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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5화 (2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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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켈리온 성

두두두두.

스칸디 대장이 이끄는 이글 용병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경사지에 도달하였다.

이제 160명 정도가 남았는데 그들은 더 이상 말을 타고 가파른 경사지를 넘을 수는 없었다.

“모두 말에서 내려라.”

“대장님, 주위를 살펴봐야겠습니다.”

프린스의 말에 스칸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9조가 주위를 살펴봐라.”

“예, 알겠습니다.”

9조의 조장인 로지의 수신호에 조원들이 주위에 흩어져 살펴보기 시작했다.

땅의 곳곳에는 발자국이 깊게 파여 있었으며, 검붉은 피가 말라 붙어 있었다. 제대로 방어조차 못하고 당한 듯 경사지 주위의 곳곳에는 6조와 7조의 조원들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었다. 검술실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6조의 조장이었던 헤스까지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로지의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으음… 40명이나 되던 조원들이 모두 당했구나.’

이들의 사인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퀘럴에 맞아 죽은 것이었다. 그때 로지의 대원중에서 추격술에 능한 베른이 다가왔다.

“조장님, 퀘럴이 이렇게까지 강력한 것으로 보아 보통의 크로스 보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 봐라, 손방패가 뚫려 있어.”

“그렇군요. 개조한 크로스 보우인 것 같습니다.”

“조심해야겠어. 특히 이곳 경사지를 넘다가 놈에게 기습적인 공격이라도 받는다면 큰일이겠어.”

“대장님께 말해 한꺼번에 넘기보다는 조별로 나누어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게 좋겠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우리가 추격하는 자는 알려지지 않은 정말 무서운 자 같아.”

“예. 용맹하다 알려진 우리 이글 용병대의 절반이 넘는 대원들이 그자에게 철저하게 당했으니 말입니다.”

“으음…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소공녀와 그자 둘만이 남았다는 거지.”

“조원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해라. 난 대장님께 보고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베른이 조원들에게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 때 조장인 로지는 스칸디 대장에게 다가갔다.

“대장님, 주위를 살펴본바 6조와 7조가 모두 당했습니다.”

“조장인 헤스는 어찌 되었나?”

“무언가에 맞아 죽었는데 또다시 퀘럴에 머리를 맞아 박살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닌데.”

“저도 처음에는 보고서도 믿지 못했습니다만 사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조원들은 퀘럴에 맞아 죽어 있었습니다.”

“으음… 또 그놈의 솜씨구나.”

“대장님, 경사지를 통과할 때는 조별로 나누어 신속하게 이동하는 게 좋겠습니다.”

“뭐? 이까짓 경사지를 넘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나?”

스칸디의 말에 옆에 있던 프린스가 대답하였다.

“대장님, 로지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곳 경사지에는 아무런 은폐물이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놈이 저 끝에 숨어 있다가 크로스 보우로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겁니다.”

“그래 봤자 놈 혼자야.”

“그렇게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닙니다. 놈의 크로스 보우는 연사가 가능한 무구입니다.”

“그렇군,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그들의 염려대로 준은 경사지의 끝에 숨어 적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눈치라도 챈 것인지 20명으로 이루어진 1개 조가 말고삐를 잡은 채 조심스레 경사지를 이동해 왔다. 나머지 대원들은 순서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크로스 보우를 겨누고 있던 준은 조금 더 적들이 다가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20명의 조원들이 경사지의 끝에 가까워지자 다시 1개의 조가 걸어왔다.

‘맛 좀 봐라!’

슈슈슈슈슝.

위력적인 퀘럴이 연속으로 적들에게 날아갔다. 경사지를 넘어오던 1개의 조가 몇 초 지나지 않아서 퀘럴에 모두 쓰러지는 것을 보자, 경사지 초입에 있던 이들은 도무지 이동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크아악, 아악!”

가슴이나 머리에 퀘럴을 맞은 조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경사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경사지의 초입에 서 있던 프린스는 재빨리 마법을 시전하였다.

“이…이놈 죽여 버리겠어. 파이어 볼!”

화르르르!

불길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구가 프린스의 손짓에 따라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엎드린 채 공격을 하고 있던 준은 날아오는 파이어 볼에 퀘럴을 쏘아 맞추었다.

콰콰쾅!

폭발음이 터지면서 허공에서 파이어 볼이 폭발하였다.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그리 큰 피해는 주지 못하였다.

“으아아… 이놈, 죽어라! 매직미사일!”

츄츄츄츙!

프린스의 손끝에서 생성된 매직미사일 열 발이 발사되었다. 매직미사일을 이미 경험했던 준은 유도탄처럼 목표물에 격중되지 않고는 멈추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준은 크로스 보우를 들어 날아오는 매직미사일에 쏘았다.

