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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동생의 감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73화 (7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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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은 일전 한강 게이트에서도 근거리 영상으로 화제가 됐던 스트리머였다. 그때 해일에게 2차 가이딩을 했다면 박제가 될 뻔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빼도 박도 못하게 영상이 찍혀 버렸다.

“미친, 왜 이딴 거에 반짝이 효과까지 넣고 난린데? 돌았나.”

댓글이며 조회 수가 이걸 보면 후회할 거라고 알려 주는 것 같았으나, 결국 호기심이 손가락을 이끌었다.

영상의 시작은 평범했다. 주변의 소란에도 건물 안에 숨어 있는지, 강광은 화면을 보며 대화를 이어 갔다.

『아오, 우리 광광이들 때문에 내가 죽겠어~ 이런 정보를 왜 알려 줘 가지고!』

대형 황금 거북이가 등장했을 때는 도망치기 위해 옥상으로 내달렸다. 아래로 내려가야지 위로 올라가면 어쩌나 싶을 만큼 어리석은 판단이었으나 그 덕에 재윤이 아이템을 사용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강광의 카메라 기술은 별것 없었다. 그저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확대한 게 전부였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미 TV를 통해 정식으로 송출된 것에 비하면 부족했지만, 아마추어가 찍은, 날것에서 오는 진정성이 있었다. 재윤은 위험할 정도로 힘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 결과는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였다.

『어? 에스퍼가 쓰러지는데?』

당황한 강광의 말대로 재윤이 쓰러졌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심장이 덜컹거렸다. TV에선 이미 한 차례 지나간 건지 아니면 보도를 안 한 건지 이 영상의 조회 수와 댓글이 실시간으로 늘어 갔다.

『소리가 안 들리는데. 아무리 내 폰 성능이 좋아도 이 거리에서 소리까진 못 담지. 드론 후원해 주면 연습해 볼게.』

강광은 태연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화면 아래로 뿌옇게 먼지가 올라왔다 내려앉았다. 마수의 지척에서 저렇게 태연할 수 있다니, 이놈도 보통이 아니었다.

『갑자기 누가 나왔는데 에스퍼는 아닌 거 같고…… 아, 저번에 한강 게이트 때 본 그 사람이구나. 일반인 이름 말해도 되나? 응? 가이드라고?』

이다음에 나올 장면이 뻔했기에 재하는 슬슬 그만 볼까 싶기도 했다.

『오, 손잡는 거 보니까 가이딩 하러 나왔나 보네. 좀 심각해 보이는데 괜찮겠지? 그런데 진짜 신기하지 않아? 손만 잡는데 에스퍼가 진짜 멀쩡해지는지 지켜보겠…… 끄억!』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 비명과 함께 화면이 흔들렸다. 물론 재하 역시 눈을 감아 버렸다. 이제부터 나올 장면을 눈에 담기가 민망했다.

몇 초간의 정적에 재하는 자신도 모르게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나 하고 화면을 확인했다.

“미친…….”

아니었다. 정지한 건 강광의 뇌, 혹은 입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핸드폰만큼은 흔들리지 않게 꽉 붙잡았는지 미세한 떨림조차 없었다. 화면에 보이는 건 스스로 나름의 인공호흡이라 생각했던 2차 가이딩 모습이었다. 이상했던 건 섬네일에서 보았던 지나친 반짝이 효과가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자신과 재윤의 주변을 맴돌다가 퍼지는 빛 무리는 아무리 봐도 후보정으로 보이지 않았다.

저게 대체 뭔가 집중해서 보는 동안에도 가이딩은 계속 이어졌다. 화면에는 ‘인명 구조 중입니다.’라는 궁서체 자막이 지나갔다. 부러 장난스럽게 만든 것 같았지만, 그 옆에 왜 타이머가 같이 돌아가고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오래 했다고?”

자신의 기억에는 체감상 1분 정도 했다고 느꼈으나 실제로 화면에 비치는 모습은 3분이 넘어가도록 붙어 있었다. 무엇보다 재윤이 정신을 차린 건지 무의식인지 몰라도 손을 뻗어 자신을 끌어당기는 모습은 차마 더 이상 볼 수 없어 자막만 노려봤다.

‘요즘 인공호흡은 자가 호흡도 포함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구조 활동입니다.’, ‘달리는 강강 채널은 심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의 자막이 마구 지나가는 동안에도 끝나지 않는 가이딩에 재하는 핸드폰을 내던졌다.

“시바, 어쩐지 입술이 겁내 아프더라.”

지금까지 가이딩을 하면서 실제로 외부에 상처가 나는 일은 없었다. 확대된 화면이라 조금은 흐릿했지만, 눈으로 봐 버리자 당시에 있었던 일이 생생하게 다시 떠올랐다. 어떻게든 피하고자 입을 다물려 했을 때 입술을 깨물어 오던 기억이 따끔거리는 상처의 이유를 알게 했다.

“악! 인명 구조! 인공호흡! 구조 활동! 맞는 말인데, 뭐!”

누구도 듣지 않는데도 재하는 가만있지 못하고 소파 위를 뛰어다니며 변명을 쏟아 냈다. 그렇게 한참을 허공에 소리치다가 제풀에 지쳐 방석 위로 드러누웠다.

“……잠수 타자.”

여전히 TV에선 앞으로의 복구 작업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도심지 게이트 발생에 대한 사전 대책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앞으로 정규 채널만 보자. 그러면 돼.”

일단 내 눈에 안 보이면 해결이라는 생각으로 재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장면을 털어 내고자 냉장고를 열었다. 잡생각을 떨치는 데는 요리만 한 게 없었다. 그러나 재료를 꺼내 들고 돌아선 재하의 눈에 커다란 TV에 비친 가이딩 장면이 들어오는 순간 회피는 무의미해졌다.

