격하였기에 두 번의 행운은 없었다. 일단 한 번 맞았다 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만큼 위력이 엄청났기에 공포를 몰고 왔다.

싸움을 할 때에는 언제나 선두에 서길 좋아하던 콜린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준이 파이어 애로우를 펼쳤을 때 그는 겁을 집어먹고 즉시 말머리를 돌려 도망쳐버렸다.

남은 수하들은 순간 혼란에 휩싸였고, 겨우 2명의 수하들만 재빨리 콜린의 뒤를 따라 도망치는 것을 선택해 살아남았다. 나머지 28명의 마적들은 제대로 공격 한 번 못한 채 공격마법에 당해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겁을 집어먹고 되돌아오는 콜린을 본 마적대장 더스틴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즉시 후퇴의 고동 소리를 울렸다.

뿌우우.

상단을 공격하던 마적들은 대장의 후퇴의 고동 소리에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후퇴하라!”

일선 조장들의 외침에 마적들은 정신없이 도망쳤다.

공격을 당하던 상단의 사람들과 용병들은 순간 멍해졌다. 위용을 자랑하던 마적들이 일순간 도망치는 모습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였다. 이들은 천천히 다가오는 준 일행을 쳐다보았다.

파블로(Pablo)상단의 상단주 루이 파블로와 상단의 일꾼들과 용병들은 무기를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다가오는 준 일행을 경계하였다.

이번 상행에서 용병들의 대장을 맡은 마일로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하였다.

“더 이상 접근하지 말고 거기에 잠시 서주십시오.”

“…….”

마일로의 말에 준과 그 일행은 그 자리에 멈추었다.

“당신들의 정체를 밝히시오.”

“나는 켈리온 자작의 기사 준이라고 한다. 이들은 나의 동료들이다.”

“아, 그러십니까? 조금 전에도 마적들의 습격을 받았기에, 죄송하지만 기사님의 신분패를 확인해볼 수 있겠습니까?”

“너희들이 무례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이번에는 특별히 나의 기사 신분패와 아케비안 공작각하께서 써주신 통행증을 보여주겠다.”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기사 신분패와 통행증을 꺼내어 내밀었다.

용병대장 마일로는 그것을 받아 먼저 기사 신분패를 확인해보았다. 마탑에서 만들거나 파견 나온 마법사들이 만든 것이라 한 번 새기면 위조가 불가능한 것이 기사와 귀족들의 신분패였다.

마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진짜 기사 신분패가 맞구나.’

이번에는 아케비안 공작이 직접 써주었다는 통행증을 확인해보았다. 역시 위조가 불가능한 물건으로, 공작가의 문장과 친필 사인 등으로 보아 진품이 확실했다.

“죄…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기사님. 확인해보니 전부 진품이 확실합니다.”

마일로는 두 손으로 최대한 정중하게 준에게 기사 신분패와 통행증을 건넸다.

그것을 받아 마법주머니에 집어넣은 준은 그에게 물었다.

“도망친 놈들은 마적 같은데, 자네들을 습격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기사님.”

“어찌된 일인지 말해보게.”

“저희 파블로 상단이 천천히 이동하며 이곳을 지나던 중 갑자기 마적들이 습격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상단주님께서 싸우지 않고 해결해보려고 통행료를 지불하려고 했지만, 마적들은 망설이는 것도 없이 바로 공격해왔습니다.”

“으음, 그럼 서로 피해가 컸겠는데?”

“정확한 것은 확인해보아야 알겠지만 대략 마적들은 180명 정도였습니다. 그중 도망친 자들이 90여 명 정도였으니 약 90명 정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반면에 저희는 280명에서 110명 정도 살아남았으니, 약 170명 정도 피해를 입은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죽었군.”

“기사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전멸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자네들은 어디로 가는가?”

“저희들은 올가까지 갑니다.”

“아, 그럼 잘되었군. 우리도 거기까지 가니 같이 동행하면 되겠군.”

“저…정말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같이 동행하면 되지.”

용병대장 마일로 뒤에 서 있던 상단주 루이 파블로는 소리 없이 웃었다.

‘아, 정말 다행이야.’

루이 파블로가 마일로에게 말하였다.

“마일로 대장, 죽은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을 빨리 수습해주게.”

“예, 상단주님! 기사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시신을 빨리 수습하겠습니다.”

“비록 마적들이라고는 하나 죽은 자들은 묻어주게.”

“알겠습니다.”

마일로는 뒤돌아 용병들에게 다가가서는 상단의 일꾼들까지 전부 모아서 시신을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지시를 받은 용병들과 상단의 일꾼들은 신속하게 시신을 마적과 상단의 일꾼, 용병들로 나누어서 모았다.

루이 파블로는 준에게 다가왔다.

============================ 작품 후기 ============================

*그동안 허리케인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정이후 부터는 노블레스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1일 1회 연재를 성실히 할 예정이니 많은 사랑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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