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7화 (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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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켈리온 성

7년 후 영월암.

쏴아아아.

5일 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폭우인지 모른다.

계곡의 물은 급속도록 불어나 누런 흙탕물이 되어 빠르게 흘러갔다.

영월암에서도 너무 많은 폭우가 내리자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기에 선방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월과 일현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허허… 비가 그칠 줄 모르는군.”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폭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스승님.”

“그렇구나.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오늘밤부터는 비가 그치겠지요?”

“지난 5일 동안 계속 비가 내렸으니 그칠 때도 되지 않았겠느냐?”

“선방에만 계속 있으려니 갑갑합니다, 스승님.”

“그럴 것이야. 참, 준이는 지금도 계속 심법을 운행하고 있더냐?”

“예. 자신의 방에서 꼼짝 않고 지금도 계속 심법에만 몰두 하고 있습니다.”

“으음… 이제 준이의 나이도 어느덧 17살이니 말이다. 만약 3년 안으로 임맥과 독맥을 뚫지 못하게 되면 모든 혈도가 다시 막혀 종래에는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스승님, 저만큼의 노력이라면 곧 임맥과 독맥도 뚫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이나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맥과 독맥이 뚫리지 않으니 그런 것이야.”

“그래도 준이의 말을 들어보면 최근에는 계속된 노력에 많이 약해져 막힌 맥에 약하게나마 금이 갔다고 하니 어쩌면 며칠 내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스승님.”

“그렇게 된다면야 내 무얼 더 바라겠느냐?”

스승 한월과 사형인 일현은 준의 앞날이 걱정스러웠다.

폭우는 밤사이 계속 내리더니 새벽녘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멈추었다.

영월암에서 조금 떨어진 가파른 계곡의 중턱.

지름 4m가량의 넙적한 바위 위에 한 청년이 앉아 있다.

계속된 폭우로 인해 지난 5일 동안을 방 안에서만 보내니 너무 갑갑하던 차에, 비가 그치자마자 한걸음에 이곳까지 달려와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고 있는 것이다.

“흐음… 좋군.”

청년은 조금 낡은 승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목을 덮을 정도로 장발이었다. 얼굴은 조금 창백했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해 꽤 미남자였다.

그는 바로 준이었다.

지난 세월이 적지 않은 듯 이젠 어엿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지금 준이 앉아 있는 넙적한 바위는 몇 년 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이곳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전혀 없는 곳이었기에 준도 특별히 이곳으로 올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주변 경치가 너무 좋아 틈틈이 심법수련을 하고 돌아가곤 했다.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준이 바위 위에서 심법을 연마하려고 자세를 잡을 때였다. 갑자기 자신의 두 눈에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들어왔다.

“으응? 뭐였지?”

준은 전방의 계곡 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계곡의 중턱부분에서 아주 작지만 무엇인가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저게 뭘까?”

지난 5일간의 폭우로 계곡의 일부분이 무너져 저곳이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호기심에 이끌린 준은 즉시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계곡의 흙은 물을 흠뻑 먹어서인지 조금만 충격을 주어도 그대로 무너졌다.

“이크, 조심해야겠어.”

준은 무인이기에 신법을 운용하면서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런 곳에 동굴이 있었나?”

폭우로 인해 무너진 곳은 미지의 동굴 입구였던 것이다.

흙덩이가 무너지면서 드러난 동굴의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자 동굴의 천장에는 수정 같은 것이 몇 개 박혀 있었다.

그것이 우연히 준의 눈에 띄어 마침내는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굴은 햇볕이 전혀 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준은 동굴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동굴은 높이가 5m는 되기에 큰 어려움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길이는 약 10m 정도였다.

동굴의 끝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혀 있었다. 끝은 원형으로 되어 있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운데 부분은 지름이 2m 정도 되는 제법 큰 바위가 놓여 있었는데 윗부분은 매끄럽게 잘려 있어서 평평했다.

“오… 무엇으로 잘랐는지 매끄럽군.”

바위는 동굴의 가운데 부분에 세워져 있었을 것인데 무엇으로 잘랐는지 가운데 부분이 단칼에 자른 듯 매끈했다.

준은 이 바위 위에서 심법을 운용하면 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위 위에 올라가보니 둥근 원이 파여 있고, 원의 바깥부분과 안쪽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호…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멋있는데?”

준은 무심코 원의 가운데 부분에 앉았다.

“이곳에 앉아 심법을 연마하면 좋겠군. 그럼 어디 한번 운용해볼까?”

준은 즉석에서 그렇게 결정하고는 천왕대심공상의 심법을 운용했다. 그렇게 단전에 있던 기를 일으켜 심법을 한창 운용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앉은 자리에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은 두 눈을 감고 심법을 운용하고 있었기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우우웅.

신비하게 일어난 빛은 원의 안과 바깥 부분에 새겨진 것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났다.