“아오! 그러게 진즉 손을 잡았으면 됐잖아!”

재하가 쪽팔림에 몸부림치며 재윤을 원망하던 그때, 협회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심각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협회는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 에스퍼의 위상이 순식간에 치솟았고, 도심 게이트 발생 시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확실하게 보였다. 공문을 보냈음에도 현대 화기를 사용한 결과, 마수를 토벌하기 위해서는 에스퍼만이 유효함을 증명하는 셈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때라면 호탕하게 기뻐했을 협회장 권해성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은근히 거래해 오며 제멋대로 구는 서재윤이나 사생아라 정이 안 가는 권해일과 달리 치기 어리긴 했어도 쓸 만했던 유마로의 실종 소식은 그를 답답하게 했다.

“쯧, 쓸모없기는.”

견지호와 주도준이 유마로를 데리고 협회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권해성은 통신기 장애 사태조차 모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기에도 급급했다.

그 와중에 지방 쪽에 터진 게이트의 위치가 하필 친분 있는 국회 의원의 고향이었다. 노모와 친인척을 구해 달라는데 마침 견지호와 주도준이 도착해 있다 해서 그들을 파견했다. 어차피 황금 거북이의 속도는 느렸고, 영상 속의 서재윤과 권해일이 보이는 활약은 권해성의 눈에도 화려하고 보기 좋았다.

이건 돈이 된다. 권해성은 어설프게 자회사 하나 넘겨받느니 에스퍼 협회장을 맡는 게 정답이었음을 확신했다.

이후 격리실에 도착한 유마로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지방에서 돌아온 견지호가 필사적으로 그를 찾아 공간 이동을 시도했으나 소용없었다. 함께 있던 가이드마저 실종된 상황. 누가 봐도 납치였으나 권해성은 실종으로 처리한 후 대외적으로는 치료 중으로 발표했다. 문제는 대외적인 발표 그대로 유마로를 찾을 생각이 없다는 거였다. 어차피 폭주 직전이었던 에스퍼였다. 그를 찾느라 인력을 낭비하느니 당장의 후속 조치가 더 급했다.

여기까지가 협회장으로서의 입장이었으나 권해성의 앞에 선 서재윤은 생각이 달랐다.

“당신이 어떤 이득을 취하든 상관없었습니다. 그게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동안에는요.”

“이득이라…….”

“하지만 지금처럼 에스퍼 납치에 대한 대응이 형편없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서재윤의 단호함에 권해성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앉으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유마로 군과는 사이가 나빴던 거 아닌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협회장이야말로 상황을 너무 무르게 보는 거 아닌가요? 유마로는 A급, 그것도 이능에 능숙한 에스퍼입니다. 그가 빌런이 돼 버린다면 손해가 얼마나 클지 계산이 안 되나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견지호가 찾으려 해도 안 된다던데. 방법이 있어야 지원하지.”

견지호는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빌런 조직이 보유한 이능 탓에 그곳만은 가지 못했다. 그 덕에 오히려 유마로가 빌런 조직에 납치됐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재윤은 빌런 조직의 위치를 특정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려면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문제는 새로운 게이트가 열려야만 그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빌런 조직이 유마로처럼 유망한 에스퍼를 회유하면 했지, 죽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몇 명 안 되는 가이드마저 빼앗긴 이상, 당분간은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이번과 같은 상황에 쓸데없이 에스퍼를 외부로 돌리지 마세요. 견지호와 주도준이 격리실까지 함께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유마로를 격리실로 이동시키던 두 사람은 권해성의 요청으로 중간에 마중 나온 가드에게 맡기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고작 가드들이 A급 에스퍼를 납치할 수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가드가 빌런 조직의 내통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직원과 가드를 대상으로 한 적성 검사와 교육 일정을 잡겠습니다.”

“그런 테스트는 다 그럴싸한 거짓말로 포장될 텐데 의미가 있나?”

“거짓으로 꾸밀지언정, 압박감은 줄 수 있겠죠. 그리고 측정기는 현장 필수 사용으로 해 두겠습니다. 미발현 게이트도 강제로 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상시 확인해야 하니까요.”

“그런 식이면 촉매가 되는 마석이 부족할 텐데.”

“이번에 쏟아져 나온 걸로 차고 넘칠 텐데요. 욕심은 적당히 부리세요.”

동시다발 게이트 덕에 피해도 컸지만, 귀한 마석도 상당수 거둬들였다. 욕심 많은 권해성이지만, 황금알을 낳을 거위에게 안전장치 하나쯤은 더 달아 줄 수 있었다.

“우리 에스퍼 군단을 위해 투자하는 셈 치지.”

“앞으로 여기까지 올라올 일 없게 해 주세요. 방해만 하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일회성 아이템을 과감하게 태워 먹은 서재윤을 불러들였더니 되레 주의만 잔뜩 듣는 상황에 권해성은 어이없어 웃음이 터졌다.

“하, 건방진 새끼…….”

하지만 목적 없이 휘둘리는 권해일보다야 제 형의 안위에 필사적인 서재윤이 원하는 바가 명확했기에 다루기 좋았다.

서재윤이 밖으로 나가자 권해성은 잠시 꺼 둔 화면을 켰다. 커다란 화면 속에선 깨끗한 흰색 제복과 고급스러운 검은색 제복이 빛 무리에 휘감겨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 장면이 재생됐다.

“아주 기가 막히게 찍혔단 말이지. 가이드란 거, 써먹을 만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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