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33화 (3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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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도시 올가

스윽.

준은 양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마법을 캐스팅했다.

“마나여,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주소서. 매직 핸즈(Magic hands)!”

츠츠츠.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바닥 두 개가 허공에 생성되었다.

기병들은 준이 마법을 펼친 것을 보고는 눈이 커졌다.

검술을 익힌 기사인줄로만 알았는데, 마법까지 익힌 것을 보고는 존경스러운 눈빛이 되었다.

스윽.

두 개의 손바닥이 풀밭에 푸욱 박히더니 흙덩이를 파내었다. 마치 굴삭기로 땅을 파는 것 같았다.

세 번 정도 땅을 파자 큰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준은 구덩이 옆에 흙더미를 내려놓았다.

마법의 손바닥은 임무를 완수하였기에 소멸되었다.

“칸다 조장, 죽은 기병들의 소지품을 수거하고 구덩이 안에 잘 뉘어라.”

“예. 서둘러라!”

기병들은 칸다 조장의 명령에 따라 죽은 자들의 옷에서 소지품을 꺼내고 구덩이에 잘 눕혔다.

그러는 동안에 죽은 늑대 46마리를 한곳에 모아놓은 곳으로 걸어간 준은 또다시 마법을 일으켰다.

“죽은 늑대는 다 태워버리는 게 좋겠지? 파이어(Fire)!”

화르르.

죽은 늑대의 몸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마법의 불길이라서 그런지 순식간에 활활 타올랐다. 죽은 늑대가 타면서 기름이 흘러나왔으며, 흰 연기와 노린내가 진동하였다.

기병 한 명이 준에게 다가왔다.

“기사님, 죽은 자들을 전부 구덩이에 눕혔습니다.”

“알았다. 가자.”

준이 구덩이를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모두 19명이군.’

스윽.

준의 손짓에 흙더미가 스르르 움직이더니 구덩이를 메웠다.

아리안느와 글리아나가 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준 님, 정말 고마웠어요.”

“아…아닙니다. 글리아나, 고마워.”

“내가 한 것도 없는데 그런 칭찬은 과하다.”

“그래도 네가 옆에 있었기에 아리안느 님이 안심이 되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야 고맙지.”

“그건 그렇고… 소공녀님,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으니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출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그게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칸다 조장에게 말해서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준은 칸다 조장에게 말하고 나서 죽은 늑대가 불타고 남은 불씨에 흙을 뿌렸다.

치이이이.

혹시라도 불이 날까 봐 마법주머니 속에서 물주머니를 꺼내어 골고루 잘 뿌렸다.

“출발하라!”

말에 올라탄 이들은 그곳을 출발하였다.

두두두두.

아직 주위가 어두웠기에 그렇게 빨리 달리지는 못하였는데, 이번에도 준이 마법을 캐스팅하였다.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춤추는 빛(Dancing Lights)!”

츠츠츠.

전방에 횃불 정도의 밝기로 빛나는 다섯 개의 구가 허공에 생성되었다. 이름처럼 춤추는 빛이라 준의 집중 없이도 허공에 뜬 상태에서 좌우로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주위를 밝혔다.

지속 시간이 보통 30분 정도인데 비해 준은 마법실력이 뛰어나 한 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1서클의 마법이라 그리 마나가 많이 들어가지도 않았으며, 부담이 되는 마법도 아니었다.

한참을 달리자 마법이 소멸되었지만 한 번 더 시전하였다.

두 번째 마법이 소멸될 즈음에 날이 밝아왔기에 더 이상 마법을 펼칠 필요가 없었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지평선 끝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준 일행이었다.

날이 밝아도 계속 달렸더니 말도 지치고 기병들도 지쳤다. 오직 한 사람, 준만 아직도 생생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쉬었다 갔으면 하는 표정들이었다. 마침 황금색 들판이 펼쳐졌고 해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칸다 조장.”

“예, 기사님.”

“여기는 사방이 훤히 보이는 곳이니까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예, 알겠습니다. 모두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알겠습니다, 조장님!”

칸다 조장이 크게 외치자 기병들 중에서 한 명이 크게 대답하였다. 기병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달리던 말의 속도를 점차 줄여 멈추었다.

준은 기병들을 쳐다보면서 외쳤다.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해줄 테니 잠시만 기다려라.”

기병들은 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따가운 날씨에 어디에서 시원한 물을 구해서 준다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준은 스프를 끓이는 큰 냄비를 가져오게 하고는 풀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허리에 묶어놓았던 마법주머니 속에서 술을 담글 때 쓰는 거대한 참나무통을 꺼내 물을 부었다.

콸콸콸!

시원스럽게 흘러나온 물은 금방 큰 냄비를 가득 채웠다.

준은 그제야 참나무통을 내려놓고 마법을 캐스팅했다.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콜드(Cold)!”

츠츠츠!

냉기가 생성되어 큰 냄비로 흘러들자 물의 온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쩌쩌쩡.

얼마 후 물은 완전한 얼음이 되었다.

그것을 본 기병들의 눈이 커졌다.

“우와! 얼음이야, 얼음!”

“오우, 세상에!”

“기사님, 최고십니다. 최고!”

“이 얼음을 잘게 부숴 물에 타 먹으면 시원할 거다. 가져가서 나누어 먹어라.”

