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7화 (2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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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켈리온 성

“인간, 잘 들었지? 어떻게 할 테냐?”

“초대하니까 당연히 가봐야 하지 않겠어?”

용감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 글리아나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엘프들에게 포위되었을 때부터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던 아리안느는 준이 손을 잡아주자 그제야 조금 안정되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으니까요.”

아리안느는 준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엘프들을 따라 엘프 마을로 향하였다.

숲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엘프들이라서 그런지 엘프 마을은 거대한 나무들이 군집을 이루는 곳에 있었다.

성인남자 10명이 서로 양팔을 벌리고 잡아야 될 정도로 나무는 굵고 높이 또한 어림잡아도 150m는 될 듯싶었다.

‘으음… 이런 거대한 나무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을 줄이야.’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은 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를 그런 거대한 나무였다.

월계수 엘프부족의 마을은 거대한 나무 위에 있었는데, 새집처럼 나무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속에서 엘프들이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무로 만든 문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나무와 넝쿨이 다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글리아나가 앞장서고, 그 뒤를 준과 아리안느가 따라 걸어갔다.

이동하는 동안 주위에서는 엘프전사들이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케르킨 부족장의 집은 다른 엘프들보다는 좀 더 컸지만 그렇게 화려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조금 더 큰 정도였다.

나무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글리아나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자 준과 아리안느가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기에는 15평 정도 되는 집으로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50m 운동장 넓이는 되는 것 같았다.

‘뭐야? 말도 안 되는 이 넓이는?’

“허허허… 그렇게 놀랄 것 없소. 공간확장마법이 걸려 있기에 이렇게 좀 넓은 편이오.”

“아… 그렇습니까?”

나무 탁자와 나무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다.

정면에는 케르킨 엘프부족장이 앉아 있었다.

마법으로 보인 얼굴과 똑같았기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준은 두리번거리면서 집안을 살펴보았다.

“저희를 초대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일단 호기심이라 해두고 싶소, 강력한 전사 인간이여.”

“호기심이라고요? 저를 본 적 있습니까?”

“드로이안 산맥에 들어올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오.”

‘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이것이었어.’

“혹시 저에게 원하는 게 있는 겁니까?”

준의 말에 케르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였다.

“그렇다오. 몇 가지 질문에만 답해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겠소.”

“그 정도라면 답해드리죠.”

“그럴 줄 알았소, 강력한 전사 인간이여. 글리아나는 인간 여자를 데리고 밖에 잠시 나가 있거라.”

“케르킨 부족장님, 저 인간은 위험한 자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잠시 문밖에서 기다리거라.”

아랫입술을 깨문 글리아나는 아리안느를 쳐다보았고, 아리안느는 준을 쳐다보았다.

준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아리안느는 글리아나를 따라 문밖으로 나갔다.

집안에는 케르킨과 준만 남게 되었다.

스윽.

케르킨이 한 손을 가슴팍까지 들어 올리면서 무언가 중얼거리자 기이한 빛이 번쩍하더니 집안을 환하게 비췄고, 둘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준은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인지 두리번거렸다.

“걱정하지 마시오, 인간이여. 잠시 밖에서 들을 수 없도록 마법으로 결계를 쳐 놓은 것뿐이라오.”

“으음… 무슨 질문을 하시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그건 그대 혼자만 들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렇다오.”

“으음… 좋습니다. 어차피 이렇게까지 하신 것, 말씀해보십시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신의 기운이 들어 있는 아티팩트가 있었소.”

“아티팩트라고요?”

“그렇소. 너무나 강력해서 선택받은 자나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그것을 소유하거나 지킬 수 없었다오.”

“그래서요?”

“신의 아티팩트는 모두 5개. 물과 얼음의 기운을 가진 빌헤임(Bilhem)은 수정에 그 기운이 봉인되어 있으며, 반지 형태의 아티팩트로 만들어졌다오. 그리고 불의 기운을 가진 바나리르(Vanalir)는 붉은 보석인 루비에 봉인되어 있으며, 스피어에 박혀 있어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소.”

“…….”

“바람의 기운을 가진 벤뵤르그(Venbjorg)는 사파이어 보석에 봉인되어 반지 아티팩트로 만들어졌소. 또 파괴되거나 죽어가는 것을 다시 소생시키는 기운을 가진 벤겔미르(Vengelmir)는 에메랄드 보석에 봉인되었으며, 보우에 박혀 무기로 만들어졌소. 마지막으로, 혼돈의 힘이 든 히민반가르(Himinvangar)는 보라색 다이아몬드에 봉인되어 있으며, 팔찌의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전해진다오.”

“으음… 그 5개의 신의 아티팩트가 그렇게 강력합니까?”

“나도 전해져 오는 이야기만 알고 있을 뿐 진정한 위력은 어떤지 잘 모르오. 하지만 그 5개의 신의 아티팩트 중에서 벤겔미르(Vengelmir)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소.”

“벤겔미르라고 하시면 보우에 박혀 있다는 그것 말입니까?”

