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13화 (13/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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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켈리온 성

츠츠츠츠.

그는 눈을 감고 천왕대심공을 운용하였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하자 점차 마음이 진정되며 편안해졌다.

시간은 흘러 새벽이 되었다.

준은 가부좌를 풀고 일어나 침대에 누웠다.

“음… 몇 시간이라도 자둬야겠어.”

짹짹짹.

새소리가 들리자 침대에 누워 있던 준은 잠에서 깨어났다.

창문을 열자 날은 이미 밝아 있었지만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아, 상쾌한 아침이야.”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창문을 닫고 천왕대심공이나 운용하자는 생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츠츠츠츠.

준의 몸 밖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일어났다. 그리고 서서히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2m 정도에서 멈추었다.

공중에 뜬 상태에서 몸 밖으로 내뿜은 기운들은 더욱 많아졌다. 그 기운들은 머리위에서 황금색 덩어리로 뭉쳐지더니 다시 황룡으로 변하면서 준의 몸 주위를 휘돌기 시작하였다.

휘우우웅.

그렇게 휘돌던 황룡은 백회혈로 스며들면서 사라졌다.

황룡이 완전히 사라진 후 허공에 떠 있던 준은 다시 바닥으로 내려왔다. 감았던 두 눈을 뜨자 황금색의 안광이 1m나 뻗어 나왔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자 안광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버렸다.

“후후, 이곳은 환경오염이 없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기가 충만하다. 매일 천왕대심공을 운용하다보니 경지가 더욱 심후해졌어. 지금은 비록 7성에 머물러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8성에 다다르게 될 것 같군.”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천왕대심공을 운용하다보니 막대한 기가 하단전에 축적되어 있었다. 이 세상은 기가 충만해 무술을 익히기에는 최적이었다.

준은 천왕대심공의 구결을 읽고 익힐 때만 해도 반신반의 했으나, 익히면 익힐수록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반지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고는 있지만 글은 아직 모른다. 오늘은 책방에 나가서 책을 구입해 글을 배워야겠어. 그런 다음에 이 세상을 좀 더 알아보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어.”

간단하게 세수를 마친 준은 복도를 지나 1층으로 내려갔다.

바 안에서 그릇을 닦고 있던 주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상쾌한 아침입니다, 손님.”

“그렇군요. 이름이 뭡니까?”

“저는 크린스라 합니다.”

“크린스? 그렇군요. 지금 아침을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곧 준비하겠습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크린스는 로이에게 말하였다.

“주방에 말해 식사를 가져오거라.”

“예.”

로이는 대답 후 주방 안으로 후다닥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손님은 준 혼자였다.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조금 기다리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끈한 빵과 스프가 나왔다.

준은 빵을 찢어서 스프에 적셔 먹기도 하고 치즈를 발라 먹기도 하였는데, 주방장의 요리 솜씨가 좋아서인지 맛있었다.

기다리던 과일이 나오자 준은 어젯밤에 먹은 과일이 생각나 로이에게 물어보았다.

“로이, 이 과일들의 이름이 뭐지?”

“아, 설명해드릴게요. 이 노란색 과일은 키온이라는 과일로 생긴 것이 좀 울퉁불퉁하지만 손으로도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습니다. 그 맛은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것이 특징이죠.”

“제법 맛있더군.”

“예, 가격도 1개에 5실링으로 저렴하면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입니다. 다음으로 이 붉은색 과일은 에론이라 합니다. 모양이 예쁘지만 껍질이 단단해서 칼이 있어야만 껍질을 깎아 먹을 수 있는데, 속이 황금색이며 과즙이 많고 달콤합니다.”

“에론? 이것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인가?”

“예. 에론도 1개에 5실링으로 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입니다.”

“그렇군. 그럼 이 과일은?”

“마지막으로 이 황금색 과일은 레콘이라는 과일로 모양은 길쭉하게 생겼지만 손으로도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죠. 속은 이렇게 녹색과 붉은색이 꼬여 있고, 그 맛은 새콤하면서도 과즙이 많아 갈증에 아주 좋습니다. 가격은 1개에 7실링으로 이것 중에서는 가장 비싼 과일입니다.”

“그렇군. 로이, 설명 고마웠다.”

준은 품속에서 1실버를 꺼내 로이에게 내밀었다.

“이…이건?”

“나에게 과일 이름을 가르쳐준 값이다.”

“이…이건 너무 많습니다, 손님.”

“그럼 한 가지만 더 물어보마. 어떠냐?”

“예, 얼마든지요.”

“무기점과 양장점, 책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다오.”

“예.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가서 켈리온 성이 보이는 오른쪽으로 3블럭 걸어가다 보면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 나옵니다. 그곳에는 무기점을 비롯해 모든 상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렇군. 고맙다, 로이.”

“감사합니다, 손님.”

고개를 끄덕인 준은 잠시 후 그린 울프를 나왔다.

대로를 조금 걸어가다 보니 길가에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중 한 양장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살이 많이 찌고 배가 나온 전형적인 항아리 몸의 40대 후반남자가 걸어 나왔다. 인상이 좋은 사람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앙드레 양장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고개를 끄덕이던 준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을 둘러보았다.

“손님, 찾으시는 것이 있습니까?”

“내가 입을 옷을 몇 벌 구입했으면 하는데요.”

“그렇습니까? 그럼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샘플이 많이 걸려 있으니까 원하시는 옷으로 골라보십시오.”

“그러죠.”

