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5화 (15/284)

0015 / 0284 ----------------------------------------------

제1권  켈리온 성

“이것들이 전부 마법에 관한 책들입니까?”

“그렇습니다. 먼저 이것은 기초마법에 관한 총정리를 해놓은 ‘마법총요’라는 책이고, 이것은 마나와 마나 고리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마나와 마나 고리 생성방법’이라는 책입니다.”

“…….”

“다음으로 이 책은 ‘백마법과 흑마법’ 이며, 이 책은 ‘원소 마법’, 마지막으로 이 책은 ‘신성마법과 드래곤 마법에 관한 진실’ 이라는 책입니다.”

“모두 얼마입니까?”

“모두 다섯 권이니 25골드입니다만, 24골드만 주십시오.”

“검술에 관한 책은 없나요?”

“있습니다. 대륙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3대 검술이 설명되어 있는 ‘3대 검술에 관하여’ 라는 책이 있습니다.”

“3대 검술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겁니까?”

“하하하,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3대 검술에 모르시다니… 뮤란 대륙인이시니 어쩌면 모르시는 게 당연하겠죠. 간단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주인의 설명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첫 번째는 천이백 년 전 기사 월리엄이 창안한 검술로, 뱀의 움직임을 보고 창안한 스네이크 검술이다. 이 검술의 특징은 다양한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최초로 자신이 창안한 검술로 소드마스터가 된 사람이었다.

두 번째 검술은 대지의 검이라는 검술로, 800년 전 네스란 남작이 창안한 검술이다. 파워를 앞세운 검술로 단순한 듯하지만 그와 상대해서 이긴 자는 전무했다. 네스란 남작은 후일 후작이 되었으며, 또한 소드마스터가 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세 번째 검술은 번개의 검이라는 검술인데, 눈으로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검술을 펼치는 게 특징이다. 오백 년 전 칼스번이라는 자가 창안한 검술로 후일 그도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그는 백작가문의 차남이었기에 가문을 이어 받을 수 없었다. 대륙을 떠돌다가 20년 만에 왕국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때 마침 전쟁이 일어났기에 참전해 혁혁한 전공을 올리면서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칼스번의 형은 백작가문을 이어받아 백작이었지만 그는 후일 가문을 세우면서 후작이 되었다.

책을 구입한 준은 그린 울프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방에서 해결하고는 손가락에 소금을 묻혀서 양치질을 했다. 칫솔과 치약이 없었지만 그런대로 할 만했다.

또한 비누 없이 목간통에 들어가 때를 불린 후 손으로 문질러 목욕을 끝마쳤다.

‘으음… 이거 생활필수품이 전혀 없다보니 많이 불편하군. 나중에 시간을 내어 비누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저녁 식사도 마쳤고 목욕까지 끝마친 준은 침대에 기대어 낮에 구입했던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탈태환골을 거친 후 머리가 많이 좋아졌기에 한 번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모두 외울 수 있었다.

그는 밤이 깊어지자 침대에서 가부좌를 틀고 천왕대심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츠츠츠츠.

준의 몸 밖에선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일어나더니 준의 몸을 휘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번쩍.

감았던 두 눈을 뜨자 황금빛의 안광이 뻗어 나왔다.

‘후후… 천왕대심공을 운용할 때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기가 흡수되고 있어. 이런 상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8성의 경지에 도달하겠는데?’

날은 이미 밤을 지나 새벽을 향하고 있었다.

준은 며칠간 잠을 자지 않아도 되지만 약간씩이라도 잠을 자두는 게 몸에 더 좋을 것 같아서 침대에 누웠다.

짹짹짹.

이름 모를 산새의 울음소리가 잠에 빠져 있던 준을 깨웠다.

“으응… 벌써 아침인가?”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난 후 시간이 지나자 로이가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

준은 기분 좋은 식사 후 어제 구입했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로이의 말소리가 들렸다.

“손님, 저 로이입니다.”

“무슨 일이냐?”

“앙드레 양장점에서 주문하신 옷들이 도착했는데요?”

“그래? 좀 가지고 들어와 줄래.”