슈슈슈슈슝.

꽝, 콰쾅!

여섯 발은 퀘럴로 쏘아 맞추었지만 나머지 네 발은 그대로 준에게로 날아왔다. 엎드려 있다가는 그대로 당할 것 같아 준은 즉시 튕기듯 일어나 상체를 뒤로 젖혔다. 아슬아슬하게 매직미사일 네 발이 지나쳐 갔지만 다시 허공을 선회하였다.

그 바람에 매직미사일이 선회하느라 속도가 약간 떨어진 것을 느낀 준은 들고 있던 크로스 보우를 잘 겨누어 퀘럴을 날렸다.

콰콰콰쾅!

운이 좋아서인지 매직미사일 4발은 퀘럴과 충돌하면서 폭발하였다.

이글 용병대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였다. 마법으로 생성시켜 발사한 매직미사일을 피하지 않고 그걸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준이 해낸 것이다.

슈슈슈슝!

매직미사일을 처리한 준의 반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퀘럴이 날아온다! 조심해!”

“커억! 아아악!”

대부분의 대원들은 몸을 날려 피하였지만 약간 늦은 자들은 어김없이 퀘럴을 맞고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는 스칸디 대장은 준에게서만큼은 큰 두려움을 느꼈다.

“프린스, 퀘럴 때문에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마법으로 공격해다오.”

“알겠습니다! 강력한 화염계 마법으로 공격하겠습니다! 파이어 버스트!”

츄츄츙!

강력한 불꽃의 구가 생성되어 준에게 날아갔다.

“뭔가 이상하고 기분 나빠.”

슈슈슈슝!

콰쾅!

피하려다가 무언가 이상해서 퀘럴을 쏘아 맞추어보았더니 역시나 대단히 위력적인 불꽃의 구였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준의 재치로 인해 중간지점에서 폭발해 프린스의 의도가 무산되었다.

“이…이런! 어디 이번에도 피할 수 있는지 보자.”

화가 치민 프린스는 다시 강력한 마법을 영창하였다. 서클이 높은 마법을 시전하려는지 제법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잠시 후 그가 양손을 옆으로 벌리고 천천히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스톤 블래스트(Stone Blast)!”

후우우웅!

그러자 프린스의 반경 30m 안에 있는 모든 돌멩이들이 스르르 허공으로 떠올랐다.

스칸디 대장은 수천 개의 돌멩이가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흥분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쇼칸 부대장에게 말하였다.

“쇼칸, 저 공격이라면 놈에게 타격을 주겠지?”

부대장인 쇼칸이 스칸디 대장의 얼굴을 처다 보면서 즉시 대답하였다.

“보십시오. 수천 개의 돌멩이입니다. 저것이 한꺼번에 날아간다면 놈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관통성이 뛰어나서 데미지가 상당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력 소모가 심하므로 조건이 맞지 않으면 잘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기도 했다.

프린스의 손짓에 돌멩이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는 양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이놈, 이것도 막아볼 수 있으면 막아 보거라. 가랏!”

콰콰콰콰콰.

허공이 온통 돌멩이로 뒤덮였다. 그 광경에 준은 처음으로 마법에 대하여 놀라움을 느꼈다.

“이것이 진정 마법인가? 그렇다면 나도 제대로 상대해주지.”

준은 품속에서 에이형 부메랑을 세 개를 전부 꺼내 포개었다. 그리고 부메랑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부메랑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면서 푸르스름한 빛으로 휩싸였다.

“가랏, 햐압!”

끼아아아아앙!

이제까지와는 확연하게 틀린 굉음이 부메랑에 뚫려 있던 구멍 속에서 터져 나오면서 날아갔다.

티티팅, 푸스스스!

날아오던 돌멩이들은 부메랑에 의해 그대로 튕겨지면서 박살나버렸다.

콰콰콰콰콰!

고속으로 회전하는 드릴의 날처럼 막강한 위력을 머금은 부메랑은 거침없이 적들에게 날아갔다.

그것을 본 준이 앞으로 내뻗었던 양손을 양쪽으로 벌리자 날아가던 부메랑이 갑자기 세 개로 분리가 되더니 일제히 그들을 공격하였다.

“어…엎드려!”

“이…이럴 수가!”

마법도 아닌데 이런 현상을 처음 접해보는 이들은 경악했다. 게다가 부메랑이 내는 소리가 인간의 고막으로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음파인지라 모두들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래도 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슈가가가각.

“아아악!”

“커억!”

