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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켈리온 성
쩌쩌쩍.
이미 한 번의 탈태환골 과정을 거쳤는데 또 한 번의 탈태환골의 과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준은 조금 전 한 번의 탈태환골 과정을 겪은 후 뽀얀 우유 빛 피부를 가지게 되었는데, 또다시 탈태환골의 과정을 거치게 되자 뱀이 허물을 벗듯 머리카락 하나 남김없이 그대로 가죽이 홀랑 벗겨져버렸다. 그러더니 새살과 새 머리카락이 윤기를 머금으며 어깨 길이까지 길게 자라났다.
머릿속에도 순수하고 강력한 진기들이 뇌의 수많은 핏줄들에 스며들더니 불순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뇌의 모든 핏줄들에서조차 불순물이 제거되자 완전하게 또 한 번의 탈태환골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 나오려고 요동쳤다.
스스슷.
투명하지만 흰빛의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 허공에 떠서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보았다.
영혼은 일단 육체에서 빠져나왔지만 아직은 경지가 미약해서인지 육체의 끈을 끊지 못하고 다시 육체 속으로 스며들었다.
번쩍.
준의 몸에 영혼이 완전하게 다시 스며들고 감겨져 있던 준의 두 눈이 떠지자 안광이 두 자나 뻗어 나왔다.
두어 번을 깜빡이자 안광은 사라져버렸다.
‘아… 기분이 너무 황홀하다. 몸 상태를 보니 천왕대심공의 성취가 7성에 오른 것 같군.’
그렇다. 준의 현재 성취는 천왕대심공의 7성 경지였다. 인간의 연약한 신체에서 이젠 완전하게 변한 신체를 가지게 되었다.
키도 어느덧 190cm나 자라 있었고, 피부도 우유 빛으로 보기 좋았다.
“음… 천왕대심공의 성취가 7성에 올랐으니 이젠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모든 병마로부터 벗어난 것인가?”
준은 탈태환골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병마를 모두 물리쳤다. 게다가 완벽한 신체를 가지게 되었기에 죽음의 공포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고, 보통 인간의 수명을 한참이나 넘어서게 되었다.
“후후… 천왕대심공의 성취가 7성의 경지에 접어들게 되니 몸속에 진기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치는군. 이로써 인간의 벽을 완벽하게 뛰어넘게 되었어. 예전보다 눈과 귀도 훨씬 밝아진 것 같고… 으응? 이 기운은 뭐지?”
준은 잠시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몸속에서 기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준의 심장 옆에 자리를 잡은 기운은 계란 크기만 했으며, 기는 아닌데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음… 이게 뭘까?”
준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것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차원을 넘어오게 된 준의 몸속으로 혼돈의 기운이 스며들었고, 그것이 심장 옆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기절한 상태였기에 준이 모르는 게 당연했다.
칠흑 같이 어두웠던 주위도 천왕대심공의 성취가 높아짐에 따라 환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음… 천장과 바닥이 온통 석회암인 걸 보니 동굴 속인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바닥을 짚자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엇, 이…이게?”
몸속에는 진기가 가득했고, 천왕대심공의 경지가 어느새 7성에 접어들었기에 이런 현상을 보이는 것이었다.
천장에 머리가 부딪치려고 하자, 몸을 둥글게 말아서 발바닥으로 천장을 딛고 다시 회전하면서 바닥에 내려섰다.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웠다.
“으음… 나의 몸이 이렇게 가벼워졌다니… 아직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되겠어.”
준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탈태환골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은 듯 탈피한 몸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잠시 그렇게 서 있던 준은 팔부터 천천히 움직여보았다. 역시나 팔도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으음… 팔에 흐르는 기가 너무 충만해서 그런 것 같은데 조금 줄여볼까?”
스스슷.
역시 생각한 대로 팔에 흐르는 기를 조금 줄이자 이전보다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이번에는 천천히 걸어보았다. 역시나 몸이 가벼웠는데, 기를 조금 줄여보자 훨씬 걷기가 편하였다.
“이제는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군. 그런데 여기는 어디이기에 이토록 기가 충만할까? 이런 곳에서 천왕대심공을 더 운용한다면 하루가 다르게 성취가 높아지겠어.”
준이 생각하기에 여기는 영월암에서 수련할 때보다 적어도 열 배 정도는 많은 기가 공기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졸졸졸.
귀가 밝아진 준은 물이 흘러가는 미세한 소음을 들었다.
“음…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어딘가에 물이 흐르는 모양인데? 가봐야겠군.”
앉아 있던 곳에서 조금 걸어 나오자 꺾어진 곳이 있었고, 그곳을 벗어나자 동굴의 광장이 나타났다.
“동굴 속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광장의 저편에는 여기저기에서 지하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동굴은 천장과 바닥이 온통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동굴 속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조심해서 이곳을 살펴봐야겠군.”
여러 곳에 형성된 광장을 비롯해 동굴 바닥 곳곳에는 지하수로 인해 연못이 생성되어 있었으며, 피압지하수가 마치 분수대 모양으로 여기저기에서 솟아올라 아름다운 광경까지 자아내었다. 게다가 내부는 대규모의 종유석상이 발달되어 장관을 연출했다.
딱정벌레가 날아다녔다. 연못 속에도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고, 경사면이나 천장에도 다리가 긴 거미 등 희귀한 벌레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쉐에에엑.
