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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동생의 감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85화 (8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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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뒤로하고 예정된 인원만이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었다.

재하는 혹 이번에도 튕겨 나가는 건 아닌가 싶어 눈을 꽉 감았지만, 재윤에게 잡혀 뛰어든 직후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흙냄새에 장소가 바뀌었음을 알아챘다.

게이트 안은 특이할 줄 알았으나 막상 들어와 보니 넓은 평지였다.

다들 잠시 말이 없었다. 재윤의 짧은 인터뷰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참된 에스퍼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두리번거리는 재하의 배낭을 벗겨 미리 게이트에 준비해 둔 이동 카트에 넣는 재윤을 보며 지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멋있던데요, 동생분.”

“반말한 김에 계속해. 말 올렸다 내렸다 정신없게.”

“나랑 친해지고 싶구나? 나야 환영이지. 애인 가족이랑 잘 지내는 거 중요하니까.”

재윤이 대꾸 없이 마나 파동 측정기를 꺼내는 동안 해일이 다가왔다.

“서재윤 씨의 진심이 잘 전해졌을 겁니다.”

“그럼 큰일인데요.”

지호의 손에 마나 파동 측정기를 건넨 재윤은 능청스럽게 본심을 털어놓았다.

“제 진심은 형한테 새 아이템을 선물하는 거라서요.”

형을 위해서 행하는 모든 일에 ‘국민’이나 ‘안전’을 핑계 대며 달려왔다. 재윤이 그런 사람이라는 걸 해일은 잘 알고 있었음에도 기자 앞에서 청산유수로 말해 버리기에 진심인 줄 알았다.

어쩌면 재윤이야말로 에스퍼가 가져야 하는 마음과 가장 먼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견지호, 주도준과 함께 마나 파동 측정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다녀와 줘. 찾는 건 마수의 둥지야.”

“둥지를 찾으면?”

“주도준이 방어 막으로 안전을 확보해 두고 우리를 데리러 와.”

예상대로 오늘도 택시 노릇을 하게 된 지호는 조금의 불만도 없이 재윤의 뒤에서 카트를 이리저리 살피는 재하를 힐끗 쳐다봤다.

“선배는?”

“함께 갈 거야. 딱히 위험해질 일은 없겠지만, 여차하면 형을 게이트에서 내보내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언뜻 듣기에 게이트 공략에 있어 재하는 카트의 짐과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넓은 게이트 안을 수십 번 이동하고 돌아온 지호가 재하의 손을 잡는 순간 무엇보다 소중하게 보호해야 할 대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실제로 지호가 도준과 함께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김치가 돼서 돌아왔다.

“으으…… 선배, 저 가이딩 좀…….”

“어, 어. 손 줘.”

할 일이 없어 멀뚱거리던 재하는 이렇게라도 역할이 생겨 다행이다 싶었다.

재윤과 해일이 계속 심각한 얼굴로 대화하는 중이라 끼어들기 뭐해서 귀만 쫑긋거렸지만, 비밀 이야기인지 작은 소리라 들리지 않았다.

“30분도 안 된 거 같은데 다 죽어 가네?”

“으으…… 엄청나게 이동했거든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나 파동 측정기를 확인하고 대략적인 위치로 이동, 다시 측정기로 주변을 살피고, 애매하다 싶으면 다시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그나마 던전 안이라 마나 소모가 적은 편이었지만, 워낙 넓은 내부를 측정기 하나만 믿고 이리저리 이동하다 보니 마나가 쭉쭉 빠져나갔다.

“으어어, 살 거 같아요.”

“내 손이 온탕이라도 되냐.”

“와, 적절한 비유예요. 몸이 엄청 무거운데 선배랑 손잡으면 녹아내리는 것처럼 풀리거든요.”

“내가 괜한 말을 했지.”

재하의 가이딩으로 편안해진 지호가 손을 놓지 않고 재윤에게 가벼운 불만을 내비쳤다.

“동생분, 진짜 있기는 한 거야? 둥지라는 거.”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거의 백 번쯤 이동한 것 같은 지호는 재하의 손을 한참 잡고 나서야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함께 이동당한 주도준은 멀미까지 하며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지호의 투덜거림에 잠시 생각하던 재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어 왔다.

“견지호, 설마 둥지라는 게 알이 버젓이 드러나 있는,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형태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럼?”

재윤은 안전을 위해 도준만 함께 보낸 걸 후회했다. 해일에게 전할 말이 있어 남겨 뒀더니 단편적인 사고방식으로 고생만 하고 온 상황이었다.

“벌집처럼 생겼거나 유달리 축 처진 주머니 형태의 식물도 둥지일 수 있어. 헷갈리면 안을 들여다보면 되고.”

“……주도준도 몰랐는걸.”

지호의 작은 투덜거림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도준이 억울해 죽을 것 같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내가 말할 틈도 없이 이동해 버렸잖아.”

“중간부터는 말 걸어도 답 안 했잖아요.”

“그건 멀미가 나서…… 아니, 내가 약한 탓이지. 내 잘못이야.”

도준이 포기하며 도로 드러눕자 재윤은 대충 알겠다는 듯 되물었다.

“방금 말한 거 전부 보신 거죠?”

“응. 벌집 형태는 세 개. 주머니는 대여섯 개 본 것 같아. 거품 뭉친 것처럼 생긴 것도 봤고.”

“그 정도면 권해일 에스퍼만 가도 충분해요. 견지호 가이딩 끝나면 두 사람이 다녀와요.”

이번에는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도준은 안도했다. 그러나 이어진 지호의 말에 다시 절망했다.