스파팟!

갑자기 동굴 안이 빛으로 가득해지더니 준을 삼켜버렸다. 허공에 먼지가 흩어지듯 그렇게 준은 사라져버렸다.

동굴은 심하게 진동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마치 폭탄이 동굴 안에서 그대로 터져버린 것 같은 상황이었다.

콰쾅!

안 그래도 폭우에 흙이 축축했던 터라, 폭발로 인해 무너진 동굴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인적 없는 곳에서의 폭발이라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준이 사라진 후 한월과 일현이 영월암 주위를 찾아 다녔지만 어디에서도 그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준은 그렇게 신비하게 사라져버린 것이다.

“크으윽, 으으…….”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 여…여기가 어디지?”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칠흑 같이 어두운 곳이었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으… 밤인가?”

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자신은 한창 천왕대심공을 운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기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깨어나 보니 낯선 곳이었다. 자신이 들어온 동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으음… 기온이 낮지만 일정한 것을 보니 이곳도 동굴 속인 것 같은데?”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게 운용 중이던 천왕대심공을 멈추자 갑자기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크으… 갑자기 왜 이러지?”

천왕대심공을 중도에 멈추게 되었을 뿐인데 준의 몸 곳곳에 물집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극심한 고통이 찾아오자 미칠 것만 같았다.

“크윽… 이…이게 어찌된 상황이지? 너무 고통스러워…….”

너무나 큰 고통이 일어나자 오히려 잠시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기에 즉시 천왕대심공을 다시 운용하였다.

스스스스.

천왕대심공의 효용인지 고통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피부 곳곳에 불룩하게 솟아 있던 수십 개의 물집은 대부분 그대로 터져 피고름이 흘러나왔고, 남은 몇 개는 풍선의 바람이 빠지듯 줄어들었다.

흐트러진 정신을 수습하고 심법을 한참 동안이나 차분하게 운용하자 이탈한 기경팔맥과 십이경락이 제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콰!

단전에서 일어난 기의 덩어리는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갑자기 몇 배나 불어난 기의 덩어리는 통제가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양이었다.

임맥과 독맥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간 기의 덩어리는 곧 충돌을 일으켰다.

쾅!

그러나 임맥과 독맥은 쉽사리 뚫리지 않았다.

기의 덩어리는 몇 번이나 임맥과 독맥에 부딪혔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기의 덩어리는 계속 세력이 커지면서 더욱 강력한 힘으로 충돌하였다.

쾅!

엄청난 충돌음이 생겼지만 그건 몸속에서 일어나는 충돌이라 외부로는 들리지 않았다.

콰콰콰콰!

가로막혔던 기의 통로가 생겨나자 기의 덩어리는 거침없이 마구 빠져나갔다.

막혀 있던 임맥은 한지가 찢어지듯 찢어졌고, 탄력을 받은 기의 덩어리는 천왕대심공 상의 심법운용으로 힘찬 움직임을 보이더니 독맥까지도 뚫어버렸다.

그동안 막혀 있던 혈맥들이 모두 뚫리자 기의 덩어리는 마치 자신의 세상을 만난 듯 힘차게 날뛰며 맹렬한 기세로 돌아다녔다.

우두둑.

준의 몸속 뼈들이 갑자기 어긋나더니 마침내는 사지까지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막혀 있던 몸속의 각종 노폐물들이 혈전들과 피고름 이 되어 땀구멍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심한 악취를 동반하였다.

한참을 그렇게 흘러나오던 노폐물들은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쩌쩌쩍.

이번에는 피부가 심한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급속도로 건조해지더니 그대로 갈라져 부서졌다. 그리고 이내 떨어져 내렸다.

이것이 바로 무림인들이 그토록 원하는 탈태환골 과정이었다.

탈태환골은 진기가 몸속에 들어와서 생사현관을 타통하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피부가 벗겨지고 온몸의 뼈들이 뒤틀리면서 제자리를 찾아 최상의 몸 상태로 바뀌는, 무공을 익히기 위한 최상의 신체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을 말한다.

어찌된 일인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급속하게 하단전에 진기들이 가득 들어차버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막대한 양의 진기들이 중단전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좀 흐르자 중단전에도 진기가 가득 들어찼다. 흘러넘치는 진기들은 이번에는 상단전을 향해 달려갔다.

준이 그동안 익힌 천왕대심공은 겨우 4성이었지만, 탈태환골이 이루어져 중단전을 진기로 가득 채운 후 상단전을 열자 순식간에 5성을 넘어 6성까지 높아졌다.

천왕대심공이 6성의 성취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전을 보이기 시작하자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었다.

마치 피부가 숨을 쉬기라도 하듯 수많은 땀구멍에서도 진기를 빨아들이자 막대한 진기로 변환되면서 주채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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