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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4화 (1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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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켈리온 성

“그래요? 그럼 이것을 구입하기로 하지요.”

“예. 정말 화끈한 손님이십니다. 이제 더 필요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일단은 이것들만 구입하도록 하고, 무기를 특별 주문하겠습니다.”

준은 미리 생각해둔 무기를 떠올리고는 그것의 크기와 모양을 설명했다.

주인은 잉크를 찍어서 양피지에 준이 설명한 무기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무게와 크기, 모양까지 전문가의 솜씨처럼 잘 그리며 주인은 고개를 간간히 끄덕이면서 알겠다는 듯 동조하였다.

“햐… 어떻게 이런 무기를 생각하셨는지?”

“평소 무기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보니 이런 것을 생각할 수 있었지요. 기간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모양이 조금 특이해서 그렇지 그리 오랜 작업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내일까지는 완성할 수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군요. 완성되는 대로 제가 묵고 있는 그린 울프 203호실에 배달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손님, 그런데 계약금은 얼마나?”

“지금 모두 지불하지요. 얼마입니까?”

“손님께서 구입하신 무구와 특별 주문한 걸 포함하면 24골드 80실버 되겠습니다.”

“24골드 80실버?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손님.”

아침부터 제법 큰 주문을 받은 주인은 기분이 좋았는지 문 앞까지 준을 따라 나와서 인사를 하였다.

‘음… 이번에는 마법 상점에 가봐야겠어.’

마법 물품을 취급하는 상점은 한 블록 옆에 있었다. 간판에는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준이 상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진열장을 청소하던 주인이 준을 발견하고는 쪼르르 달려왔다.

주인은 배가 나온 비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나이는 40대 후반으로 보였다. 후덕한 얼굴에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 스타일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매직 스테프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건을 많이 넣을 수 있는 가방 있습니까?”

“예, 손님. 그건 이쪽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손님께서는 이곳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예. 어제 이곳에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한번 둘러보시고 구입하시면 됩니다.”

“그러죠.”

진열장에는 마법이 걸린 각종 장신구들의 아티팩트와 상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각종 포션 류가 즐비하였다.

준이 구입하려는 것은 마법이 걸려 있는 가방이었다.

진열장에 놓여 있는 것들 중 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주머니였다.

“이 주머니, 혹시 마법 물품입니까?”

“예, 맞습니다.”

“어떤 기능이 있는지 설명 좀 부탁합니다.”

“보시면 그냥 작은 주머니 같지만 이속에 짐수레 두 대 분량의 물건을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주머니가 말입니까?”

“하하, 그렇습니다.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기에 물건을 넣든 안 넣든 기본 무게인 200g이며, 도난 방지를 위해 알람마법도 걸 수 있지요. 5서클 마법사께서 만든 아티팩트입니다.”

“음… 대단하군요. 이것은 얼마나 합니까?”

“귀족 분들이 여행을 하실 때 가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며, 5백 골드입니다, 손님.”

“생각보다 비싸군요.”

“5서클 마법사께서 만든 마법물품치고는 그리 비싼 편이 아닙니다.”

이번에 준이 손으로 가리킨 것은 밀 한 말 정도를 넣을 수 있는 크기의 검은 자루였다.

“이 자루도 마법자루 입니까?”

“그렇습니다. 짐수레 한 대 분량의 물건을 넣을 수 있으며, 주로 용병대에서 애용하는 물건입니다. 여기에 식량을 넣고 이동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죠.”

“주머니보다 용량이 작군요?”

“그렇습니다. 4서클 마스터 마법사께서 만든 물품이며, 가격은 2백 골드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준은 이번에는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 배낭을 가리켰다.

“저 배낭은 어떻게 합니까?”

“예, 손님. 그 마법배낭은 6서클 마법사께서 만든 물품으로 최신형입니다. 가격이 천 골드입니다.”

“음… 가격이 비싼 것으로 봐서, 기능이 좋겠군요?”

“그렇습니다. 이 마법배낭은 일단 외형적으로 보기에도 등에다가 메고 이동할 수 있기에 아주 실용적입니다. 거기에다가 배낭 안에는 짐수레 3대 분량의 물건을 넣을 수 있으며, 기본으로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주머니보다 짐수레 한 대 분량이 더 들어 간다는 것 말고는 특이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6서클 마법사께서 만든 물건이기에 주인 인식 기능이 있습니다. 확실한 물건이며, 명품입니다.”