무엇인가가 허공을 빠르게 가르며 날아갔다.
바람 소리만 들어보아도 묵직한 것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푸드득.
동굴 천장에 붙어 있던 것이 갑자기 떨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박쥐였는데 특이하게도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
슈가가각.
황금박쥐는 허공에서 날갯짓하며 날아가다가 갑자기 두 동강 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휘리리릭, 처척!
황금박쥐를 두 동강낸 물체는 어디론가 날아갔다.
갑자기 허공에서 튀어나온 손이 그것을 붙잡았다.
뒤돌아선 자의 품속으로 들어간 물체.
자세히 보니 부메랑과 아주 흡사해 보였다.
“크크크큿… 이곳에 제법 오랫동안 있었군. 이제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스으, 스스슷.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의문스러운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휘이이이.
바람이 거세게 언덕으로 불어와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언덕의 앞에는 온통 녹색의 물결이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숲이었다.
언덕의 한쪽에는 동굴이 뚫려 있었는데 그 동굴의 입구에 무엇인가 나타났다.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준이었다.
입고 있었던 옷과 신발은 이미 다 헐어서 버린 지 오래였다. 지금 입고 있는 옷과 가죽 신발은 두 달 전에 발견한 동굴의 입구의 안쪽에서 찾은 것이었다. 그 옆에는 옷과 신발의 주인으로 보이는 두 구의 시신이 방치되어 있었는데,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나 살은 이미 썩고 뼈만 남아 있었다.
죽은 시신의 옷을 입는 건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이 회수해 깨끗하게 빨아서 입었다.
시신에서 회수한 것은 옷과 신발을 비롯해 낫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 하나가 전부였다.
준은 혹시라도 있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것을 가지고 가서 새로운 무기로 만들었는데, 그게 부메랑이었다.
“오늘로 5일째 태양빛에 적응했으니 내일 아침에는 이곳을 나가도 되겠어.”
해는 이미 서쪽으로 넘어가 이제는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동굴의 입구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준은 천왕대심공을 운용하였다.
멀리 보이는 산 너머로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천왕대심공을 운용 중이던 준은 의지로 심안을 펼쳤다.
스스스스.
주위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의지가 원하는 대로 점점 멀리까지 그 범위가 넓혀졌다.
마음의 눈인 ‘심안’은 천왕대심공 상의 성취가 7성에 이르면서 생겨난 능력이었다. 그러나 아직 그 성취가 부족해 2km까지 살펴보는 것이 한계였다.
심안으로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온통 나무들로 가득하고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온통 울창한 숲이었다.
“으음… 온통 숲이구나. 그래도 이 동굴을 나가야겠어.”
준은 운용 중이던 천왕대심공을 마치고는 눈을 떴다.
스윽.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오르듯이 날았다.
슈슈슈슉.
바람 소리를 일으키면서 빠르게 숲을 향해 날아갔다.
용천혈에 기를 보내자 더욱 속도가 빨라졌다.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으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경공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텐데도 불구하고 의지로 심안까지 펼치면서 나아갔다.
콰아아아.
준은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라 익혔던 경공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또한 허공으로 높이 도약하고 공중제비와 각종 무술동작들을 펼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끝없이 펼쳐진 숲속을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덧 머리 위에 해가 머물렀다.
“음… 도대체 숲이 얼마나 되기에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져 있는 걸까? 해가 머리 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정오인 모양이니 잠시 쉬었다가 가야겠어.”
파악.
준은 허공으로 20m를 도약한 후 다시 나무를 세 번이나 차면서 솟아올라 꼭대기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휴우… 이곳의 나무들은 어떻게 된 게 모두 수백 년은 자란 것 같이 크네?”
크기가 작은 나무도 60m는 족히 되는 것 같았고, 큰 나무는 100m가 넘는 것도 즐비했다. 둘레도 성인 남자 네 명은 서로 손을 맞잡아야 할 정도로 굵었다.
준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20m 정도 떨어진 한 나무를 쳐다보았다.
그 나뭇가지에는 황금색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는데 크기가 수박만 했다.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날갯짓하면서 그 황금색 과일을 쪼아 먹고 있었다.
“음… 새들이 먹는 것으로 봐서는 독이 없는 과일 같은데, 마침 목이 마르니까 나도 따먹어봐야겠다.”
스윽.
준은 황금색 과일을 노려보면서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움켜쥐는 동작을 취하였다.
부르르르.
나뭇가지가 떨리면서 툭하고 황금색 과일 하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고 그대로 허공에 떠 있었다.
준이 팔을 안으로 굽히자 황금색 과일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터억.
준은 나뭇가지 위에 살짝 황금색 과일을 내려놓고는 수도로 내려쳤다.
퍼억!
파편이 사방으로 조금 튀었지만 가볍게 두 동강났다.
와사삭, 쩝쩝쩝.
“음… 멜론과 비슷한 맛이구나. 시원하고 달콤한 게 맛있어.”
준은 한 번 더 염력을 이용해서 황금색 과일을 땄다.
염력도 심안능력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능력이었다.
황금색 과일이 상당히 컸기에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음… 이제 갈증도 해소되고 배도 부르니까 다시 출발해봐야겠지?”
파악.
그는 나뭇가지를 박차고 도약해 앞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숲속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