“예.”

로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 뒤를 따라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상자를 한쪽에 내려놓은 뒤 나갔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로이, 수고했다.”

로이가 밖으로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준은 내려놓고 간 옷들을 손에 들고 살펴보았다. 앙드레 양장점에서 구입한 옷들은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돈을 물 쓰듯 하다가는 쪽박 차기 쉬운데, 어쩌지? 그래도 이렇게 낯선 곳에 불쑥 떨어졌는데, 기본적인 것들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지 않겠어?’

그는 주문한 옷들을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법자루 속에 넣었다.

오후가 되자 클라이튼 무기점에서 주문했던 물건이 배달되었다. 직원이 노예 두 명을 대동하고 가져온 물건은 상자였다.

준은 직원에게 1실버를 팁으로 주었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들도 물건을 배달하고 이렇게 1실버나 되는 팁을 받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가…감사합니다, 손님.”

“수고했어요. 그만 가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들이 문밖으로 사라지자 준은 상자를 열었다.

“후후, 이것들만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지지.”

잠시 나무 상자 안을 내려다보던 준은 만족한 듯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그것들을 만져보려는데 노크 소리가 나면서 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예, 한스라면 알 거라는데요?”

“한스? 아… 그래. 잠시만 기다리거라.”

한스가 아리안느 소공녀의 호위를 하던 기사였다는 것과 며칠 전 그와 헤어졌던 일이 떠올랐다.

준은 주문한 무기들을 만져보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면서 무기가 든 나무상자를 일단 마법배낭 속에 넣어두고 문을 열어주었다.

“준 님, 오랜만입니다.”

한스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의 뒤에는 롱소드를 허리에 찬 병사 5명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런데 어쩐 일입니까?”

“준 님을 모셔가려고 왔습니다.”

“예? 저를요?”

“그렇습니다. 소공녀님께서 준 님을 켈리온 성으로 초대하셨습니다.”

“무…무슨 일로?”

“소공녀님께서 큰 은혜를 입으셨는데 제대로 대접도 못하셨다면서 저를 보내셨습니다.”

“아…아닙니다. 그 정도면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그래도 소공녀님께서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하셨는데, 가시죠.”

“음… 알겠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가야하니까 문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준은 앙드레 양장점에서 구입한 옷을 꺼내 입고 기사 한스를 따라 그린 울프를 걸어 나왔다.

밖에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가닥 다가닥.

마차가 움직이자 마차를 호위하는 기병들이 따라 붙었는데 모두 10명이나 되었다.

마차의 작은 창문을 열자 멀리 있는 켈리온 자작의 영주성이 보였다.

영주성은 웅장하며 거대했다.

“한스 님, 소공녀님께서는 잘 계시지요?”

“예, 습격자들 때문에 많이 놀라셨지만 켈리온 성 안에서 충분하게 휴식을 취해선지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정말 다행이군요.”

“이 모든 게 준 님 덕분입니다.”

“아…아닙니다. 그때는 당연히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차가 켈리온 성의 성문 앞에 도착하자 성문이 스르르 내려왔다.

마차가 성 안의 정문에서 멈추자, 집사가 문을 열어주었다.

기사 한스가 먼저 내리고 준이 내렸다.

“어서 오십시오. 소공녀님과 자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집사가 뒤돌아서 걸어가자 그 뒤를 기사 한스와 준이 따랐다.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갔는데 벽의 양쪽에는 그림과 조각들이 잘 배치되어 있었다.

집사는 거대한 문 앞에 멈춰 섰다. 그가 문을 열자 넓은 홀이 펼쳐졌다. 천장에 달린 거대한 샹드리에가 안을 밝히고 홀의 중앙에는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가운데 자리에는 소공녀인 아리안느가 앉아 있었으며, 우측에는 노인이 좌측에는 40대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소공녀님, 준 님을 모셔왔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소공녀님.”

“어서오세요, 준 님. 여기에 계시는 분은 켈리온 자작님이시고, 이쪽은 아들인 켈리온 2세입니다.”

“허허허, 어서 오시오. 난 켈리온 자작이라 하오.”