“그렇소. 그게 300년 전에는 우리 부족에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오.”

“그…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오. 내가 어릴 때 호기심에 벤겔미르의 줄을 당겨 한번 사용해보았는데, 반경 100m 정도 되는 숲이 그것 한 발에 폐허가 되어버렸다오.”

“으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이군요.”

“나도 처음에는 그러했지만 직접 사용해보고 나서 믿지 않을 수 없었다오. 너무나 두려운 힘에 난 마법을 이용해 그걸 다시 봉인해버렸소. 지금은 10분의 1 정도로 크기가 줄어들어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감 같은 형태로 되어 있소.”

“으음… 대단하시군요. 그 강력한 힘을 봉인하시다니…….”

“허나 완벽하게 봉인된 것이 아니라오. 크기가 줄어든 만큼 그 힘도 일부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 번 줄을 당기면 10m 정도는 폐허가 되어버린다오.”

“그것만 해도 엄청나군요.”

“그렇소. 드래곤이 아니라면 직접적으로 그 공격을 막을 수도 없소. 그때 난 벤겔미르의 힘 일부를 강제로 뽑아내어 에메랄드 보석에 봉인시켰으며, 진정한 벤겔미르를 모방한 보우를 가지고 있소. 보여주겠소.”

스윽.

케르킨이 한 손을 들어 휘젓자 대기가 일렁거렸다.

쩌어억.

아공간이 벌어지면서 그 속에서 케르킨이 말한 보우가 튀어 나왔다.

전체가 은으로 만들어졌는지 은빛으로 번뜩이는 게 아주 멋진 보우였다. 활대의 중간에는 에메랄드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잘 보시오. 이것이 벤겔미르의 힘 일부가 봉인되어 있는 보석이라오.”

“으음…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군요.”

“그럴 것이오. 이 에메랄드 보석에 봉인되어 있는 힘만 해도 성룡급의 드래곤 하트와 맞먹을 거요.”

“정말 대단한 아티팩트로군요.”

“그렇소. 내가 생각하기에는 벤겔미르만 해도 엄청난 물건인데,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지 않겠소?”

“으음… 그렇겠군요.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시는 겁니까?”

“강력한 전사 인간이라면 잃어버렸던 물건을 회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렇게 부탁을 하고자 하는 것이오.”

“으음… 제 어떤 점을 믿으시는지 모르겠지만 설사 그 물건을 회수하였다고 해도 이곳으로 가져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허허허, 수백 년을 살아온 내가 사람을 잘못 볼 리 없소. 우리 월계수 엘프부족에는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세계수의 씨앗이 있소. 그것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벤겔미르의 생명력이 필요하오. 그것의 싹만 틔운다면 벤겔미르를 당신에게 돌려주겠소.”

“으음… 저를 그렇게까지 믿어주시니 고맙긴 합니다.”

“나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당신이 필요한 것을 최대한 도와줄 용의가 있소.”

“저는 그렇게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만…….”

“아니오. 내가 생각하기엔 당신은 마법에 아주 관심이 많더군.”

“크흠… 그것까지 알고 계셨습니까?”

“원래 인간에게는 엘프의 마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당신에 게는 알려줄 수도 있소.”

“으음… 저는 지금 의뢰받은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허허허,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펼치는 마법의 공간 속에서 수련한다면 단기간에 효과를 볼 것이오.”

“마법의 공간 속에서라니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겁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마법의 공간 속은 밖의 시간과는 확연하게 다르지요. 지금 이곳의 하루가 마법의 공간 속에서는 10년 정도이니 7일만 수련한다면 70년을 수련한 것과 같이 되는 것이라오. 어떻소?”

“음… 정말 그런 것이 가능한 겁니까?”

“허허, 그렇소. 이런 마법공간을 만들려면 막대한 마나가 필요하지만, 벤겔미르의 힘 일부가 봉인되어 있는 보석을 이용한다면 그리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오.”

케르킨 부족장의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에 준은 고심하였다. 하지만 7일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이기에 결국 허락하고 말았다.

“으음… 케르킨 부족장님의 제안대로 하겠습니다. 단,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는데요?”

“그게 무엇이오?”

“7일 후에 이곳 드로이안 산맥을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동 마법을 시전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들어주겠소.”

“고…고맙습니다, 케르킨 부족장님.”

준은 케르킨과의 비밀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걱정에 얼굴이 굳어 있던 아리안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안느 님, 케르킨 엘프부족장과 대화를 한 것뿐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그런데 당분간 이곳에서 묵었다가 떠나야겠습니다.”

“이곳에서요?”

“예, 7일간만 이곳에 묵고 떠나야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건 걱정하시 않으셔도 됩니다. 케르킨 엘프부족장이 7일 뒤에 공간이동 마법으로 드로이안 산맥 밖으로 이동시켜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그…그게 정말인가요?”

“예, 그러니 절 믿으세요. 이곳에서 몸을 돌본 후 떠나는 게 좋겠습니다.”

“아…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준은 아리안느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준은 월계수 엘프부족의 마을에서 7일간 머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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