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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38화 (3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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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츠츠츠.

지름 10m 정도 되는 공간에 강력한 결계막이 형성되었다.

투명한 결계막은 육상의 최상위 몬스터라 알려진 오우거가 공격해오더라도 5분은 버틸 수 있는 강력한 것이었다. 그만큼어지간한 공격에는 끄떡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공기는 결계막 안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지만 비나 흙먼지 같은 것은 결계막에 걸러져 그 미세한 일부만 들어왔다.

글리아나도 준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기에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활활활.

모닥불을 피워 스테이크를 구워먹은 준과 글리아나는 배가 제법 불렀지만 싱싱한 과일도 후식으로 먹었다.

“갑자기 생선이 먹고 싶네? 여긴 바다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물고기 요리는 엄두도 나지 않아, 제길!”

“갑자기 잘 먹고 나서 물고기는 왜 찾아?”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호호, 참 유별난 인간이야.”

“글리아나, 잘 먹었으니 향긋한 차 한잔할래?”

“차? 좋아.”

모닥불 위에 올린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쪼르르.

준은 찻잎을 나무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글리아나에게 내밀었다.

“향이 좋으니까 마실 만할 거야.”

“그렇군. 이렇게 자꾸만 차를 마시다 보니 나도 이젠 차가 생각나곤 해.”

두두두.

그때였다.

두 마리의 말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준과 글리아나는 귀가 밝았기에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준, 누가 접근하는데?”

“나도 들었어. 급할 것 없으니까 일단은 지켜보자고.”

준이 있는 야영지는 길에서 50m 정도 벗어난 곳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달려온 후 길가에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모닥불이 타오르는 곳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길가에서 벗어나 적당한 곳에서 야영을 시작하였다.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서 야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들도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는 물을 채운 냄비를 불 위에 올렸다. 약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서둘러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준과 글리아나는 차를 마시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주위에는 모닥불밖에 없었지만 밤하늘에 떠 있는 블루문의 영향으로 제법 주위가 밝았기에 전부 보였다.

차를 다 마신 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눈을 감고 천왕대심공을 운용하였다.

패트릭과 세브리노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준을 쳐다보았다.

“스승님, 저자가 뭐하는 걸까요?”

“글쎄다. 명상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마법실력은 궁정마법사에 버금가는 것 같으니까 접어두더라도 검술실력은 얼마나 될까요?”

“그건 좀 더 두고 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흐으흡.”

준은 공기 속에 분포되어 있는 기를 흡수하면서 하단전에 저장한 뒤 천왕대심공을 운용해 일주천시켰다. 하단전에 저장된 기가 농축되자 그것을 다시 중단전으로 이동시켰다. 천왕대심공의 수련이 높아지면서 점차 중단전에도 기가 거의 다 찼다.

‘으음, 천왕대심공이 조만간 9성에 들겠구나. 마나고리도 7개로 지금은 7서클에 머물러 있지만, 천왕대심공이 9성에만 든다면 마법도 8서클로 오르겠어.’

현재에 만족한 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오랜 가부좌로 굳어진 몸을 풀고자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몸이 다 풀리자 할 일이 없었기에 이번에는 아공간 속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내어 무엇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 준은 마법을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어떤 것을 만들어볼까?’

잠시 생각해보다가 이윽고 가는 은색의 금속 막대기 몇 개 와 금속판을 한쪽에다가 잘 놓아두고는 여러 가지 마법물약이 들어 있는 유리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을 깃털펜으로 찍어서 금속판에 룬문자를 새겨 넣었다.

정확한 크기와 배치, 마법적인 수식까지 정확하게 새기는 작업이라 아주 신중했다.

마법물약은 금색이라 은색과 조화를 잘 이루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집중하여 작업을 완료했다.

준은 제대로 잘 새겨 넣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잘 되었구나. 이제는 이걸 옮기는 것만 남은 건가?”

스윽.

준의 손짓에 은색의 금속 막대기가 공중으로 1m 정도 떠오르더니 곧 멈추었다.

우우우웅.

공명음과 함께 금속판에 새겨져 있던 도형과 룬문자가 갑자기 빛을 내며 떨어져 나오더니 공중에 떠 있는 금속 막대기에 스르르 스며들었다.