“그런 걸 봐야 하는지 몰라서 어디쯤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

“……10분만 쉬었다 가도 될까?”

“30분 후에 움직이죠.”

“고마워.”

다 죽어 가는 도준을 보다 못한 재하가 지호의 손을 놓고 그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대충 던져 놓은 손을 잡아 주자 찡그리고 있던 도준이 재하를 보고 바로 표정을 바꿨다.

“가이딩은 괜찮아. 별로 한 게 없거든.”

“그래?”

“응. 하지만 손잡아 주니까 좀 편해지는 것 같아.”

“플라세보 효과도 있나 보네.”

“그냥, 항상 작은 손만 잡다 보니 재하 네가 잡아 주면 든든해지더라.”

“내가 한 든든 하지?”

장난스레 손을 꽉꽉 잡으며 웃는 재하에게 도준은 진심으로 긍정했다.

“응. 예전부터 항상 믿음직스러웠어. 네 덕에 많은 걸 배웠거든.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어우, 너한텐 농담도 못 하겠다.”

훅 들어오는 칭찬과 감사에 민망해진 재하는 목덜미를 쓸어 만지며 딴청을 피웠다. 그러다 지호의 서운해하는 얼굴을 보고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거절도 없이 냅다 달려와 손을 잡는 지호의 행동에 재하는 양손이 잡힌 채 멀뚱히 하늘만 바라봤다.

대낮같이 밝은데도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견지호, 움직이자.”

“선배, 동생분이 저만 너무 부려 먹어요.”

“그래서 제일 먼저 가이딩 해 줬잖아.”

“그럼 이번에도 다녀오면 먼저 해 주세요.”

재하가 손을 떼자 아쉬워하면서도 일어난 지호는 해일에게 향했다. 도준 역시 많이 괜찮아졌는지 툭툭 털고 일어나 움직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재하.”

“앗, 저도 다녀올게요.”

“금방 갔다 올게.”

세 사람의 인사에 재하는 재윤의 옆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방어 능력자도 아닌 재윤과 두고 가는데도 이상하리만치 걱정이 되지 않았다. 재윤이 재하를 지키지 못하는 일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세 사람이 사라지자 재하는 재윤을 툭 치며 물었다.

“무슨 비밀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 거야? 옆에 있는 사람 궁금하게.”

“비밀은 아닌데. 형을 보호하는 방향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거야.”

“내 일인데 나한텐 안 들리게 하는 게 더 이상해.”

“의견 차이가 좀 있어서.”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해진다?”

재하의 질문에 재윤은 딱히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나는 형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감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권해일은…….”

“미쳤냐? 날 왜 가둬? 죄도 안 짓고 감옥에 가는 게 무슨 경우야?”

“감옥이라니. 형을 왜 감옥에 가두겠어. 당연히 안전한 곳에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거였지.”

“그게 감옥이지! 얘가 아주 큰일 날 소리를 하네.”

질색하는 재하를 보며 재윤은 잠시 눈을 굴렸다. 무언가 생각하던 재윤은 한숨을 쉬더니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주변을 서성였다.

너무도 당연한 반응을 보인 것뿐인데 재윤이 진심으로 답답해하며 고민하자 재하는 눈치를 보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재윤의 생각은 과했다. 세상이 바뀌고 이영우가 납치 시도를 해 온다 해도 지금까지 잘 대처해 왔다.

자신을 감금하기보다 죄지은 사람을 잡아들이는 게 맞지 않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재하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영우 선배를 감금하는 게 맞지.”

“그 사람은 감옥에 처넣어야 하고.”

“감옥이나 감금이나…….”

그래도 한때는 친하게 지냈던 선배를 감옥에 보내는 이야기가 탐탁지 않아 재하는 뒷말을 삼켰다. 괜히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것 같아 재하는 가져온 배낭을 퉁퉁 쳤다.

“계속 여기 있으면서 가이딩만 하면 되냐? 그럴 거면 여기에 텐트 쳐도 될 거 같은데.”

“다음에는 그렇게 해도 돼. 오늘은 시간제한 있는 장소도 들어가야 해서 움직여야 하지만.”

“어디? 게이트 안에 또 던전이 있는 거야?”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

게임에서는 흔히 있는 상황이라 재하가 짐작하기 쉬웠다. 그러나 지금 재윤의 지시에 둥지를 찾아 나선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달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온 세 사람은 마수 체액이 뚝뚝 떨어지는 몸으로 돌아와 재윤의 앞에 금속 조각들을 내려놓았다.

“둥지를 파괴하니까 이런 게 나왔어.”

“와, 알 깨자마자 무슨 도마뱀 같은 게 달려드는데 공간 이동 없었으면 먹힐 뻔했어.”

“레드 맨티스보다 상위로 보이는 블랙 맨티스가 공격해 왔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현재의 정보와 미래에는 상식이지만 현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뒤섞여 재윤은 종종 해야 할 설명을 빠트리고는 했다. 세 사람이 모아 온 조각들을 이리저리 배치하자 은은한 빛이 돌며 하나로 합쳐졌다. 손바닥만 한 카드처럼 보이는 조각을 손에 든 재윤이 만족스럽게 웃자 지호가 체액을 털어 내며 물어 왔다.

“척 봐도 아이템 같아서 모아 오긴 했는데, 그게 뭐야?”

“보물 창고 열쇠.”

보물 창고라는 말에 모두 숨을 삼켰다. 웬만한 아이템은 소모품 취급하는 재윤이 보물 운운하자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몰려왔다.

“털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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