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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8화 (1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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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켈리온 성

슈슈슈슈슝.

어두운 밤하늘을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오크나 은신해 있던 무리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준에게 밤을 대낮같이 훤하게 볼 수 있는 심안이라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스스.

산의 초입, 한 나무 위에 회색 로브를 입은 자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아주 얇은 나뭇가지라 무게를 그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으나 신기하게도 나뭇가지는 조금도 휘어지지 않았다.

츄웅.

한 발의 화살이 그에게 날아왔다.

그러나 그는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화살 공격을 피하였다.

스윽.

회색 로브를 입은 그는 품속에서 크로스 보우를 꺼내들었다.

츄츄츄츄츙.

은빛이 번뜩이는 퀘럴이 연속으로 발사되었다. 보통의 크로스 보우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기능이었다.

기병들이 모여 있는 곳에 퀘럴이 날아와 가슴이나 어깨, 머리를 격중시켰다.

“크억.”

“아아악.”

기병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퀘럴의 파괴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격중된 것은 모두 관통해 버렸다.

은폐물에 몸을 감추고 있던 기병들이 속수무책으로 우수수 쓰러졌다.

크로스 보우에서 발사된 퀘럴의 파괴력은 그만큼 공포스러웠다. 이는 마법이 가미된 아티팩트 무구가 아니고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퀘럴이 날아온다! 엎드려!”

“모두 땅바닥에 엎드려라!”

기병 대장인 맥칸과 기사 한스의 외침에 기병들은 서둘러 땅바닥에 엎드렸다.

벌써 8명의 기병들이 퀘럴에 맞아 쓰러져 있었다.

준은 크로스 보우를 가진 자를 향해 다섯 발의 화살을 쏘았다.

슈슈슈슈슝.

한 번에 다섯 발이나 되는 화살이 날아오자 그자는 나뭇가지를 박차고 허공으로 도약하면서도 크로스 보우를 준과 기병들에게 날렸다.

츄츄츄츄츙.

어두운 밤이라서 퀘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날아오는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강력한 파괴력을 가졌는지 짐작이 되었다.

준은 컴포짓 보우를 마법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보법을 이용해 상체를 흔들면서 앞으로 쏘아지듯 날아갔다.

기병들은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퀘럴에 맞아 부르르 떨다가 잠잠해졌다.

준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자 그자는 더 높은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사라져버렸다.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젠장, 저것도 마법인가?’

정체를 알 수없는 자였지만 은신해 있던 자들과 무관하지는 않을 거라 짐작되었다.

목표물이 사라져버렸지만 준은 그대로 산속으로 들어갔다. 오크 무리와 은신해 있던 자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채채챙, 파팍.

오크 무리와 은신해 있던 무리가 서로 충돌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오크들이 제법 잘 싸우고는 있었지만 은신해 있던 자들도 나름대로 훈련을 받은 자들이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유리한 상황에서 싸우고 있었다.

오크는 겨우 20여 마리가 살아남아 싸우고 있었으며, 은신해 있던 무리도 250명에서 170명 정도만 남아 있었다. 80명 정도가 오크와 준의 화살 공격에 쓰러진 것이다.

경공술을 이용해 빠르게 앞으로 날아가던 준은 허리춤에서 두 개의 부메랑을 빼 날렸다.

날아가는 부메랑에는 푸르스름한 강기가 맺혀 있었지만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

끼아아아앙.

마치 소프라노가 최고음으로 외치는 것 같으면서도 손톱으로 쇠를 긁는 것 같은 묘한, 아무튼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인적인 음파의 영향으로 은신해 있던 자들과 오크 무리는 귀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어지럼증까지 생기는 묘한 소리였다.

가가가각.

“아아악!”

“커억!”

갑자기 날아온 부메랑에 두 명의 가슴이 쩌억 갈라져 분수처럼 피를 내뿜으면서 쓰러졌다.

휘리리릭.

허공을 선회하던 부메랑은 또다시 근처에 있는 자들을 공격하였다.

“뭐…뭐야?”

“습격이다. 조심해!”

끼아아아앙.

또다시 괴상한 소리가 나면서 두 명이 고꾸라졌다.