“예, 처음 뵙겠습니다. 김준이라고 합니다.”

“소공녀님께 말은 많이 들었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생겼군요.”

“가…감사합니다.”

“자, 이럴 게 아니라 우선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준이와 한스는 각자 자리에 앉았다.

한쪽에 서 있던 집사는 켈리온 자작의 눈짓을 받고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하녀들이 들어와 테이블에 저녁 식사를 차렸다. 수십 가지의 고급 요리가 차려졌는데 그동안 준이 보아온 평민들이나 농노의 식탁과는 확연히 달랐다.

‘응? 이곳은 유리가 귀한가? 도자기 접시는 하나도 없네?’

물 잔 5개만 투명한 유리잔이었으며, 모든 요리는 은 접시에 담겨 있었다.

솜씨가 좋은 주방장이 만든 요리였기에 맛은 매우 좋았다.

포크와 나이프는 있는데 숟가락이나 젓가락은 없었다.

‘으음… 역시 농노나 평민보다는 호화로운 귀족의 식탁이지만 낙후된 사회이기에 아직도 부족한 것들이 많구나.’

식사가 끝나고 금으로 만들어진 찻잔이 놓여졌다.

쪼르르.

찻잔에 담긴 황금색 차를 한 모금 마셔보니 향기로웠다.

준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차를 마시자 아리안느와 켈리온 자작은 약간 놀랐다.

평민이나 기사는 차에 익숙하지 않아 준이처럼 저렇게 차를 음미하면서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아… 차를 많이 마셔본 사람 같아.’

‘흐음… 소공녀님께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보니 대단해 보여.’

밤이 깊어지자 각자 방으로 돌아갔고, 준도 집사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그린 울프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아마 귀빈들이 영주성에 들어오면 묵게 되는 방인 모양이었다.

준은 잠에 들것 같지 않았기에 가부좌를 틀고 천왕대심공을 운용하였다. 그러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침대에 누워 잠시 잠에 빠졌다.

날이 밝았다.

준은 세수를 한 후 창문을 열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50명의 병사들이 앉아 있고, 그들의 앞에는 체인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허리에 검을 차고 병사들에게 검술에 관하여 설명을 하고 있었다.

특별한 게 없었기에 다른 곳을 쳐다보았더니 정원의 한곳에서 한창 검술 연습을 하고 있는 한스의 모습이 보였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도 내려치기와 가로베기, 사선베기 등 다양한 검술을 수련 중이었다.

‘으음, 저렇게 무식하게 검술 연습을 하다니… 쯧쯧.’

심안을 일으켜 기사 한스의 몸 상태를 살펴보니 하단전에 기가 모이지 않고 곳곳에 퍼져 있었다. 그나마 오른팔 쪽에 가장 많은 기가 분포되어 있었다.

‘저렇게 하면 제대로 된 검술을 펼칠 수 없을 텐데?’

한창 검을 휘두르던 한스는 심호흡을 몇 번하더니 양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고는 가슴 앞으로 천천히 내밀다가 멈추었다.

부르르르.

미세하게 떨리던 롱소드의 날에 푸르스름한 빛이 맺혔다.

“이야압!”

차앗!

한스는 기합을 넣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음… 한스 경이 힘들게 검날에 검기를 불어넣었어.’

그는 겨우 10번 정도 검을 휘두르더니 곧 멈추었다. 그러자 날에 맺혀 있던 검기도 모두 사라졌다.

준은 한스의 검술 경지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병사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기사의 몸속도 심안으로 살펴보았더니 역시나 몸에 기가 골고루 퍼져 있었다.

그도 역시 오른팔에는 좀 더 많은 기가 뭉쳐 있었다.

‘음… 저 기사는 한스 경보다 약하구나.’

준은 창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대거를 꺼내 손에 쥐고 기를 운용했다.

우우우웅.

대거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푸르스름한 빛이 날 끝에 생겨나 고무줄처럼 주우욱 늘어났다. 검강이 무려 1m나 솟아 나왔다.

이 세상에서는 검강을 오러 블레이드라고 하는데, 너무 아름다운 빛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