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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동생의 감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68화 (68/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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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윤이 마지막 타란툴라의 등에 올라탈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타란툴라의 약점인 등을 향해 염력을 사용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전광판이 꽂히며 마수가 몸부림쳤다. 마나의 흐름을 찾아 힐끗 쳐다보니 유마로가 보였다.

“유마로 에스퍼?”

유마로의 마나 파동은 상당히 거칠었다. 아마도 긴급 상황에 과도하게 마나를 사용한 탓일 것이다. 갑작스러운 게이트의 동시 발생에도 피해가 이 정도에서 그친 건 유마로가 힘을 남용해 준 덕일 터.

재윤은 유마로를 향해 뛰어내렸다. 타란툴라에서 멀어지자 해일이 불을 사용했는지 등 뒤가 뜨거웠다.

적절한 연계 플레이에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타란툴라의 숨이 끊어져 추락하더라도 도준이 피해 없이 막아 낼 것이니 남은 건 웨어울프와 히드라였다.

히드라야 생명체만 접근하지 않으면 큰 문제 될 게 없었다. 웨어울프도 견지호가 적절히 도운 덕에 쉽게 처치했다. 그렇다고 해도 유마로의 노고를 모를 리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마로 에스퍼.”

“당신이 뭔데 수고했다고 해요?”

뾰족한 유마로의 반응에 재윤은 한발 물러섰다.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딱히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굳이 친해지지 않아도 유마로는 좋은 전력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도 자신이 아니었으면 유마로가 꽤 활약했을 상황이었다.

재윤이 창밖으로 나가려 하자 유마로가 짜증이 잔뜩 밴 목소리를 끌어 올렸다.

“당신 대체 뭐냐고.”

무시하고 뛰어내리기엔 유마로의 짜증이 지나쳤다. 그의 기분을 어느 정도 풀어 줘야 밖으로 나갔을 때 사람들에게 보일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다.

재윤은 해일이 짓던 정중한 표정을 흉내 내며 고개를 돌렸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고생한 에스퍼를 향해 존중하는 마음을 담았던 건데 불쾌하게 해 드렸군요.”

“당신 마나 파동, 완전히 쓰레긴데. 나보다 더 엉망진창이잖아요.”

유마로가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인지 몰라 재윤이 가만히 있자 그는 억울하다는 듯 발까지 구르며 소리쳤다.

“그런데 왜 멀쩡한 척해요? 난 지금 팔다리가 떨리고 토할 거 같은데, 그쪽은 어떻게 버텨요? B급이면서 대형 마수 급소를 따 내고, 막 허공에서 뛰어내리고. 겁대가릴 상실했나.”

언뜻 듣기에 칭찬 같아서 감사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고작 B급이면서 대체 왜! 그렇게 잘난 척하는데!”

유마로가 보인 감정은 질투였다. 회귀 전의 오만하나 무심한 유마로가 더 익숙했던 재윤은 그가 이런 감정을 보일 줄 몰랐기에 알아채는 게 늦었다.

질투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러니 재윤은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협회가 커 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유마로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 줘야 할 것 같아 고민했다.

“유마로……?!”

그 짧은 사이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마나 파동에 등줄기가 오싹해질 만큼 긴장했다.

몸을 떠미는 것처럼 밀려오는 묵직한 파동은 고등급 게이트나 초대형 마수에서나 느낄 수 있었다.

마나에 민감한 A급 에스퍼인 유마로도 느꼈는지 안 그래도 안 좋던 안색이 더 파랗게 질렸다.

“이, 이게 뭔데?”

여기저기서 통신기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창밖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비쳤다. 굳어 있는 유마로와 달리 지킬 게 분명한 재윤은 망설임 없이 통신기를 사용했다.

“견지호, 형 대피시켜!”

앞으로 몇 년간은 이렇게 큰 게이트가 열릴 리 없다고 여겼던 재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코끼리처럼 생긴 커다란 앞발이 느릿하게 허공으로 내려앉으며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냈다.

“저, 저게 뭐야?”