이글 용병대원들은 입에서 분수처럼 검붉은 피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부메랑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에 고막과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하였고, 그것도 모자라서 날카로운 부메랑의 강기를 머금은 날에 베이면서 살이 쩌억 갈라져 다량의 피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이글 용병대원들 대부분은 심한 내상을 입었다.

스칸디 대장을 비롯해 부대장인 쇼칸, 마법사인 프린스까지 충격을 받아 비틀거리다가 고꾸라졌다. 그 바람에 스톤 블래스트가 소멸되어 돌멩이가 힘없이 땅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이들은 마나를 수련한 자들이라 중상까지는 아니었지만 상처를 입은 채 기절할 수밖에 없었다.

휘리리리릭.

허공을 선회하여 되돌아온 부메랑을 집은 준은 피식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보았느냐? 이것이 진정한 부메랑의 위력이다. 또다시 추격해오면 그땐 모두 죽일 것이니 명심하거라.”

스윽.

준은 품속에 다시 부메랑을 집어넣고는 뒤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준은 혼자 두고 온 아리안느가 걱정되어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

또한 벌써 제법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이 도살자가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기대고 있는 나무로 준이 돌아오자 불안감에 떨고 있던 아리안느는 환하게 웃었다.

‘우훗, 아리안느 님은 역시 눈부시게 아름다워.’

“무사히 돌아왔군요?”

“일단은 놈들을 저지했지만 또 다시 공격해올 겁니다.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겠어요.”

“알았어요. 그럼 어서 가요.”

준이 뒤돌아 등을 내밀자 아리안느가 상체를 기울여 등에 기대었다.

그녀를 등에 업은 준은 경공술을 발휘해 그곳에서 사라졌다.

스스스스.

잎이 제법 크고 무성한 식물.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살짝 흔들거리면서 잎사귀가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잎의 점점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녹색의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는데 등에는 보우를 메고 있었으며, 날씬하면서도 귀가 뾰족하고 얼굴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 엘프였다.

“위대한 분은 아닌데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어. 누굴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인간족의 상단이 지나가므로 그들을 숨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준 같이 강한 인간족은 처음이었다.

파팍.

땅을 박차고 도약한 엘프는 준이 사라진 쪽으로 사라졌다.

츄츄츄츄.

바람 소리를 크게 일으키면서 숲 속을 달리는 준.

그는 등에 아리안느를 업고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나아갔다.

경공술을 이용하였기에 이런 속도가 가능했다.

숲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가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경악했을 정도였다.

아리안느는 엄청난 속도에 겁을 먹었다.

그녀는 바람 소리를 일으키면서 숲 속을 나아가는 속도에, 머리를 준의 등에 바짝 댄 채로 눈을 꼭 감았다.

‘아… 포근하고 따스해.’

준도 아름다운 아리안느를 등에 업고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이 세상으로 건너온 후 고위 귀족의 딸을 업고 다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후후후, 아름다운 미녀를 등에 업고 달리는 기분도 나름대로 즐겁고 좋은걸?’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어떻게 이 세상으로 이동되어 왔는지 잘 모르며 다시 돌아가기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망설임이 무뎌져 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더 달리다 보니 해가 서쪽으로 많이 넘어가 있었다.

“소공녀님, 오늘밤을 보낼 적당한 장소를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드로이안 산맥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반드시 공작령까지 데려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믿으세요.”

“미…믿어요. 믿을게요.”

아리안느의 곁에는 이제 준밖에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준은 높은 나무 위로 도약해 주위를 살폈고 마침 적당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맑은 물이 흘러내려 오는 계곡 근처에는 한쪽에 깎아지는 절벽의 움푹 들어간 곳이었다.

잔 돌멩이 때문에 울퉁불퉁한 바닥을 고른 후 마법주머니 속에서 꺼낸 천막을 깔았다.

그런 다음에 아래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을 막기 위해 모포를 두 장 깔았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자 나름대로 하룻밤을 보내기에는 적당한 야영지가 되었다.

준은 주위에서 주워온 땔감을 잘 쌓았다. 모닥불이 피워지자 냄비에 물을 부어 올려놓았다.

따끈하게 끓인 스프와 빵, 과일을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가 마련되었다.

“소공녀님,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드셔보세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아리안느와 준은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거리가 제법 떨어진 나무 위에서는 추격해온 엘프가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빨라 추격이 어려웠지만 다행히 흔적을 찾았어. 그 흔적마저 찾지 못했더라면 추격은 실패했을 거야.’

와삭.

엘프는 품속에서 노란색 과일을 하나 꺼내 깨물었다.

미세한 소음을 감지한 준은 식사를 멈추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크로스 보우를 자신의 등 쪽으로 겨누고는 발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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