“음…….”

“이 마법배낭에는 우수한 보존마법이 걸려 있기에 외부로 부터 충격이나 마법 공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쉽게 훼손되지 않으며, 음식을 넣어두어도 상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이 가능합니다. 특히 방수 기능이 있으며, 불에 잘 타지도 않습니다. 또한 주인 인식 기능이 있기에 주인이 아니면 절대 열 수 없습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명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워낙 고가이기에 저희 가게에도 현재 하나밖에 없는 귀한 물건입니다.”

‘으음… 현재 전 재산이 230골드 정도이니 마법자루를 하나 구입하는 게 좋겠어.’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음… 마법자루가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인은 마법자루를 내밀었고, 준은 대금을 지불하면서 말하였다.

“보석을 처분하고 싶은데 보석상점이 근처에 있습니까?”

“그렇다면 골드 쥬얼리점으로 가십시오. 주변의 보석상점 중에서는 가장 양심적으로 장사를 하는 곳입니다. 매직 스테프에서 소개를 받고 왔다고 말하면 더욱 친절하게 해줄 겁니다.”

“그렇습니까?”

“예, 다음에도 많이 이용해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인 준은 매직 스테프점을 걸어 나와 골드 쥬얼리점을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저기에 있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컬컬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보석을 처분하려고 하는데 매직 스테프점의 소개로 왔습니다.”

준은 주인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주인을 바라보았다.

골드 쥬얼리점의 주인은 150cm의 작은 키에 깡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눈에 쌍꺼풀이 없고 광대뼈가 툭하고 튀어 나와서인지 무척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자였다.

“그렇습니까? 이쪽으로 오시죠.”

준은 주인의 안내를 받아 의자에 앉았다.

“처분하실 보석이 어떤 것입니까?”

“이것 입니다.”

준은 처분하려는 보석 3개를 모두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아리안느 소공녀에게서 받은 보석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하였지만 간절한 눈빛에 어쩔 수 없이 받았던 거였다.

골드 쥬얼리점의 주인은 흰 장갑을 끼더니 서랍 속에서 주먹 크기의 정사각형 검은 상자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정사각형의 검은 상자는 모든 면이 검었지만 윗면만은 투명하였다.

준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주인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3개의 보석 중에서 녹색의 보석을 들어 검은 정사각형 상자의 윗면에 살짝 내려놓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상자 위 허공에 녹색 보석이 주먹만 한 크기로 확대되어 나타났다.

마치 홀로그램을 보는 듯했다.

준이 보기에 이 검은 정사각형의 상자는 마법 아이템 같았다.

“손님, 이 그린몬드는 등급이 B플러스급 이기에 저희 상점에서 드릴 수 있는 금액은 80골드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그 가격에 처분하죠. 그런데 이 그린몬드의 등급이 B플러스급 이라고 했는데 보석의 등급은 어떻게 나뉘는 것입니까?”

“보석의 등급에 대하여 잘 모르시는 것 같으니 설명드리겠습니다. 모든 보석의 등급은 12등급으로 나뉘는데 A, B, C, D, E, 이렇게 5등급과 각 등급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기에 모두 합하면 10등급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단계 위에는 S 라는 등급이 있으며, 그 위에는 SS등급이 있습니다.”

“12등급이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도 25년째 이 업계에 있었지만 S등급을 단 한 번 보았습니다만 SS등급은 그 한 번 조차도 구경하지 못할 정도로 희귀합니다.”

“그렇군요.”

“예, 보석 장인들 중에서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 보석을 가공한다고 해도 A마이너스 등급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왜 등급이 그렇게 나뉘어져 있는 겁니까?”

“하하… 그건 바로 드워프 장인들의 보석 때문입니다. 인간 장인의 최고가 B플러스급입니다만 드워프는 가공한 보석류는 최하 등급이 A 마이너스 등급입니다. 그만큼 드워프 장인의 보석 세공술은 독보적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나머지 것도 감정해주시죠.”

“예, 손님.”

골드 쥬얼리점의 주인은 이번에는 붉은빛이 나는 보석을 집어 들고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 검은 상자 윗면에 보석을 내려놓았다.

