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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182화 (182/183)

182화

상충하는 두 힘이 격돌한다.

콰과곽!!!

차오르는 두 격은 마치 서로를 집어삼킬 듯 불타올랐으며, 그 여파로 일어나는 격의 돌풍은 전장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폭풍이 일었고, 지진이 일었다.

전장의 모든 이들이 중심을 잃었다.

[크아아아아아!!!]

바알의 고성이 전장을 가로지른다.

“크윽...!!!”

박율의 팔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망치를 쥔 손엔 핏줄이 도드라졌고, 그 위로 터진 핏줄의 붉은 자국이 번져나갔다.

전신이 부서질 듯한 고통이 세차게 울렸지만, 박율은 더욱 박차를 가해 힘을 넣었다.

망치와 격돌하는 창과 그것을 조작하는 바알의 모습 역시 그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콰앙!!!

두 힘의 충돌, 그리고 그 종막에는 폭발이 있었다.

바알의 창이 형태를 잃고 사라졌고, 박율 역시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악...! 하악...!]

바알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안간의 힘을 손실한 데에 대한 대가였다.

하지만 그는 간악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시선 끝에 바닥에 쓰러진 박율이 있었다.

아직 그는 죽지 않았다.

바알은 다시 마기의 창을 만들었다.

이전처럼 거대하고 강력한 창은 만들지 못했지만, 무방비의 상대를 죽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창이었다.

[...죽어라.]

그리고 던진다.

“하아...하아...”

박율은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이 터질 듯 박동이 느껴졌다.

온몸의 근육이 파열된 듯 쓰라린 고통이 호흡을 통해 퍼져나갔고, 시큰하고도 끔찍한 통증이 그 밑바닥까지 차올랐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바알과 그 너머의 무너지는 현실.

마계와 인간계가 거의 완전히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고, 충돌하는 두 세계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었다.

저 모든 것들을 막는 방법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바알이 새로운 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여 그는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기 무섭게 창이 날아들었다.

카앙!

그는 반사적으로 망치를 들어 창을 빗겨쳤다.

[바퀴벌레 같은...!!!]

바알이 격노했다.

박율은 다시 중심을 잡고 서 그를 보았다.

그는 다시 창을 만드려하지만, 손실된 힘은 그것을 가능케하지 않았다.

하여 그는 검을 만들었다.

검고 날카로운 검이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지.]

그가 내려온다.

박율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바닥에 착지했을 때.

곧바로 땅을 박차고 도약한다.

카앙!!!

바알의 검과 박율의 망치가 부딪히며 쇳소리가 울린다.

두 힘이 상충한다.

카앙!!!

카앙!!!

길어야 10초, 짧다면 1초도 되지 않을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은 스프링처럼 늘어났다.

박율의 망치과 바알의 검이 마주칠 때마다 시간의 개념이 바래진다.

파동처럼 퍼져나가는 격의 파도가 현실의 경계에 더욱 커다란 금을 만들었다.

무너지는 현실을 더욱 가속화하였다.

떨어지는 현실의 조각이 비추는 지나온 시간들과 지나간 시간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카앙!!!

날카로운 검신을 타고 진동이 울렸다.

그 진동은 손을 넘어 전신으로 전해진다.

전신을 메운 고통을 더욱 짙게 만드는 진동에 박율은 이를 악 물었다.

질 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길게 늘어진 찰나의 순간, 그 사이로 끊임없이 교차하는 힘 사이로 균열이 벌어진다.

그것은 심연이 아니었고, 포탈이 아니었다.

아득한 두 힘이 초래하는 현실붕괴의 일부분이었다.

한 수.

검이 맞부딪힐 때마다 붕괴의 면적은 넓어진다.

두 수.

호를 그리며 날아드는 검을 올려 쳐 막는 망치의 궤도를 따라, 백과 흑, 그 어느 것도 담지 않은 무의 세계가 열렸다.

세 수.

또 다시 검을 나누는 순간, 파동처럼 번지는 무의 세계가 온 전신을 가득 채웠다.

카앙!!!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을 나누자 세계는 일변했다.

박율과 바알은 서로 거리를 벌렸다.

두 사람 사이 늘어난 공백만큼 늘어난 시간 속에서 박율은 고개를 들었다.

“...!!!”

어느새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지상이 아니었다.

인간계가 아니었고, 마계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무의 세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 펼쳐져 있었다.

[...무어냐.]

바알이 물었다.

박율의 시야는 그를 넘어갔다.

그는 이곳을 알고 있었다.

백지의 세계.

인간계와 천상계, 그리고 마계,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세계였다.

그가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었는 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신속]

파앗!

당장 그의 목표는 바알이라는 것이다.

박율은 바알이 아주 잠시 한눈을 판 그 틈을 노렸다.

카앙!!!

하지만 바알은 반사적으로 검을 들었고, 또 다시 검이 맞부딪혔다.

공허한 공간, 무의 창조가 이루어지는 백지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쇳소리만이 진동했다.

[더럽게 끈질기구나...!!!]

“제발 좀 뒤져라...!!!”

서로의 목을 향한 갈망이 쉴새없이 혀를 내밀었다.

찰나의 방심이 그 끝을 은유했다.

두 사람은 호흡하는 방법도 잊은 채 검을 휘둘렀다.

스쳐 지나가는 칼날이, 망치의 첨단이 서로의 몸뚱이에 생채기를 만든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서로의 목숨을 위협할 순 없었다.

아주 사소한 위협도 그들에게는 커다란 무언가가 되어 돌아왔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였다.

바래진 시간은 끊임없이 흘렀고, 그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격하게 싸우고 있었다.

자웅의 끝이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지각하고 있었다.

먼저 체력이 동이 나는 쪽이 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힘을 뺄 순 없었다.