“골든 터틀이요. 현재 전력으로는 잡기 힘든 마수입니다.”

최소 몇 년 뒤에나 보게 될 초대형 마수의 등장이었다.

“황금 거북이잖아.”

“선배가 그렇게 말하니 갑자기 긴장이 풀리네요.”

모두가 망연자실한 채 갈라진 허공 틈으로 느릿하게 몸을 내미는 황금 거북이를 지켜봤다. 속도가 느리기는 했지만, 고층 건물과 크기가 비등비등한, 공룡보다 큰 거북이의 등장은 존재만으로도 해악이었다. 이미 발 하나가 내려선 건물 한 채가 실시간으로 철거당하고 있었다.

뿌옇게 퍼지는 연기와 파편에도 방송국 옥상에 미리 만들어 둔 방어 막 덕에 아늑했다.

“선배, 지금이라도 좀 안전한 곳에 가시면 안 될까요?”

“응, 안 돼.”

“와, 진짜 너무 용감한 거 아니에요? 전 언제든 튈 수 있으니까 그렇다 쳐도 선배는 위험할 수 있는데…… 너무 대범해요.”

통신기를 통해 재윤의 긴박한 외침을 듣자마자 지호는 재하를 협회 앞에 데려다 놓으려 했다. 그러나 재하는 자신을 붙잡은 지호에게 먼저 딜을 걸었다.

근처에 있게 해 주면 상황 종료 후 2차 가이딩을 해 주겠다는 과감한 제안이었다. 지호는 망설임 없이 황금 거북의 뒤편이면서 방어 막이 있는 방송국 옥상으로 재하를 데려왔다. 재윤의 지시보다 재하의 유혹이 더 잘 먹혔기 때문이었다.

“네 말대로 너랑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선배, 그거 좀 반칙이에요. 절 너무 믿어 주니까 설레잖아요.”

“어, 그래. 재윤인 어디쯤 있는지 알아?”

지호의 가벼운 플러팅을 더 가볍게 무시한 재하는 뿌옇게 날리는 먼지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눈을 찌푸렸다.

“저 거북이한테서 마나가 너무 넘쳐서 위치를 특정하기 힘들어요. 선배, 10초만 기다려 보세요.”

1초.

재윤의 옆에 떡하니 나타난 지호는 공간 이동이 여전히 유효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마나에 딱히 영향을 안 받네?”

“형은?”

재윤의 말이 짧아지자 지호 역시 가볍게 답했다.

“방어 막이 지켜 주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대피시키랬더니 왜…….”

“선배가 가기 싫다고 해서. 대신 끝나고 2차 가이딩 약속받았지.”

“그게 무슨 개소리…… 시발, 견지호!”

훅 하니 먼지만 날리고 사라진 지호를 향해 재윤은 불안과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

10초.

“선배, 동생분은 저기 거북이 앞발 나온 데 오른쪽 회색 건물에 있어요.”

“……건물 색은 전부 회색인데?”

“정확하게는 라이트 그레이요.”

“……그것도 회색이잖아.”

“달라요, 선배.”

여친들에게 단련된 지호와 달리 재하는 다 똑같은 회색처럼 보였다. 또 건물 위치를 안다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재윤을 때려서라도 가이딩을 해 줄 생각이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불안해졌다.

“재윤인 괜찮아 보여?”

“네, 아주 쌩쌩하던데요.”

“그러면 다행이고.”

“그런데요, 선배. 혹시 이따 제가 선배 들고 날면 그땐 이해해 주세요. 동생분이 좀 많이 무서워서요.”

웃는 얼굴로 가볍게 부탁하는 지호의 말에 재하는 생각이 많아졌다.

결국,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를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로 보였다. 재하는 대답하는 대신 보이지 않는 재윤을 찾기 위해 열심히 눈을 굴렸다.

재윤의 요청으로 한곳에 모인 에스퍼들은 마수의 몸이 다 나오기 전에 공격해야 하는 게 아닌지 불안해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골든 터틀이 등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 위치를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재윤은 현장에 나와 있는 에스퍼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배치했다.