준은 다시 부메랑 두개를 날렸다. 그렇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을 손가락으로 집어 날리기를 반복했다.

싸움은 갑자기 끼어든 준 때문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내공을 실은 준의 손바닥에 격중당한 자들은 피를 내뿜으면서 튕기듯 날아가 떨어졌다.

보기엔 살짝 미는 듯한 동작이었으나 그 위력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8~10m 정도 날아가 버렸다.

파파팍.

퍼퍽.

“크악!”

“커억!”

종횡무진 활약하는 준 때문에 채 5분도 안 되어서 30명이나 쓰러졌다.

준은 날린 부메랑이 되돌아올 동안 주먹이나 손바닥을 휘두르면서 주위에 있는 자들을 날려버렸다. 환상적인 장면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겁을 집어먹은 자들은 다리를 떨면서도 연신 뒤로 물러나기에 바빴다.

“저…저자는 악마야.”

“도망쳐야 돼.”

겁을 집어먹은 자들 중 한 명이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하자 공포가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한편, 허공에서 사라졌던 회색 로브를 입은 자는 준이 산속으로 들어간 후 다시 나타나 아리안느가 있는 야영지를 습격하였다.

위력적이며 공포스러운 크로스 보우를 쏘자 퀘럴이 연속으로 날아왔다.

퍼퍼퍽.

“아악!”

“커억!”

하늘 위에서 쏘는 것이었기에 엎드린다고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놈이 하늘에 있다! 보우로 공격해!”

“조심해! 놈이 계속 퀘럴을 쏘고 있어!”

회색 로브를 입은 자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퀘럴을 쏘았는데, 방패를 들어 막아도 그것을 뚫고 들어와 가슴을 관통했다. 또한 나무 뒤에 숨어도 퀘럴은 어김없이 나무를 뚫고 들어와 가슴을 피범벅으로 만들어놓았다.

도무지 저 무지막지한 퀘럴을 막을 만한 게 없었다. 유일한 길은 검으로 튕기거나 피하는 것인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화가 치민 맥칸은 하늘에 떠 있는 자에게 외쳤다.

“이 비겁한 놈아, 땅으로 내려와서 싸우자!”

“크크크, 비겁하다고 욕해도 소용없어. 모두 죽일 거야.”

“으아아… 죽어라, 이놈!”

맥칸이 화살을 쏘았지만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그를 맞추기란 불가능했다.

츄츄츄츄츙.

폭격하듯이 쏘는 퀘럴 때문에 기병들은 제대로 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쓰러졌다. 50명이나 되던 기병들이었지만 이젠 10명 정도도 남지 않았다.

산속에서는 준이 이상하게 양쪽에 끼어들면서 오크를 도와주었기에, 오크 무리도 힘을 내어 정체를 알 수없는 자들을 공격하였다.

뒤로 공중제비를 돌면서 물러나던 준은 양손을 움켜쥐면서 기를 끌어 모았다가 양손을 내뻗었다.

“천왕십이수!”

파파파파팡.

푸르스름한 주먹 모양의 강기가 무려 12개나 생성되어 사방으로 날아갔다.

퍼퍼퍼퍽.

“커억!”

“아아악!”

위력이 강력한 강기 공격이라 앞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지 박살내버렸다.

강기 공격을 피하려고 나무 뒤에 숨는 자도 있었지만, 나무도 강기의 위력에 박살나면서 그 충격파에 내장이 파열되어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무려 40명이 넘는 인원이 이 한 수에 쓰러진 것이다.

“아아악”

켈리온 성에서 따라왔던 하녀들 중 한 명이 퀘럴에 가슴을 관통당하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미 켈리온 성에서 지원받은 세 명의 하녀들 중에서 한 명이 퀘럴에 맞아 쓰러져 있었다.

산속에서 무서운 기세로 적들을 죽이고 있던 준은 하녀의 비명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아차! 도망쳤던 그놈이 다시 나타난 모양이군.’

파파팍.

경공술을 발휘해 그곳을 이탈한 준은 최고 속도로 야영지로 되돌아왔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였는지 한 번 도약하면 30m 정도를 날았다. 그러다가 다시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곤 하였다.

준이 야영지로 되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한스가 좌측 팔에 퀘럴을 한 방 맞은 뒤였다.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관통하지는 못하고 박혀 있었다.