그 작은 차이가 곧 죽음으로 연결될 테니.

“후...!!!”

카앙!!!

[하아...!!!]

카앙!!!

차가운 숨이 바닥에 내려앉는다.

누구의 숨인지도 확실치 않은 그 숨은 따라 내려놓은 날숨에 짓눌렸다.

툭 하고 떨어지는 땀방울만이 형태를 간직했다.

박율은 아득한 시야 너머로 오로지 본능에 의탁해 망치를 휘둘렀다.

[지쳐가는가?]

허나 바알은 아니었다.

그 역시 지쳐가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오롯한 그의 체력은 남아있었다.

수백 년 가까이를 마왕으로 살아온 이의 흔적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망할...”

이대로 가다가는 필시 죽음이다.

박율은 날아드는 바알의 검을 막으며 다음 수를 생각했다.

빠르게 결판을 내지 못하면 죽는다.

그리고 그것은 곧 세계의 종말과도 이어진다.

바알이 신이 된다는 것은 종말과도 같은 의미일테니.

카앙!!!

박율은 망치로 전해오는 떨림을 느끼며 생각했다.

하지만 답이 나오질 않는다.

“젠장할...!!!”

카앙!!!

박율의 망치가 바알의 검을 튕겨낸다.

그리고 그 순간, 박율이 움찔 중심을 놓친 아주 짧은 찰나.

바알의 검이 그의 복부를 꿰뚫었다.

푸욱!!!

박율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 치명상은 막았지만, 생각보다 깊이 검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후두둑 떨어지는 핏줄기가 그것을 증명했다.

“커헉...”

[이것이 끝인가?]

바알이 간악한 미소를 간직한 채 박율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그 순간에도 망치를 휘둘렀다.

허나 그것은 바알에게 닿지 못했다.

“...!!!”

그는 검을 높이 들어 박율의 목전에 가져갔다.

[여흥은 여기까지다. 인간.]

그의 검이 바닥으로 내려찍히는 순간.

박율은 안간힘으로 땅을 박차고 그의 몸을 들이받았다.

콰당탕!

바알은 넘어지지 않았지만, 박율은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구른 채였다.

[끝까지 벌레짓을 하는구나.]

바알은 이를 빠득 갈며 역겨운 짐승이라도 보는 눈길로 박율을 보았다.

다시 바알이 박율에게로 걸어가는 순간.

박율은 마지막 힘을 짜내 발을 디뎠다.

그리고 권능을 개방한다.

[신속]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폭발적인 힘이 그의 종아리와 대퇴이두를 거쳐 하반신을 가득 채웠다.

파앗!

사라지는 그의 신형.

동시에 그는 바알의 목전에서 나타났다.

[어리석은...]

바알은 그 모든 것들을 알고 있다는 듯 좌시하는 눈으로 검을 치켜세웠다.

박율은 검을 피해 허리를 비틀어 그의 뒤로 이동했다.

[...!!!]

바알은 일순간 동요했다.

그의 망치가 쇄도하는 부위는 일전 강진호의 일격을 맞았던 그 부위였다.

물론 당장 바알의 몸에는 그 흔적은 없지만 말이다.

허나 그 기억의 편린.

그의 몸에 자상이 생겼었던 그 기억의 편린은 바알을 반응케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방심으로 이어져.

“죽어라.”

그리고 다시 권능을 개방한다.

뿐만 아니라 전신의 구석까지 퍼져있는 힘들을 하나로 응집한다.

발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힘을 폭발시킴과 동시에 망치에 응집된 힘을 내뻗었다.

찰나조차 되지 않는 그 간극 속에 박율의 망치가 그의 단전으로 쇄도했다.

콰직!!!

[...!!!]

그의 망치가 바알의 단전을 꿰뚫었다.

바알이 고개를 떨어뜨렸을 땐 그곳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있었다.

그 구멍은 쏟아지는 핏줄기에 가려졌다.

[이게...]

푸왁!

바알의 입으로 검은 핏물이 역류했다.

박율은 그에 그치지 않고, 힘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후속타를 날렸다.

콰직!!!

그의 망치가 바알의 머리를 깨부수며, 바알은 털썩 주저앉았다.

“하...”

박율은 뜨거운 날숨을 내뱉었다.

처음부터 이것을 노렸던 것은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 박율이 그에게 망치를 휘두르던 순간에 바알의 동요를 느꼈다.

그 동요는 곧 강진호의 일격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뒤이어 깨달았다.

그것을 알아차린 박율은 그것에 모든 것을 건 도박을 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실패했다면 모든 것이 끝났겠지만, 성공했다.

바알이 죽음을 맞이했다.

박율은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어 고개를 들어올렸다.

길고 긴 여정이 끝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덕분이다.”

하얀 바탕, 아무것도 없는 공허의 공간 속 방향을 알 수 없이 고개를 치켜든 박율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강진호의 희생.

충분히 값진 희생이었다.

그가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지만, 그의 희생으로 모든 것을 종결났다.

“돌아가야 해...”

모든 것을 끝냈다.

바알을 막았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 때였다.

박율은 허벅지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털썩.

힘이 들어가지 않는 허벅지는 그의 몸을 지탱하지 못했다.

“하아...”

숨을 쉬는 것이 괴롭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붕괴되어가는 현실을 막을 방법을 알 수 없다.

박율의 눈이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다.

움직일 힘도 없다.

“잠깐만...”

잠깐만 쉬자.

아주 조금만.

잠시 눈만 붙이고 일어나자.

“...”

고요한 적막.

무의 세계의 흐르는 고요한 날숨.

“결국 성공했구만.”

박율이 만들었던 작은 균열에서 노인과 단탈리온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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