협회에 있는 아이템 중 후유증이 있어 잘 사용하지 않는 종류까지 모조리 가져오게 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느릿한 황금 거북이의 움직임을 보면 충분히 가능했다.

재윤은 필사적으로 지금 쓸 수 있는 패를 떠올려 봤지만, 상당히 어렵다는 결론만 나올 뿐이었다.

“그쪽이 긴장하는 건 처음 보네요.”

“자주 하는데 티가 안 났다니 다행이네요.”

“하여간 끝까지 잘난 척은…….”

공동의 적 앞에서 기세가 한풀 꺾인 유마로는 성질을 부리는 대신 거대한 마수를 눈에 담았다.

“되게 느리네요. 위험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막상 다 나오면 저것보단 빠르게 움직일 거예요. 그 후에는 바다까지 직진하면서 그 선에 있는 모든 걸 파괴할 겁니다.”

굳이 따지자면 황금 거북은 비선공 마수였다. 다만, 워낙 거대한 덩치 탓에 바다를 향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파괴했다. 삶의 터전이 부서져 나가는데 가만두고 볼 수는 없었다.

‘능력치가 부족해.’

S급 주도준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기대 등급이 S급인 거지 실제 등급은 A와 B급이었다. 자신 역시 조금만 더 노력하면 A급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재는 B급에 머물렀다.

게다가 황금 거북의 공략 방법은 매우 단순 무식했다.

오로지 바다를 향해 직진만 하는 마수의 방향을 아주 조금 틀어 주며 시민을 대피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나, 미래에 이영우를 보유했던 협회는 국가와의 딜을 통해 그와 다르게 해결해 주고는 했다.

‘골든 터틀의 약점은 등껍질 안쪽의 심장이지만, 그 등껍질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두껍고 단단해.’

투시와 투과가 가능했던 이영우는 그 약점의 위치를 쉽게 파악했다. 평소 역겨운 실험이나 해 대면서 마수의 약점을 파악하는 건 누구보다 쉽게 해냈다.

견지호의 이동 능력으로 정확한 위치에 내려 주면 이영우는 느긋하게 소매를 걷어 올리고 등껍질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아슬아슬하게 팔 길이만큼의 두꺼운 등껍질을 지나 심장의 핵을 손에 쥐고 잡아 뜯어낸 이영우로 인해 바다에 도착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을 거대한 마수가 무너져 내렸다.

이영우의 끔찍함을 몰랐던 자신의 눈에도 말도 안 될 만큼 대단한 능력처럼 보였다. 이영우는 그가 가진 마나의 양과 관계없이 S급으로 추앙받았었다.

‘이영우 같은 능력자가 여기 없으니 힘이라도 쓰는 수밖에.’

무식한 방법이지만, 등껍질이 게이트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공격하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파괴 능력을 갖춘 에스퍼가 달려들어 심장 위치에 해당하는 곳을 태우고 힘으로 두드려 댄다면 바다에 도착할 때쯤에는 성공할 수도 있었다.

‘심장 위치는 그 새끼 덕에 파악하고 있고.’

다만 지금 가진 전력으로는 등껍질을 제시간에 파괴하기 힘들었다.

일단 바다에 들어가면 수를 쓸 수가 없다. 뱃길이 막히게 되고 해양 생물이 씨가 마르기 시작할 텐데, 시기가 너무 빨랐다. 그 전에 해치울 수 있다면 무리해서라도 저지해야 했다.

시간 싸움이지만, 협회의 아이템까지 총동원하면 결국 승리할 것이란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저거, 전투기 아닌가? 쓸모도 없는 걸 왜 보냈나 몰라.”

유마로의 빈정대는 목소리에 재윤은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부터 시끄럽게 울리던 사이렌 소리도 거슬렸는데 이번엔 상공에 공군 전투기가 나타났다. 협회에서 마수에 대한 자료를 공유했을 텐데 어째서 전투기가 나타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통하지도 않을 현대 화기를 사용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해하며 급히 협회장에게 연락하는 짧은 시간. 의심이 끝나기도 전에 비선공 마수를 향해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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