수십 벌의 옷이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한 준은 그중에서 고급 옷 2벌과 야영할 때 입을 편한 옷으로 2벌, 회색 로브를 하나 선택하였다.

“치수를 좀 확인했으면 하는데요, 손님.”

“그렇게 하시오.”

“손님처럼 몸이 좋은 분은 흔치 않은데, 대단하십니다.”

“그렇습니까?”

“그럼요. 선택하신 옷들은 치수가 있는 것이라 바로 가져가셔도 되겠습니다.”

“아… 잘되었군요. 혹시 배달은 안 해줍니까?”

“배달도 됩니다. 어디로 보내드릴까요?”

“그린 울프라는 집의 203호실입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드리죠.”

옷값을 계산하고 양장점을 나온 준은 근처에 있는 무기점으로 들어가려다가 망치질 소리에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땅, 따땅땅.

가까워질수록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였다.

땅땅, 치이익.

대장간에서는 2명의 사람들이 한창 작업 중이었는데,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였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망치질을 하고 있었고, 집게로 고온에 달구어진 쇠를 집고 있는 사람은 40대 후반이었다.

그들은 한창 검을 만들고 있었다.

한쪽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작업을 바라보던 노인이 준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예. 무기를 구입하려고 왔는데 망치질 소리가 들려서 잠시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무기를 구입하려면 앞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준은 대장간의 앞쪽으로 이동해 무기점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40대 중반의 나이에 얼굴이 통통하며 구레나룻을 기르고 있어서 제법 남성다운 멋을 풍기는 주인이었다.

“무기를 구입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어떤 종류를 원하시는지?”

“잠시 구경해보고 결정했으면 하는데요.”

“예. 얼마든지 구경하셔도 됩니다.”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대장간을 보았는데 손님이 원하는 무기대로 특별주문제작도 해줍니까?”

“그렇습니다. 저희 클라이튼 무기점은 왕국의 15곳에 지점이 있을 정도로 품질이 좋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그런데 어떤 무기를 원하십니까?”

“일단은 무기를 먼저 보고난 후 주문하겠습니다.”

“예. 그러시죠.”

“저… 그런데 혹시 마법물품도 판매합니까?”

“그…그건 저희 상점에서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마법물품을 구입하시려면 길 건너편에 있는 매직상점으로 가시면 됩니다.”

“혹시 매직상점에는 물건들을 많이 넣을 수 있는 마법배낭 같은 것도 판매를 합니까?”

“예. 고가이지만 마법배낭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어디 진열된 무기들을 좀 볼까요.”

진열된 무기들은 롱소드(Long Sword)를 비롯해 바스타드소드(Bastard Sword), 대거(Dagger), 레이피어(Rapier), 찌르기 위주의 펜싱할 때 쓰는 연습용 검인 플뢰레(Fleuret)도 보였다.

그리고 세이버(Saver), 일명 샤벨이라 많이 알려진, 기마병이 말 위에서 사용하기 위해 한 손으로 다룰 수 있을 만큼 가벼우면서 가능한 길게 만들어진 검도 있었다.

대형 전투용 도끼인 그레이트 엑스(Great Axe)와 보통의 전투 도끼인 배틀 엑스(Battle Axe).

창과 검의 경계선상에 있는 무기로서 청룡언월도와 비슷한 글레이브(Glaive), 곧은 자루 끝에 스파이크가 달린 쇠뭉치를 부착한 형태로써 떨어지는 유성의 형태를 닮은 모닝스타(Morningstar).

전투 중에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발달하게 된 창인 스피어(Spear). 창신의 옆에는 도끼날이 달리고 그 반대편에는 걸어서 당길 수 있는 훅이나 스파이크가 붙어 있다.

그래서 찌르기, 베기, 걸기, 찍기 등의 모든 공격이 가능하여 마상의 적이든 지상의 적이든 모조리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인 핼버드(Halberd), 창기병이 사용하는 무거운 창인 랜스(Lance) 등 많은 무기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검의 종류가 가장 많았다.

준은 반대편에 진열된 무기들을 살펴보았다.

한쪽에 진열되어 있는 무기들은 장거리 무기들과 갑옷이었다.

큰활인 롱 보우(Long Bow), 작고 단순한 활인 쇼트 보우(Short Bow), 뿔과 나무, 쇠, 가죽 등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작은 크기이면서도 매우 긴 사정거리와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컴포짓 보우(Composite Bow).

직사각형의 커다란 방패인 타워 실드(Tower Shield), 레더 아머나 체인 메일 위에 가슴을 가리는 철판을 부착한 형태인 플레이트 메일(Plate Mail), 사슬을 촘촘히 엮어서 만든 갑주인 체인 메일(Chain Mail)등 거의 대부분 전쟁에서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주인은 준이 관심을 보이는 무구는 설명을 해주었다.

준은 이렇게 많이 진열되어 있는 무기들 중에서 가죽 띠에 15cm 길이를 가진 단검 12자루가 촘촘하게 꽂혀 있는 것을 집었다. 그리고 그 옆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며 말했다.

“이 컴포짓 보우(Composite Bow)는 얼마입니까?”

“예, 손님 그 물건은 35실버는 받아야 합니다.”

“그럼 컴포짓 보우에 필요한 화살의 가격은 어떻게 합니까?”

“손님께서 이 컴포짓 보우(Composite Bow)를 구입하시면 50발이 들어 있는 화살통을 하나 드리지만, 5실버만 더 지불하신다면 화살통 3개를 더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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