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4화 (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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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켈리온 성

“준아.”

“예, 스님.”

“허허허… 열 살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구나. 나이가 비록 어리다고는 하나 내 너에게 무엇을 더 감추랴?”

“스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준아,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듣거라.”

“예, 스님.”

“너는 선천적인 병이라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 생각하고 있겠지만 한 가지 방법은 있다.”

“저…정말이세요?”

“그렇단다. 그래서 내 너에게 기공술을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익혀볼 테냐?”

“그걸 익히면 앞으로 안 아픈가요?”

“처음에는 힘도 들겠지만 기공술만이 너의 생명을 연장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세요? 자세하게 가르쳐주세요.”

‘흐음… 어쩔 수 없음인가?’

잠시 뜸을 들이던 한월은 이윽고 말문을 열었다.

“음… 그래. 내 너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마. 이 상태로 세월이 흐르면 너는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단다.”

“제…제가 죽는단 말예요?”

“그래. 내가 가르쳐 주는 기공술을 3성만 익혀도 생명이 연장되고 고통도 많이 약해진다.”

“한월 스님, 그럼 당장 익힐래요.”

“힘들 텐데 괜찮겠느냐?”

“힘들어도 참을 거예요. 그럼 전 안 죽는 거예요?”

“기공술을 3성까지 익히면 5년은 더 살 수 있고, 5성을 익히면 20살까지는 무난히 살 수 있을 것이다.”

“한월 스님, 그럼 내가 기공술을 5성 이상 익히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허허허,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라서…….”

“한월 스님, 그것이 어떤 방법인지 가르쳐주세요.”

준은 한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한월은 어린 준의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두 눈을 감고는 잠시 침묵했다.

한월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궁금하다고 하니 알려는 주마. 하지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으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기공술을 익히기 전에 먼저 알아야 될 것이 있다.”

“그게 뭔데요?”

“모든 기공술은 기라는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기는 우주만물 작용력의 근원이며 공은 정성을 다해 기를 단련하는 방법이다.”

“기공술에 그런 뜻이 있었어요?”

“그렇단다. 기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옛 선인들이나 무인들이 익혔던 전통 기공과 근대 이후의 기공인 현대의 기공이 있다. 우선 현대의 기공에 대해서 설명해주마.”

“현대의 기공이요?”

“그렇단다. 현대의 기공은 크게 무술기공, 보건기공, 의료기공 등 세 가지로 나눈다. 1950년대부터 정책적으로 보건, 의료기공 측면에서 기공학을 강조한 중국은 1979년 이후 두 차례의 기공 대논쟁을 했지. 사람은 인체 내의 경락을 열어주는 기공의 삼조를 통해 인체 내외의 기를 잘 조화시켜 심신 긴장완화, 진기 촉진, 도덕수양, 지력과 특수능력 개발, 질병예방을 통한 무병장수를 꾀한다고 일단락 지었단다.”

“중국에서요?”

“그렇단다. 기공은 내용상으로는 성공(정신수양)과 명공(신체단련), 형태상으로는 정공(서거나 앉거나 누워서 하는 수련)과 동공(체조나 무술처럼 걷거나 뛰며 하는 수련), 작용상으로는 경공(무공연마나 차력 등 강한 공법)과 연공(병치료나 체조 등 부드러운 공법)으로 나뉜다.”

“기공이라 하면 모두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러 공으로 나뉘네요?”

“그렇다. 중국에서는 기공의 종류가 300여 가지나 되는데, 도가양생, 장수술 등 십여 가지는 일반화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인 태껸, 불가의 선무도, 전승 선도의 하나인 기천문과 심무도, 국선도, 천도선법, 단학선원 등에서 선호흡이나 단학, 특히 단전호흡을 건강도인법으로 세웠다. 이들은 197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대중화의 길을 걸었지. 1980년대에 들어서자 해외 기공수도자들이 잇따라 귀국하면서 기공의 붐이 일기 시작했다.”

“기공의 붐이요?”

“한때 그런 적이 있었지. 한국에서는 특히 단전호흡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것은 음양오행의 기를 인체의 단전에 충만하게 하여 자연 속의 기와 교감을 꾀하는 수련법이다. 가슴으로 숨을 들이마시는 서양의 흉식호흡과는 다르며, 배꼽 5cm 이하의 단전에 기를 모으는 양생호흡법이지. 기공에 관련된 국내 사회단체로는 한국기공연합회, 한국기공협회, 중국 중심의 내공국제협회, 홍콩 중심의 국제기공협회, 타이완 중심의 태극권, 국제연맹의 한국지부와 조계종 한국참선체조 구도회, 한국 태극권 동호회 등이 있단다.”

“우와! 스님은 산속에서만 사시는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다 알고 계세요?”

“허허… 녀석. 산속에서만 산다고 텔레비전이나 속세의 공부를 전혀 안 하는 줄 아느냐?”

“아, 그렇지. 텔레비전이 있었지?”

“허허… 녀석. 이젠 단전에 대해서 알려주겠다. 단전에는 크게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이 있다.”

“한월 스님, 단전은 배꼽 아래에 있는 것이 단전 아니에요?”