맥칸의 가슴과 옆구리에서는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이미 퀘렐이 세 발이나 관통했기에 치명상을 입어 살기는 어려웠다.

비틀비틀.

맥칸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끄으으… 이렇게 허무하게…….”

울컥.

그는 입에서 검붉은 피를 내뿜더니 고꾸라졌다.

이로써 살아남은 사람은 마차에 타고 있는 아리안느와 베누아, 쉐인, 켈리온 성에서 따라온 하녀 한 명, 팔에 부상을 입은 기사 한스와 기병 두 명이 전부였다.

득의양양한 웃음을 짓던 그자는 크로스 보우를 다시 겨누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무엇인가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끼아아아앙.

돌아보았더니 낯선 무기가 코앞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허엇, 이…이런!”

당황한 그는 크로스 보우를 쏘았다.

티티팅.

연속으로 발사된 퀘럴은 부메랑에 부딪치면서 튕겨졌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갑자기 부메랑이 두 개로 분리된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준이 두 개의 부메랑을 서로 끼워서 날린 것이었다.

준의 의지에 따라 부메랑은 좌, 우측으로 휘어지면서 그자에게 날아들더니, 이윽고 우측 팔을 잘라버렸다.

“끄아아악… 내 팔!”

그자의 우측 팔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붉은 피와 함께 크로스 보우도 떨어졌다. 그에게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계속 지를 여유가 없었다. 팔을 자르고 지나쳤던 부메랑이 허공을 선회하면서 다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공에 뜬 상태에서 재차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해 겨우 부메랑 공격을 피하였다.

“으아아! 또 네놈이냐? 두고 보자! 오늘의 수모는 반드시 되갚아 줄 것이다.”

츠파파팟.

원독에 찬 말을 외친 후 그는 또다시 허공에서 사라져버렸다.

부메랑을 회수한 준은 피식거렸다.

“흥, 다음번에는 네놈을 절대 살려두지 않을 테다.”

준이 다가오자 그제야 아리안느도 안심이 되었는지 마차에서 나왔다.

“소공녀님, 제가 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고마워요, 준 님. 이번에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당연한 일인걸요. 일단 여기를 벗어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어디로 가죠?”

“저 산에는 오크와 정체를 알 수없는 자들이 많으니, 우선 이곳을 벗어나면서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아리안느 곁으로 한스가 다가왔다.

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스에게 물었다.

“한스 님, 부상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포션이 있어서 팔에 박힌 퀘럴을 뽑고 외상을 치료했으니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공녀님, 준 님의 말씀대로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겠습니다.”

마부와 10명의 노예들이 퀘럴에 맞아 쓰러졌기에 마차를 몰 사람이 없었다.

“소공녀님, 마차를 타고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으니 말을 타고 가셔야겠습니다.”

“알겠어요, 한스 경. 그렇게 할게요.”

간단하게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준비하는 동안 준은 땅에 떨어져 있는 크로스 보우를 집어 들고 살펴보았다.

“상당히 위력적인 무기가 틀림없군. 일단 챙겨둬야겠어.”

잠시 후, 말에 올라탄 준과 아리안느 일행은 야영지를 떠났다.

산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무리들이 오크를 물리친 후 야영지로 왔으나 아리안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퀘럴 공격에 당한 자들만 수십 명 쓰러져 있었을 뿐이다.

아리안느를 납치하기 위해 의뢰를 받은 이들은 이글 용병대로, 회색 로브를 입은 자에게 막대한 의뢰비를 받고서 출동한 것이었다. 그러나 산속에서 은신하면서 기회를 보던 중에 예상치 못한 오크 무리의 공격을 받았으며, 준에게까지 공격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250명이나 되던 이글 용병대는 절반도 안 되는 106명만 남았다.

이글 용병대장인 스칸디 곁으로 부관인 쉬츠가 다가와 말하였다.

“대장님, 마차는 그대로 두고 말을 타고 간 것 같습니다.”

“으음, 얼마나 되어 보이나?”

“말발굽의 흔적으로 보아서는 여덟인 것 같습니다.”

“알았다. 즉시 추격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모두 말에 올라타라! 즉시 추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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