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1화 (21/284)

0021 / 0284 ----------------------------------------------

제1권  켈리온 성

쉐에에엑.

두발의 퀘럴이 트롤을 향해 날아갔다.

트롤은 몽둥이를 들어 한 발은 잘 막았지만 나머지 한 발은 막지 못해 허벅지에 박혀버렸다.

쿠워어어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 트롤은 허벅지에 박힌 퀘럴을 잡아 뽑았다. 이번에도 녹색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지만 곧 상처가 아물어버렸다. 뛰어난 상처 치유력과 재생능력이었다.

“후후후, 저 몬스터가 책에서 본 트롤이라는 거구나. 잘됐어.”

준은 크로스 보우를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고는 나뭇가지를 박차고 도약해 트롤에게 날아갔다.

트롤은 갑자기 인간이 나타나자 입맛을 다셨다.

쿠워어어어!

트롤은 크게 울부짖으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보법을 이용해 간단하게 피한 준은 배에 꽂아두었던 대거를 뽑아 들고서는 휘둘렀다.

스팟.

트롤의 허벅지 살이 쩌억 갈라지면서 녹색 피가 흘러나왔다.

스스슷.

역시나 트롤의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하하하, 연습상대로는 최고구나.”

화가 치민 트롤은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보법을 이용해 피하는 준의 움직임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느렸다.

준이 트롤의 허벅지를 향해 강력한 발차기를 먹이자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비틀거렸고, 뒤돌려차기로 배를 차버리자 뒤로 벌렁 넘어졌다.

트롤은 자신이 넘어진 게 믿어지지 않는지 머리를 옆으로 흔들면서 다시 일어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약한 상대라고 느껴지자 준은 대거를 다시 검집에 꽂아 넣고는 권법만으로 트롤을 상대하였다.

퍼퍼퍽, 파팍.

쿠워어어어!

샌드백도 아닌데 트롤은 준에게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한 대 한 대가 너무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는 게 전부인 트롤이었다.

10분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트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보법으로 앞쪽에 나타난 준에게 또다시 맞았다.

내공을 담아 펼치는 권법이었기에 한 방을 맞으면 살이 터지면서 피가 흘러나왔다. 비록 재생능력이 뛰어나 상처가 아물었다고는 하지만 그 고통만은 어쩔 수 없었다.

트롤은 미칠 것 같았다.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오우거나 사이클로프스 같은 몬스터도 트롤이 만만치 않아 함부로 공격하지 않았는데, 그동안 먹이라 생각했던 인간족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맞아 죽을 것 같아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너무 많이 맞다보니 이젠 어지럽기까지 했다.

쿠워어어어!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트롤은 그대로 넘어졌고,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왔다.

“쩝… 녀석, 기절해버렸군. 아쉽지만 몸을 잘 풀었으니 선물을 주고 가마.”

준은 주위에 퀘럴에 맞아 죽어 있는 오크 두 마리와 고블린 세 마리를 던져주고는 사라졌다.

잠시 후 깨어난 트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준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기에 안심하고는 오크와 고블린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몸집이 커서인지 오크와 고블린 한 마리를 먹어치우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배가 조금 채워졌다 생각한 트롤은 남은 오크와 고블린의 시체를 집어 들고 그곳에서 사라졌다.

시간은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었다.

스프를 끓여 빵과 함께 먹은 준 일행은 다시 출발하였다.

발목의 붓기가 많이 가라앉은 아리안느는 걸어가려고 했지만, 아직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베누아의 말을 듣고 말을 타고 이동하였다.

콰아아아.

앞장서서 이동하던 준의 귀에 폭포수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어왔다.

“한스 님, 앞에 폭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귀에는 안 들리는데요?”

“틀림없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폭포입니다.”

기사 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준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믿어보기로 했다.

30분 정도 더 나아가자 일행은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거대한 폭포에서 쏟아지는 맑은 물줄기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폭포야, 폭포!”

“정말 폭포가 있었어!”

쉐인과 베누아가 신이 나서 외쳤다.

아리안느도 폭포를 쳐다보고 다시 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하였다.

“준 님, 정말 폭포가 있었군요?”

“마침 식수가 떨어지려던 찰나였는데 잘되었습니다. 보충하고 가야겠어요.”

“준 님, 조금 전에는 믿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한스 님,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폭포 밑에 도착한 그들은 물을 마시면서 갈증을 해소하였고, 준은 물주머니에 물을 채웠다.

말들도 모처럼 충분하게 물을 마셨다.

아직 해가 머리위에 있어 무더웠기에 폭포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모두 그동안 제대로 씻지를 못하였기에 준이 준 비누로 목욕을 하고 입고 있던 옷도 세탁해 바위에 펼쳐 말렸다.

준은 물웅덩이 속에 제법 큰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발견하고 말린 육포 조각을 하나 집어던졌다.

물고기들이 육포 조각을 먹기 위해 수면으로 몰려들었다.

준은 작은 돌멩이를 던졌다.

주위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둥둥둥.

수면 위로 물고기가 떠올랐다.

준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기절한 것이다.

물고기는 제법 컸다. 돌멩이로 잡은 물고기는 다섯 마리나 되었다.

“허허, 정말 대단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한스는 준이 잡아 올린 물고기를 치켜들자 준과 마주보며 웃었다.

기병 두 명이 주위에서 장작을 만들어와 불을 피웠다. 그러는 동안 준은 물고기의 내장을 제거하고 칼집을 내어 소금을 뿌렸다.

지글지글.