기이한 장면이라 글리아나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막대기의 끝으로부터 10c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금속 막대기의 표면이 액체처럼 찰랑거렸다.

두둥실.

0.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준의 손짓에 의해 찰랑거리는 곳에 내려앉았다.

츠츠츠.

다이아몬드에서 황금색 빛이 뻗어 나왔다. 금속 막대기 전체에서도 각종 도형과 룬문자가 빛을 내더니 빛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각종 도형과 룬문자도 사라지자, 다이아몬드는 언제 빛이 나왔냐는 듯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후후후, 드디어 완성되었구나.”

호기심을 참지 못한 글리아나가 준에게 물었다.

“준, 그게 뭐였지?”

“아, 이거? 금속 막대기에 마법을 새겨 넣었어. 이제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 마법의 아티팩트야.”

“이게 말이야?”

“응. 여기에는 매직미사일(Magic missile)이 새겨져 있어.”

“정말? 몇 발이나 생성되는데?”

“한 번에 10발이 생성되고 연속으로 5번까지 사용할 수 있어. 그 다음에는 마나가 충전되어야 하기 때문에 3시간 정도 걸리게 될 거야. 또한 충전은 200번까지 할 수 있어.”

“우와! 대단한 걸 만들었구나?”

“배운 마법을 응용한 것뿐이야. 이번에는 뭘 만들어보나?”

준은 두 번째로 만든 것에는 라이트(Light)마법을 새겨 넣었다. 처음보다는 많이 익숙한 작업이라 시간이 조금 단축되었다. 이것은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 손전등 대용으로 사용하면 아주 편리한 물건이었다.

다음에 만든 것은 상처가 생겼을 때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치료마법 힐(Heal)이 새겨진 막대기였는데, 독에 중독되었을 때 치유할 수 있는 큐어(Cure)마법을 새겨 넣은 것도 만들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회전하는 칼날을 불러내서 적을 공격하는 마법인 블레이즈(Blades)마법을 새겨 넣은 막대기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다 보니 다이아몬드가 5개나 소비되어 조금 아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결과가 좋으니 만족했다.

원뿔 모양의 얼음 조각을 만들어 적들을 공격하는 마법인 콘 오브 아이스(Cone of ice)마법을 새겨 넣은 막대기는 푸른빛의 사파이어를 박아 넣어 완성시켰다. 적을 포박하는 마법인 홀드 퍼슨(Hold Person)에도 역시 사파이어가 사용되었다.

벌써 7개의 아티팩트를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욕심이 나는지, 루비는 언제 어디서든 사용하기 쉽도록 파이어(Fire)마법을 새겨 넣은 막대기에 박아 넣었다. 야영할 때 손쉽게 불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물건이었다.

다음으로는 화염계 공격마법인 불화살을 날리는 마법으로, 파이어 애로우(Fire arrow)를 한 번에 10개까지 생성시켜 날리는 마법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번개 공격마법인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아티팩트도 만들었다.

그렇게 모두 10개의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모두 앞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것들이었다.

“으음, 만들어두었던 마법물약을 다 써버렸구나. 다시 만들어두어야겠군.”

아티팩트를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길 건너에 야영을 하는 자들이 있었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준은 담요를 깔고 누웠다. 그러고는 양팔을 머리 뒤로 해서 머리를 받혔다.

‘달이 참 밝구나. 이렇게 밤하늘을 바라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

케르킨 부족장의 말대로 북쪽을 향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무작정 가는 것도 생각해보면 아주 웃기는 일이었다.

“글리아나, 자는 거야?”

“아니. 왜?”

“오늘은 왠지 잠이 안 와서 말이야.”

“그래도 자두어야 덜 피곤할 거야.”

“나야 그렇다 치고, 넌 안 자도 괜찮겠어?”

“응, 난 며칠 안 자도 괜찮아. 엘프잖아.”

“넌 엘프라서 좋겠다. 그건 그렇고 플로렌스에 들어가 본 느낌은 어땠어?”

“태어나서 지금까지 드로이안 산맥 속에서만 살다가 인간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니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어.”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별로였지?”

“아냐, 나름대로 즐겁고 좋았어. 다만 지독한 냄새 때문에 고역이었어.”