“흔히들 알고 있는 배꼽 아래의 단전은 하단전이라 한다. 그것 말고도 중단전과 상단전이 있지.”

“그럼 단전이 세 개네요?”

“그렇단다. 단전은 모두 세 개로 이루어져 있지. 단전의 유래는 중국의 도교에서 말하는 신체 부위의 이름인데, 진의 갈홍의 포박자에서는 양 눈썹 사이 세치 들어간 곳을 상단전, 심장 아래에 있는 곳을 중단전, 배꼽 아래로 두 치 네 푼 떨어진 곳을 하단전이라 한다. 이 세 단전에는 옷을 입고, 이름을 갖는 구체적인 신인이 거하며, 이 신을 지키는 일, 즉 수일의 도술을 설명해놓았단다. 북송에서 일어난 자양진인, 장백단의 금단도에서는 세 단전 중 특히 배꼽 밑 단전이 주목되었지.”

“아, 그렇구나.”

“상, 중, 하단전 중 하단전이 가장 기본이 되며, 점차적으로 경지가 높아지면 중단전이 열릴 것이고, 다시 상단전이 열릴 것이다.”

“한월 스님, 바로 상단전을 수련하면 안 되나요?”

“고 녀석, 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놈이 달리려고 하는구나. 하단전만 대성하려고 해도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한월 스님, 하단전을 수련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그렇단다. 단전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호흡하는 방법부터 알아야 하느니라.”

“그럼 호흡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네?”

“허허허… 좋다. 우선 많이 알려진 단전호흡에 대해서 설명해주마. 단전호흡은 단전을 이용한 호흡법으로 장생술의 일종이며, 호흡법은 도교에서 익수연명하기 위한 수련법의 하나로 시대의 도맥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기본적인 것은 태식법이다.”

“태식법이요?”

“그렇단다. 태식은 태아가 모태 안에서 입과 코가 아닌 탯줄을 통하여 원기를 받아들이듯이 호흡하는 것이지. 이때, 태아는 네 손가락으로 엄지손가락을 받치고 주먹을 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수일하기 위해서란다. 수일에서 ‘일’은 몸 안의 원기 혹은 신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세 개의 단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상단은 이환이라 하여 눈썹 위 세 치에 위치하고, 중단은 강궁금궐이라 하여 명치, 하단은 흔히 말하는 단전으로서 배꼽 밑 두 치 네 푼에 위치하여 있단다.”

“예. 그럼 다른 방법도 알려주세요.”

“허허… 녀석도. 태식법을 알려주었으니 이번에는 수일법이다.”

“수일법이요?”

“수일법은 몸 안의 단전에 있는 제신을 보는 내관법과 통하는데, 이 법은 체내에 존재하는 신을 정신 통일하여 내시하는 것이지. 또한 내관은 행기와 더불어 행해지는데, 행기란 기를 삼단전에 보내는 것을 말한다. 호흡기를 통하여 들어온 기는 하단전 바로 위에 있는 관원을 거쳐 하단전 혹은 기해에까지 이르며, 수관에 의하여 뇌에 도달하고 뇌에서 다시 가슴으로 내려와 삼단전을 두루 거치게 되지. 이를 단전호흡이라고 한단다. 호흡 시 주의할 점은 숨을 항상 코로 가늘고 길게 들이쉬고 조용히 입으로 내뿜는다고 하는 점이다.”

“그럼 스님, 단전수련은 숨쉬기가 무척 중요한 거네요?”

“그래. 이왕 시작한 설명이니 이번에는 단전 박타공에 대해서도 알려주마.”

“단전 박타공이요?”

“단전 박타공은 아침에 눈을 뜨면 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머리와 어깨를 일으키면서 두 주먹으로 아랫배에 있는 단전을 두드리며, 한 번에 20~30회 두드린 뒤 조용히 숨을 내쉬면서 누운 자세로 돌아가 긴장을 푸는 것이지. 소화액의 분비기능과 복부의 혈액순환기능이 순조로워지며, 소화기 계통이 안 좋은 사람은 복부를 고르게 두드려주기만 해도 효과가 있단다. 2개월 이상 해주면 웬만한 변비는 없어지지.”

“스님, 그것은 무술의 기공술이 아니라 건강도인술이잖아요.”

“녀석 한 번 듣더니 바로 아는구나. 그렇단다. 다음으로 현재 가장 유명한 태극권에 대해서 알려주마.”

“태극권이요? 나도 들어는 봤는데. 히히.”

“그래, 그 태극권.”

“한월 스님, 태극권의 권법이 멋있던데요?”

“그래, 권법이지만 기공술도 겸하고 있단다. 태극권은 심장질환에 도움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그런 태극권의 효과와 원리, 운동 방법을 일단 설명해주마.”

“태극권의 효과와 원리요?”

“그렇단다. 태극권의 효과는 유산소운동인 태극권은 폐 기능을 향상시키고 횡격막을 하강하게 해 호흡도 편안케 하며, 하체를 튼튼히 하고, 신장, 내장 기능을 높이는 것이지. 등뼈 등 자세를 바르게 해주기도 한단다.”