물고기가 불에 구워지면서 흘러나온 기름과 육즙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싱싱하고 제법 큰 물고기였기에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아리안느도 처음 먹어보는 구이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고소하고 짭짭하며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배도 부르고 충분하게 쉬었다고 판단했기에 이동을 시작하였다. 폭포를 지나 숲속으로 갔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준 일행을 추격 중이던 이글 용병대 중에서 선봉을 맡은 자들이 폭포 근처에서 모습을 보였다.

조심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프린스와 대원 30명이 선봉을 맡아 이렇게 뒤를 추격 중이었던 것이다.

프린스는 뒤돌아보면서 대원들에게 말하였다.

“폭포에서 물을 마시고 잠시 쉬었다 가도록 한다.”

“예, 알겠습니다.”

대원들은 신이 나서 물에 뛰어 들었다.

프린스도 손수건으로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에 탄성을 질렀다.

“정말 경치가 좋은 곳이구나!”

그때였다.

파아앗.

허공에 긴 포물선을 그리면서 빠르게 날아간 퀘럴은 물웅덩이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이글 용병대원의 등을 뚫어 버렸다.

물웅덩이는 금방 피로 물들었다.

“허엇, 공격이다! 조심해!”

퍼퍽!

“아악!”

“커억!”

제대로 은폐물에 몸을 숨기지 못한 두 명의 대원이 퀘럴을 맞고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순식간에 세 명의 대원이 당했지만 재빨리 은폐물에 몸을 숨겼기에 나머지 대원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적들의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자 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한바탕 휘저어야겠어.”

휘스스스.

준이 경공술을 발휘해 폭포가에 나타남과 동시에 전방에서 무엇인가 엄청난 것이 날아왔다.

“허엇, 불덩어리?”

콰쾅!

엄청난 폭음이 터지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흙먼지가 흩어지자 지름 2m나 되는 흙구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허공으로 도약해 파이어 볼을 피하였고, 공중제비를 돌면서 바닥에 내려섰다.

“음… 정말 대단하군. 이게 말로만 듣던 마법이라는 건가?”

준은 자신을 공격한 자를 바라보았다.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였는데 폭포가 쏟아지는 곳의 건너편에 서 있었기에 30m는 넘게 떨어져 있었다.

그는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양손을 옆으로 벌리면서 천천히 머리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저놈이었군.”

준은 크로스 보우를 프린스에게 겨누고는 발사하였다.

투웅.

퀘럴 한 발이 빠르게 프린스에게 날아갔다.

프린스도 멍청하게 서 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파이어 애로우(fire arrow)!”

슈슈슈슈슝.

다섯 발의 빛을 머금은 마법 화살이 생성되어 준에게 쏘아졌다.

쾅!

다섯 발 중 한 발이 날아오던 퀘럴과 충돌하면서 폭음이 터졌다. 나머지 네 발의 마법 화살이 날아왔으나 보법으로 가볍게 피하였다.

콰콰콰쾅!

네 발의 마법 화살이 모두 바위에 격중되자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력적이었다.

이글 용병대원들도 프린스의 뒤쪽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가 화살을 쏘았다.

화살의 사정거리 안에 준이 서 있었기에 위험해 보였지만, 준은 보법으로 화살을 가볍게 피해버렸다. 그러고는 크로스 보우를 등에 걸고는 경공술을 펼치면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

파라라락.

바람 소리가 터지면서 준의 허리춤에서 꺼낸 부메랑이 날아갔다. 정삼각형 모양의 트라이얼 부메랑과 십자형인 크로스 부메랑이었다.

“마나여, 불꽃의 뜨거움을 보여주소서. 파이어 볼트(fire bolt)!”

슈아아앙.

위력적인 불덩어리 다섯 개가 준에게 날아왔다.

준은 상체를 좌우로 흔들면서 피하다가 허공으로 도약했다.

허공을 선회하면서 날아가는 부메랑에 당황한 프린스는 뒤로 튕기듯 날아가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대원들도 재빨리 엎드리면서 부메랑 공격을 피하였다.

도약한 허공에서 부메랑을 회수한 준은 허리춤에 꽂아 넣으면서 공중제비를 한 후 땅에 내려섰다.

스윽.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진 에이형 부메랑을 꺼내 들고서는 내공을 불어넣었다.

프린스도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긴장했다.

끼아아아앙.

부메랑에서 귀청을 찢어발기는 무시무시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얼마나 강력한지 이글 용병대원들은 양쪽 귀를 틀어막으면서 괴로워했다.

슈가가각.

두 명의 배가 부메랑의 날카로운 날에 베였다. 그들은 비틀거리다가 고꾸라졌다. 가죽갑옷이 갈라지면서 그 속에 있던 속살까지 쩌억 갈라져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결코 가볍지 않은 상처였다.

허공을 선회하면서 되돌아온 부메랑을 잡은 준은 팔을 휘저으면서 부메랑을 다시 날렸다.

끼아아아앙.

상위 몬스터의 포효보다 훨씬 강력한 굉음이었기에 적들의 피해가 늘어났다. 고막이 터져 피가 귀 밖으로 흘러나오는 자도 있었으며, 코피를 쏟는 자도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당하겠다는 생각에 프린스는 즉시 마법을 영창하였다.

“불꽃의 뜨거움이여, 일어나라. 파이어 링(fire ring)!”

활활활.

이 마법은 주변을 거대한 불꽃으로 감싸는 마법이었다.

날아오는 부메랑과 준의 접근을 막고자 펼친 것이다.

거대한 불꽃이 활활 타올라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되었기에, 준은 튀로 튕기듯 물러나면서 등에 메어놓았던 크로스 보우를 연발로 발사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