“감사합니다, 기사님.”

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아리안느 곁으로 다가와 작은 쇠그릇에 물을 절반 정도 붓고는 빙계 마법을 시전했다. 물의 온도가 점점 낮아지더니 살얼음이 얼 때 멈추었다.

“이제 시원할 겁니다. 마셔보세요.”

“고마워요, 준 님.”

아리안느는 준이 내민 그릇을 받아 물을 마셨다.

“아,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어요.”

“그러셨다니 다행입니다.”

아리안느는 그릇에 있는 물의 절반을 마시고는 글리아나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든 글리아나는 시원한 물을 마셨다.

“마법을 응용하는 건 처음 봐.”

“후후. 글리아나, 마법이든 무엇이든 간에 필요할 때 써먹는 게 좋아.”

“음, 그건 인정할게.”

“이왕 이곳에서 쉬는 거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그런 것을 만들어드릴까요?”

“정말요?”

“예, 마법주머니 속에 각종 과일이 있으니까 시원한 얼음과 함께 먹으면 그만일 겁니다.”

“아, 그렇겠어요. 어서 만들어주세요.”

준의 손짓에 기병 5명이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기사님?”

“그래. 너희들이 과일 좀 깎아야겠다.”

“과일을 말입니까?”

“그래. 너희들에게도 나누어줄 테니 걱정 말거라.”

“예, 알겠습니다.”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각종 과일을 꺼내어 그들에게 주었고, 그들은 요리할 때 쓰는 작은 칼로 과일을 깎았다.

“껍질을 벗긴 후에 먹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일단 냄비에 담아라.”

“예, 알겠습니다.”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장작을 하나 꺼내어 노려보았다.

의지를 발휘하자 나무가 쪼개어지더니 마치 찰흙으로 만든 숟가락이 만들어지듯 그렇게 나무가 숟가락 형태로 떨어져 나왔다.

아리안느와 글리아나, 주위에 있는 기병들은 신기한 현상에 이목을 집중했지만 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마술처럼 더욱 멋을 부리면서 쇼를 연출하였다.

간단하게 인원대로 34개를 만들어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그런 후 냄비 속에 들어 있는 과일을 보고는 다른 냄비에 일단 물을 부었다.

스윽.

준의 손짓에 냄비 속에 들어 있던 물이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거대한 물방울이 되었다.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콜드(Cold)!”

츠츠츠.

허공에 떠 있던 물방울이 얼마 후 얼음이 되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허공에 떠 있던 얼음이 휘돌면서 눈처럼 얼음가루가 되어 냄비를 가득 채웠다.

“너희들은 그릇에 각종 과일을 담고 얼음가루를 그 위에 올린 후 옆에 있는 꿀을 적당하게 뿌려라.”

“예, 기사님.”

기병들도 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즉시 그릇에 먼저 준비해두었던 과일을 담고 그 위에 얼음가루를 채운 뒤 꿀을 뿌렸다. 그것을 먼저 아리안느와 글리아나에게 가져다주었고, 나머지는 동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쩝쩝쩝.

“아, 시원하고 달콤한 게 맛있어.”

“너…너무 맛있어.”

무더운 날씨에 이렇게 시원한 과일빙수를 먹으니 이들은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였다.

준도 과일빙수를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섬세한 동작이나 간단한 마법을 시전한 것은 일종의 수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다시 떠나자.”

“예, 알겠습니다.”

땀도 식었고,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물과 과일빙수까지 먹었으니 기병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아리안느와 글리아나도 지쳤지만 많이 좋아졌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말을 타고 이동하였다.

한참을 달리던 그들 앞에 해발 200m 정도 되는 야산이 나타났다.

어젯밤 늑대들이 공격해온 것을 잘 알고 있던 기병들은 오늘은 똑같은 방법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서 장작을 충분히 준비하였다.

준도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죽은 나무를 찾아다니다가 마침 적당한 나무를 발견하였다.

“음, 이게 적당하겠어.”

내공으로 죽은 나무를 베어서 다시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나무가 제법 컸기에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준이 마법주머니 속에 장작을 전부 집어넣고 돌아오자 그때까지도 기병들은 장작을 마련한다고 난리였다. 그래도 기병들이 31명이나 되다 보니 제법 많은 장작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한쪽에 장작을 내려놓은 뒤 모닥불을 피우고는 냄비에 물을 붓고 올려놓았다. 산 속은 날이 빨리 어두워지기 때문에 서둘러 저녁 식사를 준비하였다.

빵과 스프, 과일로 식사를 마친 기병들은 피곤했지만 5명씩 교대로 보초를 서기로 했다.

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왕대심공을 운용했다. 그러자 몸의 피로가 금방 풀렸다. 최상의 몸 상태가 된 것이다.

‘음, 오늘부터는 위험에 대비하고 있어야겠어.’

준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야영지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에다가 알람마법을 걸었다.

비록 모닥불이 밝다고는 하나 한밤중에는 주위가 칠흑 같이 어두웠기에 가시거리가 불과 30m 정도밖에는 안 되었다. 특히 여기는 산속이라 더욱 조심해야만 했다.

전후좌우 네 곳에 알람마법을 걸어두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밤이 깊어졌지만 그날은 김이 빠진 맥주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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