“하하, 그건 나하고 똑같네? 배설한 것을 한곳에 잘 모아 두고서 처리하면 좋을 텐데, 마구 버리니까 오물이 넘쳐나는 게 안타까웠어.”

“그걸 보면 우리 엘프들이 훨씬 깨끗하다니까.”

“너희들은 육식을 잘 안하고 과일이나 채소만 먹으니까 중처럼 깨끗할 수밖에 없잖아.”

“중처럼? 중이 뭐야?”

“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중이라는 것은 일종의 신관과 비슷하지만 종교가 달라. 그들은 산 속에서 살며 정신수련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야.”

“수련하면서 생활하는 것이니 아주 좋겠다. 안 그래?”

“꼭 그렇지만은 않아. 물욕에 눈이 어두워서 정신수련은 뒷전인 자들도 있어.”

“그런 것을 보면 우리 엘프들이 훨씬 나은 것 같아.”

“때론 너희 엘프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인간이라는 사실이 더 좋아.”

“그런데 말이야, 북쪽으로 가면 정말 그 물건이 있을까?”

“글쎄. 나도 그게 의문이지만 특별히 목적지도 없으니 케르킨 부족장의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 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여행인 것 같아.”

“북쪽으로 계속 가면 러셀 왕국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가면 마케리안 대륙의 중부가 나와. 알고 있어?”

“응, 그 정도는 책을 읽어서 알고 있었어.”

“글리아나는 검술 실력도 뛰어나고 보우를 쏘는 솜씨도 일품인 것 같은데, 마법은 어느 정도 수준이야?”

“6서클 정도 될 거야. 너는?”

“난 운이 좋은 건지 7서클 마스터인 것 같아.”

“뭐? 그 정도였어?”

“못 믿겠어?”

“아니, 아티팩트를 만드는 건 대단했어. 그래서 네가 6서클 마스터 정도 되는 줄 알았거든.”

“내가 마법을 배울 수 있었던 데는 케르킨의 도움이 컸어.”

“그래도 마법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건데, 그런 면에서 준은 정말 대단해.”

“칭찬 고마워.”

“사실인데 뭐.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내일부터 나도 육식을 조금씩이라도 해야겠어.”

“왜 그런 마음을 먹었는데?”

“인간 사회를 여행하니 경험이라 생각하고 겪어봐야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하겠어?”

“잘 생각했어. 뭐든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고생스럽겠지만 경험해두면 나중에 꼭 도움이 되거든.”

“준, 우리 부족의 일을 도와준 것… 고맙게 생각해.”

“고맙긴. 나도 케르킨 부족장의 도움으로 마법을 배울 수 있었잖아.”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하니까 그만 잘게.”

“그래. 그럼 그만 자자.”

이들은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날이 밝아왔다.

준은 상체를 일으키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길 건너편에 야영한 자들은 두 명으로 모포를 뒤집어쓰고 지금도 자고 있었다.

“후훗,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니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군. 시원하게 샤워나 해볼까?”

준이 천막을 치기 시작하자 글리아나는 잠에서 깨어나 준을 쳐다보았다.

“천막은 갑자기 왜 치는 거야?”

“샤워를 해야 하는데 저기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부끄럽잖아. 그래서 치는 거야.”

“그런데 여긴 물이 없잖아?”

“하하. 글리아나, 마법은 두었다 어디에 쓸 거야? 우리 눈에는 잘 안보이지만 공기 중에는 수분이 들어 있거든. 그걸 마법으로 끌어다 쓰면 돼.”

“그런 방법이 있었어?”

“아직 모르는구나. 그럼 너희 엘프들은 어떻게 하는데?”

“우린 그냥 폭포에서 씻어.”

“그럼 이 기회에 배워서 써먹어봐. 아주 유용할 거야.”

“듣고 보니 그렇겠는데?”

“천막으로 들어와. 알려줄게.”

“알았어.”

준은 천막 속에 들어와서 아공간 속의 쇳덩이를 꺼내었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그것은 욕조와 비슷하게 생겼다.

“이게 뭐야?”

“응, 대장간에 갔더니만 이런 게 있더라고. 이곳에다가 물을 받아서 안에 들어가 씻으면 좋아.”

“그러고 보니 사람이 들어가도 되겠는데?”

“그렇다니까.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워터(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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