허공에 확대된 보석을 잠시 살펴보던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하였다.

“손님, 이 레드몬드도 B플러스급이고, 조금 더 크기에 120골드까지 쳐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이것도 처분하겠습니다. 나머지 하나의 보석도 마저 감정해주시죠.”

“예, 그러지요.”

이미 감정한 레드몬드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주인은 마지막 남은 백색의 보석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감정하였다.

“오오, 이런 귀한 물건이!”

“어떻습니까?”

“아주 귀한 물건이군요. 이 화이트몬드는 A플러스급입니다. 드워프 장인이 가공한 물건이지만 아쉽게도 크기가 조금 작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군요. 그렇지만 이 물건은 흔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건 300골드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오, 그렇게나 나갑니까?”

“예, 그렇습니다. 매직 스테프점의 소개로 오셨기에 정확한 감정과 가격을 쳐드리는 것입니다.”

“그럼 이 보석들을 모두 처분하겠습니다.”

“예. 정말 모처럼 좋은 물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린몬드와 레드몬드, 화이트몬드의 가격은 모두 해서 5백 골드입니다. 골드화로 드릴까요? 아니면 오이란트 왕실에서 발행한 어음으로 드릴까요?”

“골드화로 받고 싶은데요. 가능합니까?”

“예, 즉시 지불해드리겠습니다.”

주인은 자신이 앉아 있는 책상의 서랍을 열더니 그 속에 들어 있는 상자를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속에는 골드화가 가득 들어 있었다.

5백 골드를 집어넣은 주머니를 건네받은 준은 마법자루에 집어넣었다.

그걸 쳐다보던 주인이 한마디 하였다.

“마법자루군요?”

“그렇습니다. 조금 전 매직 스테프점에서 구입한 것이죠.”

“어쩐지… 손님께서 왜 보석들을 처분하나했는데 마법 물건들을 구입하느라 현금이 부족했던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갑자기 여러 가지의 물건들을 구입하다보니 돈이 부족하더군요. 그래서 가지고 있던 보석들을 처분한 것이죠.”

골드 쥬얼리점의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한 보석을 속이지 않고 시세를 잘 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매직 상점에서 소개한 분인데 당연히 시세를 잘 쳐드려야지요. 다음번에 보석을 구입하려고 하거나 처분을 하려면 저희 골드 쥬얼리점을 이용해주십시오.”

“그러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손님.”

골드 쥬얼리점을 나온 준은 그린 울프로 향하다가 서점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서점 안은 준이 생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한쪽 벽면에 꽂혀 있는 300여 권의 책이 다였다.

‘음… 생각보다 책이 얼마 없네?’

이마가 벗겨지고 호리한 몸을 가진 30대 후반의 주인이 고개를 내밀면서 준을 쳐다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마케리안 대륙어를 배우려는데 그런 책이 있습니까?”

“혹시 뮤란 대륙인이십니까?”

“그…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주인은 뒤돌아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 중에서 얇은 책 한 권과 제법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내밀었다.

“이 얇은 책은 마케리안 대륙어의 기초 발음과 글이 그림으로 잘 나와 있는 ‘마케리안 대륙어 완전정복’이라는 책입니다. 두꺼운 책은 기초적인 글을 익히고 난 후 배우게 되는 단어와 그림이 나와 있는 ‘마케리안 대륙어 단어집’이라는 책입니다.”

준은 주인이 내민 책을 살펴보았다.

책의 표지는 가죽으로 되어 있었으며, 책장을 넘겨보니 한글의 자음과 모음처럼 글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인쇄된 것이 아니라 완전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배우기 쉽게 되어 있군요. 얼마입니까?”

“얇은 책은 2골드이며, 두꺼운 책은 5골드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준은 주인에게 7골드를 내밀고 책을 받았다.

“혹시 마법에 관한 책도 있습니까?”

“몇 서클에 관한 마법서가 필요하십니까?”

“마법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는데…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아, 그렇다면 설명해드리죠. 예전에는 모든 마법서는 마탑에서 관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3백 년 전부터는 호기심으로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2서클까지의 마법서를 서점에서 판매하도록 되었죠. 지금도 팔고 있습니다. 드릴까요?”

“어떤 것이 있는지 봅시다.”

주인은 마법에 관한 책을 다섯 권이나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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