“태극권에 그런 효과가 있었어요?”

“그래. 디스크처럼 골격이 틀어져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단다. 고혈압, 소화불량에도 좋으며,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더는 등 정신건강에도 이롭지. 신체균형 조절과 유연성을 개선할 수 있으며, 심장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긴장을 푼 상태에서 느리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데서 나오는데, 팔다리로 원을 그리며 움직이되 면면히 끊어지지 않게 하면 내부 장기까지 안마해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준단다. 그 때문에 경락소통과 기혈 흐름에 도움이 되지.”

“아아.”

“태극권의 유의점으로는 우선 가슴이나 어깨, 팔 등 전신을 이완시켜야 하며, 무게중심은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거지. 아랫배 단전부위에 힘이 들어가게 한 후 머리와 허리는 곧게 세운다. 혀는 입천장에 가볍게 붙이며, 동작은 끊어져선 안 되지. 기초체력을 충분히 기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너무 동작의 형식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며, 호흡도 억지로 동작과 맞추려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너처럼 체력이 약한 사람은 자세를 너무 낮추면 무릎에 무리를 줄 수 있단다.”

“한월 스님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아시죠?”

“허허, 녀석. 출가하기 전에 무술에 관심이 많아서 전문서적들을 본 것이야. 이번에는 태극권의 유래에 대해서 알려주마.”

“태극권의 유래라고요?”

“그래. 태극권은 중국 송나라 말 사람인 장삼봉 진인이 역경의 음양오행설과 황제내경소문의 동양의학, 노자의 철학사상 등에 기공 및 양생도인법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집대성한 것으로  정, 기, 신의 내면적인 수련을 중시하는 내가권법이다. 이는 의식, 호흡, 동작의 협조를 추구하고 노자의 전기치유, 이유극강, 그리고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압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하며 연정화기, 연기화신, 연신환허가 되는 기를 도로 승화시킨 기화지도이다.”

“태극권이 도로 승화시킨 기화지도라는 말씀이세요?”

“그렇다는 구나. 태극권을 창안한 근본 목적은 치병 및 건강 장수에 있지만 그 수련과정에서 자위의 능력이 자연히 생겨나는 체용이 겸비된 기예이며 유연하고 완만한 동작 속에 기를 단전에 모아 온몸에 원활하게 유통시키고 오장육부를 강화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지. 태극권을 보고 사람들은 백학의 춤처럼 우아한 자태,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는 동작, 모남이 없는 구름처럼 자연스런 변화 속의 고요한 마음이란다. 집중된 정신으로 기를 단전에 모으고 전신에 운기하는 태극권은 기혈순환을 촉진시키며 소주천이 자연히 이루어지게 하는 최상의 기공이라 했다.”

“한월 스님, 장삼봉 진인이 그렇게 뛰어난 분이세요?”

“장삼봉 진인은 무인들의 전설 같은 분이다.”

“무인들의 전설이요?”

“그래. 오랜 옛날부터 현재까지 가장 강한 무인으로는 모두 여섯 분이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이 장삼봉 진인이시지. 그분들을 통틀어 무적육인이라 한단다. 각기 시대를 달리하고 태어나셨으며, 각자 무의 하늘이 되신 분들이지.”

“무의 하늘이요?”

“그렇단다. 한 번도 이들 여섯 분들끼리 겨루지 못했지만 활약했던 것으로 본다면 고금 무공서열 일위가 마의 하늘인 천마대제, 이위가 정파의 지존 소림의 달마대사, 삼위가 무당의 장삼봉 진인, 사위가 화산파의 검성, 오위가 독의조종 독왕, 육위가 암기의 왕 살탄대제라 한다. 이들 여섯 분들은 각자의 시대를 누렸으며 무패의 신위를 떨친 분들이지.”

“이야… 정말 대단한 분들이네요?”

“그럼 이번에는 상, 중, 하단전의 단계를 설명해주마. 하단전은 기공술을 통해 하루에 네 시간씩 60년 동안 매일같이 열심히 정진하면 이것을 일갑자라 한다. 예전의 무인들은 더욱 뛰어난 기공심법들이 많아서 각자의 심법으로 기를 하단전에 축적하면 십여 년 만에 일갑자의 내공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십 년 만에 일갑자요?”

“나도 직접 본적은 없지만 그렇다는 구나. 하단전은 오갑자(300년)의 내공이(내공은 기를 정화하고 농축해서 단전에 축적한 것을 말함) 쌓이면 하단전을 대성하였다고 하지. 이전까지는 수많은 무인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각자의 심법으로 수련을 하였지. 하급과 중급까지는 그런대로 노력하면 되지만, 상급과 대성을 하려면 반드시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더구나. 쉽게 그림으로 설명하자면 피라미드 모양처럼 단계가 올라 갈수록 그만큼 성취하는 자들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

“그래서 하단전을 대성한 자는 수많은 무인들 중에서 백 년  동안에 채 열 명이 안 되었다고 하더구나. 대성한 무인들이 무림방파를 세워 일가를 이루었다고 전해지며, 하단전을 대성하면 흔히 화경에 들었다고 한단다.”

“화경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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